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보자기의 예술(보자기 전시회를 다녀와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21] 보자기의 예술(보자기 전시회를 다녀와서)

0 개 2,740 코리아타임즈
“현대 문명이 우리 여성들의 조신한 정서를 몽땅 탈취해갔구나”

  해밀톤 시립 와이카토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보자기 전시회'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스물 전에만 해도 집안에 들어 앉아 모란꽃에 나비가 찾아드는 동양자수 액자며, 어머니가 누벼 놓으신 동생 버선에도 작은 꽃들을 수놓았던 생각이 난다. 그러니 나보다 연상의 형님들은 손수 수놓아 만든 혼수품을 시집갈 때 가져가신 분들이니 모두가 반가운 시선으로 옛날을 회상하는 것같은 분위기였다. 허지만 200년이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먼저 가신 조상들의 얼과 혼이 담긴 옛것을 보기에 한층 가슴 뜨거운 흥분으로 설레임이 컸다.

  성냥갑보다도 더 작은 천에서부터 손누비 이불까지. 천을 귀맞추어 꿰매기도 힘드는데 한올 비틀리지도 어긋나지도 않게 맞춰 바른 네모, 긴 네모의 형체로 보를 만들었다. 거기에 앙징스럽도록 작은 꽃과 새와 동물들을 수놓고 쓰기 편리하게 끈을 달았다. 올이 탱탱한 생모시가 있는가 하면 아른아른하게 꽃무늬로 속이 비치는 숙고사 그리고 반질한 생명주, 가벼운 숙고사 보에는 항라로 가장자리 테를 둘렀다. 작은 세모가 모여모여 큰 세모로 모양도 가지가지 컬러의 조화도 멋스럽다. 흰색과 남색으로 비스듬한 사선으로 배치한 숙고사보는 현대감각에도 딱 맞아 벽걸이로 써도 손색이 없을만큼 심플하면서도 깔끔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두바늘 뜨기, 세바늘 뜨기로 라인을 만들어 모양을 내고 가운데 작은 리본을 달아 멋을 더한 솜씨가 어찌보면 궁상맞기까지 하다. 낮에는 가사에 바뻤을테니 늦은 밤 석유등잔 앞에 쭈그려앉아 만들었을 모습들이 청승스럽도록 안쓰럽게 그려졌다. 시집살이 힘든 스트레스를 무언가 이루어 내는 성취감으로 한 바늘 한 바늘 뜨면서 위안을 삼았을까? 아니면 눈물과 한을 밖으로 드러낸 게 꽃이 되고 나비가 되었는지…….

  그 시절에 화학적인 염료가 있을리 없으니 검은 베보자기는 먹물을 드렸을 터이고 진달래 물드린 분홍, 치자빛 노랑, 쑥이나 쪽으로도 염색을 했을텐테 그 자연색이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는 게 놀랍다.

  빨강 비단에 모란과 공작을 수놓은 1700년대의 활옷에는 「二性之合」이라고 쓰고 복숭아가지를 든 여성이 오른쪽 가슴과 어깨 쪽에 작게 수놓아져 있고 왼쪽에는 「原之福百」이라고 쓰고 남자가 또한 복숭아 가지를 들고 있는게 이색적이었다. 깃이 없고 바로 넓은 동정이 달려 있는데 그보다 100년 후인 1800년대의 원삼에는 그동안 깃이 생겼고 색동에 금박무늬가 선연했다. 그 때가 금박무늬의 유행시대였다고 하니 한 세기의 세월 속에 옷의 형태가 많이 세련되어 있음을 비교하게 된다. 귀신을 쫓는다는 복숭아 가지, 두 性이 합쳐져 백가지 복을 누리라는 뜻이 300년전 활옷에 담겨 있으니 오늘날의 웨딩드레스는 먼 훗날 어떤 의미로 받아 드릴지 궁금하기도 하다.

  여덟폭 꽃수가 찬연한 병풍 앞에 석유등잔, 반닫이, 화초장, 경대, 반짇고리, 다듬이돌, 방망이, 옛날촛대 그 옆에 큼직한 수틀이 있고 비단실들이 걸쳐져 있다. 수틀 밑에 예쁘게 수놓아 만든 자집, 바늘꽂이, 가위집, 얌전하게 수틀 앞에 앉아 수를 놓다가 방금 자리를 비운 듯한 반듯하게 꾸며진 「규방」앞에서 발길이 머문다. 그 모두를 손으로 해내는 바쁜 중에도 우리 조상 여인들은 아름다운 정서가 숨쉬고 있어 가위조차도 그냥 두질 않고 모양을 내서 집을 만들어 넣어 썼다. 어머니와 마주앉아 리듬을 맞추어 다듬이질 하던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나라 타악기의 시작이 다듬이 소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휘엉청 달밝은 밤에 멀리서 바람결을 타고 오는 다듬이질 소리는 한가닥 청아한 음률이었기에…….

