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 쌍둥이 아빠 고마워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22] 쌍둥이 아빠 고마워요

0 개 2,511 코리아타임즈
지치도록 피곤하게 운동하고 돌아와 막 현관문에 키를 꽂는 순간이다. 마치 내가 돌아왔음을 보고나 있듯이 안에서 요란스럽게 전화벨이 울려댄다. 누가 그리 때를 잘 맞췄을까? 조급하게 뛰어 들어가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저쪽의 익숙치않은 남자 목소리가 나를 의아하게 했다.    
  “저 ㅇㅇㅇ에 사는 쌍둥이 아빤데요. 기억하실라나 몰라요. ㅇㅇ네 집에서 뵈었는데……”
  
  아직 그런 분들을 잊어 버릴만큼 건망증이 오지 않았음이 다행이다. 주소를 알려 달라기에 가르쳐 주면서 무슨일 때문인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가 편지를 보내 드리려고요. 아마 전화 열 번도 더 돌렸습니다.”

  너무 뜻밖의 사람한테서 편지를 보내겠다는 말을 듣고 보니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 해도 다 저물어 가고 있으니 신년 인사장을 보내 주려나 보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쨌던 나를 잊지 않고 찾아 주는 사람은 그저 고맙고 반갑다.  

  내 이웃에 사는 아드님집에 오는 한국의 친구 ㅇㅇ씨가 올 때마다 그 젊은 남자분을 만나게 되곤했다. 그의 부모님이 내 친구 가까이 사시기에 어머님이 보내주신 물건들을 전해받고 자기들 부모님처럼 그 친구를 자주 찾아 주어 만나곤 했다. 이제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 간지도 오래되어 발길이 끊기고 잊은지도 한참이나 되었는데……, 남쪽 어딘가 한 시간 거리에서 올라온다고 했다. 아주 사근사근하고 예쁜 아내와 쌍둥이 딸을 두고 그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면서 겪는 이야기가 늘 재미있었다. 어려움도 같이 공감해주면서… (그분 사는 곳이 ㅇㅇㅇㅇ가 맞는구나) 언제인가 낯선 곳으로 골프 나드리를 가자고 지도를 보고 찾아 나섰던 곳이 우연찮게도 그곳이었다. 그쪽 어딘가에 골프장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과 만나기만 하면 들어 오던 시골동네가 바로 맞았다는게 반가웠다.

  바람 불고 사납던 어느 주말 오후, 착실하고 야무지게 준비해간 친구부부의 점심을 차안에서 해결하고 새로운 기대로 골프장에 들어섰는데 첫 홀 나갈 때부터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담한 시골 조용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어 엄청 호감이 가는데 손님 대접하는 날씨치고는 영 아니었다. 서둘러 비옷을 꺼내 입고 과감하게 시작은 했지만 해도 너무했다. 18홀 다 치도록 줄기차게 쏟아져 온 몸이 물쿵덩이에 빠진 생쥐꼴이었다. 다 저녁때 네 사람이 마지막 홀을 들어서는데 이층 카페에서 내려다보던 사람들이 창가에 모여 박수를 치고 있질 않은가. 우리 밖에 더는 사람이 없는 빈 골프장이었다. 조금 창피한 생각이 들었지만 누구 한사람 그만 두자는 말을 한마디도 안하고 끝까지 해냈으니 박수를 받을 만도 했다. ㅇㅇㅇㅇ는 그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며칠 후 큼직한 서류봉투에 담겨 온 그 분의 편지를 받았다. 뜯어보니 내 오래 전의 작품 하나가 얌전하게 코팅이 되어 들어있는 게 아닌가. 그것은 한국에서 언니가 다니러 오셨을 때의 것이니까 벌써 2년전에 쓴 것이다. 바삐 사는 젊은 분들은 책을 접할 시간이 없다. 더구나 광고를 겯드린 상업지가 작은 시골마을까지 갈리도 없기에 어디선가 모처럼 내 글을 만났던 것이다. 아는 사람의 것이라고 반가워서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코팅처리를 해서 본인에게 전하려던 것이 두 번째 통화에서 내가 글쟁이라는 것을 어디에선가 듣고 알아 버렸다며 그 성의가 맥 빠지게 되었음을 알려왔다. 분에 넘치는 찬사와 함께…….

