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 Oh, my God! 雪花 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24] Oh, my God! 雪花 秀

0 개 2,826 코리아타임즈
  雪花! 그 글씨만 보아도 백옥같은 눈꽃이 눈에 시원하다. 요즈음 한국은 눈꽃 속에 파묻힌 하얀 나라란다. 싸한 바람 속에 소복 단장한 고궁 뒷 뜰을 산책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공해로 오염된 얼룩들을 묻어 버리고 햇빛속에 빛나는 은빛세계로 찬란하게 꿈을 펼치고 고요히 숨쉬고 있을 그 곳. 그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소포가 날아왔다. ‘雪花 秀’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는동안 그렇게 값나가는 화장품은 사서 써본 일이 없는데 예쁜 내 올케가 시누님이라고 그것 바르고 젊게 예쁘게 살라며 보내준 것이다. 정말로 하얗게 눈꽃처럼 내 얼굴이 피어나려나?

  반짝이는 포장지로 얌전히 싼 자그마한 상자를 쿠리어로부터 받아 들었다. 그런데 받아 든 순간 감축이 산뜻하지가 못했다. 손바닥이 축축한 느낌이 들어 서둘러 포장지를 벗겨 냈다. 물기가 서려 있다. 먼길 오려니 그것도 힘이 들어 뚜껑이 헐거워져 조금씩 흘렀나 보구나. 그러나 무언지 조금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 고개를 갸우뚱하며 뚜껑을 열어 본 순간, 세상에 이럴 수가!!! 깨어진 유리조각들이 하얀로션과 엉겨서 말이 아니었다. 스킨은 아예 말라 버려 흔적조차 없어져 얼룩만 남겨 놓았고 백옥같은 로션 만이 그 속에 흥건했다.

  너무 기가 막히고 아까워서 그 하얀 유액 속에 손가락을 넣어 보았더니 유리가루가 사그락거려서 조금도 건질 방법이 없었다. 망서리던 끝에 할 수 없지, 포장지째 몽땅 싸가지고 쓰레기통에 넣고 돌아서는데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나는 그게 그렇게 비싼 것인지도 남들이 말해줘서 나중에 알았다. 그냥 내가 보통 쓰는 것보다 고급품이라는 정도로는 알았지만 그리 고가품이라고는 몰랐었다. 거기다가 이만칠천원인가 하는 우송료까지…, 복주머니가 시원스럽게 박힌 온통 얼룩무늬로 요란해진 빨강색의 연하장을 케이스 밑바닥에서 꺼냈다.

  내 색씨가 보내는 것이니 바르고 예뻐지라는 오빠의 편지와 함께. 어떡하지, 잘 받았노라고 고맙다고 해야 할텐데……, 그렇게 말하기엔 내 감정이 솔직해서 쉽지 않을테고 능청스럽게 거짓말 좀 잘했으면 이럴 땐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붙인지 사흘만에 번개같이 빨리도 왔기에 내 감정을 삭히는데 며칠간의 여유는 되어 다행이었다.

  오빠 정년퇴직 하시고 전원생활 한다고 시골 내려가 새집 짓고 사시더니 정말 시골사람 다 되셨네. 어찌해서 여기까지 먼데 오는 선물포장을 그리 허술히 모양만 내셨대. 살짝 오빠를 원망해보는 마음도 생겼다. 그러나 외국에 나와 외롭게 산다고 자주 만날 수 없는 그리움을 마음에 담아 보내준 선물. 실물은 없어졌어도 그 마음만은 내 마음 깊은 곳에 곱게 예쁘게 자리했다.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전번에 한국 갔을 때도 초라하게 기죽지 말며 살라고 화장품을 사 주던 내 사랑스런 올케. 매일매일 그 고마움이 내 얼굴에 화사함을 더 해주고 있잖은가.

  내 마음에 행복을 꽃피워주는 아름다운 사람들. 혼자 유기 된 것처럼 외롭다가도 피붙이 동기간들이 보내오는 따뜻한 온기로 다시 기운을 회복해 살맛나는 세상이 되곤한다. 떨어져 있기에 더 그리운 가족들!

  가까운 곳에서 평범했던 일들이 새롭게 재조명되는, 그래서 이별의 아픔도 견디고 살게 마련인가보다.

  나는 전화 다이얼을 자신있게 눌렀다.

“오빠 선물 잘 받았어요. 고마워요”

“내가 보낸게 아니고 색씨가 보낸거야 바르고 예뻐지셔”

  수화기를 놓으며 혼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마누라 추켜 세우는 오빠의 노후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늙어서 대우받는 남편의 철학으로 행복하게 살아 가시는 현명한 우리오빠.

