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 예술처럼 늙고 싶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71] 예술처럼 늙고 싶다

0 개 2,885 KoreaTimes
  "이제 늙고 볼품없어 제대로 보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옷인들 신경 써서 입으면 뭘하나 츄리닝이나 걸치고 헐렁하게 살아야지"

  그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충실해서 한결같이 조촐하고 깔끔하게 멋쟁이던 친구의 자조에 깜짝 놀랜다. (그도 드디어 무너지기 시작하는건가?) 긍정할 수 밖에 없는 조용한 공감대에 헛 웃음이 묻어 나온다. 허지만 그러면 안 된다고 강한 부정으로 반론을 제기하며 그게 바로 나 자신을 타이르는 말임을 깨닫는다. 조금만 방심하면 게을러져서 옷 갈아 입는 것 조차 번거롭고 꾀가 나는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자라고 화장을 하는 것도 겉치레를 정성으로 하는것도 결국은 나 자신의 만족이 우선이지 남을 의식하는 것은 차선의 문제가 아닌가. 그렇지만 남에게 혐오감을 주어서는 안 되는 것도 세상 살아가는 예의임이 틀림없기에 나이 먹을수록 더욱 깔끔하게 살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한 그루의 싱싱하던 나무가 푸른잎. 아름다운 꼿 다 떨구고 앙상하게 헐 벗은 겨울 나무가 되어 빈 벌판에 쓸쓸히 서 있는 게 황혼인생의 우리와 닮은꼴이다. 물끼 없이 버석한 얼굴에 그 어떤 의상인들 어울 일이 없지만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상. 그 본분은 끝날 때까지 지키며 살아야 하는 것 또한 기정의 사실이다.

  버스로 두 정거장쯤. 걸어서도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친정집이 있었다. 그리 가까워도 딸이 자주 못 가게 되니 어머니가 오시는 편이었다. 먼 길 나드리 오시듯 언제나 깔끔한 차림에 핸드백까지 챙겨들고 나타나시는 어머니를 맞을 때마다 너무도 곱고 단정해서 가슴이 뿌듯했고 이웃들 보기에도 늘 자랑스러웠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모양도 많이 내더라. 너는 얼굴에 화장도 안하고 왜 그리 게을리 사니?" 노인이 그런 말씀으로 되는 대로 사는 딸을 일깨우곤 하셨다. (지금은 이대로가 아름다운 것 이구요 이 다음에 나이 먹으면 나도 어머니처럼 곱게 살아 보렵니다.) 혼자서 마음속으로 다짐했었다. 그러나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던가. 어느 날 불쑥 나타나신 어머니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집에서 입던 채로 였기에... "엄마 옷 뒀다가 뭐 하려고 그렇게 다니셔요?" 나도 모르게 왈칵 역정이 났었다. "얘 이제 옷 갈아 입는 것도 귀찮더라. 잠깐 오는 길인데 뭐 어떠니..." 무안을 당한 아이처럼 변명하시며 당황해 하던 어머니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때의 그 짜증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한 번도 어머니가 그토록 늙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내 어리석음이었다. 늘 그 자리에 그렇게 살아가시는 변하지 않는 분으로만 착각했는데 어머니가 그 때 많이 늙어 계심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도 정갈하고 당당하던 어머니의 자랑거리를 잃은 이웃들에 대한 내 알량한 자존심도 포함했으리라. 바로 그 자리에서 지금 생각해보니 잘 늙는다는 일도 참 어렵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고학력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만만치 않게 늘어나던 십여 년 전. 그와 동시에 가사 노동과 육아문제가 큰 잇슈로 심각했었다. 그 뒷받침을 친정어머니가 맡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힘들게 교육시킨 딸의 재능을 묻어 두기 아까워 그 일을 자청했을 어머니들이다. 그러나 집에서의 옷차림으로 딸의 하녀처럼 아기를 업고 시장을 따라다니는 그림은 아무래도 좋아 보이지가 않았다. 그 반대로 아기를 업은 젊은이와 깔끔한 어른과 함께 타면 교육을 제대로 한 어머니와 예의를 아는 사람 같아 미덥고 사랑스러웠다. 젊은이란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싱싱한 때가 아닌가. 나이 먹은 사람은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금방 추하게 변하게 마련이다. (늙어서 아름다움은 예술이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그래서 일 것이다.

