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와이카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23]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와이카토”

0 개 2,653 코리아타임즈
  남반구인 이곳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내려쬐는 태양볕 아래 정열적으로 피어나는 포후투카화 꽃 속에서 맞이한다.

  바람을 잔뜩 넣어 부풀려 만든 풍선 눈사람에 줏대없이 흔들거리며 대형차에 실려 선발대로 입장하는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구경하느라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나는데 싼타할아버지의 두툼한 빨강옷과 모자, 커다란 짐승의 탈을 쓰고 공연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울까? 그래도 신나게 한 판 잘 논다. 긴 장대로 마냥 키를 늘린 마녀같이 화장을 한 여자들이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아래를 굽어보며 휘적휘적 지나가고 어릿광대가 외발자전거를 타고 재롱같은 묘기를 보여 어른 아이들을 함께 즐겁게 한다.

  드디어 너무도 귀에 익은 우리의 소리 사물놀이패의 징, 장구 소리가 우렁차게 귀청을 때리며 가까이 오는 것같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향하고 들뜬 호기심으로 술렁이는걸 보면서 갑자기 나는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낀다.

  이역만리 떨어져 온 이 땅에서 우리도 이렇게 열심히 뿌리 내리고 있다는 울림 같아서 울컥 눈물이 솟는다. 날아다니던 새들도 놀라 달아 날만큼 쩌렁한 힘찬 우리소리. 붉고 푸르고 노란 삼색띠를 허리 아래로 찰랑거리며 신명나게 치고 두들기며 뛰어 들어오는 그들. 가운데서 힘차게 상모를 돌리는 젊은이. 그 젊은이들 속에 머리가 허연 노익장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며 섞여 있다.

  나는 오늘 그분들을 응원하러 여기 해밀턴까지 오질 않았나. 개인 사업체를 가진 바쁘게 살아가는 분들이 황금같은 시간을 쪼개어 열성으로 배우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아마 체력이 다 소진 될 때까지 조국을 알리는 행사에 뛰어다닐 대단하고 훌륭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가슴 뜨거운 열정으로 이민생활을 하는 땀으로 얼룩진 얼굴, 얼굴들을 보면서 눈이 휘둥그래진 군중들속에서 내가 바로 코리안이란 과시를 하고 싶기도 했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신명나고 아름답다는 걸 외국에 나오면 더욱 공감하는 바가 크다. 한국을 알리는데 로고처럼 되어 버린 세계 속의 사물놀이.

  한복입은 아이들이 받쳐든 대형 태극기가 또 한 번 콧등을 시큰하게 한다. 어머니 품처럼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내 조국의 향수, 태극기만 보면, 애국가만 들으면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나는 것은 고국을 떠나 사는 모든 이의 공통된 가슴이리라. 외국에 나와 살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더니…….

  여기가 세종로 어디쯤이냐? 화려한 한복차림으로 너울너울 부채춤을 추며 들어오는 젊은 여인들. 어린 꼬마들이 작은 북을 치며 아장아장 들어온다. 조국을 미쳐 알지도 못할 유치원 꼬마들이 전통문화를 익히며 배우는 좋은 계기였다. 한 트럭 가득 각 나라의 고유의상을 입은 아이들 가운데 한복의 키위학생이 돋보이는 것도, 하얀 바탕의 태극기가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것도, 우리는 이렇게 섞여서 하나로 녹아 들어가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규모는 작았지만 그래서일까. 단조롭지만 작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잔치가 내겐 더욱 깊은 정서로 다가왔다.

  기름지게 짙푸른 나무들이 강가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와이카토강, 그 강을 함께하는 「해밀턴」시티는 참으로 깔끔하고 정 스럽게 느껴졌다. 뉴질랜드의 네 번째 도시답게 거리 분위기도 번거롭지도 그렇다고 노상 한산해 보이지도 않아 살기 좋아 보였다.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대형공원도 좋지만 와이카토 강에 아치형으로 걸쳐 있는 다리 위에 올라서서 강을 내려다보는 그림이야말로 또다른 나라에 온 여행객처럼 설레게 만든다.

