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음(知音)은 어디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나의 지음(知音)은 어디에?

2 3,365 김영나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은 가만히 있어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재주들이 있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표정만 봐도 이심전심이 가능하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경지를 ‘지음(知音)’이라 한다. 중국 진나라 시절 거문고를 잘 켜던 ‘유백아’와 그 소리를 잘 알아주던 ‘종자기’의 고사에서 나온 얘기. 유백아는 종자기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고 두 번 다시 거문고를 켜지 않았다. 불가(佛家)의 대자대비, 중생들의 서원담당 관세음(觀世音)보살도 세상의 소리를 듣고 구제해주는 보살이다. 입보다 귀를 상석에 앉히라는 것도 소리를 잘 들으라는 말이다. 여기서 ‘소리’라는 것은 성대를 통해 나온 음성이 아니다. 영혼에서 울려 나오는 메시지, 혹은 어떤 기운을 알아차리라는 것이 아닐까.
 
나는 후배와 통화를 하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날은 뼈 속으로 추위가 스미는 스산한 날이었는데, 맨발로 찻집에 두어 시간 앉아 있다 온 후였다. 
 
“---선배, 발이 너무 차. 족욕 좀 해야 겠는데. 한 일주일은 해야 냉기가 빠질 거야. 커피 포트에 물 끓여가면서, 식으면 조금씩 붜 주고--- 난 뭐 커피포트를 그런 용도로 사용한다니까---”   

워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하면서, 후배가 신기 들린 무당처럼 느껴졌다. 

서울과 오클랜드는 비행기로 11시간이나 되는 거리다. 물론 후배가 기(氣) 수련을 2년 동안 했다지만, 그녀가 나의 지음이 아니었다면 서로 찌르르 통했을까? 그 후배는 어느 날, 또 이런 말도 했다. 

“선배, 왼쪽 갈비뼈 아래가 결리지?---으으---나도 아프다.” 

그날 이후 나는 내 몸 상태가 아주 좋을 때만 후배와 통화한다. 지구의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아픈 기운을 전염시키지 않기 위해서. 

나의 지음은 항상 내편이 되어주고 나를 걱정해준다. 어떤 경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필요하다. 소진되어가는 에너지를 충전시켜주고, 살아갈 이유를 부여해주는 소울 메이트이기 때문에. 

오클랜드에 13년째 살면서 간신히 만들어지려(?) 했던 지음은 한국으로 돌아가버렸다. 물론 한국에 살 때도 나는 진정한 영혼의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소울 메이트를 갈망했지만, 겨우 한 두명 찾아냈을까. 공자는 일생에 친구 한 명 얻기 힘들고, 두 명은 과하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진정 뼈 속까지 시리도록 파고든다. 

그리하여 나는 노트북을 펼쳐놓고 자판을 두드렸다. 소설가 박민규는 2010년, ‘아침의 문’으로 34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연탄불을 피워놓고 단체로(?) 자살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중 하나였던 나는 운 좋게(?) 죽지 않고 깨어나서 건너편 건물의 옥상 위에서 애를 낳는 한 여자 아이를 보게 되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처럼 비릿하고 짭쪼름한 자학과 피학과 가학의 냄새도 나고 구원의 향기도 얼핏 떠도는 소설이다. 그런데 소설보다 더 파격적인 것은 작가의 변이었다. 박민규는 ‘공부는 불쌍한 인간이 스스로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공양(供養)이다’라는 덕목을 세웠다. 그는 좋은 공양을 위해 몇 가지 원칙도 마련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볼 일을 만들지 않는다, 화를 내지 않는다, 겸손해진다, 생깐다(경조사들!), 그래요 당신이 옳아요라고 말한다, 양보한다, 손해를 본다’ 등이다. 그의 원칙은 시간과 감정의 낭비, 불필요한 열정 등 정말 많은 것을 절약해주고, 오로지 글 쓰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일 터. 
 
나도 오클랜드에 살다보니 본의 아니게(?) ‘볼 일이 별로 많지 않아’ 박민규의 원칙을 손톱만큼 닮아가게 되었다. 게다가 손가락 끝에서 중구난방 뛰쳐나가는 자판의 활자들을 다스리기 위한 좌표도 세워야만 했다. ‘서정적일 것, 꿰뚫어볼 것, 공감을 살 것’ 등이다. 우리네 삶이 비루해지고 강퍅해진 것은 서정을 잃어버려서, 혹은 비루해지고 강퍅해져서 서정을 잃었다고 느끼기 때문에, 인간들이 잃어가고 있는 감정 중에 반드시 되찾아야 할 것이 ‘서정’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날선 비판이 최고의 덕목인 칼럼과 서정의 조화를 시도했다. 삶의 표피가 아니라 진실을 찾아 통찰할 것, 그리하여 많은 지음을 만들 것. 단 세 가지였다. 그러나 뭐 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는 듯 하다. 
 
어쩜 어떤 원칙이나 덕목을 세워놓는 것 조차도 의미 없는 일이 아닌가. 살다보면 장님처럼 더듬거리는 나날들이 더 많은데---. 
은하수별
살수록 돌아보면 내 잣대가 내 헛점을 만들었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가장 편하게 친절하게 살아가려고 해도 좋은 벗을 만날 때가 있어요. 꼭 그 누군가 한 사람만을 고집하다가 내 잣대가 점점 앙상해질까 걱정되어 어느날.. 나는 편한 길을 걷기 시작했답니다. 그냥 오늘 하루 행복하기..
ygna7
은하수별님!
항상 행복하시고,건강하세요.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482 | 2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268 | 3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56 | 4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166 | 4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26 | 4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472 | 4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22 | 4일전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18 | 4일전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60 | 4일전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45 | 5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481 | 5일전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293 | 5일전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141 | 5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92 | 5일전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09 | 5일전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31 | 5일전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99 | 5일전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296 | 7일전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70 | 9일전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50 | 9일전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8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31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20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423 | 2025.11.26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