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 아름다운 고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39] 아름다운 고별

0 개 2,729 KoreaTimes
건강이 그리 양호한 편은 아니었지만 아직 병석에 눕지는 않으신 어느 어른의 갑작스런 부음을 듣는다. 밤새 안녕이라는 말의 실감에 전율이 온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그리도 간단한 것인가? 여러 가지 잡념들로 밤잠을 설친다.

나이 들어 가면서 소망 가운데 특별한 기도가 있다. 고통도 괴로움도 느낄새 없이 자다가 조용히 가게 해 주십사…, 그 분은 그렇게 가셨으니 애석하지만 돌아 가시는 복은 최고로 타고 나신 분이라고 생각되었다.

문득 기억조차 사물거리는 아버지 생전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서른 두 살의 새색씨 때. 나 살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척에 친정집이 있었지만 딸자식 종신할 기회조차 안 주시고 서둘러 저 세상 가신 아버지. 너무나 갑작스럽게 닥친 일이라 온몸의 감각이 마비돼 맥없이 주저 앉았던 일이며 마치 하늘이 내려앉은 것같은 절망감으로 앞이 캄캄했다.

예순 둘. 회갑을 겨우 넘기고 진갑을 맞은 늘상 건강에 자신하던 분이었으니 청천하늘에 날벼락이질 않은가. 갑자기 쓸어지신 것은 틀림없지만 도리켜 생각을 해보면 전조가 있었다는 소용없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지독한 독감을 한바탕 치루고 나서 아이처럼 먹을걸 보채셨다는 새로운 경험의 어머니 말씀처럼 돌아가실 분들이 챙긴다는 마지막 떠나실 양식이었을까?

아버지는 유난히 자상하고 정이 많은 분이셨다. 내가 시내에 볼일이 있을 때마다 늘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홀가분하게 다니곤 했다. “우리 복덩이들 왔구나”볼 때마다 자즈러지게 반기며 작은애를 받아 안으시는데 웬 일인지 그 날은 그 반가움이 없었다. 왜 화가 나셨나? 의아해 하는데 어머니께서 지나가는 말처럼 가볍게 한 말씀이 생각난다.

“얘 너의 아버지 변하셨다. 그렇게 공드려 지은집 애지중지 하시더니 저 문짝이 잘 안 맞는다고 저렇게 마구잡이로 하시니 웬 일이니?”시무룩한 표정이며 태도가 전의 아버지가 아님이 분명히 드러났다.

그 날 시내에 나갔다가 아버지가 좋아 하시는 찹쌀떡을 적잖이 사서 들고 왔다. 집에 오니 저녁상이 벌어졌는데 아버지는 무얼 하시는지 돌아앉아 계신다. “아버지 식사 전이라 잘되었네. 찹쌀떡 좋아하시잖아요. 어서 잡수세요.”“알았다. 거기 놔 두거라.”보통 때 같으면 “어서들 먹어라.”하실텐데……. 온 식구가 충분히 나눠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게걸스럽도록 혼자서 거의 다 잡수셨다고 해서 모두가 놀라워했다.

“밤길 위험하니 자고 내일 가거라.”늘상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인데 아무 말이 없다. 그 다음날이었다. “얘 아무게야 떡도 실컷 먹었으니 이제 포도주나 한병 사다주렴.”내게 은근하게 조르는 표정이 마치 천진스런 아이 같았다. 누구 에미가 아니고 오래간만에 이름을 부르는게 생소했지만 웬일인지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어서 듣기에 좋았다. 자존심 강하고 의지가 분명해서 한 번도 그런걸 본적이 없는데 어쩐 일이실까?

“생전 안 그러시던 분이 웬일이니. 이 다음에 돌아가시고 나면 한이 맺히겠다. 얼른 가서 사 와라.”동생에게 농담을 하며 심부름을 시켰다. 아버지는 그 포도주를 맛있게 드시고 내게도 한잔 따라 주며 아주아주 만족해 하셨다. 바로 세상 뜨시기 일주일 전 쯤. 그게 아버지와의 마지막이 될 줄이야……. “그렇게 저 세상 가시는 분 마지막 양식을 해드렸으니 네가 효도를 했구나”어머니 말에 효도? 불효만 하고 사는 딸자식 얼마나 효도가 그리우셨으면?…… (좀 더 오래 사시지)
  
자식들 아무에게도 종신할 기회조차 안 주시고 황망히 떠나신 분. 너무 억울해서 울부짖었던 일이며 평생을 잔병없이 건강하게 살던 분의 갑작스런 죽음에 모든 사람들이 함께 분노하고 슬퍼해야 하는데 세상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게 더욱 속상하고 야속하기만 했다.