  한국자수 박물관에서 수집한 7000여종 가운데 7, 80점을 이번에 뉴질랜드에 드려다가 전시했다는 특별한 기회였다. 외국에서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아름답게 돋보이는 자랑스러움과 우리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기에 값진 추억거리로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리운 고향산천 가고 싶은 마음은 꿈속에 끝없구나.
  한송정 정자가에 달빛만이 외로웠고
  경포대 앞에서는 한바탕 바람 불었지
  모래 위에 해오라기 모였다간 흩어지고
  바다 멀리 물결 타고 고깃배들 오며 가며
  언제 다시 임영길을 밟아 보고, 어머니 곁에서 함께 비단옷 바느질하리.』

  손으로는 수를 놓으며 머리로는 시상을 떠올렸을 그 방. 수틀 앞에 앉은 「신사임당」님을 그려본다.

[275] 언니가 오셨네

댓글 0 | 조회 2,745 | 2005.09.28
요즈음 제법 살맛이 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언니가 오셨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지붕 밑에서 철없을 때 … 더보기

[288] 영정 사진을 찍으며

댓글 0 | 조회 2,884 | 2005.09.28
아직은 아니에요. 10년쯤 후에나 찍으세요” 누군가가 던진 달콤한 위로의 말에 귀에 솔깃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어본다. 어느 포토 샵에서 영정 사진을 찍… 더보기

[294] 베티의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2,456 | 2005.09.28
무슨 꽃일까? 부스럼 앓는 나무처럼 꺼칠한 고목나무에서 바람결에 떨어져 내린 손톱같이 가느다란 꽃잎이 온통 바닥에 하얗다. 소복하게 차를 뒤덮은 어느날 아침 긴 … 더보기

[299] 사랑하는 나의 진정한 친구 K에게

댓글 0 | 조회 2,977 | 2005.09.28
해도 마지막 저무는 달이 다가왔군요. 달랑 한장 남은 카레다 앞에서 선뜻 그 마지막 한 장을넘기기가 아쉬워 마냥 그대로 두어 보지만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아무 의… 더보기

[301] 쨈돌이 파이팅!

댓글 0 | 조회 2,777 | 2005.09.28
“주님 오늘도 그 아이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어 어렵지 않은 하루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요즈음 내 기도는 그렇게 시작되고 끝이 난다. 일곱살… 더보기

[303] 아름다운 세상

댓글 0 | 조회 2,575 | 2005.09.28
며칠 전 내 편지함에 낯선 편지 한 통이 꽂혀 있었다. 복조리가 사진으로 찍혀 있는 근하신년 대한민국 우체국 카드였으니 분명 한국에서 보내 온 내 것이 틀림없었다… 더보기

[304] City의 밤 풍경

댓글 0 | 조회 2,621 | 2005.09.28
참 오래간만에 City에 나와 밤 거리를 걸어본다. 기승을 부리던 낮 더위가 먼 나라 이야기인양 살갗에 닿는 바람이 마냥 시원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민다. 낮의… 더보기

[305] 추억의 손수건

댓글 0 | 조회 2,710 | 2005.09.28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꼭 건강하셔야 해요.” 보통 때와 다르게 은근하고 진지한 목소리가 갈증나게 내 귀를 간지럽힌다. “지금 어디시여?” 늘상 알면서도 … 더보기

[306] 다알리아 아줌마

댓글 0 | 조회 2,841 | 2005.09.28
소담스럽게 핀 다알리아꽃이 방긋방긋 웃으며 휀스넘어로 윙크를 보내오는 그 집. 유난스럽게 키가 크고 잘 생긴 갖가지 색깔의 꽃들을 보며 길을 지날 때마다 그 집 … 더보기

[307] 진이의 유학일기

댓글 0 | 조회 2,833 | 2005.09.28
아주 가끔씩 나는 진이와 현이 남매가 생각난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어찌 지내고 있을까? 학교는 제대로 다니고 있는지, 아니면 돈 번다고 정말로 우유배달을 하고… 더보기

[309] 낙엽따라 떠난 갈색의 낭만

댓글 0 | 조회 2,691 | 2005.09.28
죽이 잘 맞는 자매님 내외와 흣날리는 낙엽따라 가을 여행을 떠난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 쓸쓸한 계절에 갑자기 들뜬 낭만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계획없이 이루어… 더보기

