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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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0 개 2,300 김영나
봄날 밤, 벚꽃놀이를 했었다. 동행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눈웃음치며 내게 왈칵 달려들던 정숙한 듯 요부 같던 벚꽃의 뜨거운 기운은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눈처럼 나비처럼 혹은 작은 물고기들처럼 공기 속을 유영하던 벚꽃. 

아, 수선스럽게 벚꽃 피는 봄날, 뉴질랜드 한인들은 너무 조용하다. 침묵의 봄날이다. 

‘침묵’이란 단어는 그 앞 뒤로 붙는 수식어나 서술어가 뜻밖에도 다양하다. 침묵은 금이다, 무거운 침묵, 뜨거운 침묵, 이해할 수 없는 침묵, 숨막히는 침묵, 위대한 침묵---. 그런데 침묵은 금이 아니라 똥일수도 있으며, 침묵의 그림자는 오랜 세월 머리 위 태양 빛을 가릴 수 있다.  
 
일전에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지인을 만났다. 그가 이런저런 사연을 지닌 사람들과 상담하는 현장은 Asian Community Services Trust(ACST)이다. 그런데 그 기관은 누가 만들었을까? 아시안이라면 중국, 한국, 일본, 필리핀, 인도 등 여러 나라를 싸잡아서 말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리더가 되고 있는 아시안은 중국계다. 혹자는 이민 역사나 이민자 수가 한인보다 10배 많은 중국인이 주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계가 100년도 훨씬 더 되는 고목으로 자랐다고 해서 그 싹을 짐작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옛말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빛나는 초록의 포부 당당한 떡잎과 싹수가 노란 떡잎은 예지력이 없더라도 미래가 훤히 판가름된다. 중국계가 주도하여 만든 여타의 기관들은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기금이나 지원금을 받아내고 비 주도 아시안들은 그 옆에서 콩고물을 얻어먹고 있다.  
 
한때 우리는 국민당 전 국회의원 팬시 웡에게 목소리를 내달라고 많이 의존했었다. 팬시 웡에 대한 기억은, ‘발품을 많이 팔던 친절한 정치인’이다. 그녀는, 이민 역사도 짧고 구심점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한인 이민 사회를 위해 한인 보좌관을 두고, 한인 매스컴에도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면서 한인들을 챙겼다. 그녀는 2010년 12월 14일 의원직을 사임할 때까지, 14년 동안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었다. 이를테면 2004년, 시민권 신청 자격을 뉴질랜드 거주 3년에서 5년으로 바꾸려하자 법안 저지 서명 운동을 주도했다. 2006년에는 해밀턴 와이카토 한인회를 방문, 얼마 안되는 교민들이 지역사회를 잘 꾸려가고 있는 것을 치하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2007년에는 유학생 감소에 대한 노동당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연일 반 아시안 논조로 뉴질랜드 이민 정책을 비난하고 여론몰이에 앞장섰던 뉴질랜드 제일당 피터스의 대항마로서, 반 아시안 정서를 강력히 경고했던 것도 팬시 웡이었다.  
 
얼마 전, 소수민족부 정무차관 멜리사 리는 투자 접근법이라는 복지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사회 복지 수당을 받는 아이들에게 건강 웰빙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복지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다. 자발적 실업을 자처하며 복지의 덫에 걸리고 늪에 빠지고 싶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가 얼마나 될까? 복지 개혁에 매달리기 전에 먼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뉴질랜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먼저 고민하는게 맞는 순서다. 
 
요즘, 저절로 깨달아진 사실이 있다. 뜬구름 같은 구호, 추상적이고 실천력이 결여된 것은 나쁜 정치요, 구체적이고 실천력이 따라주는 것은 좋은 정치라는 것. 한국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너나 할 것 없이 경제 민주화, 복지, 평화를 부르짖고 있는데 추상적인 립서비스가 대부분. 배수구가 막혔다는 제보를 받고 그 현장으로 뛰쳐나간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어찌보면 사소하지만 그런 행동이 우리 삶의 등대라는 것.

정치인을 뛰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목소리다. 팬시 웡이 의원 시절, 한인들에게 부탁 한 것도 능동적 역할이었다. 각종 현안과 건의 사항을 정부와 관계 기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라는 것. 목소리를 내야 힘도 생기고 권리도 얻고 떡고물이라도 챙기고, 행동하는 정치인을 만들고 살림살이 나아질 것 아닌가.

침묵할수록 우리 삶은 비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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