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 베티의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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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294] 베티의 웃음소리

0 개 2,456 코리아타임즈
무슨 꽃일까? 부스럼 앓는 나무처럼 꺼칠한 고목나무에서 바람결에 떨어져 내린 손톱같이 가느다란 꽃잎이 온통 바닥에 하얗다. 소복하게 차를 뒤덮은 어느날 아침 긴 털이개로 그것을 쓸어 내리는데 옆집의 캔 노인이 보더니 그게 바로 키위 스노우가 아니겠느냐며 너스레를 떤다.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그렇게 보이더니 너무나 멋진 비유다. 눈 구경을 못하고 사는 여기 사람들에겐 얼마나 멋져보였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들이 앉았다 날아가며 오물세례를 퍼부어 차가 엉망일 때는 손가락으로 총을 만들어 쏘는 시늉도 잘한다.

  그가 갑자기 털이개를 빼앗아 자기 겨드랑이를 문지르는 시늉을 하며 나를 웃긴다. 뒤에서 지켜보던 그의 아내 베티가 코미디언, 코미디언 하면서 자즈러지게 웃는다. 그의 끼가 발동이 걸린 것을 우리는 함께 알고 있다. 그와 마주치기만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는 캔노인. 사십팔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스기사로 일했다고 자랑한다. 그래서일까 엉덩이를 약간 뒤로 빼고 걷는 걸음걸이가 처음에는 보기에 좀 이상했다. 칠십이 넘었어도 기운이 젊은이처럼 펄펄하고 박력이 넘친다. 혈색 좋은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이 환하고 화낸 얼굴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혼자 밥 먹는게 심심하지” 몸짓 손짓으로 말을 나누어도 서로 알아듣고 재미있게 나를 웃긴다. 자주 외롭지 않느냐고 물어주는 자상함에 문득 내 외할아버지가 떠오르곤 한다. 허우대 좋았던 할아버지를 그가 닮았나?

지금 이 나이에 어렸을적 외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한다는 것은 나를 아이로 돌아 가겠끔 따뜻한 인정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그의 아내 베티는 육십육세라는데 뚱뚱보다. 나이답지 않게 가느다란 목소리를 가진 아주 상냥하고 아기처럼 천진스럽다. 그것은 든든한 남편이 그렇게 아내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마치 아이들 장난치는 것처럼 순수함을 느낀다. 천박하거나 점잖지 못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아온 그들의 문화 때문일까.

  어느 날인가 내 창가에 일렁이는 아름답지 못한 나무 한 그루를 컷팅하던 때다. 나를 도와주려 달려들어 나무가지를 꺾다가 손등에 피를 흘렸다. 깜짝 놀래는 내게 괜찮다며 혀로 쓱 핥아 버린다. 베티가 보았으면 얼마나 속 아파할까. 얼른 약을 내다 발라주고 테잎으로 감아주었다. “땡 큐”내가 할 말을 그가 먼저한다.

  언제나 머슴처럼 쇼핑해서 양손에 잔뜩 들고 오는 남편 앞에 여왕처럼 곱게 차려 입은 베티가 불뚝 튀어나온 배를 안고 귀엽게 뒤뚱거리며 들어온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울까. 가느다란 쇳소리의 베티 웃음소리가 항상 밖으로 흘러나온다. 천길 물 속같이 조용한 이웃에 사람 사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들의 집. 그들 인생에도 화려한 꽃만 피우고 살지는 않았을 테지. 삼남매 다 시집 장가 보내고 호젓이 둘이만 남아 그렇게 산다. 언제인가 그들도 어느 쪽이든 혼자가 된다는걸 모를리 없건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사는 모습이 보기에 참 아름답다.

  작은 텃밭에 계절 바뀔 때마다 꽃 바꿔 심으며 아직도 남은 기운으로 아내 뒷바라지가 그렇게나 즐거운 것인지? 매일매일 너무나 행복하단다.
  머지않아 시원하게 열어 젖힌 창 밖으로 베티의 웃음소리를 또 들을 것이다.  

[275] 언니가 오셨네

댓글 0 | 조회 2,745 | 2005.09.28
요즈음 제법 살맛이 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언니가 오셨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지붕 밑에서 철없을 때 … 더보기

[288] 영정 사진을 찍으며

댓글 0 | 조회 2,884 | 2005.09.28
아직은 아니에요. 10년쯤 후에나 찍으세요” 누군가가 던진 달콤한 위로의 말에 귀에 솔깃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어본다. 어느 포토 샵에서 영정 사진을 찍… 더보기

현재 [294] 베티의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2,457 | 200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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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사랑하는 나의 진정한 친구 K에게

댓글 0 | 조회 2,977 | 2005.09.28
해도 마지막 저무는 달이 다가왔군요. 달랑 한장 남은 카레다 앞에서 선뜻 그 마지막 한 장을넘기기가 아쉬워 마냥 그대로 두어 보지만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아무 의… 더보기

[301] 쨈돌이 파이팅!