어머니를 혼자 두고 집에 올 수가 없어 함께하는 며칠동안 남편의 빨리 오라는 성화도 너무 미웠다. “아버님은 복 받으신 분이셔. 아프지도 않고 편히 가셨으니…”

나를 위로하는 남편의 그 말조차 자기 부모님이 아니니 그리 말하는구나 노엽기만 했었다. 이제 세상 살만큼 살고 보니 그 말의 진의를 깨달아 미워했던 마음을 뒤늦게 미안으로 바꾼다. 마지막 세상 떠나는 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병들어 일그러진 모습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고 반듯하고 건강하게 나도 아버지를 닮아 그렇게 가면 좋겠다.

아버지 가실 때 나이보다 훌쩍 더 살았으니 이제 그런 생각을 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가신 분의 명복을 빌면서…….

여섯번째 상, 세번째 방학

댓글 0 | 조회 1,790 | 2006.09.27
Term 3가 끝나고 방학시작. 이제 2주간 하루종일 아들과 씨름해야 한다 수영장 한번 놀러가고 공원에 한번 가고 바닷가 한번 가고 친구생일파티 한번 가고 그러다… 더보기

9살 유학생의 기도

댓글 0 | 조회 1,608 | 2006.09.27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06년 7월 30일 학교에서 생활 잘 하게 해 주세요8월 1일 성경책 잘 읽고 똑똑하게 해 주세요 8월 2일 수영 잘… 더보기

조기유학 : 2년이 적당?

댓글 0 | 조회 2,332 | 2006.09.15
사례 1. A양과 B양은 자매간이다 언니는 초등학교 5학년, 동생은 3학년때 뉴질랜드로 왔다 2년동안 학교에 다녔고 집에서는 꼬박 2년간 개인영어과외도 받았다 언… 더보기

애물단지

댓글 0 | 조회 2,270 | 2006.09.09
3,200불에 차를 샀다 1995년식 일본 토요타였다 원래 매매가격은 3,300불이었다 당연히 아저씨 좀 깍아주세요 라는 말을 했는데 아저씨 왈, 싼 물건에도 한… 더보기

여왕의 서거

댓글 0 | 조회 1,737 | 2006.09.02
2006년 8월, 뉴질랜드 국내 뉴스 중 단연코 1위는 여왕의 죽음이다 영국여왕이 있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지만 뉴질랜드라는 나라에도 여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 더보기

좀도둑

댓글 0 | 조회 1,891 | 2006.08.27
어젯밤 앞집사는 키위여자가 찾아왔다 자기네 잔디밭에 세워둔 차의 바퀴 4개가 모조리 없어졌단다 허걱! 어둠속을 뚫고 보니 차는 있는데 바퀴가 휑하니 없다 뭔가 본… 더보기

다섯번째 상 - Math Superstar

댓글 0 | 조회 1,541 | 2006.08.18
아들이 상장을 쑥 내미는데 상 이름이 참 웃긴다 "Mathematics Superstar Certificate" 요즘 Superman 영화가 뜨더니 상 이름을 시… 더보기

Tooth-brush Day

댓글 0 | 조회 1,759 | 2006.08.09
8월 7일은 뉴질랜드에서 구강의 날인 모양이다 저녁 뉴스를 보니 어느 초등학교의 강당에 아이들을 모아 놓고 양치질의 중요성,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 더보기

해리포터의 결말은 죽음

댓글 0 | 조회 1,764 | 2006.08.08
해리포터 시리즈의 완결편이 지금 집필중이다 작가 J.K.Rowling이 현재 7편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끝을 맺을지 결정했다고 한다 2명의 캐릭터가 죽게 된다고.… 더보기

친절한 오클랜드사람들

댓글 0 | 조회 1,685 | 2006.07.31
가장 친절한 도시 순위 1위: 미국의 뉴욕 2위: 스위스의 쮜리히 3위: 캐나다의 토론토 4위: 독일의 베를린 7위: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15위: 영국의 런던, … 더보기

김윤진

댓글 0 | 조회 1,778 | 2006.07.17
아이들을 재워놓고 Prime TV의 David Letterman쇼를 가끔 보곤 한다 며칠전에 별 생각없이 TV를 틀었더니 마침 guest를 소개하는데 마이클 더글… 더보기

