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 진이의 유학일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07] 진이의 유학일기

0 개 2,832 코리아타임즈
아주 가끔씩 나는 진이와 현이 남매가 생각난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어찌 지내고 있을까? 학교는 제대로 다니고 있는지, 아니면 돈 번다고 정말로 우유배달을 하고 있을지도…, 연보라색 감도는 $50짜리 뉴질랜드 지폐 한 장은 얌전하게 액자에 넣어져 방 한편에서 그들을 지켜주고 있을까? 책갈피 속에서 아직도 세상구경 못하고 숨어서 있는지? 열 달 남짓 이곳에서의 생활을 두고두고 일깨워 줄 지폐 한 장. 훌쩍 뛰어넘어 잊어버릴 수 없는 삶의 한 순간이었기에 뜻있는 지표로서 그들 앞날에 성공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몸매가 가늘고 어려 보이는 열 여섯살의 누나 진이와 그와 달리 열 세살 동생 현이는 뼈대가 굵직굵직하고 남자다운 호남형으로 오빠처럼 믿음직한 아이였다. 그애들은 여기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다시 돌아갈 ‘리턴티켓'을 찢어 없앴다고 들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영원히 남아 살 수 있는 특별한 여건을 아무 것도 갖춘게 없는데 철없는 애들 짓치고는 너무 엉뚱했다. 그들은 유학을 올만큼 형편좋은 애들이 아니었다. 부모가 이혼을 해서 외할머니집에 엄마와 같이 얹혀 살다가 취직한다며 어찌어찌 일본으로 건너간 엄마의 느닷없는 주선으로 오게 된 처음부터 계획없는 무모한 유학이었다.
  그러나 집주인 할아버지 잘 만나서 순탄하게 학교생활은 시작되었다. 내 집처럼 부담없이 냉장고 문열어 밥 챙겨먹고 마음이 편해서일까 공부도 잘되는 것 같았다. 특히 진이는 유학생 언니, 오빠들 틈에 제일 막내였지만 유난히 영어실력이 뛰어나 어느새 그들의 통역까지 맡아하는 귀염둥이가 되었다. 다른 애들이 TV 앞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방안에만 들어 앉아 열심히 공부만 한 성과였겠지. 고생하는 엄마에게 보답하는 길은 공부 잘해서 성공하는 것이라는 걸 잘아는 영특한 진이였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들의 행복은 그리 오래 계속되지 못했다. 엄마로부터 와야 할 송금이 오질 않는 것이다. 먹성좋은 동생은 그동안 키도 쑥쑥 자라고 건강미가 넘치는데 눈치 줄 수도 없고 주인 할아버지께 죄송해서 진이는 괴로웠다. 그럴수록 밤새워 더 열심히 공부하고 새벽기도하러 어둠을 가르고 교회에 가곤했다. 사랑하는 엄마를 위하여 그리고 저이들을 제발 버리지 말아 달라고 기도했을까? 할아버지도 힘드실텐데 싫은 내색 안하시고 동생편에 도시락을 번번히 챙겨 보내 주셔서 한국에 돌아가면 우유배달이라도 해서 꼭 갚아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두 번째 텀은 학교에서 진이의 사정을 알고서 학비 면제의 혜택을 주어 다행이었다. 그의 영특함을 학교에서도 기특하게 알고 선처를 해준 것이다.
  타민족에게 베푼 학교측의 감동으로 얼마간의 위로는 되었지만 언제까지 기다리면 엄마의 소식이 있을까? 한 달 두 달 세월은 마냥 지나가고 그들의 희망은 점점 일그러져 갔다.
  어느날 $50짜리 빳빳한 지폐 한 장이 진이 손에 쥐여졌다. 재능많은 그에게 내려진 학교에서의 상금이었다.    “할아버지 갖다 보여 드리고 자랑해라”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는데 “아니야 한국에 가져가서 액자에 넣어 기념할꺼야”아이다운 천진스런 발상이었지만 기어이 할아버지의 노여움을 사고 말았다. 솔직하지 못한 아이의 불신이 서운한 할아버지“남의 자식 키워봐야 말짱 헛일이여”
  일본 남자와 재혼을 했다며 한때 아이들을 그 곳으로 데려가느니 어쩌구 하더니 소식이 끊긴 걸로 보아 세상살이 쉽지만은 않은데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 큰 상처만 남을 것같아 드디어 그들을 돌려 보내기로  마음을 굳힌 주인 할아버지. 생활에 보탬이 될까해서 맡은 애들인데 어렵게 비행기 티켓까지 마련해야했다. 말끔하게 이발까지 시킨 현이 손에 할머니께 드릴 꿀병까지 챙겼다니 따뜻한 박수를 보내드렸다.
  엄마 아빠가 없는 그 땅. 어린것들이 고통스러운 삶의 무게에 지쳐서 다시는 돌아가지 않으려 리턴티켓을 없앴던것 아닐까? 신천지에서 새로운 시작으로 멋진 신기루를 꿈꾸며 왔을 그 애들. 그러나 다시 반겨 줄 사람없는 곳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임을 어쩌리.
  이제 그들이 떠난 세월도 많이 흘러갔건만 그 뒷소식은 아무 것도 없다. 자식들을 외국에 유기해 버렸던 엄마의 마음은 어떤 것이며 남의 자식을 둘씩 맡아 고생하셨던 적지 않은 세월동안의 고통을 감내하신 분의 따뜻한 인간성을 자꾸만 비교해 보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이란 어려운 숙제임이 틀림없다.
  그 아이들이 나중에 성공하면 한때 할아버지의 은공도 잊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성공한 사람의 참 모습이기에 말이다.  