댓글 0 | 조회 2,777 | 2005.09.28
“주님 오늘도 그 아이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어 어렵지 않은 하루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요즈음 내 기도는 그렇게 시작되고 끝이 난다. 일곱살… 더보기

[303] 아름다운 세상

댓글 0 | 조회 2,575 | 2005.09.28
며칠 전 내 편지함에 낯선 편지 한 통이 꽂혀 있었다. 복조리가 사진으로 찍혀 있는 근하신년 대한민국 우체국 카드였으니 분명 한국에서 보내 온 내 것이 틀림없었다… 더보기

[304] City의 밤 풍경

댓글 0 | 조회 2,621 | 2005.09.28
참 오래간만에 City에 나와 밤 거리를 걸어본다. 기승을 부리던 낮 더위가 먼 나라 이야기인양 살갗에 닿는 바람이 마냥 시원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민다. 낮의… 더보기

[305] 추억의 손수건

댓글 0 | 조회 2,710 | 2005.09.28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꼭 건강하셔야 해요.” 보통 때와 다르게 은근하고 진지한 목소리가 갈증나게 내 귀를 간지럽힌다. “지금 어디시여?” 늘상 알면서도 … 더보기

[306] 다알리아 아줌마

댓글 0 | 조회 2,841 | 2005.09.28
소담스럽게 핀 다알리아꽃이 방긋방긋 웃으며 휀스넘어로 윙크를 보내오는 그 집. 유난스럽게 키가 크고 잘 생긴 갖가지 색깔의 꽃들을 보며 길을 지날 때마다 그 집 … 더보기

[307] 진이의 유학일기

댓글 0 | 조회 2,833 | 2005.09.28
아주 가끔씩 나는 진이와 현이 남매가 생각난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어찌 지내고 있을까? 학교는 제대로 다니고 있는지, 아니면 돈 번다고 정말로 우유배달을 하고… 더보기

[309] 낙엽따라 떠난 갈색의 낭만

댓글 0 | 조회 2,691 | 2005.09.28
죽이 잘 맞는 자매님 내외와 흣날리는 낙엽따라 가을 여행을 떠난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 쓸쓸한 계절에 갑자기 들뜬 낭만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계획없이 이루어… 더보기

[310] 어떤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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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문화에 익숙해질만큼은 살았는데 아직도 수영복 차림으로 남자들 앞에 다가서기가 민망스럽다. 평일의 오전에는 특히 호젓해서 남자들 세상 같아 더욱 어설프다. 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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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딸을 보러 오셨다는 내 또래의 어머니와 그의 딸이 함께 그룹이 되어 골프를 치던 날이다. 마흔을 한참이나 지난 중년의 딸이 대학 다 닐 때에 같이 배웠다… 더보기

[312] 민들레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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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바람이 흘리고 간 티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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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926 | 200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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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골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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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815 | 2005.09.28
자두빛 물먹은 목련이 피었네, 분홍색 화사한 벗꽃도 피었네. 소리없이 살금살금 봄이 찾아온 모양인가. 우리는 아직도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데…. 볕발 좋으면 까짓…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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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524 | 2005.09.28
바람 몹씨 사납던 지난 주말, 추석을 이틀 앞둔 날이다. 그 바람 속에서 악전고투로 공을 날려야만 하는 막힌 데 없는 골프장.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럭…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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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2,630 | 2005.10.25
혼자 사는게 심심하지 않느냐고 간혹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아마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말이리라.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전자 매… 더보기

[320] 그 비취에 가면.....

댓글 0 | 조회 2,519 | 2005.11.11
처음에 그 곳을 찾았을 땐 단순히 집에서 가깝다는 지리적인것 말고 달리 갈만한 그럴 듯한 곳을 찾지 못해서였는데 이제는 정이 들대로 들어서 헤어질 수 없는 친구처… 더보기

[321] 보자기의 예술(보자기 전시회를 다녀와서)

댓글 0 | 조회 2,741 | 2005.11.21
“현대 문명이 우리 여성들의 조신한 정서를 몽땅 탈취해갔구나” 해밀톤 시립 와이카토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보자기 전시회'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더보기

[322] 쌍둥이 아빠 고마워요

댓글 0 | 조회 2,513 | 2005.12.12
지치도록 피곤하게 운동하고 돌아와 막 현관문에 키를 꽂는 순간이다. 마치 내가 돌아왔음을 보고나 있듯이 안에서 요란스럽게 전화벨이 울려댄다. 누가 그리 때를 잘 … 더보기

[323]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와이카토”

댓글 0 | 조회 2,643 | 2005.12.23
남반구인 이곳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는 내려쬐는 태양볕 아래 정열적으로 피어나는 포후투카화 꽃 속에서 맞이한다. 바람을 잔뜩 넣어 부풀려 만든 풍선 눈사람에 줏대없… 더보기

[324] Oh, my God! 雪花 秀

댓글 0 | 조회 2,829 | 2006.01.16
雪花! 그 글씨만 보아도 백옥같은 눈꽃이 눈에 시원하다. 요즈음 한국은 눈꽃 속에 파묻힌 하얀 나라란다. 싸한 바람 속에 소복 단장한 고궁 뒷 뜰을 산책하고 싶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