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 무지개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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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367] 무지개를 따라서

0 개 2,760 KoreaTimes
  무슨 사연인지 묻지는 못했지만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어느 중년의 여인. 아쉬움 속에 마지막 라운딩을 우리와 함께 하던 날이었다. 십칠홀을 끝내고 라스트 십팔홀로 옮겨가는 순간이다. 갑자기 맑던 하늘에 회색장막이 드리워지는가 싶더니 바로 가까운 소나무 숲에서 새물새물 무지개가 꽃처럼 막 피어나고 있질 않은가. 너무도 곱고 선명하고 아름답게...

  심심치 않게 만나는 것이지만 아주 가까이에서 솟아오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일행 모두가 탄성을 지르며 발길이 얼어 붙었다. "어머나 너무도 멋져" 노란 바람막이 상의를 입은 그 여인은 가방을 팽겨친채 빠른 걸음으로 소나무 숲을 향해 벌써 저만치 가고 있었다. 알록달록 예쁘기도 한 무지개가 지척에서 유혹을 하는데 그것을 잡아 보려는 호기심이 발동한 것은 모두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여인은 무지개 속으로 풍덩 빠진 듯 했는데 계속해서 걷고있고 숨바꼭질하듯 어느새 도망쳤는지 선명한 일곱색깔은 저쪽 언덕위에 다리를 걸치고 따라와 보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정신을 차렸는지 허둥지둥 발길을 돌려 뛰어오는 여인 "바로 코앞에 있던 무지개가 마냥 나를 끌고 가네요. 순식간에 저쪽으로 멀어져 버리면서...." 잡힐 듯 하지만 잡을 수 없는 무지개처럼 행복도 바로 그 무지개 같은 거란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우리의 하늘에도 예쁜 무지개가 피어나 동심을 즐겁게 해 주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그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공해의 찌든 먼지로 뒤덮인 휘뿌연 하늘뿐, 세상도 그와 닳아 가는지? 온통 착하고 얼룩이 많아서 우리는 새로운 무지개를 따라 이 나라에 이민 왔는지도 모른다. 맑고 파아란 하늘, 푸르른 초원, 시원한 바다를 지척에서 즐길 수 있는 비치의 나라, 공해없는 자연만큼이나 정치청렴도 그에 못지않아 사람의 심성도 영혼도 깨끗해져 가는 것만 같다. 그럼 우리는 모두가 행복해 진 걸까? 무지개처럼 행복은 또 저만치 도망가 있는지도 모른다. 불편한 언어로 정착의 스트레스도 버거운데 문화의 이질감에서 오는 혼란으로 가정을 잃어 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말이다. 여자를 일등으로 모시는 나라. 서열 네번째인가 하는 남자들이 한국에서처럼 뻣뻣하게 버리며 살기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얼른 적응이 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산책길에 나서보면 집집마다의 풍경을 창문 저쪽으로 볼 수가 있는데 보통 남자들이 티를 만들어 아내에게 바치(?)고 있어 놀랍다. 우리의 조상들이 그래 왔듯이 어머니를 따라 결혼하면 아내는 남편의 시중이나 드는 안사람으로서의 개념으로 살아온 내 세대가 아닌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 나이에도 여자로서 부러움을 살짝 느껴 보게 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젠 밖에서 활동하는 남자들만 인정받던 옛날이 아니고 집안에서의 단순한 가사노동도 당당히 인정을 받는 그런 시대이기에 수평의 관계에서 친구처럼 살아 가는 게 요즈음 부부다. 남녀 동등한 고학력 시대이니 만큼 밖에서 함께 일하고 집에 돌아 왔을 때 여자 혼자만이 감당하는 집안일이 불합리의 시작으로 무제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더러는 왜곡된 문화의 횡포로 남편을 두렵게 하는 아내도 있는 모양 같다. 한국에서 잘 나가던 남편들이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가 되어 가는 것도 안타깝고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며 쪼잔한 잔소리꾼으로 변해 가는 것을 지켜보는 심기도 편할리가 없다. 사랑한다는 달콤한 눈빛으로 말하는 여기 사람들의 문화 속에서 그 노골적인게 느글느글해 따르기 조차 질색인 남자들과는 달리 사랑한다는 말 싫어하는 여자들은 없다. 드러내지 않을 뿐 아내들 속으로 사랑하지 않는 남편들이 어디 있겠느냐고 불평하시는 분들.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나중에 뒤통수 치지말고 속 시원히 말하세요. "사랑한다고" 그리고 아내들이여 그런 남편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너그러움으로 바라보세요. 우리는 쉽게 영어가 안되는 한국인이기에 그렇겠지요.

  무지개를 따라 행복을 찾아 떠나 온 이민길. 한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 무지개처럼 그 짧은 순간순간들을 구슬 꿰듯 엮어서 긴 행복으로 만들어 가며 사는 게 우리 네 인생인가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 여인은 무지개를 따서 들고 가고픈 간절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무지개 뜨는 나라에서 그만큼의 행복은 느끼고 누리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알록달록 고운 무지개를 따다가 그대의 창에 걸어주는 마음으로 살아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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