[275] 언니가 오셨네

댓글 0 | 조회 2,745 | 2005.09.28
요즈음 제법 살맛이 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언니가 오셨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지붕 밑에서 철없을 때 … 더보기

[288] 영정 사진을 찍으며

댓글 0 | 조회 2,884 | 2005.09.28
아직은 아니에요. 10년쯤 후에나 찍으세요” 누군가가 던진 달콤한 위로의 말에 귀에 솔깃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어본다. 어느 포토 샵에서 영정 사진을 찍… 더보기

[294] 베티의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2,456 | 2005.09.28
무슨 꽃일까? 부스럼 앓는 나무처럼 꺼칠한 고목나무에서 바람결에 떨어져 내린 손톱같이 가느다란 꽃잎이 온통 바닥에 하얗다. 소복하게 차를 뒤덮은 어느날 아침 긴 … 더보기

[299] 사랑하는 나의 진정한 친구 K에게

댓글 0 | 조회 2,975 | 2005.09.28
해도 마지막 저무는 달이 다가왔군요. 달랑 한장 남은 카레다 앞에서 선뜻 그 마지막 한 장을넘기기가 아쉬워 마냥 그대로 두어 보지만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아무 의… 더보기

[301] 쨈돌이 파이팅!

댓글 0 | 조회 2,776 | 2005.09.28
“주님 오늘도 그 아이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어 어렵지 않은 하루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요즈음 내 기도는 그렇게 시작되고 끝이 난다. 일곱살… 더보기

[303] 아름다운 세상

댓글 0 | 조회 2,574 | 2005.09.28
며칠 전 내 편지함에 낯선 편지 한 통이 꽂혀 있었다. 복조리가 사진으로 찍혀 있는 근하신년 대한민국 우체국 카드였으니 분명 한국에서 보내 온 내 것이 틀림없었다… 더보기

[304] City의 밤 풍경

댓글 0 | 조회 2,621 | 2005.09.28
참 오래간만에 City에 나와 밤 거리를 걸어본다. 기승을 부리던 낮 더위가 먼 나라 이야기인양 살갗에 닿는 바람이 마냥 시원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민다. 낮의… 더보기

[305] 추억의 손수건

댓글 0 | 조회 2,709 | 2005.09.28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꼭 건강하셔야 해요.” 보통 때와 다르게 은근하고 진지한 목소리가 갈증나게 내 귀를 간지럽힌다. “지금 어디시여?” 늘상 알면서도 … 더보기

[306] 다알리아 아줌마

댓글 0 | 조회 2,840 | 2005.09.28
소담스럽게 핀 다알리아꽃이 방긋방긋 웃으며 휀스넘어로 윙크를 보내오는 그 집. 유난스럽게 키가 크고 잘 생긴 갖가지 색깔의 꽃들을 보며 길을 지날 때마다 그 집 … 더보기

현재 [307] 진이의 유학일기

댓글 0 | 조회 2,833 | 2005.09.28
아주 가끔씩 나는 진이와 현이 남매가 생각난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어찌 지내고 있을까? 학교는 제대로 다니고 있는지, 아니면 돈 번다고 정말로 우유배달을 하고… 더보기

[309] 낙엽따라 떠난 갈색의 낭만

댓글 0 | 조회 2,690 | 2005.09.28
죽이 잘 맞는 자매님 내외와 흣날리는 낙엽따라 가을 여행을 떠난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 쓸쓸한 계절에 갑자기 들뜬 낭만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계획없이 이루어… 더보기

