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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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303] 아름다운 세상

0 개 2,574 코리아타임즈
며칠 전 내 편지함에 낯선 편지 한 통이 꽂혀 있었다. 복조리가 사진으로 찍혀 있는 근하신년 대한민국 우체국 카드였으니 분명 한국에서 보내 온 내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발신자 이0신(소화 테레사)라는 이름이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들고 들어왔다. 스펠링 하나 잘못된 게 없어 또박또박 쓴 내 주소며 이름이 확실하니 무엇을 더 망서리나 집안에 들어서자 마자 그것부터 개봉했다. 한국에 있을 때도 글 장난을 좋아해서 쓴 글을 보고 가끔씩 친구가 되어 달라고 오는 편지들이 있긴 했지만 혹시 여기까지? 짧은 순간에 많은 것을 떠올리는데 아! 이게 웬꽃!! 장미인가? 찔레꽃인가? 손가락 마디만한 여덟 송이 곱게 마른 두툼한 붉은 꽃이 푸른 잎사귀에 얹혀 얌전히 누여 있었다. 그 위에 얽은 망의 세로판지로 씌우고 그린색 헝겊 테잎으로 굳게 붙여 마무리를 한 멋진 꽃 카드. 지금 한국은 눈이 내리는 깊은 겨울, 꽃이 필 계절도 아닌데…, 내게 향하는 마음과 정성이 그림을 보듯 떠올라 전신에 찌르르 전율이 온다.

  "존경하는 안젤라 형님, 이천오년 성체성사의 해에는 예수님의 성체 안에서의 신비를 느끼시며 늘 평화와 성령 충만하시어 기쁜 나날이 되시길 기도 드리겠습니다. "세실리아" 형님께서도 건강하시며 잘 지내고 계시오니 걱정 마시고 안젤라 형님 늘 건강하시고 성모님 사랑 안에서 행복하세요"

  오! 그대였구나 내 언니 세실리아 형님이 나오니 그 때서야 감을 잡는다. 데레사 자매님! 한 때 수녀님이 되려 했다던 천사같이 마음씨 고운 중년의 여인. 한국에 갔을 때 안젤라 형님이 왔다고 생명 부지의 여인이 달려와 친 동기처럼 친근하게 대해주던 데레사 그였다. 문득 언니의 인품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두 사람의 끈끈한 정 때문에 멀리 사는 나까지 끼어 들게 된 것임을 깨달으며 그 반가움이 여간 고마운게 아니었다. 이 하찮은 동생을 얼마나 많이 자랑했으면 구면처럼 허물없이 형님 대우를 하며 그래도 반겨줄까. 가사에도 바쁜 틈을 내서 어려운 노인들 찾아다니며 봉사의 손길을 놓지 않고 사는 그를 밥이나 제때 챙겨먹고 다니라며 번번히 식탁으로 끌어 앉히는 언니를 보면서 내 언니도 그와 다르지 않게 봉사정신을 가지고 예쁘게 사시는구나 그렇게 느꼈다.

  수더분하고 너그러운 언니는 나에게 어머니같은 푸근함을 주신다. 그 푸근함을 아마 데레사 자매님도 이웃에서 느꼈으리라 내 자리를 빼앗긴 것 같은 간지러운 질투같은 감정이 슬쩍 지나갔다. 부럽기도 해라. 말 많고 탈 많은 세상에 사람들끼리 좋아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축복이다.

  요즈음 나도 심심하면 그 꽃들과 대화한다. 내 고국땅 어딘가에 뿌리를 박고 살던 꽃이기에 더욱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미움많은 세상에 보석같은 아우의 다정한 손길을 느껴 한없이 정이 간다. 그리고 절로 미소가 솟는다. 주변에 지천으로 깔린 꽃 속에 묻혀 살면서도 안달스럽게 그 꽃이 좋은 것은 꽃보다 더 예쁘고 값진 인정의 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참 아름답고 그래서 살만한 가치를 가지게 된다. 금년에는 꼭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황홀한 예감이 드니 참 행복하다. 작은 일에 흥분하고 감동하는 내 소녀적인 취향을 자극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며 즐겁게 사는 내 자신이 마음에 들기도 한다.

  슬픔을 생각하고 살기엔 너무 시간이 아까워 불행을 걸러 내고 맑은 마음으로 욕심없이 살고자 한다. 데레사가 보내온 꽃다발을 가슴에 품고 그 꽃보다 훨씬 아름다운 한 해를 살아 내리라  그녀를 닮아 살라고 노력하라는 메세지가 남겨 있음도 모르지 않으니 말이다.  

[275] 언니가 오셨네

댓글 0 | 조회 2,745 | 2005.09.28
요즈음 제법 살맛이 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언니가 오셨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지붕 밑에서 철없을 때 … 더보기

[288] 영정 사진을 찍으며

댓글 0 | 조회 2,884 | 2005.09.28
아직은 아니에요. 10년쯤 후에나 찍으세요” 누군가가 던진 달콤한 위로의 말에 귀에 솔깃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어본다. 어느 포토 샵에서 영정 사진을 찍… 더보기

[294] 베티의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2,456 | 2005.09.28
무슨 꽃일까? 부스럼 앓는 나무처럼 꺼칠한 고목나무에서 바람결에 떨어져 내린 손톱같이 가느다란 꽃잎이 온통 바닥에 하얗다. 소복하게 차를 뒤덮은 어느날 아침 긴 … 더보기

[299] 사랑하는 나의 진정한 친구 K에게

댓글 0 | 조회 2,977 | 2005.09.28
해도 마지막 저무는 달이 다가왔군요. 달랑 한장 남은 카레다 앞에서 선뜻 그 마지막 한 장을넘기기가 아쉬워 마냥 그대로 두어 보지만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아무 의… 더보기

[301] 쨈돌이 파이팅!

