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어떤 스케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10] 어떤 스케치

0 개 2,679 코리아타임즈
여기 문화에 익숙해질만큼은 살았는데 아직도 수영복 차림으로 남자들 앞에 다가서기가 민망스럽다. 평일의 오전에는 특히 호젓해서 남자들 세상 같아 더욱 어설프다. 쭈뼛거리며 스파 계단을 내려가는데 “안녕하세요?”누군가가 다정한 인사를 던져왔다.(한국사람이 있었구나) 반가워서 둘러보니 너덧사람의 남자들이 물에 몸을 담구고 있었는데 한국인은 없었다. 누구였을까? 의아하게 생각하며 조용히 한 켠으로 비켜 앉는데 검은 피부의 중년남자가 “안녕하세요?”하면서 웃고 있질 않는가. “나 한국말 잘하지요?”하는 듯이 아주 자랑스럽게…….
“네” 얼결에 대답은 했지만 너무나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 사람은 노란 머리와 눈썹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며 “저 사람은 러시아 사람”빡빡머리의 남자를 보면서 “이 쪽은 이란 사람”그리고 당신은? 건너편 남자보고 영어로 물으니까 자기는 섬 나라에서 왔다고 대답한다.  내 옆에 점잖은 남자는 영국사람이라고 하면서 자기는 인도인이라고 거기까지 제법 한국말이 유창했다. 놀라워라. 가끔씩 우리말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정이 가고 반갑다.
  국적이 제 각각인 나까지 스파 안에 작은 세계가 어우러져 있음이 과연 다민족의 뉴질랜드답다고 실감했다. 그가 이번에는 나를 힐끗거리며 그들을 향해 영어로 코리아가 어떻고 하는 걸 보면 한국의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노스 코리아, 사우스 코리아 어쩌구 하는 걸 보니까 분단된 우리 나라 이야기인것 같았는데 무얼 제대로 알고나 하는 말인지 답답해서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조금씩 자존심이 상해왔다.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단일민족의 긍지가 대단한 좋은 이야기도 있고 월드컵 대회를 치루고 사강까지 올랐던 막강한 축구의 나라라던가 그런 말이라면 얼마나 신이 났을까. 조선왕조 말기에 지어진 운현궁을 서울의 가장 매혹적인 궁이라고 말하면서 그런 사적들의 아름다움이 왜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못해 안타깝다는 어느 호주인의 글을 본적이 있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이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말 같아 제발 그만 하라고 하고 싶었다. 그래서 팔이 안으로 굽어 밖에 나오면 모두가 애국자가 되나 보다 천천히 몸으로 전해져 오는 따뜻한 나른함도 도무지 기분전환이 되질 않는다.
  “하이”때마침 몸매가 잘 빠진 젊은 동양여인이 당당하게 들어 오면서 떠드는 소리에 모든 시선이 그 쪽으로 향했다. “하우유”그 남자가 자주 만나는 얼굴인 모양이다. (아이구 다행스러워라) 마음을 갈아 앉히는데 중국인인 그 여자가 갑자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무슨 이야기인가를 시작하니 이번에는 남자들이 조용하다. 아마 영어시험이 어려워져서 여기 오려던 친구가 못오고 있다고 이 나라 이민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았다. 부정도 긍정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내용이야 어떻든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그녀의 영어가 마냥 부러웠다. 그리고 자기 소신을 마음대로 크게 말하는 그녀의 신분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초로의 부부 한 쌍이 또 들어왔다. 그녀의 일장연설을 듣고 있더니 조용히 끼어들어 무슨 말인가를 하는데 금방 좌중을 압도하는 분위기로 바꿔 버렸다.‘배내핏’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걸로 보아 그 분은 본토인으로 이민자들이 누리는 복지혜택에 대한 다소 좋지 않은 의견인 것 같았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조용하다. 굴러 들어온 돌처럼 남의 나라에 이민온 사람들 속에 마치 주인행세를 하는 그 사람 앞에서 할 말을 잊었는지…, 마침 오토마 그 사람이 나타나 나를 아는 체하는 바람에 그 불편한 자리를 피할 수가 있었다. 친구 딸의 영어 선생님으로 음악가인 오스트리아 사람이다. 지난번 휴가에 일본인 아내와 그의 어머니까지 오스트리아는 물론 독일로 이태리로 2주동안에 3300km를 달리고 왔다고 자랑이 대단하더니 다음 주에 또 간다고 한다.
  부러워라, 여행고픈 내게 따끔한 쇼크가 아닌가.
  조그만 스파 안이 언제나 국제 무대처럼 다양한 인종들로 술렁인다. 모두가 좀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이 나라에 왔듯이 여기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다. 휴식도 취하고 피로도 풀면서 또 내일을 위하여 달려 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쨌던 그들과 같은 하늘 밑에 더부러 산다는 게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319] 서른여섯의 눈동자

댓글 0 | 조회 2,633 | 2005.10.25
혼자 사는게 심심하지 않느냐고 간혹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아마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말이리라.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전자 매… 더보기

[317] 솔잎 향기 그윽한 추석을 맞다

댓글 0 | 조회 2,527 | 2005.09.28
바람 몹씨 사납던 지난 주말, 추석을 이틀 앞둔 날이다. 그 바람 속에서 악전고투로 공을 날려야만 하는 막힌 데 없는 골프장.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럭… 더보기

[316] 목련이 피었네, 뚝뚝 떨어지네

댓글 0 | 조회 2,822 | 2005.09.28
자두빛 물먹은 목련이 피었네, 분홍색 화사한 벗꽃도 피었네. 소리없이 살금살금 봄이 찾아온 모양인가. 우리는 아직도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데…. 볕발 좋으면 까짓… 더보기

