[379] 이 가을에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79] 이 가을에는.....

0 개 2,991 KoreaTimes
  강산이 변한다는 십 년 세월에도 나를 잊지 않고 찾아 주는 고국의 친구들, "지금 꽃철이 한참인데 놀러 오지 않고 거기서 뭘 하느냐?"는 화사한 유혹이 번거롭다 못해 눈물겹다. 한달음에 달려갈 수만 있다면..... 그럼 여기는 지금 가을이 한창인가?

  아무리 이 나라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다고는 해도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이 사실이다. 한 낮의 찌는 더위에 아직도 여름인가 착각하고 사는 사이에 언제 여물었는지 가계에서 오래 말라 버린 햇밤이 깡그리 썩어 있는 것을 실망으로 대하면서 가을이 버얼써 왔다 가 저 만치 멀리 가 버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고 보니 상큼하게 별난 맛으로 여름내 지친 입맛을 묘하게 자극하는 휘조아도 계절을 재촉하며 몸 자랑이 한창이고 핏빛으로 얼룩진 거리의 잎새꽃이 흔치 않은 단풍꽃이라는 걸 알면서 정녕 이 가을을 맞이한다.

  언제부터인가 따뜻한 이불 속에서 선뜻 일어나지지 않는 게으름으로 뒤척이면서도 나는 가을이 오는걸 무의식적으로 거부했던 것일까? 여름내 하얀 반바지 차림으로 이른 아침부터 성큼성큼 부지런을 떨던 옆집의 캔 노인도 긴 바지차림으로 조금 게을러진걸 보면 아침 저녁이 꽤나 차가워진걸 진작에 느꼈어야 했다.  창 너머 시야를 화사하게 빛내 주는 릴리앙네 가든에 다알리아 꽃이 아직도 따가운 볕을 즐기며 성급하게 계절을 받아 드리지 말라고 발목을 붙잡아서였나? 그러나 다알리아는 해마다 이맘때 뽐내는 가을 꽃임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스산한 바람 속에 황혼의 노을꽃인양 너울거리는 몸짓이 기특하고 아름답고 요염하기까지 하다. 정성으로 매만지고 사랑으로 바라보는 릴리앙, 주인의 심성을 닮은 듯 탐스럽고 은근하고 곱다. 계절 바뀔 때마다 꽃을 갈아 심고 작은 창가에 오밀조밀 귀여운 악세사리들을 아름답게 장식물로 진열해 놓으며 잔잔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릴리앙, 작은 창고 안에 빼곡히 쌓아 놓은 살림살이들을 끊임없이 꺼내서 이리뒤척 저리뒤척 마당이 어지럽도록 늘어놓고 일도 많은 그녀. 웬 살림살이가 그리도 많으냐?고 물었더니 아들네 것 딸의 것이라고 대답하며 골치 아프다고 이맛살을 찌프린다. 아마도 원만하게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게 아닌 모양이다. 늘 소녀처럼 밝게 웃고 사는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 작은 불행이 있음을 엿보며 놀랬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런거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는가 보다.(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다) 철없던 시절 그리 생각한 때도 있었지만 행, 불행은 모습만 다를 뿐이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나누어져 있음을 이만큼 살아내고서야 깨닫는다. 옆집의 베티 내외도 참 구순하고 행복해 보였었다. 하지만 그들도 딸 때문인지 지금은 전 같지가 않은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젊은 부부가 함께 예쁜 그림처럼 나타나곤 했을 때 그 집안에는 웃음소리가 커서 이웃을 부럽게 하더니 언제부터인가 베티의 웃음소리가 사라져 버렸다. 이제 싱글의 딸이 차도 없이 베낭 하나 달랑 메고 들이닥치면 조용히 저녁 먹고 돌아갈 때는 아버지가 꼭 태워다 주곤 한다.

  인생이란 끊임없는 기복속에서 순간적으로 행복을 맛보게 하는 찰나적인 것이기에 영원함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보다. 자잘한 일상 속에서 걸러 내고 보물 찾듯 찾아내는 그것.

  문득 어떤 일화 하나가 떠올랐다. 가난한 아버지와 아들, 그들은 집이 없는 걸인이었다. 허허 벌판에 외로이 나뒹그는 커다란 로깡이 그들의 보금자리였다. 어느 날 멀지 않은 곳에서 활활 불길이 치솟으며 큰 화재가 발생했다. 여기저기서 소방차들이 달려오고 가족들과 그 이웃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발을 동동 구르며 아우성을 쳤다. 그 아수라장을 로깡안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아버지. "아들아 우린 불이 날 걱정이 없는 집에서 사니 얼마나 행복하냐" 그 순간 만큼은 불구덩이에서 난리 치는 사람들보다 행복 했을 것이다. 행복이란 바로 그런 것일까? 그러나 남을 비교해서 얻는 기쁨은 행복이 아닐 수도 있다. 스스로 노력해서 맛보는 행복이야말로 값진 것이리라.