댓글 0 | 조회 2,777 | 2005.09.28
“주님 오늘도 그 아이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어 어렵지 않은 하루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요즈음 내 기도는 그렇게 시작되고 끝이 난다. 일곱살… 더보기

현재 [303] 아름다운 세상

댓글 0 | 조회 2,575 | 2005.09.28
며칠 전 내 편지함에 낯선 편지 한 통이 꽂혀 있었다. 복조리가 사진으로 찍혀 있는 근하신년 대한민국 우체국 카드였으니 분명 한국에서 보내 온 내 것이 틀림없었다… 더보기

[304] City의 밤 풍경

댓글 0 | 조회 2,621 | 2005.09.28
참 오래간만에 City에 나와 밤 거리를 걸어본다. 기승을 부리던 낮 더위가 먼 나라 이야기인양 살갗에 닿는 바람이 마냥 시원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민다. 낮의… 더보기

[305] 추억의 손수건

댓글 0 | 조회 2,710 | 2005.09.28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꼭 건강하셔야 해요.” 보통 때와 다르게 은근하고 진지한 목소리가 갈증나게 내 귀를 간지럽힌다. “지금 어디시여?” 늘상 알면서도 … 더보기

[306] 다알리아 아줌마

댓글 0 | 조회 2,841 | 2005.09.28
소담스럽게 핀 다알리아꽃이 방긋방긋 웃으며 휀스넘어로 윙크를 보내오는 그 집. 유난스럽게 키가 크고 잘 생긴 갖가지 색깔의 꽃들을 보며 길을 지날 때마다 그 집 … 더보기

[307] 진이의 유학일기

댓글 0 | 조회 2,833 | 200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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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 낙엽따라 떠난 갈색의 낭만

댓글 0 | 조회 2,690 | 2005.09.28
죽이 잘 맞는 자매님 내외와 흣날리는 낙엽따라 가을 여행을 떠난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 쓸쓸한 계절에 갑자기 들뜬 낭만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계획없이 이루어… 더보기

[310] 어떤 스케치

댓글 0 | 조회 2,677 | 2005.09.28
여기 문화에 익숙해질만큼은 살았는데 아직도 수영복 차림으로 남자들 앞에 다가서기가 민망스럽다. 평일의 오전에는 특히 호젓해서 남자들 세상 같아 더욱 어설프다. 쭈… 더보기

[311] 엄마 마음=딸의 마음

댓글 0 | 조회 2,784 | 200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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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민들레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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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바람이 흘리고 간 티끌이겠지…

댓글 0 | 조회 2,475 | 200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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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새 우 깡

댓글 0 | 조회 2,926 | 2005.09.28
새우 먹겠다고 바쁘게 달려온 세시간여의 여행, 그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모처럼 여행온 딸애를 위한 관광코스 중에 하나였기에 안내를 맡은 큰사위가 점심때를 … 더보기

[315] 골프장에서

댓글 0 | 조회 2,582 | 200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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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목련이 피었네, 뚝뚝 떨어지네

댓글 0 | 조회 2,815 | 2005.09.28
자두빛 물먹은 목련이 피었네, 분홍색 화사한 벗꽃도 피었네. 소리없이 살금살금 봄이 찾아온 모양인가. 우리는 아직도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데…. 볕발 좋으면 까짓… 더보기

[317] 솔잎 향기 그윽한 추석을 맞다

댓글 0 | 조회 2,522 | 2005.09.28
바람 몹씨 사납던 지난 주말, 추석을 이틀 앞둔 날이다. 그 바람 속에서 악전고투로 공을 날려야만 하는 막힌 데 없는 골프장.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럭…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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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629 | 2005.10.25
혼자 사는게 심심하지 않느냐고 간혹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아마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말이리라.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전자 매… 더보기

[320] 그 비취에 가면.....

댓글 0 | 조회 2,519 | 2005.11.11
처음에 그 곳을 찾았을 땐 단순히 집에서 가깝다는 지리적인것 말고 달리 갈만한 그럴 듯한 곳을 찾지 못해서였는데 이제는 정이 들대로 들어서 헤어질 수 없는 친구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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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740 | 2005.11.21
“현대 문명이 우리 여성들의 조신한 정서를 몽땅 탈취해갔구나” 해밀톤 시립 와이카토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보자기 전시회'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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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도록 피곤하게 운동하고 돌아와 막 현관문에 키를 꽂는 순간이다. 마치 내가 돌아왔음을 보고나 있듯이 안에서 요란스럽게 전화벨이 울려댄다. 누가 그리 때를 잘 … 더보기

[323]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와이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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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구인 이곳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내려쬐는 태양볕 아래 정열적으로 피어나는 포후투카화 꽃 속에서 맞이한다. 바람을 잔뜩 넣어 부풀려 만든 풍선 눈사람에 줏대없… 더보기

[324] Oh, my God! 雪花 秀

댓글 0 | 조회 2,828 | 2006.01.16
雪花! 그 글씨만 보아도 백옥같은 눈꽃이 눈에 시원하다. 요즈음 한국은 눈꽃 속에 파묻힌 하얀 나라란다. 싸한 바람 속에 소복 단장한 고궁 뒷 뜰을 산책하고 싶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