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 "실수였다" 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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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 "실수였다" 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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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입 덥석 깨물면 상큼한 향기를 뿜으며 입안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사과, 건강한 치아를 가졌을 때의 그 맛을 이젠 잊어버린지도 오래다. 더구나 지금은 그런 계절도 아니어서 복숭아니 수박이니 하는 제철 과일에 밀려 그나마 이름값을 하는 묵은 사과가 아쉬움을 달래 주는 형편이다. 언제쯤 사다가 넣어 둔 것일까? 인기없이 뒷전으로 밀려나 냉장고 귀퉁이에서 자리 차지만 하던 사과 몇 개가 드디어 제 소임을 하고자 밖으로 선택되어 나왔다. 하기 싫어 미루고 미루던 일을 해 보려는 제법한 생각에 스스로를 위안하며 껍질을 벗기고 열심히 강판에 갈았다. 안하던 일을 하면 금방 팔이 아파온다. 나이 먹으며 오는 여러가지 신체적 변화 중에 한가지로 빼놓지 않고 찾아드는 사람 삶의 섭리가 얄밉도록 절묘하다는 생각을 한다. 입맛도 변덕스러워 잘 먹던 것도 갑자기 싫어지니 아까워 미루다가 결국 버려지게 되는게 죄 짓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몽땅 세 개를 모두 갈아 놓으니 부풋하게 냄비에 채워졌다. 병에 담겨있는 흰 설탕을 듬뿍 쏟아붓고 단맛에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약간의 소금을 넣고 불에 올려 놓았다. 쨈을 만들면 한동안 빵에 발라 잘 먹겠다고 흐뭇하고 여유로운 생각마져 하며 보글보글 끓으며 올라오는 거품을 깨끗이 걷어냈다.  
  그리고 숟가락 끝에 슬쩍 혀를 대 본다. 맛을 보면서 당도를 측정하겠다는 뜻이었는데 이게 어쩐 일일까 조금도 달지가 않았다. 입이 써서 사탕을 물고 살아도 어느 때는 사탕조차 쓰시다는 언니 생각을 하며 요즈음 가끔씩 나도 모든 음식이 써서 드디어 나도 그런 때가 왔구나 나이 먹으면 다 그러려니 순종하는 법을 배워 살려고 애를 쓰는데 그런줄만 알았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맛을 확인해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건 영 아니었기에... 냄비를 내려놓고 서둘러 불을 껐다. 한동안 어이가 없어 멍하니 바보가 된 듯 서 있다가 하수구에 아낌없이 쏟아 버리며 누가 보기라도 하는 양 물을 내려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챙피해서 얼굴이 달아올라 볼을 싸쥐었다. 어찌 이런 실수를 한단 말인가? 설탕을 넣은게 아니고 소금을 쏟아 부었으니 그것은 쨈이 아니고 무엇이 될 뻔 했는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렇듯 바보같은 실수는 별로 한 기억이 없기에 실망을 지나쳐 절망스러움까지 맛봐야 했다. 좀더 신경써서 세심하게 일을 하지않고 쉽게 일은 해 놓고 왜 생각은 그리도 허무하고 많은지. 은연중 치매증상까지 들먹이며 두려움에 사로 잡혔다. 다시 병을 꺼내어 확인해 보니 뒷면에 "맛소금"이라고 잘도 써 놓았더구만 생각없이 서두른 처사가 얄밉고 괘씸했다. 조금씩만 덜어쓰고 자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서 그랬다고 자위를 할 수 밖에.... 매사에 성의없이 대강으로 떼 우는 요즈음 생활을 반성하라는 경종인 듯 싶어 혼자서 쓴 웃음을 흘린다. 깨스 불을 끈것같지 않아 다시 돌아 가보니 역시나 켜져있는 불꽃이 비웃는 듯해서 앗찔 했었다는 친구, 그러면서 이제 다 되었다구 자조하던 서글픈 얼굴이 떠 오르며 문득 얼마전에 골프장에서 있었던 일이 예사롭지 않게 생각되었다. 분명히 우드로 샷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가방에 집어 넣을 때에야 아이언이었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마치 도깨비한테 홀린것 같아 도무지 내가 한 일이라고 실감이 나질 않았다. 기억력 하나만은 아직도 괜찮다고 건망증 이야기가 나오면 남의 일처럼 생각해 왔는데 나도 이젠 별수가 없는것일까?

  "먹은 나이만큼 늙는게 정상인데 형님은 왜 안 늙어요?" 나이 같은 것은 숫자에 불과 한것. 천천히 여유롭게 착각하며 사는 내게 자주 애교 섞인 보챔을 해 오는 그야말로 어떤 말을 해도 밉지 않은 아우가 있다. 내가 지난 일을 이야기하면 분명 "형님도 드디어 늙고 있군요"하며 쾌재를 부를 것이다.  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다. 공해에 시달리는 요즈음 젊은이들로 엄청 건망증이 심하다고 들었다. 어떤 이는 급하게 손목 시계를 차고 나갔는데 밖에서 시간을 보려니까 시계는 없고 고무 밴드가 차여 있더란다. "그 일은 나이 먹은 주책이 아니고 누구나 저지를 수있는 그냥 실수였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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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조회 2,697 | 201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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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그 사람 “프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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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587 | 200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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