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많은 남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눈물 많은 남자

4 2,225 김영나
동시대에, 지구에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이가 있다. 2년 전 퇴임한 브라질의 전 대통령‘룰라 다 실바’다. 그는 너무 가난해서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돈벌이에 나서야 했다. 가방끈이 토끼 꼬리처럼 짧은 소년은 일자리 얻기가 어려웠다. 소년 룰라는 일을 찾아 헤매다가 절망하여 길거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곤 했다. 조금 커서는 선반공 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하나 잘려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2002년 대통령 당선증을 받으면서 펑펑 울었다.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아보지 못한 그가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증서였기 때문에. 그 후로도 그는 불쌍한 국민들 때문에 자주 울어 ‘눈물의 룰라’라는 별명이 붙었다. 

눈물의 룰라는 ‘왜 부자를 도우면 투자라 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우면 비용이라고 하는가’라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펼쳤다. 초반에 그의 정책은 거센 비난을 받았다. 브라질이 곧 망할 것이라고 외국 투자자들도 모두 떠났다. 하지만 룰라는 굴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았다. 국민 생활이 나아지면 내수가 늘고, 내수가 늘면 투자가 증가하고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 결과, 그가 재임한 8년 동안 하루 1달러로 연명하던 빈곤층 4천만 명 정도가 중산층으로 도약했다. 재임 초 12%에 달하던 물가상승률이 4%로 떨어지고, 경제 성장률은 7.5%를 달성했고, 브라질은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눈물의 룰라는 2010년, 지지율 87%라는 경이적 기록을 남기고 퇴임했다. 퇴임식 때 그는 ‘심장에서 우러나오는 정치를 하라,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라’는 말을 남겼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룰라는 내 우상이다. 그를 깊이 존경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뿐 아니라 전 세계 정치가들은 그를 롤 모델로 삼고 성공한 정치인으로 남고 싶어한다. 심지어 한국의 모 정치 캠프에서는 정권 욕심에 룰라를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룰라를 우상으로 삼고 있다는 오바마를 비롯, 과연 어느 정치인이 룰라의 눈물과 심장의 피를 닮을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이들이 자신들과는 상관 없는 사람들인양 낯선 눈빛을 보내면서, 룰라를 흉내내는 제스처와 립 서비스만 할 뿐인데.
 
룰라는 ‘정치란 어머니의 마음’이라고도 했다.
 
“밥은 먹었니? 아픈 데는 없고? 집은 춥진 않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부쳐줄까?” 

한국의 노모와 통화하면, 특별히 감동받을 내용도 아닌데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힘이 생긴다. 우리에겐 어머니 같은 정치인이 필요하다. 더구나 요즘 지구촌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복지’야말로 어머니의 마음과 손길로 갈무리해야 제대로 꽃피울 수 있다.

복지는 그 사회의 역사나 시대적 상황, 인구 구성에 따라 무척 복잡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일이어서 전문가들도 어렵다고 말하지만, 목적은 분명하다. 배 고프면 먹을 수 있고,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고, 피곤하면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고,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아늑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복지 정책의 첫 걸음은 룰라의 믿음대로 국민 구성원의 대다수를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한국도 유명한 줄푸세(세금 줄이자, 규제 풀자, 법질서 세우자) 정책에서 복지로 화두가 전환됐고, 여야 할 것 없이 배분과 복지, 정의 등을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복지와 정의는 미래의 성장 동력이라고까지 말하는 정치인도 있다.

뉴질랜드는 복지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연 정부 곳간이 알뜰하게 관리되어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가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많은 이들의 입에서 ‘어렵다’는 말이 신음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뭐 새삼스럽지도 않다. 전 세계의 서민들은 항상 어려웠다. 경제 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 세금의 적절한 배분, 통치자의 리더십, 희망을 주는 정치, 사회 경제 정의는 찾기 어렵고 오직 비용만 감축하려는 정책 때문에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세계의 지도자들이 ‘눈물 많은 남자’였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전쟁이 사라지고 너나 할 것 없이 행복해졌을까? 밀려오는 상념 속에 야생 독수리 같은 푸틴, 오바마, 존키, 이명박 등등의 눈빛 위로 눈물 젖은 룰라의 눈이 오버랩 되었다. 
 
syahn
룰라가 펼쳤던 정책을 보니 문득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이 생각납니다. 그라민 은행이 빈곤층과 신용이 낮은 사람들을 위해 무담보 소액 대출을 해 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다. 망할 것이다' 라고 했지만, 실제로 상환율이 99% 에 달했으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지요. 이렇듯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진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직접 시도해 보아야 할 텐데요. 악어의 눈물이 아닌 룰라의 눈물을 흘리는 정치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ygna7
syahn님!
어쩜 댓글이 너무 좋네요.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안철수 교수의 '안철수 생각' 책에서도 그랬다는군요.
복지에 치중해서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잘못된 논리라고요---
요즘은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서민들이 살기 힘들어지는데 대책 마련은 미온적인 듯 합니다. 건강하시고 잘 지내세요.
Vegetarabbit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당장 배고픈 이에게는 먹을 것이 필요할 것이고 추위에 떨고 있는이에게는 집이 필요하겠지만 국고에도 한계가 있고 전세계 먹여살려야할 인구가 70억명에 육박하는 이 시기에 복지라는 것이 마냥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결국엔 인간 스스로가 고무되고 자립하여 스스로 먹을 것은 마련하고 살 곳을 마련할만한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복지라는 것이 교육과 인재양성에 좀더 집중적으로 투자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듬어줄 때가 있다면 나태해지고 무능력해지는 자식에게는 따끔한 훈육과 잔소리도 필요한 법이지요... 개인적으론 뉴질랜드는 좀더 따끔해질 필요가 있고 말 잘듣고 똑똑한 아이들을 외국에서 입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은 조금더 보듬어주는 부모가 되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ygna7
vegetarabbit님!
반갑습니다.
우리에겐 좋은 정치가가 필요합니다.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야 하니까요.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759 | 10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58 | 10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338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440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552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383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75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83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15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6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28 | 2024.04.23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27 | 2024.04.23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102 | 2024.04.23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95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71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64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41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17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83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1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63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25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21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9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5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