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엄마 마음=딸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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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엄마 마음=딸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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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딸을 보러 오셨다는 내 또래의 어머니와 그의 딸이 함께 그룹이 되어 골프를 치던 날이다. 마흔을 한참이나 지난 중년의 딸이 대학 다 닐 때에 같이 배웠다니 그들 모녀의 실력이 만만치가 않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결혼해 아이 낳고 살림하느라 많이 쉬었다는 딸의 말처럼 어머니의 구력이 한 수 위인걸 알게 된다.
  젊은이들처럼 스윙폼이 여유롭고 유연해서 가볍게 공을 날리며 조용하고 무게있는 인품도 역시 돋보이는 분이었다. 허지만 딸이 드라이브 샷을 날릴 때마다 “나이스 샷”하고 외치는 목소리만은 그 누구보다도 크고 우렁차서 놀랍다. 아무개 엄마가 아니고 어렸을 때처럼 ㅇㅇ아 이름을 부르며 아주 잘 했다고 칭찬해 주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마냥 푸근하고 흐뭇했다.
  벙커가 도사리고 있는 홀에서 딸의 공이 또르르 그리 들어가면 안타까워하던 어머니의 공도 영낙없이 그리 따라 들어간다. 자식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동참해서 위로해주는 친구가 되듯이……, 이번에는 슬라이스가 난 엄마의 방향으로 자력에 이끌리듯 딸의 공이 따라가는 것도 필연적인 우연같아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다. 부모 자식간의 본능적인 사랑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리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어머니라는 믿음과 자식이라는 이름의 연관성은 힘을 실어주고 용기를 주는 서로간에 구심점이 되는게 분명하다. 부러움이랄까 묘한 기분으로, 이럴 때 나도 딸이 있다는게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내가 아주 젊었을 때다. 어느 백일장에서 얌전하게 머릿기름 발라 쪽을 찌고 양가집 규수같이 한복 곱게 차려 입은 어머니와 멋진 양장으로 몸매 고운 신식딸이 함께 파란 잔디밭에 옆디어 글을 쓰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나도 언젠 인가는 꼭 한 번 그렇게 해보리라…, 초등학생인 어린 딸을 생각하며 다짐을 했었는데 그 애가 대학생이 되었을때 나는 그 꿈을 이루었다.
  ㅇㅇㅇㅇ백일장에 아이와 함께 참석해 고궁 담장에 등 기대고 나란히 앉아 두발 편안히 뻗고 각자 생각을 고르던 때가 있었다. “이 애는 내 딸이에요.”누군가 물어주면 그렇게 자랑하고 싶었다.
“잘 돼 가니?”
“엄마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아”
  손가락으로 볼펜을 굴리며 골돌한 아이에게“잘 해 봐 우리 딸 파이팅”모녀간에 추억을 엮어 내는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인가. 그 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콩콩 뛴다. 글이 무엇이고 입상이 중요한게 아니고 공통의 주제를 가진 자리에 자식과 같이라는 대견함과 뿌듯한 기쁨 때문이었다.
  이제 그 때의 내 나이가 되어가는 딸은 엄마보다는 제 식솔들한테 얽매어 나와 함께 할 시간이 드물어지고 있다. 더구나 현대사회는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 세태이쟎은가. 거기 더해서 이민 생활이란게 부부함께 뛰어야 먹고 사는 형편이니 어쩔 수가 없다. 허지만 그들이 항상 마음 안에 가득차 있어 버팀목으로 살아갈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게 인생임을 절감하면서…….
  골프장에서의 모녀가 잔잔한 마음을 흔들어 놓아 나도 그럴 수 있다는 과시를 하고 싶을 때 이심전심일까 “엄마 나 엄마 보러 갈꺼야”한국의 딸애에게서 기쁜소식이 날아든다. 이년만에 한 번씩 들어갔던 고국행을 건너 뛰려 했더니 이번에는 아이가 온다고 하는 것이다. 아무렴 어찌 내 마음을 그리 꿰뚫었을까. 지금부터 가슴이 설레인다. 살림에 사업에 바쁜 나날들 속에 틈을 내어 이 먼 길을 오려고 한다니 주체할 수 없는 감동과 감격으로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동안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더 예뻐졌을까? 힘들어 상했을까? 그도 나이 먹어 가니 전같지는 않을테지. 헤어스타일은 어떨까? 매일 매일 심심할 시간이 없다. 아이 때처럼 꼭 끌어 안고 자야지. 비록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같이 밥 먹고 한 침대에 딩굴며 함께 행동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내 인생에 이렇게 흥분되는 날이 몇 번이나 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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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꽃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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