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어떤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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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어떤 스케치

0 개 2,685 코리아타임즈
여기 문화에 익숙해질만큼은 살았는데 아직도 수영복 차림으로 남자들 앞에 다가서기가 민망스럽다. 평일의 오전에는 특히 호젓해서 남자들 세상 같아 더욱 어설프다. 쭈뼛거리며 스파 계단을 내려가는데 “안녕하세요?”누군가가 다정한 인사를 던져왔다.(한국사람이 있었구나) 반가워서 둘러보니 너덧사람의 남자들이 물에 몸을 담구고 있었는데 한국인은 없었다. 누구였을까? 의아하게 생각하며 조용히 한 켠으로 비켜 앉는데 검은 피부의 중년남자가 “안녕하세요?”하면서 웃고 있질 않는가. “나 한국말 잘하지요?”하는 듯이 아주 자랑스럽게…….
“네” 얼결에 대답은 했지만 너무나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 사람은 노란 머리와 눈썹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며 “저 사람은 러시아 사람”빡빡머리의 남자를 보면서 “이 쪽은 이란 사람”그리고 당신은? 건너편 남자보고 영어로 물으니까 자기는 섬 나라에서 왔다고 대답한다.  내 옆에 점잖은 남자는 영국사람이라고 하면서 자기는 인도인이라고 거기까지 제법 한국말이 유창했다. 놀라워라. 가끔씩 우리말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정이 가고 반갑다.
  국적이 제 각각인 나까지 스파 안에 작은 세계가 어우러져 있음이 과연 다민족의 뉴질랜드답다고 실감했다. 그가 이번에는 나를 힐끗거리며 그들을 향해 영어로 코리아가 어떻고 하는 걸 보면 한국의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노스 코리아, 사우스 코리아 어쩌구 하는 걸 보니까 분단된 우리 나라 이야기인것 같았는데 무얼 제대로 알고나 하는 말인지 답답해서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조금씩 자존심이 상해왔다.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단일민족의 긍지가 대단한 좋은 이야기도 있고 월드컵 대회를 치루고 사강까지 올랐던 막강한 축구의 나라라던가 그런 말이라면 얼마나 신이 났을까. 조선왕조 말기에 지어진 운현궁을 서울의 가장 매혹적인 궁이라고 말하면서 그런 사적들의 아름다움이 왜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못해 안타깝다는 어느 호주인의 글을 본적이 있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이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말 같아 제발 그만 하라고 하고 싶었다. 그래서 팔이 안으로 굽어 밖에 나오면 모두가 애국자가 되나 보다 천천히 몸으로 전해져 오는 따뜻한 나른함도 도무지 기분전환이 되질 않는다.
  “하이”때마침 몸매가 잘 빠진 젊은 동양여인이 당당하게 들어 오면서 떠드는 소리에 모든 시선이 그 쪽으로 향했다. “하우유”그 남자가 자주 만나는 얼굴인 모양이다. (아이구 다행스러워라) 마음을 갈아 앉히는데 중국인인 그 여자가 갑자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무슨 이야기인가를 시작하니 이번에는 남자들이 조용하다. 아마 영어시험이 어려워져서 여기 오려던 친구가 못오고 있다고 이 나라 이민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았다. 부정도 긍정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내용이야 어떻든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그녀의 영어가 마냥 부러웠다. 그리고 자기 소신을 마음대로 크게 말하는 그녀의 신분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초로의 부부 한 쌍이 또 들어왔다. 그녀의 일장연설을 듣고 있더니 조용히 끼어들어 무슨 말인가를 하는데 금방 좌중을 압도하는 분위기로 바꿔 버렸다.‘배내핏’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걸로 보아 그 분은 본토인으로 이민자들이 누리는 복지혜택에 대한 다소 좋지 않은 의견인 것 같았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조용하다. 굴러 들어온 돌처럼 남의 나라에 이민온 사람들 속에 마치 주인행세를 하는 그 사람 앞에서 할 말을 잊었는지…, 마침 오토마 그 사람이 나타나 나를 아는 체하는 바람에 그 불편한 자리를 피할 수가 있었다. 친구 딸의 영어 선생님으로 음악가인 오스트리아 사람이다. 지난번 휴가에 일본인 아내와 그의 어머니까지 오스트리아는 물론 독일로 이태리로 2주동안에 3300km를 달리고 왔다고 자랑이 대단하더니 다음 주에 또 간다고 한다.
  부러워라, 여행고픈 내게 따끔한 쇼크가 아닌가.
  조그만 스파 안이 언제나 국제 무대처럼 다양한 인종들로 술렁인다. 모두가 좀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이 나라에 왔듯이 여기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다. 휴식도 취하고 피로도 풀면서 또 내일을 위하여 달려 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쨌던 그들과 같은 하늘 밑에 더부러 산다는 게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369] 나누며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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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서른여섯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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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와이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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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669 | 2016.09.28
선영. 세영. 은영. 한결같이 고운 여자들의 이름이다. 하지만 그 이름의 주인들은 모두 남자들. 내 남자 형제들의 이름이다.그 중에 진영이 있다. 남자 이름같은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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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그리고 ‘다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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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 추억의 손수건

댓글 0 | 조회 2,718 | 200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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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752 | 2005.11.21
“현대 문명이 우리 여성들의 조신한 정서를 몽땅 탈취해갔구나” 해밀톤 시립 와이카토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보자기 전시회'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더보기

[275] 언니가 오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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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제법 살맛이 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언니가 오셨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지붕 밑에서 철없을 때 … 더보기

[367] 무지개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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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쨈돌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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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순아! 잘 다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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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793 | 200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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