[310] 어떤 스케치

댓글 0 | 조회 2,677 | 2005.09.28
여기 문화에 익숙해질만큼은 살았는데 아직도 수영복 차림으로 남자들 앞에 다가서기가 민망스럽다. 평일의 오전에는 특히 호젓해서 남자들 세상 같아 더욱 어설프다. 쭈… 더보기

[311] 엄마 마음=딸의 마음

댓글 0 | 조회 2,784 | 2005.09.28
한국에서 딸을 보러 오셨다는 내 또래의 어머니와 그의 딸이 함께 그룹이 되어 골프를 치던 날이다. 마흔을 한참이나 지난 중년의 딸이 대학 다 닐 때에 같이 배웠다… 더보기

[312] 민들레 김치

댓글 0 | 조회 2,799 | 2005.09.28
비가 자주 내리더니 말라 붙었던 잔디가 기승을 부리듯 살아나고 온갖 잡초들이 서로 다투어 키자랑을 하듯 쑥쑥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 빠질세라 민들레도 한 몫끼어 … 더보기

[313] 바람이 흘리고 간 티끌이겠지…

댓글 0 | 조회 2,475 | 2005.09.28
친정 어머니가 아마 지금의 내 나이때쯤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날인가, 우리집엘 오셨는데 핸드백 안에서 불쑥 사진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네셨다. 모서리가 닳고 색도… 더보기

[314] 새 우 깡

댓글 0 | 조회 2,926 | 2005.09.28
새우 먹겠다고 바쁘게 달려온 세시간여의 여행, 그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모처럼 여행온 딸애를 위한 관광코스 중에 하나였기에 안내를 맡은 큰사위가 점심때를 … 더보기

[315] 골프장에서

댓글 0 | 조회 2,582 | 2005.09.28
참 변덕 많은 날씨가 뉴질랜드 날씨다. 나도 여기 살면서 날씨 닮아 그리 변덕스러워지면 어쩌나 슬며시 걱정도 된다. 파아란 하늘을 보며 기분좋게 달려가는 길인데 … 더보기

[316] 목련이 피었네, 뚝뚝 떨어지네

댓글 0 | 조회 2,815 | 2005.09.28
자두빛 물먹은 목련이 피었네, 분홍색 화사한 벗꽃도 피었네. 소리없이 살금살금 봄이 찾아온 모양인가. 우리는 아직도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데…. 볕발 좋으면 까짓… 더보기

[317] 솔잎 향기 그윽한 추석을 맞다

댓글 0 | 조회 2,524 | 2005.09.28
바람 몹씨 사납던 지난 주말, 추석을 이틀 앞둔 날이다. 그 바람 속에서 악전고투로 공을 날려야만 하는 막힌 데 없는 골프장.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럭… 더보기

[319] 서른여섯의 눈동자

댓글 0 | 조회 2,630 | 2005.10.25
혼자 사는게 심심하지 않느냐고 간혹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아마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말이리라.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전자 매… 더보기

[320] 그 비취에 가면.....

댓글 0 | 조회 2,519 | 2005.11.11
처음에 그 곳을 찾았을 땐 단순히 집에서 가깝다는 지리적인것 말고 달리 갈만한 그럴 듯한 곳을 찾지 못해서였는데 이제는 정이 들대로 들어서 헤어질 수 없는 친구처… 더보기

현재 [321] 보자기의 예술(보자기 전시회를 다녀와서)

댓글 0 | 조회 2,741 | 2005.11.21
“현대 문명이 우리 여성들의 조신한 정서를 몽땅 탈취해갔구나” 해밀톤 시립 와이카토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보자기 전시회'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더보기

[322] 쌍둥이 아빠 고마워요

댓글 0 | 조회 2,513 | 2005.12.12
지치도록 피곤하게 운동하고 돌아와 막 현관문에 키를 꽂는 순간이다. 마치 내가 돌아왔음을 보고나 있듯이 안에서 요란스럽게 전화벨이 울려댄다. 누가 그리 때를 잘 … 더보기

[323]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와이카토”

댓글 0 | 조회 2,643 | 2005.12.23
남반구인 이곳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내려쬐는 태양볕 아래 정열적으로 피어나는 포후투카화 꽃 속에서 맞이한다. 바람을 잔뜩 넣어 부풀려 만든 풍선 눈사람에 줏대없… 더보기

[324] Oh, my God! 雪花 秀

댓글 0 | 조회 2,829 | 2006.01.16
雪花! 그 글씨만 보아도 백옥같은 눈꽃이 눈에 시원하다. 요즈음 한국은 눈꽃 속에 파묻힌 하얀 나라란다. 싸한 바람 속에 소복 단장한 고궁 뒷 뜰을 산책하고 싶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