  나는 이런 분들로 하여금 이 세상 살 맛이 나는 사람이잖은가 일상의 변함없는 굴레에서 나른한 권태로움을 느낄 때 내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불쑥 나타나면 나는 돌 틈에서 솟아나는 맑은 샘물을 만난 듯 새로운 기운이 나고 그들에게 살가운 정이 간다. 내가 외롭지 않게 살아가도록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들, 그들 때문에 나는 끊임없이 생각을 끌어 내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모래알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 중에서 오직 단 한 사람 내 짝이 있듯이 나를 공감하는 사람 한 사람만 있어도 나는 글을 써야만 할 것 같다. 그게 내가 잘 늙어가는 길인것 같아서……. 세상이 나라는 존재를 버리지 않고 인지해주고 있음에 고마움을 더하며…, 쌍둥이 아빠 고마워요.

[275] 언니가 오셨네

댓글 0 | 조회 2,745 | 2005.09.28
요즈음 제법 살맛이 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언니가 오셨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지붕 밑에서 철없을 때 … 더보기

[288] 영정 사진을 찍으며

댓글 0 | 조회 2,884 | 2005.09.28
아직은 아니에요. 10년쯤 후에나 찍으세요” 누군가가 던진 달콤한 위로의 말에 귀에 솔깃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어본다. 어느 포토 샵에서 영정 사진을 찍… 더보기

[294] 베티의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2,456 | 2005.09.28
무슨 꽃일까? 부스럼 앓는 나무처럼 꺼칠한 고목나무에서 바람결에 떨어져 내린 손톱같이 가느다란 꽃잎이 온통 바닥에 하얗다. 소복하게 차를 뒤덮은 어느날 아침 긴 … 더보기

[299] 사랑하는 나의 진정한 친구 K에게

댓글 0 | 조회 2,975 | 2005.09.28
해도 마지막 저무는 달이 다가왔군요. 달랑 한장 남은 카레다 앞에서 선뜻 그 마지막 한 장을넘기기가 아쉬워 마냥 그대로 두어 보지만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아무 의… 더보기

[301] 쨈돌이 파이팅!

댓글 0 | 조회 2,776 | 2005.09.28
“주님 오늘도 그 아이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어 어렵지 않은 하루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요즈음 내 기도는 그렇게 시작되고 끝이 난다. 일곱살… 더보기

[303] 아름다운 세상

댓글 0 | 조회 2,574 | 2005.09.28
며칠 전 내 편지함에 낯선 편지 한 통이 꽂혀 있었다. 복조리가 사진으로 찍혀 있는 근하신년 대한민국 우체국 카드였으니 분명 한국에서 보내 온 내 것이 틀림없었다… 더보기

[304] City의 밤 풍경

댓글 0 | 조회 2,621 | 2005.09.28
참 오래간만에 City에 나와 밤 거리를 걸어본다. 기승을 부리던 낮 더위가 먼 나라 이야기인양 살갗에 닿는 바람이 마냥 시원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민다. 낮의… 더보기

[305] 추억의 손수건

댓글 0 | 조회 2,709 | 2005.09.28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꼭 건강하셔야 해요.” 보통 때와 다르게 은근하고 진지한 목소리가 갈증나게 내 귀를 간지럽힌다. “지금 어디시여?” 늘상 알면서도 … 더보기

[306] 다알리아 아줌마

댓글 0 | 조회 2,840 | 2005.09.28
소담스럽게 핀 다알리아꽃이 방긋방긋 웃으며 휀스넘어로 윙크를 보내오는 그 집. 유난스럽게 키가 크고 잘 생긴 갖가지 색깔의 꽃들을 보며 길을 지날 때마다 그 집 … 더보기

[307] 진이의 유학일기

댓글 0 | 조회 2,832 | 2005.09.28
아주 가끔씩 나는 진이와 현이 남매가 생각난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어찌 지내고 있을까? 학교는 제대로 다니고 있는지, 아니면 돈 번다고 정말로 우유배달을 하고… 더보기

[309] 낙엽따라 떠난 갈색의 낭만

댓글 0 | 조회 2,690 | 2005.09.28
죽이 잘 맞는 자매님 내외와 흣날리는 낙엽따라 가을 여행을 떠난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 쓸쓸한 계절에 갑자기 들뜬 낭만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계획없이 이루어… 더보기

[310] 어떤 스케치

댓글 0 | 조회 2,677 | 2005.09.28
여기 문화에 익숙해질만큼은 살았는데 아직도 수영복 차림으로 남자들 앞에 다가서기가 민망스럽다. 평일의 오전에는 특히 호젓해서 남자들 세상 같아 더욱 어설프다. 쭈… 더보기