  이 가을에 우리는 많이 행복해 지기를 염원한다. 경제 발전에 기대를 거는 새 대통령이 탄생되었고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국회의원들도 뽑혔단다.(어서 고국의 경제가 살아나야지) 나와 사는 사람들도 힘이 생길게 아닌가. 요즈음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가슴속으로 찬바람이 일지만 조금만 더 참으면 분명 좋은 소식이 있을 것만 같은 새 희망으로 살아간다. "엄마 요즈음 조금 바빠졌어" 실로 오랜간만에 듣는 반가운 내 딸애의 목소리. 사업하는 사람들이 심심하다는 소리가 비수처럼 가슴을 찌르더니 이제 조금 안심이 된다. 내 입가에 번지는 작은 미소가 바로 행복 아닐까. 이 가을엔 진정 좋은 일만 있어 주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투표하러 가던 날

댓글 0 | 조회 2,727 | 2009.07.28
오늘은 아침부터 참 기분이 좋다. 어린애처럼 마음이 둥둥떠서 괜스레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사뿐사뿐 몸도 가볍다. "투표하러 가는 날". 이 나라에 와서 처음도 아닌… 더보기

사람 구경

댓글 0 | 조회 3,118 | 2009.06.23
온갖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합창의 향연이 한바탕 끝난 한나절, 유리창에 부디치는 소슬한 바람소리뿐. 인적없는 절간같이 고요만이 남는다. 이럴때 아늑하고 마냥 … 더보기

꿈나무 동산

댓글 0 | 조회 2,914 | 2009.05.26
거기는 활기차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어린 꿈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찬 아름다운 꽃동산이었다.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맘껏 소리치고 노해라고 공부하면서 조국의 문화를 익… 더보기

왕 밤 줏으러 갔다네

댓글 0 | 조회 3,407 | 2009.04.28
무엇을 그리도 두려워해서일까? 그 누구도 침범 못하게 단란한 가시로 무장을 하고 의좋게 달라붙어 꼭꼭 숨은 삼형제일까 삼자매일까? 윤끼 자르르한 갈색으로 매끈하지… 더보기

희망을 주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3,061 | 2009.03.24
이른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이름모를 진보라색 작은 꽃무더기, 그 보라색 꽃을 보면서 문득 가을이 느껴졌다. 그지없이 센치하고 공허해지는 가을을.... 그리고보니 피… 더보기

어둠속의 아이들

댓글 0 | 조회 3,592 | 2009.02.24
길을 걸어가는데 열살안쪽 검은 애들 서너명이 거칠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중 한 애가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고 서더니 "빼롱--" 하고 혀를 쏙 내밀며 놀리질… 더보기

검은 진주 가족의 아름다운 삶

댓글 0 | 조회 3,111 | 2009.01.28
딸 다섯에 막내로 아들 하나, 그 아들을 얻으려고 줄줄이 딸을 낳았을까? 여덟식구 대 가족이 한줄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앉을 자리가 없는 … 더보기

나의 기쁨조 사람들

댓글 0 | 조회 3,151 | 2008.12.23
이 해도 마지막 달,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살다보면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여러 가지 기복의 감정들을 경험하게 되지만 될… 더보기

양귀비꽃 하루

댓글 0 | 조회 2,767 | 2008.11.26
찌프린 하늘이 회색으로 어둡다. 그 침침함 속에 문득 시야를 밝혀 오는 화사한 다홍색 물결, 두리번거리는 낯선이의 발길을 유혹하는 곳은 잘 정돈된 넓직한 파크였다… 더보기

쌀밥에 뉘

댓글 0 | 조회 2,987 | 2008.10.30
주차장 옆, 시커먼 고목나무 팔 벌린 가쟁이에 장난치듯 길다란 밧줄을 던지고 있는 노인, 사람 키를 훨씬 넘는 위치에 여러 차례 던져 보지만 잘 걸리지 않는다. … 더보기

봄이 오는 소리

댓글 1 | 조회 3,179 | 2008.09.24
연일 쏟아지는 비속에서 그토록 안달하며 재촉을 했던가? 연두빛 봄이 찢긴 햇살사이를 비집고 성큼 성큼 한달음으로 다가들고 있다. 양지녘에 앉은뱅이 보랏빛 작은꽃이… 더보기

