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똑똑할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누가 더 똑똑할까?

5 2,339 NZ코리아포스트
내 친구 농장에는 염소가 두 마리 있다. 수놈은 염식이, 암놈은 염순이다.

“염식아, 염순아아---!”

여기저기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들판. 퍼져나가는 친구의 목소리를 타고 허공을 찬란하게 빛내며 염소들이 나타났다. 녀석들은 초록 위로 하얗게 겅중겅중 뛰어오다가 나를 발견하는 순간, 우뚝 멈췄다. 웃음을 짓고 다정히 불러보아도 여전히 얼음 땡 자세로 쳐다본다. 어룽어룽한 노란 구슬 알에 검은 획이 다만 한 줄 세로로 길게 그어진 한 낮의 염소 눈. 가만 보고 있으려니 염소가 가을 서릿발처럼 단호하게 꾸짖는 듯 하다. 낯설게 해서 미안해, 변명거리라도 늘어놓아야 될 듯싶다.

“얼마나 똑똑한지--- 주인이 주는 거 아니면 절대 안 먹어요.”

염식이와 염순이는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삐딱하게 서서 과일 껍질을 오물거렸다.

염소와 양, 누가 더 똑똑할까? 내 친구는 염소가 더 똑똑하단다. 염소는 양이 먹던 풀을 먹지 않는다, 염소가 울타리를 폴짝 뛰어 넘어 자유를 만끽할 때, 양은 그저 prison break에 성공한 염소를 멀건이 보며 풀이나 뜯고 똥이나 싸댄다고.

낚시꾼 P는 피아 해변에서 양을 낚았다. ‘양’이라는 물고기가 있어요? 나는 바보처럼 물었다. 짐작하건 데 무아지경 풀을 뜯다가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진 양이 익사한 채 떠다니다가 낚시 바늘에 걸린 것. 풀 먹다가 떨어져서 낚시 바늘에 걸렸다는 슬픈 염소 얘기는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날, 갈매기들은 양고기 만찬을 즐겼다.

엊그제는 Lonesome J씨가 암탉 꼬꼬를 입양했다. 그의 얼굴에 봄날처럼 환하고 뿌듯한 아지랑이가 마구 피어, 마치 늦둥이를 본 듯 했다.

“우리 꼬꼬가 얼마나 영리한지 아십니까? 꼬꼬는 땅을 헤쳐서 벌레를 잡아먹고 다시 흙으로 덮어 놓는 답니다. 그래야 또 벌레가 숨어들테니까요..”

아, 정말 영리하다. 닭대가리라는 말은 앞으로 머리 좋은 사람에게 쓰는 덕담으로 바뀌어야 할 듯싶다. 당신, 닭대가리네요!

집 뒤 뜰에 고대광실 같은 꼬꼬 집도 만들었다. 달걀은 공짠데, 닭 장을 구경하는 입장료는 5불이라고. 무슨 자금성이라도 되냐고요, 호호호. 기막힌 것은 그 좋은 집에서 꼬꼬 혼자 무정란만 낳으며 독수공방 중. 꼬꼬 신랑감 없나요? 볏이 불처럼 붉고 왕관처럼 늠름한 엄친아로.

우리 동네 정부(政府) 주택 옆에는 맘 좋은 어르신들이 마련해준 오리들의 정부(情婦) 주택이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암수 오리들이 깃털 끄덩이를 뽑는 치정 싸움을 하며 새끼를 친다. 애증의 푸닥거리 끝에 태어난 아기들이지만, 어미 오리의 육아만큼은 맹자 엄마, 심봉사도 울고갈 판이다.

며칠 전엔 우리 집에, 속도위반한 어미 오리가 새끼 여섯 마리를 몰고 쳐들어왔다. 꽃샘 추위가 가시기도 전에 새끼를 까서 먹을 것이 없는지, 콩알 같은 눈을 부라리며 각설이 타령을 했다. 얼씨구씨구 꽥 절씨구씨구 꽥 들어간다 꽥꽥! 나는 각설이 오리들의 닦달에 허겁지겁 식빵을 상납했다. 식빵 한 조각이 떨어질 때마다 일곱 개의 오리 주둥이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 와중에 엄마 부리 옆에 삐져나온 식빵 조각을 냉큼 떼어먹는 눈치 빠른 녀석이 있었다. 와우! 고놈 참 약았네.

각설이 짓으로 새끼들의 배를 불린 어미 오리는 도랑에서 수영 강습을 한다. 이 순간 각설이 타령을 하던 어미 오리의 부리는 따끔한 매질의 도구, 교편이 된다.

“꽤애엑- 꿱 꿱-- (엄마는 네가 박태환이나 펠프스처럼 되는 게 꿈이다. 너 뭐가 될라고 그래! 수영 하라니까, 왜 잔디밭으로 기어올라가!)”