[315] 골프장에서

댓글 0 | 조회 2,585 | 2005.09.28
참 변덕 많은 날씨가 뉴질랜드 날씨다. 나도 여기 살면서 날씨 닮아 그리 변덕스러워지면 어쩌나 슬며시 걱정도 된다. 파아란 하늘을 보며 기분좋게 달려가는 길인데 … 더보기

[314] 새 우 깡

댓글 0 | 조회 2,931 | 2005.09.28
새우 먹겠다고 바쁘게 달려온 세시간여의 여행, 그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모처럼 여행온 딸애를 위한 관광코스 중에 하나였기에 안내를 맡은 큰사위가 점심때를 … 더보기

[313] 바람이 흘리고 간 티끌이겠지…

댓글 0 | 조회 2,482 | 2005.09.28
친정 어머니가 아마 지금의 내 나이때쯤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날인가, 우리집엘 오셨는데 핸드백 안에서 불쑥 사진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네셨다. 모서리가 닳고 색도… 더보기

[312] 민들레 김치

댓글 0 | 조회 2,804 | 2005.09.28
비가 자주 내리더니 말라 붙었던 잔디가 기승을 부리듯 살아나고 온갖 잡초들이 서로 다투어 키자랑을 하듯 쑥쑥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 빠질세라 민들레도 한 몫끼어 … 더보기

[311] 엄마 마음=딸의 마음

댓글 0 | 조회 2,790 | 2005.09.28
한국에서 딸을 보러 오셨다는 내 또래의 어머니와 그의 딸이 함께 그룹이 되어 골프를 치던 날이다. 마흔을 한참이나 지난 중년의 딸이 대학 다 닐 때에 같이 배웠다… 더보기

현재 [310] 어떤 스케치

댓글 0 | 조회 2,680 | 2005.09.28
여기 문화에 익숙해질만큼은 살았는데 아직도 수영복 차림으로 남자들 앞에 다가서기가 민망스럽다. 평일의 오전에는 특히 호젓해서 남자들 세상 같아 더욱 어설프다. 쭈… 더보기

[309] 낙엽따라 떠난 갈색의 낭만

댓글 0 | 조회 2,694 | 2005.09.28
죽이 잘 맞는 자매님 내외와 흣날리는 낙엽따라 가을 여행을 떠난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 쓸쓸한 계절에 갑자기 들뜬 낭만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계획없이 이루어… 더보기

[307] 진이의 유학일기

댓글 0 | 조회 2,839 | 2005.09.28
아주 가끔씩 나는 진이와 현이 남매가 생각난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어찌 지내고 있을까? 학교는 제대로 다니고 있는지, 아니면 돈 번다고 정말로 우유배달을 하고… 더보기

[306] 다알리아 아줌마

댓글 0 | 조회 2,845 | 2005.09.28
소담스럽게 핀 다알리아꽃이 방긋방긋 웃으며 휀스넘어로 윙크를 보내오는 그 집. 유난스럽게 키가 크고 잘 생긴 갖가지 색깔의 꽃들을 보며 길을 지날 때마다 그 집 … 더보기

[305] 추억의 손수건

댓글 0 | 조회 2,714 | 2005.09.28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꼭 건강하셔야 해요.” 보통 때와 다르게 은근하고 진지한 목소리가 갈증나게 내 귀를 간지럽힌다. “지금 어디시여?” 늘상 알면서도 … 더보기

[304] City의 밤 풍경

댓글 0 | 조회 2,629 | 2005.09.28
참 오래간만에 City에 나와 밤 거리를 걸어본다. 기승을 부리던 낮 더위가 먼 나라 이야기인양 살갗에 닿는 바람이 마냥 시원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민다. 낮의… 더보기

[303] 아름다운 세상

댓글 0 | 조회 2,583 | 2005.09.28
며칠 전 내 편지함에 낯선 편지 한 통이 꽂혀 있었다. 복조리가 사진으로 찍혀 있는 근하신년 대한민국 우체국 카드였으니 분명 한국에서 보내 온 내 것이 틀림없었다… 더보기

[301] 쨈돌이 파이팅!

댓글 0 | 조회 2,782 | 2005.09.28
“주님 오늘도 그 아이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어 어렵지 않은 하루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요즈음 내 기도는 그렇게 시작되고 끝이 난다. 일곱살… 더보기

[299] 사랑하는 나의 진정한 친구 K에게

댓글 0 | 조회 2,982 | 2005.09.28
해도 마지막 저무는 달이 다가왔군요. 달랑 한장 남은 카레다 앞에서 선뜻 그 마지막 한 장을넘기기가 아쉬워 마냥 그대로 두어 보지만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아무 의… 더보기

[294] 베티의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2,462 | 2005.09.28
무슨 꽃일까? 부스럼 앓는 나무처럼 꺼칠한 고목나무에서 바람결에 떨어져 내린 손톱같이 가느다란 꽃잎이 온통 바닥에 하얗다. 소복하게 차를 뒤덮은 어느날 아침 긴 … 더보기

[288] 영정 사진을 찍으며

댓글 0 | 조회 2,889 | 2005.09.28
아직은 아니에요. 10년쯤 후에나 찍으세요” 누군가가 던진 달콤한 위로의 말에 귀에 솔깃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어본다. 어느 포토 샵에서 영정 사진을 찍… 더보기

[275] 언니가 오셨네

댓글 0 | 조회 2,751 | 2005.09.28
요즈음 제법 살맛이 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언니가 오셨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지붕 밑에서 철없을 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