  이제 이 해도 마지막 달 십이월이다. 또 한해가 가고 세월의 흐름은 빠르기만 하다. 자신을 돌아보는데 자꾸만 게을러지는 게 어쩔 수 없는 나이테 때문인가 보다 맑고 투명한 영혼으로 거듭나고파 책을 읽으며 마음과 머리를 다스리는 일에도. 그리고 옛날 같은 뽐새도 없으니 겉치레에도 재미가 없다. 츄리닝이나 걸치고 편하게 살자는 친구의 말이 웬지 달콤한 유혹으로 끌어당기지만 의식이 건전할 때까지 그럴 수는 없다고 부정하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결코 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새해를 맞으면서 우리도 젊은이들처럼 다시금 가슴 활짝 펴고 희망의 나래를 펴 보면 누가 뭐랠까? 강렬한 태양 빛은 그 누구라도 공유할 수 있는 자연의 선물임을 명심해야지.

  나는 오늘 옷 맵씨를 보며 옛날의 어머니 흉내를 내면서 딸의 집을 향한다.

[363] 제니의 지팡이

댓글 0 | 조회 2,803 | 2007.08.28
"처음에는 네 발로 기어 살다가 두 발로 서고 나중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 이름이 뭐게?" 어렸을때 수수께끼로 재미있어 했던 놀이였다. 허지만 철없던 시절 사람이… 더보기

[312] 민들레 김치

댓글 0 | 조회 2,815 | 2005.09.28
비가 자주 내리더니 말라 붙었던 잔디가 기승을 부리듯 살아나고 온갖 잡초들이 서로 다투어 키자랑을 하듯 쑥쑥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 빠질세라 민들레도 한 몫끼어 … 더보기

그 벗꽃 길, 그리움이 있다

댓글 0 | 조회 2,823 | 2011.10.27
엊그제만 해도 죽은듯이 다소곳하던 헐벗은 벗 나무에 뽀오얀 꽃봉오리들이 툭툭 터져 화사한 꽃을 피워 웃고 있다. 아직은 어려 가녀린 몸매지만 버겁도록 무겁게 꽃짐… 더보기

[341] 모든 것의 고마움을

댓글 0 | 조회 2,831 | 2006.09.25
아침 잠에서 깨어나 커튼을 제치니 예사롭지 않은 바람소리가 귓청을 때린다. 아마 태풍의 소용돌이에 깊이 휘말렸나 보다. 따뜻한 이불 속이 너무나 좋아 마냥 게으름… 더보기

[316] 목련이 피었네, 뚝뚝 떨어지네

댓글 0 | 조회 2,831 | 2005.09.28
자두빛 물먹은 목련이 피었네, 분홍색 화사한 벗꽃도 피었네. 소리없이 살금살금 봄이 찾아온 모양인가. 우리는 아직도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데…. 볕발 좋으면 까짓… 더보기

소통하는 영원한 벗, 한송이 빨간 장미

댓글 0 | 조회 2,832 | 2016.02.24
혼자 밥 먹는게 지루하고 따분할 때. 무심히 놓인 식탁 한켠에 빨간 장미 한 송이가 놓칠세라 내 시선을 붙잡는다. “어머님 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리고 힘내세요.”… 더보기

굴뚝이 있는 집

댓글 0 | 조회 2,834 | 2016.08.25
요즘 새로 짓는 집들은 아예 굴뚝이 없다. 굴뚝이 있는 옛날 집들도 이젠 연기가 나질 않는다.내가 처음 왔을 때 만해도 티티랑이 동네 어귀엔 나무 타는 냄새가 야… 더보기

‘포우투카와’ 꽃잎 날리던 교정

댓글 0 | 조회 2,836 | 2011.08.24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난 일들 가운데 보람있었던 시간들을 추억하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여러가지 자기 하는 일에 성취감이 곧 보람이겠지만 무엇보다 순… 더보기

차 사랑 할아버지

댓글 0 | 조회 2,837 | 2011.07.26
‘허버트’ 노인이 또 차를 바꿨다. 방궤같이 앙징스럽고 예쁜 신 차다. 그는 언제나 같은 스타일의 차들만 타는 취향임이 틀림없다. 주인을 닮은듯한 아담한 모양이 … 더보기

[324] Oh, my God! 雪花 秀

댓글 0 | 조회 2,849 | 2006.01.16
雪花! 그 글씨만 보아도 백옥같은 눈꽃이 눈에 시원하다. 요즈음 한국은 눈꽃 속에 파묻힌 하얀 나라란다. 싸한 바람 속에 소복 단장한 고궁 뒷 뜰을 산책하고 싶다… 더보기

호박잎에 싸 보내는 할머니 마음

댓글 1 | 조회 2,853 | 2011.11.23
얼마 전 점심초대를 받아 어느 식당에 갔었다. 한식에 맞는 깔끔한 기본반찬 서너가지와 작은 뚝배기에 걸죽한 강된장이 함께 식탁에 올라왔다. 웬 강된장? 그것을 보… 더보기

