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새 우 깡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14] 새 우 깡

0 개 2,930 코리아타임즈
새우 먹겠다고 바쁘게 달려온 세시간여의 여행, 그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모처럼 여행온 딸애를 위한 관광코스 중에 하나였기에 안내를 맡은 큰사위가 점심때를 맞추느라 애를 쓴다.
  조금 늦은 점심때, 출출해진 속에 달작지근하게 입맛 땡기는 새우의 유혹으로 기대감이 부푼다. 그는 일 때문에 자주 다니는 길목이어서 가끔씩 들린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런 기회가 아니면 쉽게 맘먹고 와 볼 수가 없질 않은가.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하게 나뉘어진 마치 시골 논 못자리같은 양식장이 꽤 넓게 자리한 가운데 커다란 건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바다 냄새와 다른 특유하게 비릿한 냄새가 후각 속으로 파고든다. 지열 발전소가 멀지 않은 산 자락에,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물을 이용해서 양식장을 만들었다던가.
  깨끗하고 넓은 홀에는 일부러 알고 찾아온 관광객들이 제법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운데 큼직한 난로에서 활활 타 오르는 불길이 커텐도 없이 썰렁한 실내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준다. 근접한 양식장을 직접 내다 볼 수있도록 유리문으로만 만든 모양이다. 여름철엔 문밖 테이블에 앉으면 좋을 것 같은데 비취파라솔 밑에 테이블이 썰렁하게 비어있다. 더러 밖에 나가 빵을 뜯어 던져주는 사람들이 보인다. 받아 먹는 새우들의 멋진 곡예를 보기 위해서겠지. 온갖 새우의 요리가 거기에 다 있는 것 같다.
  아이들과 일행 여섯이 제각각 다른 것으로 시켜본다. 갖가지 맛을 다 보자는 생각에서…, 새우스프, 새우버거, 새우 샐러드 등 새우를 포식하는 날인가.  쫀득한 마늘빵에 겯드려서 스프가 부드럽고 맛있다. 모두가 우리 입맛에 잘 맞았지만 맨 나중에 여러 가지 것들을 함께 섞어서 버무린 우리들 자작요리(?)가 최고의 맛임에 놀랐다. “새우 야채 과일 올 소스 믹스”라 할까.
  여행은 보는 것만이 즐거운게 아니고 색다른 음식을 먹어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데 그 자리에서 금방 건져 올린 생물을 요리해 먹는다는 신선함 같은게 재미롭다. 한국 같으면 가는 곳마다 토속음식이 있어 도토리묵이며 산채비빔밥, 더덕구이 같은 먹거리도 많아 먹는 재미가 특별한데 여기는 그런게 없질 않은가. 서해안 새우 소금구이가 한창이던 옛날 생각이 간절하다.
  화장실에 다녀온 아이들이 거기도 새우가 있다고 희안해 한다. 문 손잡이까지 새우를 깎아 만든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철저하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밖의 매장에 나오니 큼직한 어항 속에서 새우들이 놀고 있다. “새우도 까맣다.” 어린 손녀가 하는 말이다. 빨간 새우를 먹었는데 살아 있는 것은 까맣다는 말. 어떤 며느리가 시아버님이 좋아 하시는 게를 사려고 시장에 갖는데 온통 검정 게만 있을뿐 빨간게가 없어 실망해서 돌아왔다. “아버님이 잘 잡수시는 빨간게가 없어서 못 사왔는 걸요. 그건 어디서 파나요?”
“내 눈에는 온통 빨간게 뿐이던데 네 눈엔 그게 모두 검게 보이던가 보다”
  살림물정 모르는 며느리가 하도 우스워서 그렇게 말해 한바탕 웃었다는 우리 집안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아이가 알고 있어 익히면 빨개진다는 것을 저는 안다고 제법 뻐기는 말투다.
“어머 이거 새우깡 아냐!!”누군가가 놀래서 하는 말에 우루루 쫓아 가보니 우리의 그 유명한 새우깡이 진열대위에서 자랑스럽게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그도 우리처럼 먼 길을 떠나와 새우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집에서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감회로웠다. 한국 식품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을 이런 곳에서 보게 되니 휠씬 그 진가가 돋보였다. 새우깡이 처음 나왔을 시절에 엄청 먹어댔던 생각이 난다. 시도 때도 없이 주전부리에 맥주 안주로도 얼마나 사랑을 받았나. “메이드 인 코리아”가 자랑스럽다. 옆의 낯선 얼굴들이 들으라고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한 번 더 소리쳐 본다. 이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하게 되나 보다. 배도 부르지만 정신적인 충만감이 더 앞서 이번 여행이 멋지게 시작됨을 마음속으로 자축했다.
  밖에 나오니 태공들이 낚시를 드리우고 앉아 있는 모습이 먼 발치로 보였다. 그것도 투어 이벤트의 하나라니 짧은 시간에 얼마나 잡을런지…, 허지만 스낵과자 새우깡 하나로 코리안의 자부심을 낚은 우리의 기쁨을 어찌 따를소냐.  