[310] 어떤 스케치

댓글 0 | 조회 2,677 | 2005.09.28
여기 문화에 익숙해질만큼은 살았는데 아직도 수영복 차림으로 남자들 앞에 다가서기가 민망스럽다. 평일의 오전에는 특히 호젓해서 남자들 세상 같아 더욱 어설프다. 쭈… 더보기

[311] 엄마 마음=딸의 마음

댓글 0 | 조회 2,784 | 2005.09.28
한국에서 딸을 보러 오셨다는 내 또래의 어머니와 그의 딸이 함께 그룹이 되어 골프를 치던 날이다. 마흔을 한참이나 지난 중년의 딸이 대학 다 닐 때에 같이 배웠다… 더보기

[312] 민들레 김치

댓글 0 | 조회 2,798 | 2005.09.28
비가 자주 내리더니 말라 붙었던 잔디가 기승을 부리듯 살아나고 온갖 잡초들이 서로 다투어 키자랑을 하듯 쑥쑥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 빠질세라 민들레도 한 몫끼어 … 더보기

[313] 바람이 흘리고 간 티끌이겠지…

댓글 0 | 조회 2,475 | 2005.09.28
친정 어머니가 아마 지금의 내 나이때쯤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날인가, 우리집엘 오셨는데 핸드백 안에서 불쑥 사진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네셨다. 모서리가 닳고 색도… 더보기

[314] 새 우 깡

댓글 0 | 조회 2,926 | 2005.09.28
새우 먹겠다고 바쁘게 달려온 세시간여의 여행, 그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모처럼 여행온 딸애를 위한 관광코스 중에 하나였기에 안내를 맡은 큰사위가 점심때를 … 더보기

[315] 골프장에서

댓글 0 | 조회 2,581 | 2005.09.28
참 변덕 많은 날씨가 뉴질랜드 날씨다. 나도 여기 살면서 날씨 닮아 그리 변덕스러워지면 어쩌나 슬며시 걱정도 된다. 파아란 하늘을 보며 기분좋게 달려가는 길인데 … 더보기

[316] 목련이 피었네, 뚝뚝 떨어지네

댓글 0 | 조회 2,813 | 2005.09.28
자두빛 물먹은 목련이 피었네, 분홍색 화사한 벗꽃도 피었네. 소리없이 살금살금 봄이 찾아온 모양인가. 우리는 아직도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데…. 볕발 좋으면 까짓… 더보기

[317] 솔잎 향기 그윽한 추석을 맞다

댓글 0 | 조회 2,521 | 2005.09.28
바람 몹씨 사납던 지난 주말, 추석을 이틀 앞둔 날이다. 그 바람 속에서 악전고투로 공을 날려야만 하는 막힌 데 없는 골프장.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럭… 더보기

[319] 서른여섯의 눈동자

댓글 0 | 조회 2,627 | 2005.10.25
혼자 사는게 심심하지 않느냐고 간혹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아마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말이리라.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전자 매… 더보기

[320] 그 비취에 가면.....

댓글 0 | 조회 2,518 | 2005.11.11
처음에 그 곳을 찾았을 땐 단순히 집에서 가깝다는 지리적인것 말고 달리 갈만한 그럴 듯한 곳을 찾지 못해서였는데 이제는 정이 들대로 들어서 헤어질 수 없는 친구처… 더보기

[321] 보자기의 예술(보자기 전시회를 다녀와서)

댓글 0 | 조회 2,740 | 2005.11.21
“현대 문명이 우리 여성들의 조신한 정서를 몽땅 탈취해갔구나” 해밀톤 시립 와이카토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보자기 전시회'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더보기

[322] 쌍둥이 아빠 고마워요

댓글 0 | 조회 2,512 | 2005.12.12
지치도록 피곤하게 운동하고 돌아와 막 현관문에 키를 꽂는 순간이다. 마치 내가 돌아왔음을 보고나 있듯이 안에서 요란스럽게 전화벨이 울려댄다. 누가 그리 때를 잘 … 더보기

[323]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와이카토”

댓글 0 | 조회 2,642 | 2005.12.23
남반구인 이곳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내려쬐는 태양볕 아래 정열적으로 피어나는 포후투카화 꽃 속에서 맞이한다. 바람을 잔뜩 넣어 부풀려 만든 풍선 눈사람에 줏대없… 더보기

[324] Oh, my God! 雪花 秀

댓글 0 | 조회 2,828 | 2006.01.16
雪花! 그 글씨만 보아도 백옥같은 눈꽃이 눈에 시원하다. 요즈음 한국은 눈꽃 속에 파묻힌 하얀 나라란다. 싸한 바람 속에 소복 단장한 고궁 뒷 뜰을 산책하고 싶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