  복사꽃 피는 과수원 자락에 졸듯이 혼자 서 있는 집안에선 오늘도 맛있는 음식냄새가 풍겨 나겠지. 감칠맛 내는 올케의 솜씨만이…….

  지금은 복사꽃보다 더 화사한 흰 눈꽃을 피우고 있을 그 곳. 갑자기 달려가고 싶다. 그나저나 올케의 마음을 닮아 정말로 고와져야 할텐데 또 한 살 나이를 먹었으니 겹쳐지는 주름살 때문에 어쩌지. 다음번에 만났을 때 실망할 표정들이 지금부터 걱정이 된다.

  그래 雪花 秀 화장품을 마음속에 바르자. 고운 마음 예쁜 표정으로 살면 되는 거지. 마음에 짙은 화장을 하자.

지붕위의 여자

댓글 0 | 조회 2,861 | 2016.10.26
뒷집에 새로 이사와 살고 있는 여자가 있다. 항상 후두로 머리를 덮은 파커차림이다. 뒷모습 말고는 얼굴을 본 적이없어 나이를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남자처럼 키… 더보기

[333] 핑크빛 골프장갑

댓글 0 | 조회 2,855 | 2006.05.22
오래전부터 내 옷장서랍 한 견에는 작은 비닐백에 들은 임자 잃은 골프장갑이 얌전히 자리잡고 있었다.“나는 언제 주인님 손에 끼워져 바깥세상 구경을 하나요?”서랍을… 더보기

[373] 그 나무님!

댓글 0 | 조회 2,851 | 2008.01.30
티티랑이 언덕길 위에 우뚝 서 있는 기품있게 잘 생긴 한 그루의 고목. 아무리 나무가 잘 자라주는 이 나라라고 해도 백 년은 훌쩍 넘었음직한 위용을 갖추어 지체 … 더보기

[365] 오빠와 취나물

댓글 0 | 조회 2,847 | 2007.09.26
이 나이에도 친정 식구들을 떠올리면 그냥 그때의 아이로 돌아 가는 게 그리 좋다. 언니가 보고싶어 목소리라도 들어야 한다며 전화를 주실 때, 외국생활 힘들지 않느… 더보기

호박잎에 싸 보내는 할머니 마음

댓글 1 | 조회 2,841 | 2011.11.23
얼마 전 점심초대를 받아 어느 식당에 갔었다. 한식에 맞는 깔끔한 기본반찬 서너가지와 작은 뚝배기에 걸죽한 강된장이 함께 식탁에 올라왔다. 웬 강된장? 그것을 보… 더보기

[381] 멋쟁이 멋쟁이! (황혼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어라)

댓글 0 | 조회 2,839 | 2008.05.28
요즈음같이 살벌하고 각박한 세상에 한줄기 밝은 빛으로 모든 사람들 가슴속에 훈훈한 감동을 심어준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 지난 4월 어느날, 아침 방송 뉴스시간에 … 더보기

[337] 비 속의 요정들! 겨울꽃

댓글 0 | 조회 2,835 | 2006.07.24
춥고 축축하고 구질구질한 매일 매일의 겨울날씨. 제습기가 빨아 먹고 쏟아 내는 엄청난 물의 양에 놀래면서 내가 마치 물 속에서 사는 듯 후줄근해져 이 겨울이 지루… 더보기

[306] 다알리아 아줌마

댓글 0 | 조회 2,835 | 2005.09.28
소담스럽게 핀 다알리아꽃이 방긋방긋 웃으며 휀스넘어로 윙크를 보내오는 그 집. 유난스럽게 키가 크고 잘 생긴 갖가지 색깔의 꽃들을 보며 길을 지날 때마다 그 집 … 더보기

잃은 것과 남은 것

댓글 0 | 조회 2,834 | 2020.08.25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발걸음이 달라지는 것은 마음자세 때문일까요?편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으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차도를 따라 10분쯤 걸으면 운동장 … 더보기

[307] 진이의 유학일기

댓글 0 | 조회 2,831 | 2005.09.28
아주 가끔씩 나는 진이와 현이 남매가 생각난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어찌 지내고 있을까? 학교는 제대로 다니고 있는지, 아니면 돈 번다고 정말로 우유배달을 하고… 더보기

현재 [324] Oh, my God! 雪花 秀

댓글 0 | 조회 2,827 | 2006.01.16
雪花! 그 글씨만 보아도 백옥같은 눈꽃이 눈에 시원하다. 요즈음 한국은 눈꽃 속에 파묻힌 하얀 나라란다. 싸한 바람 속에 소복 단장한 고궁 뒷 뜰을 산책하고 싶다… 더보기