  언제인가 아주 넉넉한 시간을 만들어 오래도록 그 근사한 풍경 속에서 해밀턴을 느껴보리라 아쉬움을 갖는다. 시원한 강바람을 시티로 흘려 보내는 도시의 젖줄, 그 강에는 장어도 풍성하다고 들었는데 물 속에서 징, 장구소리에 놀라 꽁꽁 숨어 있었겠다 싱거운 생각을 해본다.
  해밀턴에도 사물놀이를 가르칠 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곳 한인회장님과 한국학교 선생님들의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애국하는 일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바로 이런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느끼며 모두가 애국자가 되려고 애쓰며 사는 걸 알았다. 공연하느라 애쓰신 모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돌아오는 2시간여의 여정은 나른한 휴식의 안식처였음은 물론이다. 깊은 오수에 빠진 얼굴 얼굴들이 보람으로 여유롭고 평화롭다.

[369] 나누며 사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2,599 | 2007.11.28
생각보다 무겁고 두툼한 그것을 건네 받으며 고마움보다 미안함이 앞섰다. "뭣이 이리도 많을꼬?" 금방 자를 것을 깜박하고 이른 아침에 흠뻑 물을 주어 젖어서 무거… 더보기

[330] 그 사람 “프레드”

댓글 0 | 조회 2,626 | 2006.04.10
그사람을 또 만났다. 수영장엘 가면 만나게 되는 사람이지만 내가 자주 가질 않으니 오래간만에 만난 “프레드”다. 그의 곁에는 항상 동양 여자들이 같이 있어 이야기… 더보기

여자는 예뻐지고 싶다

댓글 0 | 조회 2,627 | 2012.08.28
몸에 탄력을 잃으니 윤끼도 사라지고. 머리카락도 변변찮아 매만져봐야 그렇고 그런 모양새. 미용실 가야할 의욕도 잃은지 오래되었다. 어느날 오래 벼르던 끝에 찾아간… 더보기

[304] City의 밤 풍경

댓글 0 | 조회 2,633 | 2005.09.28
참 오래간만에 City에 나와 밤 거리를 걸어본다. 기승을 부리던 낮 더위가 먼 나라 이야기인양 살갗에 닿는 바람이 마냥 시원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민다. 낮의… 더보기

[345] 젊음의 바다에 풍덩 빠져 버리다

댓글 0 | 조회 2,635 | 2006.11.27
어느 날씨 좋은 일요일 늦은 오후, 차나 마시러 나가자는 친구의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지금 나이테가 적잖은 우리가 누릴 수… 더보기

[319] 서른여섯의 눈동자

댓글 0 | 조회 2,639 | 2005.10.25
혼자 사는게 심심하지 않느냐고 간혹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아마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말이리라.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전자 매… 더보기

현재 [323]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와이카토”

댓글 0 | 조회 2,654 | 2005.12.23
남반구인 이곳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내려쬐는 태양볕 아래 정열적으로 피어나는 포후투카화 꽃 속에서 맞이한다. 바람을 잔뜩 넣어 부풀려 만든 풍선 눈사람에 줏대없… 더보기

이름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2,670 | 2016.09.28
선영. 세영. 은영. 한결같이 고운 여자들의 이름이다. 하지만 그 이름의 주인들은 모두 남자들. 내 남자 형제들의 이름이다.그 중에 진영이 있다. 남자 이름같은데… 더보기

[310] 어떤 스케치

댓글 0 | 조회 2,686 | 2005.09.28
여기 문화에 익숙해질만큼은 살았는데 아직도 수영복 차림으로 남자들 앞에 다가서기가 민망스럽다. 평일의 오전에는 특히 호젓해서 남자들 세상 같아 더욱 어설프다. 쭈… 더보기

[309] 낙엽따라 떠난 갈색의 낭만

댓글 0 | 조회 2,699 | 2005.09.28
죽이 잘 맞는 자매님 내외와 흣날리는 낙엽따라 가을 여행을 떠난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 쓸쓸한 계절에 갑자기 들뜬 낭만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계획없이 이루어… 더보기

‘시드니’ 그리고 ‘다이아나’

댓글 1 | 조회 2,701 | 2012.02.29
잠에서 깨일 때마다 이층침대 머리맡 창밖을 내다보면 시커먼 바다. 그 검푸른 물결을 가르고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속을 달리기만 하는 배. 항상 늦잠이 달아 잠뽀인 … 더보기

[335] 정서라는 양념 하나 더 김치

댓글 0 | 조회 2,702 | 2006.06.26
카렌다는 유월에 머물러 있는데 요즈음이 김장철이란다. 아직도 계절이 헷갈려 한국 같으면 지금이 몇월쯤에 해당되나 한 번씩 확인을 해봐야 수긍이 되니 여기 사람이 … 더보기

[305] 추억의 손수건

댓글 0 | 조회 2,719 | 2005.09.28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꼭 건강하셔야 해요.” 보통 때와 다르게 은근하고 진지한 목소리가 갈증나게 내 귀를 간지럽힌다. “지금 어디시여?” 늘상 알면서도 … 더보기

[343] 안녕하세요?