[307] 진이의 유학일기

댓글 0 | 조회 2,854 | 2005.09.28
아주 가끔씩 나는 진이와 현이 남매가 생각난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어찌 지내고 있을까? 학교는 제대로 다니고 있는지, 아니면 돈 번다고 정말로 우유배달을 하고… 더보기

[337] 비 속의 요정들! 겨울꽃

댓글 0 | 조회 2,854 | 2006.07.24
춥고 축축하고 구질구질한 매일 매일의 겨울날씨. 제습기가 빨아 먹고 쏟아 내는 엄청난 물의 양에 놀래면서 내가 마치 물 속에서 사는 듯 후줄근해져 이 겨울이 지루… 더보기

잃은 것과 남은 것

댓글 0 | 조회 2,855 | 2020.08.25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발걸음이 달라지는 것은 마음자세 때문일까요?편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으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차도를 따라 10분쯤 걸으면 운동장 … 더보기

[381] 멋쟁이 멋쟁이! (황혼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어라)

댓글 0 | 조회 2,859 | 2008.05.28
요즈음같이 살벌하고 각박한 세상에 한줄기 밝은 빛으로 모든 사람들 가슴속에 훈훈한 감동을 심어준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 지난 4월 어느날, 아침 방송 뉴스시간에 … 더보기

[306] 다알리아 아줌마

댓글 0 | 조회 2,859 | 2005.09.28
소담스럽게 핀 다알리아꽃이 방긋방긋 웃으며 휀스넘어로 윙크를 보내오는 그 집. 유난스럽게 키가 크고 잘 생긴 갖가지 색깔의 꽃들을 보며 길을 지날 때마다 그 집 … 더보기

[373] 그 나무님!

댓글 0 | 조회 2,865 | 2008.01.30
티티랑이 언덕길 위에 우뚝 서 있는 기품있게 잘 생긴 한 그루의 고목. 아무리 나무가 잘 자라주는 이 나라라고 해도 백 년은 훌쩍 넘었음직한 위용을 갖추어 지체 … 더보기

[365] 오빠와 취나물

댓글 0 | 조회 2,866 | 2007.09.26
이 나이에도 친정 식구들을 떠올리면 그냥 그때의 아이로 돌아 가는 게 그리 좋다. 언니가 보고싶어 목소리라도 들어야 한다며 전화를 주실 때, 외국생활 힘들지 않느… 더보기

[333] 핑크빛 골프장갑

댓글 0 | 조회 2,873 | 2006.05.22
오래전부터 내 옷장서랍 한 견에는 작은 비닐백에 들은 임자 잃은 골프장갑이 얌전히 자리잡고 있었다.“나는 언제 주인님 손에 끼워져 바깥세상 구경을 하나요?”서랍을… 더보기

지붕위의 여자

댓글 0 | 조회 2,880 | 2016.10.26
뒷집에 새로 이사와 살고 있는 여자가 있다. 항상 후두로 머리를 덮은 파커차림이다. 뒷모습 말고는 얼굴을 본 적이없어 나이를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남자처럼 키… 더보기

현재 [371] 예술처럼 늙고 싶다

댓글 0 | 조회 2,886 | 2007.12.20
"이제 늙고 볼품없어 제대로 보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옷인들 신경 써서 입으면 뭘하나 츄리닝이나 걸치고 헐렁하게 살아야지" 그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충실해서 한결같… 더보기

주부(主婦) 실종시대

댓글 0 | 조회 2,887 | 2014.04.24
정신없이 흐려지는 시각을 거역이라도 하듯. 사물을 보고 느끼는 진정성은 더더욱 뚜렷해 지고 있으니 이것이 늙어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리라. 늘상 보던 주변의 물… 더보기

[288] 영정 사진을 찍으며

댓글 0 | 조회 2,901 | 2005.09.28
아직은 아니에요. 10년쯤 후에나 찍으세요” 누군가가 던진 달콤한 위로의 말에 귀에 솔깃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어본다. 어느 포토 샵에서 영정 사진을 찍… 더보기

[349] 고국에서 가을 단풍이…

댓글 0 | 조회 2,920 | 2007.01.30
해가 바뀌니 내가 원치 않아도 어김없이 또 나이 하나를 보탠다. “형님은 이제 ㅇ십대네요. 나는 아직 ㅇ십대인데…” 세살 아래인 흉허물없는 사이의 어떤 자매님이 … 더보기

[347] 나 홀로 밥상

댓글 0 | 조회 2,924 | 2006.12.22
나를 먼저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하게 된다는데 나는 사랑이 없는 사람일까? 살아가는데 먹는 일만큼 중요한게 없는데 왜 나는 그 일에 그리 소홀하고 성의가 없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