차 사랑 할아버지

댓글 0 | 조회 2,825 | 2011.07.26
‘허버트’ 노인이 또 차를 바꿨다. 방궤같이 앙징스럽고 예쁜 신 차다. 그는 언제나 같은 스타일의 차들만 타는 취향임이 틀림없다. 주인을 닮은듯한 아담한 모양이 … 더보기

굴뚝이 있는 집

댓글 0 | 조회 2,820 | 2016.08.25
요즘 새로 짓는 집들은 아예 굴뚝이 없다. 굴뚝이 있는 옛날 집들도 이젠 연기가 나질 않는다.내가 처음 왔을 때 만해도 티티랑이 동네 어귀엔 나무 타는 냄새가 야… 더보기

소통하는 영원한 벗, 한송이 빨간 장미

댓글 0 | 조회 2,815 | 2016.02.24
혼자 밥 먹는게 지루하고 따분할 때. 무심히 놓인 식탁 한켠에 빨간 장미 한 송이가 놓칠세라 내 시선을 붙잡는다. “어머님 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리고 힘내세요.”… 더보기

‘포우투카와’ 꽃잎 날리던 교정

댓글 0 | 조회 2,812 | 2011.08.24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난 일들 가운데 보람있었던 시간들을 추억하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여러가지 자기 하는 일에 성취감이 곧 보람이겠지만 무엇보다 순… 더보기

[316] 목련이 피었네, 뚝뚝 떨어지네

댓글 0 | 조회 2,812 | 2005.09.28
자두빛 물먹은 목련이 피었네, 분홍색 화사한 벗꽃도 피었네. 소리없이 살금살금 봄이 찾아온 모양인가. 우리는 아직도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데…. 볕발 좋으면 까짓… 더보기

[341] 모든 것의 고마움을

댓글 0 | 조회 2,809 | 2006.09.25
아침 잠에서 깨어나 커튼을 제치니 예사롭지 않은 바람소리가 귓청을 때린다. 아마 태풍의 소용돌이에 깊이 휘말렸나 보다. 따뜻한 이불 속이 너무나 좋아 마냥 게으름… 더보기

그 벗꽃 길, 그리움이 있다

댓글 0 | 조회 2,803 | 2011.10.27
엊그제만 해도 죽은듯이 다소곳하던 헐벗은 벗 나무에 뽀오얀 꽃봉오리들이 툭툭 터져 화사한 꽃을 피워 웃고 있다. 아직은 어려 가녀린 몸매지만 버겁도록 무겁게 꽃짐… 더보기

[312] 민들레 김치

댓글 0 | 조회 2,797 | 2005.09.28
비가 자주 내리더니 말라 붙었던 잔디가 기승을 부리듯 살아나고 온갖 잡초들이 서로 다투어 키자랑을 하듯 쑥쑥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 빠질세라 민들레도 한 몫끼어 … 더보기

[351] 순아! 잘 다녀 와

댓글 0 | 조회 2,785 | 2007.02.26
아이의 나이는 그 때 세살이었다. 그 애가 집 마당에 나서면 휀스 저쪽으로 옆집 제 또래의 아이가 우연히 이 쪽을 바라보며 서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그 때마다… 더보기

[363] 제니의 지팡이

댓글 0 | 조회 2,784 | 2007.08.28
"처음에는 네 발로 기어 살다가 두 발로 서고 나중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 이름이 뭐게?" 어렸을때 수수께끼로 재미있어 했던 놀이였다. 허지만 철없던 시절 사람이… 더보기

[311] 엄마 마음=딸의 마음

댓글 0 | 조회 2,782 | 2005.09.28
한국에서 딸을 보러 오셨다는 내 또래의 어머니와 그의 딸이 함께 그룹이 되어 골프를 치던 날이다. 마흔을 한참이나 지난 중년의 딸이 대학 다 닐 때에 같이 배웠다… 더보기

[301] 쨈돌이 파이팅!

댓글 0 | 조회 2,775 | 2005.09.28
“주님 오늘도 그 아이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어 어렵지 않은 하루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요즈음 내 기도는 그렇게 시작되고 끝이 난다. 일곱살… 더보기

양귀비꽃 하루

댓글 0 | 조회 2,774 | 2008.11.26
찌프린 하늘이 회색으로 어둡다. 그 침침함 속에 문득 시야를 밝혀 오는 화사한 다홍색 물결, 두리번거리는 낯선이의 발길을 유혹하는 곳은 잘 정돈된 넓직한 파크였다… 더보기

[367] 무지개를 따라서

댓글 0 | 조회 2,763 | 2007.10.24
무슨 사연인지 묻지는 못했지만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어느 중년의 여인. 아쉬움 속에 마지막 라운딩을 우리와 함께 하던 날이었다. 십칠홀을 끝내고 라스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