나나니 춤

댓글 0 | 조회 3,392 | 2008.08.27
삼십년만의 큰 태풍이란다. 홍수에 집이 잠기고 고목이 뿌리째 뽑혀 벌렁 누운 모습도 보게 되는 그런 특별한 겨울이다. 이 나라가 태풍의 소용돌이에 깊숙이 갇혀 버… 더보기

"DOULOS"의 사람들

댓글 0 | 조회 3,127 | 2008.08.13
그 날은 왜 그리도 비바람이 사나웠는지? 춥고 음산했다. 그 폭풍우 속을 해상에 나간다는게 잠시지만 고생을 각오해야겠기에 두툼한 옷으로 무장을 했다. 이 년이라는… 더보기

[383] 일탈(逸脫)의 쾌감

댓글 0 | 조회 2,904 | 2008.06.25
길고 긴 여름 가뭄에 늦더위가 기승이더니 모처럼 귀한 비가 밤새 제법 많이 내린 어느 날이다. 메말랐던 세상이 한껏 물끼를 머금고 생동감으로 넘치는데 그쳤는가 했… 더보기

[381] 멋쟁이 멋쟁이! (황혼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어라)

댓글 0 | 조회 2,833 | 2008.05.28
요즈음같이 살벌하고 각박한 세상에 한줄기 밝은 빛으로 모든 사람들 가슴속에 훈훈한 감동을 심어준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 지난 4월 어느날, 아침 방송 뉴스시간에 … 더보기

현재 [379] 이 가을에는.....

댓글 0 | 조회 2,992 | 2008.04.23
강산이 변한다는 십 년 세월에도 나를 잊지 않고 찾아 주는 고국의 친구들, "지금 꽃철이 한참인데 놀러 오지 않고 거기서 뭘 하느냐?"는 화사한 유혹이 번거롭다 … 더보기

[377] 우리동네 시장 풍경

댓글 0 | 조회 3,482 | 2008.03.26
화요일 아침, 다른 때 같으면 잠자리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딩굴고 있을 시간이지만 벌떡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바지런을 떤다. 나이를 잊고 살자는 착각 속에 아직 여… 더보기

[375] 짧은 만남, 긴 행복

댓글 0 | 조회 3,023 | 2008.02.26
금년(2008년) 설에 내 가족모임은 멋지게 끝이 났다. 이제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가 본래의 일상으로 살아간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듯.... 참 멀고도 먼 길… 더보기

[373] 그 나무님!

댓글 0 | 조회 2,847 | 2008.01.30
티티랑이 언덕길 위에 우뚝 서 있는 기품있게 잘 생긴 한 그루의 고목. 아무리 나무가 잘 자라주는 이 나라라고 해도 백 년은 훌쩍 넘었음직한 위용을 갖추어 지체 … 더보기

[371] 예술처럼 늙고 싶다

댓글 0 | 조회 2,867 | 2007.12.20
"이제 늙고 볼품없어 제대로 보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옷인들 신경 써서 입으면 뭘하나 츄리닝이나 걸치고 헐렁하게 살아야지" 그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충실해서 한결같… 더보기

[369] 나누며 사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2,580 | 2007.11.28
생각보다 무겁고 두툼한 그것을 건네 받으며 고마움보다 미안함이 앞섰다. "뭣이 이리도 많을꼬?" 금방 자를 것을 깜박하고 이른 아침에 흠뻑 물을 주어 젖어서 무거… 더보기

[367] 무지개를 따라서

댓글 0 | 조회 2,752 | 2007.10.24
무슨 사연인지 묻지는 못했지만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어느 중년의 여인. 아쉬움 속에 마지막 라운딩을 우리와 함께 하던 날이었다. 십칠홀을 끝내고 라스트 … 더보기

[365] 오빠와 취나물

댓글 0 | 조회 2,844 | 2007.09.26
이 나이에도 친정 식구들을 떠올리면 그냥 그때의 아이로 돌아 가는 게 그리 좋다. 언니가 보고싶어 목소리라도 들어야 한다며 전화를 주실 때, 외국생활 힘들지 않느… 더보기

[363] 제니의 지팡이

댓글 0 | 조회 2,776 | 2007.08.28
"처음에는 네 발로 기어 살다가 두 발로 서고 나중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 이름이 뭐게?" 어렸을때 수수께끼로 재미있어 했던 놀이였다. 허지만 철없던 시절 사람이… 더보기

[361] 바보가 되어가는 이야기 하나

댓글 0 | 조회 2,567 | 2007.07.23
"여기 우산 떨어졌는데요" 등 뒤에서 들려 오는 말에 흘낏 돌아보니 어떤 젊은이가 내 우산을 집어서 작은 돌담에 얌전히 걸쳐 놓고 간다.(어머나 큰일 날 뻔 했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