[311] 엄마 마음=딸의 마음

댓글 0 | 조회 2,784 | 2005.09.28
한국에서 딸을 보러 오셨다는 내 또래의 어머니와 그의 딸이 함께 그룹이 되어 골프를 치던 날이다. 마흔을 한참이나 지난 중년의 딸이 대학 다 닐 때에 같이 배웠다… 더보기

[312] 민들레 김치

댓글 0 | 조회 2,798 | 2005.09.28
비가 자주 내리더니 말라 붙었던 잔디가 기승을 부리듯 살아나고 온갖 잡초들이 서로 다투어 키자랑을 하듯 쑥쑥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 빠질세라 민들레도 한 몫끼어 … 더보기

[313] 바람이 흘리고 간 티끌이겠지…

댓글 0 | 조회 2,475 | 2005.09.28
친정 어머니가 아마 지금의 내 나이때쯤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날인가, 우리집엘 오셨는데 핸드백 안에서 불쑥 사진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네셨다. 모서리가 닳고 색도… 더보기

[314] 새 우 깡

댓글 0 | 조회 2,926 | 2005.09.28
새우 먹겠다고 바쁘게 달려온 세시간여의 여행, 그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모처럼 여행온 딸애를 위한 관광코스 중에 하나였기에 안내를 맡은 큰사위가 점심때를 … 더보기

[315] 골프장에서

댓글 0 | 조회 2,580 | 2005.09.28
참 변덕 많은 날씨가 뉴질랜드 날씨다. 나도 여기 살면서 날씨 닮아 그리 변덕스러워지면 어쩌나 슬며시 걱정도 된다. 파아란 하늘을 보며 기분좋게 달려가는 길인데 … 더보기

[316] 목련이 피었네, 뚝뚝 떨어지네

댓글 0 | 조회 2,813 | 2005.09.28
자두빛 물먹은 목련이 피었네, 분홍색 화사한 벗꽃도 피었네. 소리없이 살금살금 봄이 찾아온 모양인가. 우리는 아직도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데…. 볕발 좋으면 까짓… 더보기

[317] 솔잎 향기 그윽한 추석을 맞다

댓글 0 | 조회 2,521 | 2005.09.28
바람 몹씨 사납던 지난 주말, 추석을 이틀 앞둔 날이다. 그 바람 속에서 악전고투로 공을 날려야만 하는 막힌 데 없는 골프장.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럭… 더보기

[319] 서른여섯의 눈동자

댓글 0 | 조회 2,627 | 2005.10.25
혼자 사는게 심심하지 않느냐고 간혹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아마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말이리라.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전자 매… 더보기

[320] 그 비취에 가면.....

댓글 0 | 조회 2,518 | 2005.11.11
처음에 그 곳을 찾았을 땐 단순히 집에서 가깝다는 지리적인것 말고 달리 갈만한 그럴 듯한 곳을 찾지 못해서였는데 이제는 정이 들대로 들어서 헤어질 수 없는 친구처… 더보기

[321] 보자기의 예술(보자기 전시회를 다녀와서)

댓글 0 | 조회 2,740 | 2005.11.21
“현대 문명이 우리 여성들의 조신한 정서를 몽땅 탈취해갔구나” 해밀톤 시립 와이카토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보자기 전시회'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더보기

현재 [322] 쌍둥이 아빠 고마워요

댓글 0 | 조회 2,512 | 2005.12.12
지치도록 피곤하게 운동하고 돌아와 막 현관문에 키를 꽂는 순간이다. 마치 내가 돌아왔음을 보고나 있듯이 안에서 요란스럽게 전화벨이 울려댄다. 누가 그리 때를 잘 … 더보기

[323]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와이카토”

댓글 0 | 조회 2,642 | 2005.12.23
남반구인 이곳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내려쬐는 태양볕 아래 정열적으로 피어나는 포후투카화 꽃 속에서 맞이한다. 바람을 잔뜩 넣어 부풀려 만든 풍선 눈사람에 줏대없… 더보기

[324] Oh, my God! 雪花 秀

댓글 0 | 조회 2,828 | 2006.01.16
雪花! 그 글씨만 보아도 백옥같은 눈꽃이 눈에 시원하다. 요즈음 한국은 눈꽃 속에 파묻힌 하얀 나라란다. 싸한 바람 속에 소복 단장한 고궁 뒷 뜰을 산책하고 싶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