어미 오리가 아기 오리들과 전쟁을 하면서 도랑물을 쭉 끌며 헤엄쳐가도록 아빠 오리는 아무런 참견도 하지 않는다. 고개를 쭉 빼고 보초만 서는 권위 있는 아빠다. 지아비, 지어미 역할이 이상적인 오리 가족이라고 감탄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모두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멋있고 신기하고 감탄스럽다. 누가 똑똑한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애정 어린 눈길, 배려 깊은 손길로 곁을 내어주면 멘사 회원 저리갈 만큼 똑똑한 녀석들이 왈칵 몰려든다. 그럴 때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한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왕하지
그집 꼬꼬는 참 키특하군요. ㅎㅎ,

우리 집 닭들은 땅을 다 파헤쳐서 홍수나게 생겼어요.

언제 그 집으로 견학을 좀 시켜야 할나나요,

동물들도 사람이 대해주기 나름인 것 같아요.

나는 두들겨 패기만 하니...
김 영나
하지님도 참---

할머님이랑 하지님, 가족들 모두 꼬꼬들 너무 사랑하잖아요.

아기 키울 때 엄마들이  하루에도 열 두번 거짓말 한다잖아요. Lonesome J 씨도 그런 거 아닐까요?

남들에게는 믿기지 않고 거짓말처럼 느끼는 일들이 사랑하는 사람 눈에는 보이는 거죠.
쌔엠
속도위반에 대한 애들의 저항 인가요?

한 놈 빼곤 모두 지 엄말 쳐다도 않보네요.ㅎㅠ

그래서 일단은 자식을 많이 나아야 하네요.

하나라도 건질라면..^^
왕하지
김선생님, 오리사진이 너무 예쁩니다.

형체가 뚜렸하고 깃털모양이 선명하고,

날개 속털도 보이고 그림 한번 그려야 되겠군요. ㅎㅎ
김영나
쌔엠님 말씀이 맞아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겠지만---, 바람 부는 게 곧 재미고 행복이죠 뭐.

그중에 잘 되는 자식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건강하고 본인이 행복한 일 하면서 지내는 게 최고죠 뭐.



하지님 그림 모델이 된다니 오리들이 영광스럽게 생각하겠네요.

자연스럽게 찍고 싶었는데, 오리들이 카메라를 보자 벽쪽으로 도망가서 저리 얼음 땡 자세로---

정말 부자연스러운 건 보기 싫어요. 전 저 사진 별로예요.

오리들 뒤뚱거리면서도 정말 빨라요. 아기 오리들은 굴러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좋은 사진 찍기 힘들었어요.  지(죄) 송---

Runner's High

댓글 1 | 조회 2,522 | 2009.02.10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겨울날에는 먹을 것이 귀하기 마련이다. 과일도 야채도 해산물도---. 그래서 동물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잔뜩 먹고 새로운 먹거리가 돋아나는 … 더보기

Angry Birds

댓글 4 | 조회 2,512 | 2012.04.24
시인 타고르는 한국을 ‘동방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칭송하였다. 한국이 정적으로 묘사돼 못마땅해 하는 이도 있지만, 떠오르는 해처럼 동방… 더보기

[379] 샴 트윈(Siamese Twin)의 비극

댓글 0 | 조회 2,505 | 2008.04.22
아주 오래 전에, 그러니까 한 20년쯤이나 되었을까, 나는 신문을 읽다가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충격에 빠졌다. 1811년, 당시 태국의 이름은 '샴(sia… 더보기

이방인

댓글 1 | 조회 2,498 | 2009.10.27
카뮈의 '이방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 뫼르소는 동료의 싸움에 휘말려 불량배 한 명을 사살하게 된다. 뫼르소는 법정에서 '태양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 더보기

[346] 천국을 한 병씩 나눠 드립니다

댓글 1 | 조회 2,492 | 2006.12.11
시인 바이런이 말했던가. ‘와인과 모짜르트와 책이 있는 곳이 천국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세계적 와인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곳 뉴질랜드가 천국임에 틀림없다.우… 더보기

[359] 언 발에 오줌 누기

댓글 1 | 조회 2,489 | 2007.06.25
중국에서 온 이웃집 새댁이 햇살이 내리 쬐는 벽에 몸을 기대고 하염없이 서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웃으며 햇살이 따뜻하다고 말했다. 사연인즉 전기요금… 더보기

베짱이에 관한 오해

댓글 1 | 조회 2,466 | 2009.07.15
뉴질랜드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6월 26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 일분기(3월31까지) 실업률이 5%에 육박했다.국내 총생산(GDP)도 전 분기 대비 … 더보기

[369] 영혼의 지팡이(Ⅰ)-마두금 연주를 듣다

댓글 0 | 조회 2,456 | 2007.11.27
거짓말처럼, 어미 낙타의 눈에서는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아기 낙타를 품에 들이고 젖을 물렸다. 며칠 전, 어미 낙타는 새끼를 낳았었다. 오랜 시… 더보기

Ball Boy

댓글 1 | 조회 2,454 | 2009.11.10
봄인데 전혀 봄날 같지 않은 날씨군요. 식구들이 온돌 매트에 등 바닥을 붙이고 좀처럼 일어나지를 않네요. 따끈한 생강차에 꿀을 한 술씩 타 먹인 후 등 떠밀어서 … 더보기

[343] 식물의 사생활(2)---넌 어느 별에서 왔니?