Korean Missile Crisis

댓글 0 | 조회 1,672 | 2006.07.08
2006년 7월 6일자 뉴질랜드신문을 보니 제 1면에 대문짝만한 김정일의 사진이 보인다 서울에서 열린 북한의 미사일발사 규탄 집회에서 김정일의 사진을 불태운 모양… 더보기

캔디

댓글 0 | 조회 1,572 | 2006.06.29
내겐 참 착한 친구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캔디 어찌나 착한지 그 친구에게는 착하다는 수식어외에는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갈색머리에 갈색눈의 백인으로 그녀… 더보기

[re] 오클랜드 굴욕 사건

댓글 0 | 조회 1,484 | 2006.06.26
>1. 수학문제 > >백의 자리의 숫자가 3인 세자리 수 중에서 347보다 작은 수는 몇개입니까? > >아들녀석이 써 놓은 답을 보니 … 더보기

오클랜드 굴욕 사건

댓글 0 | 조회 1,767 | 2006.06.23
1. 수학문제 백의 자리의 숫자가 3인 세자리 수 중에서 347보다 작은 수는 몇개입니까? 아들녀석이 써 놓은 답을 보니 47. "야, 다시 똑바로 해 봐"냅따 … 더보기

네번째 상 받다

댓글 0 | 조회 1,530 | 2006.06.19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오늘 assembly 했니?" "응,... 참, 근데, 나 상 받았다!" "진짜?와, 추카추카, 근데 무슨 상이야?" "음.… 더보기

몰리 후피 - 시즌 2

댓글 0 | 조회 2,382 | 2006.06.07
옛날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 많은 아이들을 기르는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다 쓰러져가는 방 두칸짜리 오두막에서, 쌀구경을 제대로 못해감자와 옥수수로 근… 더보기

Hairy Women은 용감해야 한다

댓글 0 | 조회 1,814 | 2006.05.31
뉴질랜드에 살면서 한국에 비해 편리한 점 중에 하나는 쉽게 wax제품을 구할 수 있다는 거다 예전 미국의 월마트에서 첨 왁스를 접하고 여자들도 이런 걸 꼭 해야하… 더보기

donation이 너무 많다

댓글 0 | 조회 1,484 | 2006.05.23
아들녀석이 집에 오더니 가방에서 웬 편지를 한 장 내민다 읽어보니 지난학기에 80불 donation을 안 냈으니 이제 100불을 납부하라는 내용이었다 1년에 80… 더보기

global citizen

댓글 0 | 조회 1,557 | 2006.05.10
아들은 이제 3학기째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어느날 부터인가, 내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집에서는 간단한 말이나 특히 감탄사등은 모두 영어로 하고 있다 동생이… 더보기

뉴질랜드 운전면허 시험

댓글 0 | 조회 2,303 | 2006.04.21
뉴질랜드에 온지 7개월째다 오프라 윈프리는 단 하루도 9.11 희생자들을 생각하지 않고 지난 날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나는 지난 6개월이상을 운전면허에 항상 가위… 더보기

111 전화해봐야 소용없다?

댓글 0 | 조회 1,845 | 2006.04.09
한국의 119처럼 뉴질랜드에서는 비상시에 111로 전화하면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111로 전화해봤자 너무 늦게 와서 소용없더라는 얘기를 여러번 들어왔다 사실 속으… 더보기

"나도 이렇게 하나님을 만났다"

댓글 0 | 조회 1,831 | 2006.04.03
나는 꽤 바쁘게 살아온 편이다. 항상 무엇인가 목적을 두고 그 달성을 위해 고군분투해 왔었다. 사회적인 성취를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애를 쓴 적도 많았고 그 목표… 더보기

스펠링 대회

댓글 0 | 조회 2,053 | 2006.03.29
2주전쯤에 예고된 스펠링대회를 어제 치루었다 3학년인 아들에게는 총 50개의 예상단어가 주어졌다 단어들은 상당히 쉬운 편이었다 before, make, take,… 더보기

뉴질랜드 아이들은 참 일찍 잔다

댓글 0 | 조회 1,889 | 2006.03.20
앞집의 키위 아줌마가 내게 물었다 아이들을 몇시에 재우냐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이 갔지만, 얌전히 대답해 주었다 9시 30분쯤 자러들어가서 어쩌고 저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