[319] 서른여섯의 눈동자

댓글 0 | 조회 2,633 | 2005.10.25
혼자 사는게 심심하지 않느냐고 간혹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아마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말이리라.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전자 매… 더보기

[317] 솔잎 향기 그윽한 추석을 맞다

댓글 0 | 조회 2,527 | 2005.09.28
바람 몹씨 사납던 지난 주말, 추석을 이틀 앞둔 날이다. 그 바람 속에서 악전고투로 공을 날려야만 하는 막힌 데 없는 골프장.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럭… 더보기

[316] 목련이 피었네, 뚝뚝 떨어지네

댓글 0 | 조회 2,822 | 2005.09.28
자두빛 물먹은 목련이 피었네, 분홍색 화사한 벗꽃도 피었네. 소리없이 살금살금 봄이 찾아온 모양인가. 우리는 아직도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데…. 볕발 좋으면 까짓… 더보기

[315] 골프장에서

댓글 0 | 조회 2,585 | 2005.09.28
참 변덕 많은 날씨가 뉴질랜드 날씨다. 나도 여기 살면서 날씨 닮아 그리 변덕스러워지면 어쩌나 슬며시 걱정도 된다. 파아란 하늘을 보며 기분좋게 달려가는 길인데 … 더보기

현재 [314] 새 우 깡

댓글 0 | 조회 2,931 | 2005.09.28
새우 먹겠다고 바쁘게 달려온 세시간여의 여행, 그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모처럼 여행온 딸애를 위한 관광코스 중에 하나였기에 안내를 맡은 큰사위가 점심때를 … 더보기

[313] 바람이 흘리고 간 티끌이겠지…

댓글 0 | 조회 2,482 | 2005.09.28
친정 어머니가 아마 지금의 내 나이때쯤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날인가, 우리집엘 오셨는데 핸드백 안에서 불쑥 사진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네셨다. 모서리가 닳고 색도… 더보기

[312] 민들레 김치

댓글 0 | 조회 2,804 | 2005.09.28
비가 자주 내리더니 말라 붙었던 잔디가 기승을 부리듯 살아나고 온갖 잡초들이 서로 다투어 키자랑을 하듯 쑥쑥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 빠질세라 민들레도 한 몫끼어 … 더보기

[311] 엄마 마음=딸의 마음

댓글 0 | 조회 2,790 | 2005.09.28
한국에서 딸을 보러 오셨다는 내 또래의 어머니와 그의 딸이 함께 그룹이 되어 골프를 치던 날이다. 마흔을 한참이나 지난 중년의 딸이 대학 다 닐 때에 같이 배웠다… 더보기

[310] 어떤 스케치

댓글 0 | 조회 2,679 | 2005.09.28
여기 문화에 익숙해질만큼은 살았는데 아직도 수영복 차림으로 남자들 앞에 다가서기가 민망스럽다. 평일의 오전에는 특히 호젓해서 남자들 세상 같아 더욱 어설프다. 쭈… 더보기

[309] 낙엽따라 떠난 갈색의 낭만

댓글 0 | 조회 2,694 | 2005.09.28
죽이 잘 맞는 자매님 내외와 흣날리는 낙엽따라 가을 여행을 떠난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 쓸쓸한 계절에 갑자기 들뜬 낭만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계획없이 이루어… 더보기

[307] 진이의 유학일기

댓글 0 | 조회 2,839 | 2005.09.28
아주 가끔씩 나는 진이와 현이 남매가 생각난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어찌 지내고 있을까? 학교는 제대로 다니고 있는지, 아니면 돈 번다고 정말로 우유배달을 하고… 더보기

[306] 다알리아 아줌마

댓글 0 | 조회 2,845 | 2005.09.28
소담스럽게 핀 다알리아꽃이 방긋방긋 웃으며 휀스넘어로 윙크를 보내오는 그 집. 유난스럽게 키가 크고 잘 생긴 갖가지 색깔의 꽃들을 보며 길을 지날 때마다 그 집 … 더보기

[305] 추억의 손수건

댓글 0 | 조회 2,714 | 2005.09.28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꼭 건강하셔야 해요.” 보통 때와 다르게 은근하고 진지한 목소리가 갈증나게 내 귀를 간지럽힌다. “지금 어디시여?” 늘상 알면서도 … 더보기

[304] City의 밤 풍경

댓글 0 | 조회 2,629 | 2005.09.28
참 오래간만에 City에 나와 밤 거리를 걸어본다. 기승을 부리던 낮 더위가 먼 나라 이야기인양 살갗에 닿는 바람이 마냥 시원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민다. 낮의… 더보기

[303] 아름다운 세상

댓글 0 | 조회 2,583 | 2005.09.28
며칠 전 내 편지함에 낯선 편지 한 통이 꽂혀 있었다. 복조리가 사진으로 찍혀 있는 근하신년 대한민국 우체국 카드였으니 분명 한국에서 보내 온 내 것이 틀림없었다… 더보기

[301] 쨈돌이 파이팅!

댓글 0 | 조회 2,782 | 2005.09.28
“주님 오늘도 그 아이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어 어렵지 않은 하루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요즈음 내 기도는 그렇게 시작되고 끝이 난다. 일곱살… 더보기

[299] 사랑하는 나의 진정한 친구 K에게

댓글 0 | 조회 2,982 | 2005.09.28
해도 마지막 저무는 달이 다가왔군요. 달랑 한장 남은 카레다 앞에서 선뜻 그 마지막 한 장을넘기기가 아쉬워 마냥 그대로 두어 보지만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아무 의… 더보기

[294] 베티의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2,462 | 2005.09.28
무슨 꽃일까? 부스럼 앓는 나무처럼 꺼칠한 고목나무에서 바람결에 떨어져 내린 손톱같이 가느다란 꽃잎이 온통 바닥에 하얗다. 소복하게 차를 뒤덮은 어느날 아침 긴 … 더보기

[288] 영정 사진을 찍으며

댓글 0 | 조회 2,889 | 2005.09.28
아직은 아니에요. 10년쯤 후에나 찍으세요” 누군가가 던진 달콤한 위로의 말에 귀에 솔깃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어본다. 어느 포토 샵에서 영정 사진을 찍… 더보기

[275] 언니가 오셨네

댓글 0 | 조회 2,751 | 2005.09.28
요즈음 제법 살맛이 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언니가 오셨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지붕 밑에서 철없을 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