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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스타일

3 3,636 김영나


이민 생활의 방향, 성패는 뉴질랜드에 도착해 누구를 만났는지, 최초 며칠에 따라 결정된다는 속설이 있다. 제법 신빙성이 크다. 내가 하버브리지 남쪽에서 13년째 살고 있는 이유도 오클랜드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선배 때문이었다. 선배의 자녀들은 일명 오클랜드 8학군이라는 남녀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내 아이도 그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교육 현실이 참담해 뉴질랜드까지 왔는데, 여기서도 학군 타령이라니---? 선배는 또 하버브리지 북쪽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 이민 생활 적응이 어려우니 되도록 남쪽에서 살라고도 말했다. 새들은 알에서 깨어나 처음 본 것, 첫 소리를 어미라 알고 따른다. 이민 초자인 나는 알에서 막 깨어난 새일 수밖에. 
 
세월은 흘렀다. 한국 교민의 8,90%가 노스쇼어 시에 둥지를 틀었다. 자연히 한국 식품점, 식당, 야채가게, 건강식품점 등이 대부분 강북에 터전을 꾸렸다. 건강을 증진시키고 스트레스와 지방을 날려준다는 에어로빅 교실도 북쪽이다. 각종 이벤트도 북쪽을 중심으로 개최되곤 했다. 배추 농장을 가거나 한인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선 북으로 갈 수밖에.  

하버브리지를 건너 북쪽으로 올라갈 때면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인 허리가 잘린 한반도의 데자뷰를 느낀다. 하버브리지가 평화의 다리이고 나는 평양으로 달리고 있는가, 금강산 구경길에 나섰는가. 혹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소통이 불통인 조국의 비극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한국에는 강남 스타일이, 오클랜드에는 강북 스타일이 존재하고 있음을 신기해 한다. 한국은 북반구, 뉴질랜드는 남반구여서?

봄이 막 움트던 날, 하버브리지 북쪽 밀포드의 일식당에서 지인들을 만났다. 날씨는 화창했고, 자목련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나의 강남이 오래되어 비 내리는 흑백 필름이라면, 강북은 낡은 흑백 필름에 칼라를 입히고 흥행을 기다리는 명작 영화 같았다. 거의 일년 만에 만난 지인들은 늙지 않는 명작 속 배우들처럼 변함없는 모습으로 서로를 반겼다. 유튜브 조회수 1억건을 넘어선 ‘강남 스타일(싸이)’의 여자와 사나이였다.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낮에는 너만큼 따사로운 그런 사나이---’
 


우리가 만난 일식당은 인근에서 꽤 유명한 곳이었다. 주문한 음식은 한 편의 서정시처럼 정겨웠다. 연어의 붉은 색과 오이 장아찌의 초록, 노르스름한 생강편과 스시 위로 뾰족 올라온 아보카도가 오밀조밀 조화로웠다. 조그만 국자에는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 디저트가 담겨 있었는데, 붉은 산딸기와 초록 민트가 장식되어 있었다. 요리는 눈으로 감동받고, 코로 입맛 다시고, 입으로 즐기는 것. 내 눈이 먼저 사로잡히고 곧 이어 코와 입과 위장이 포획되었다.  



음식처럼 정직한 것이 있을까. 아무리 편법을 써서 맛 있는 척, 좋은 재료를 넣은 척, 정성들여 만든 척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거짓은 조미료처럼 역겨운 맛을 낸다. 그래서 밥 한 사발에 김치 한 그릇이라도 엄마의 음식이 맛 있는 법. 진실하므로.

“제가 사는 남쪽에는 이 정도로 하는 집을 찾기 힘들어요. 정통이 아니면서 척척척 하니까요.” 

우리 일행은 한 편의 시를 위장에 집어 넣고 커피가 맛있다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알프스의 나라에서 온 주인이 운영하는 카페였다. 깊고 부드럽고 천박하지 않은 커피 맛이었다. 위안과 향기와 황홀한 사랑이 내 입 안을 한 바퀴 돌고 또 한 편의 시처럼 위장으로 내려갔다. 요즘엔 가슴을 감동시키고 머리를 냉각시키는 시(詩)보다 위장을 포만감 있게 부풀려 주는 맛 있는 음식이나 좋은 차, 향기로운 술이 더 좋다. 속물이 다 되었다. 오클랜드 강남 여자가 오클랜드 강북 스타일을 좋아라 했다. 하지만, 이민 오자마자 닻을 내린 제2의 고향에 정이 들어서 강북으로 이사 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 

한국의 강남은 소시민이 갈망하는 삶의 지향점이 되어버렸다. 물론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섹스어필과 코믹이 믹스되어 강남의 라이프 스타일을 B급 오락물로 평가절하시켰다. 전략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강남, 오클랜드의 강북 스타일은 확실히 질적으로 우수한 면이 있다. ‘배부르게 먹었어요?’가 아닌 ‘맛있게 먹었어요?’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는 시절이니까. 
 
한인 이민 사회가 질적 양적으로 발전해서 강남과 강북이 소통하고, 웰링턴 크라이스트처치 등 지방의 교민들까지 아우르는 아름다운 날들이 오기를 고대해본다. 
 
eoqkr
아무리 편법을 써서 맛 있는 척, 좋은 재료를 넣은 척, 정성들여 만든 척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거짓은 조미료처럼 역겨운 맛을 낸다. 그래서 밥 한 사발에 김치 한 그릇이라도 엄마의 음식이 맛 있는 법. 진실하므로..
 

“제가 사는 남쪽에는 이 정도로 하는 집을 찾기 힘들어요. 정통이 아니면서 척척척 하니까요.”

.......
지금같은 불경기에 사업하시는 교민분들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루하루를 사시고 계십니다. 겉으로 생생내지않고 묵묵히 좋은날을 희망삼아 힘들어도 버티고계시는 분들이 많은걸로 알고있습니다.
참 슬프네요... 남쪽에 있는 식당들은 편법을 써서 역겨운 맛이나는 식당으로 전략해 버린것 같아...
척척척 하면서 사업하시는분들이 얼마나 계실까요...
가족의 생계가 달린문제인데...
척척척 하면서 치맛바람 날리시는 분들 북쪽에 더 많으시다 들었습니다...
여긴 한국이아닌 뉴질랜드인데...
슬픕니다...
남쪽사는 교민...
은하수별
남쪽에 대한 생각도 편견일 수 있어요. 어디서 살던 마음 행복하게 사세요. 남과 비교하다 보면 지역은 보이지만 사람이 보이질 않습니다. 돈이 많아서 치맛바람이 아니라 돈에 을 숭배하기 때문에 이상한 바람도 부는 것 아닐까요? 모두 소박하고 생생하게 살아갑시다
ygna7
이 글의 덕목은 맨 마지막 문장에 있답니다. 사실 남과 북을 동쪽과 서쪽으로 바꿔도 별 문제 없어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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