댓글 1 | 조회 2,431 | 2006.10.24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를 떠올려본다. 눈이 얼굴의 전체를 차지할 만큼 크고 주름투성이인 ET가 긴 손가락을 내밀어 인간의 손가락과 조우하는 순간, 지구인들은… 더보기

시간이 없다!

댓글 0 | 조회 2,401 | 2009.03.10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자신이 꾸었던 꿈을 소재로 '꿈(こんな 夢を 見た)'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8편의 단편 영화로 이루어진 '꿈'은 저마다 인상… 더보기

[373] 무진기행(霧津紀行)

댓글 0 | 조회 2,398 | 2008.01.30
무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Ⅰ. 스무살 무렵,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만났다. 주인공 윤희중, 그는 산업화가 막 시작된 1960년대의 전형적 인물이다. … 더보기

[377] 나는 걷는다

댓글 1 | 조회 2,382 | 2008.03.26
기차가 얼마나 게으름을 피웠던지,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할머니는 보따리를 이고 들고 앞장섰고, 나는 무섬증에 솜털이 보소송 일어나서 그 뒤를 … 더보기

[374] 남 섬에서 만난 세 남자

댓글 0 | 조회 2,379 | 2008.08.13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머리카락, 호방한 웃음, 그가 오른 산 만큼이나 우뚝한 콧날---뉴질랜드 지폐 5달러짜리에 인쇄된 남자, 에드먼드 힐러리경이다. 그는 1953… 더보기

당신을 희망의 메신저로 임명합니다

댓글 3 | 조회 2,371 | 2012.06.12
---- 코리아 포스트 창간 20주년에 부쳐 지구 밖 6천Km 상공에서 찍은 우주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구는 진애(塵埃)에 불과했지요. 마치 햇살 좋은 날… 더보기

측은지심이 으뜸

댓글 0 | 조회 2,370 | 2008.11.25
나의 친정 엄마는 '불쌍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교통 사고로 아들을 앞세워 보낸 외삼촌도 불쌍해 죽겠고, 천식으로 꼼짝 못하고 누워 있는데 개미새끼 한 마… 더보기

산골짜기 불빛

댓글 0 | 조회 2,354 | 2008.12.23
나는 지리산 골짜기로 토꼈습니다. 비속어를 사용해 죄송하지만 가끔은 비속어 한 마디에 내 영혼이 카페인이라도 들이킨 듯 반짝 빛납니다. 내 방 앞을 흐르는 강물은… 더보기

[368] 하버브리지

댓글 0 | 조회 2,347 | 2007.11.12
오클랜드 하버브리지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06 베카 엔지니어링의 보고서는 클립온(바깥 상하행 2개 차선)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Transit … 더보기

[348]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Ⅰ)

댓글 1 | 조회 2,343 | 2007.01.15
향기는 언제나 내 주변에 가득하다. 바람 따라 허공의 이곳 저곳을 떠돌기도 하고 가라앉아 있기도 하다가 소용돌이 치다가 내 코 속으로 기어드는 것이다. 우연히, … 더보기

현재 누가 더 똑똑할까?

댓글 5 | 조회 2,340 | 2011.09.13
내 친구 농장에는 염소가 두 마리 있다. 수놈은 염식이, 암놈은 염순이다. “염식아, 염순아아---!”여기저기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들판. 퍼져나가는 친… 더보기

[363] 아! 버나드 쇼

댓글 0 | 조회 2,336 | 2007.08.28
간절한 소원이 하나 있다. 아일랜드 태생의 작가인 죠지 버나드 쇼를 꼭 한 번 만나는 일이다. 깡마른 몸에 희고 긴 수염, 지팡이가 트래이드 마크인 쇼. 형형한 … 더보기

[382]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Ⅲ)

댓글 0 | 조회 2,332 | 2008.06.10
세계 제3차 대전은 식량 전쟁이다. 대한민국은 그 전쟁 중에 이미 핵폭탄을 두어 방 맞았다. 미국산 쇠고기로 한방 맞고, 5월 1일, 미국산 유전자 변형(GM)옥… 더보기

[376] Sparkling과 100% Pure

댓글 1 | 조회 2,317 | 2008.03.11
한국 관광 홍보 영상 '코리아 스파클링'이 1월 31일, 세계 3대 영상제인 '뉴욕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양방언씨의 모던 한 가야금 연주에 전통과 현대… 더보기

좋은 일, 나쁜 일, 이상한 일

댓글 0 | 조회 2,316 | 2012.09.25
수십 년 영화를 만들었고, 거장이라 불렸지만 영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김기덕 감독도 ‘아리랑’에서 &lsq… 더보기

길 위에서 만나다

댓글 0 | 조회 2,309 | 2008.12.10
잘 살고 있어? 헤어진 옛 애인이 전화를 걸어와 괜스레 안부를 물으면 여자는 '그저 그래' 라고 대답하는 샹송이 있다. 슬픔이 촉촉히 베어 있는 음성으로 노래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