댓글 0 | 조회 2,721 | 2006.10.24
마감을 거의 앞둔 바쁜 시간에 허둥거리며 뛰어 들어간 우체국. 아무도 없는 빈 홀 안에 정리를 서두르는 직원들만 카운터 앞에서 서성거린다. “헬로! 쏘리”로 다가… 더보기

오월의 그 열기처럼

댓글 0 | 조회 2,724 | 2011.05.25
뜨겁게 달아 오르던 ‘제11대 한인회장’ 후보 세 사람의 열기도 이제 가라 앉았다.그 분들을 지켜보며 진정으로 우리 교민을 대표 할 한 사람을 가리느라 설왕설래 … 더보기

투표하러 가던 날

댓글 0 | 조회 2,740 | 2009.07.28
오늘은 아침부터 참 기분이 좋다. 어린애처럼 마음이 둥둥떠서 괜스레 콧노래도 흥얼거리고 사뿐사뿐 몸도 가볍다. "투표하러 가는 날". 이 나라에 와서 처음도 아닌… 더보기

12월의 노래

댓글 0 | 조회 2,744 | 2011.12.23
‘하늘을 쳐다보며 사-뿐 귀에다 손을 대보라 구름이 방긋 웃는 소리 고요하게 들린다.’ 밝고 맑은 꿈을 꾸던 어린시절. 푸른풀밭에 누워 드넓… 더보기

[339] 아름다운 고별

댓글 0 | 조회 2,747 | 2006.08.21
건강이 그리 양호한 편은 아니었지만 아직 병석에 눕지는 않으신 어느 어른의 갑작스런 부음을 듣는다. 밤새 안녕이라는 말의 실감에 전율이 온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 더보기

[321] 보자기의 예술(보자기 전시회를 다녀와서)

댓글 0 | 조회 2,753 | 2005.11.21
“현대 문명이 우리 여성들의 조신한 정서를 몽땅 탈취해갔구나” 해밀톤 시립 와이카토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보자기 전시회'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더보기

[275] 언니가 오셨네

댓글 0 | 조회 2,754 | 2005.09.28
요즈음 제법 살맛이 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언니가 오셨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지붕 밑에서 철없을 때 … 더보기

[367] 무지개를 따라서

댓글 0 | 조회 2,777 | 2007.10.24
무슨 사연인지 묻지는 못했지만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어느 중년의 여인. 아쉬움 속에 마지막 라운딩을 우리와 함께 하던 날이었다. 십칠홀을 끝내고 라스트 … 더보기

양귀비꽃 하루

댓글 0 | 조회 2,785 | 2008.11.26
찌프린 하늘이 회색으로 어둡다. 그 침침함 속에 문득 시야를 밝혀 오는 화사한 다홍색 물결, 두리번거리는 낯선이의 발길을 유혹하는 곳은 잘 정돈된 넓직한 파크였다… 더보기

[301] 쨈돌이 파이팅!

댓글 0 | 조회 2,788 | 2005.09.28
“주님 오늘도 그 아이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어 어렵지 않은 하루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요즈음 내 기도는 그렇게 시작되고 끝이 난다. 일곱살… 더보기

[351] 순아! 잘 다녀 와

댓글 0 | 조회 2,793 | 2007.02.26
아이의 나이는 그 때 세살이었다. 그 애가 집 마당에 나서면 휀스 저쪽으로 옆집 제 또래의 아이가 우연히 이 쪽을 바라보며 서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그 때마다… 더보기

[311] 엄마 마음=딸의 마음

댓글 0 | 조회 2,793 | 2005.09.28
한국에서 딸을 보러 오셨다는 내 또래의 어머니와 그의 딸이 함께 그룹이 되어 골프를 치던 날이다. 마흔을 한참이나 지난 중년의 딸이 대학 다 닐 때에 같이 배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