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똑똑할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누가 더 똑똑할까?

5 2,678 NZ코리아포스트
내 친구 농장에는 염소가 두 마리 있다. 수놈은 염식이, 암놈은 염순이다.

“염식아, 염순아아---!”

여기저기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들판. 퍼져나가는 친구의 목소리를 타고 허공을 찬란하게 빛내며 염소들이 나타났다. 녀석들은 초록 위로 하얗게 겅중겅중 뛰어오다가 나를 발견하는 순간, 우뚝 멈췄다. 웃음을 짓고 다정히 불러보아도 여전히 얼음 땡 자세로 쳐다본다. 어룽어룽한 노란 구슬 알에 검은 획이 다만 한 줄 세로로 길게 그어진 한 낮의 염소 눈. 가만 보고 있으려니 염소가 가을 서릿발처럼 단호하게 꾸짖는 듯 하다. 낯설게 해서 미안해, 변명거리라도 늘어놓아야 될 듯싶다.

“얼마나 똑똑한지--- 주인이 주는 거 아니면 절대 안 먹어요.”

염식이와 염순이는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삐딱하게 서서 과일 껍질을 오물거렸다.

염소와 양, 누가 더 똑똑할까? 내 친구는 염소가 더 똑똑하단다. 염소는 양이 먹던 풀을 먹지 않는다, 염소가 울타리를 폴짝 뛰어 넘어 자유를 만끽할 때, 양은 그저 prison break에 성공한 염소를 멀건이 보며 풀이나 뜯고 똥이나 싸댄다고.

낚시꾼 P는 피아 해변에서 양을 낚았다. ‘양’이라는 물고기가 있어요? 나는 바보처럼 물었다. 짐작하건 데 무아지경 풀을 뜯다가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진 양이 익사한 채 떠다니다가 낚시 바늘에 걸린 것. 풀 먹다가 떨어져서 낚시 바늘에 걸렸다는 슬픈 염소 얘기는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날, 갈매기들은 양고기 만찬을 즐겼다.

엊그제는 Lonesome J씨가 암탉 꼬꼬를 입양했다. 그의 얼굴에 봄날처럼 환하고 뿌듯한 아지랑이가 마구 피어, 마치 늦둥이를 본 듯 했다.

“우리 꼬꼬가 얼마나 영리한지 아십니까? 꼬꼬는 땅을 헤쳐서 벌레를 잡아먹고 다시 흙으로 덮어 놓는 답니다. 그래야 또 벌레가 숨어들테니까요..”

아, 정말 영리하다. 닭대가리라는 말은 앞으로 머리 좋은 사람에게 쓰는 덕담으로 바뀌어야 할 듯싶다. 당신, 닭대가리네요!

집 뒤 뜰에 고대광실 같은 꼬꼬 집도 만들었다. 달걀은 공짠데, 닭 장을 구경하는 입장료는 5불이라고. 무슨 자금성이라도 되냐고요, 호호호. 기막힌 것은 그 좋은 집에서 꼬꼬 혼자 무정란만 낳으며 독수공방 중. 꼬꼬 신랑감 없나요? 볏이 불처럼 붉고 왕관처럼 늠름한 엄친아로.

우리 동네 정부(政府) 주택 옆에는 맘 좋은 어르신들이 마련해준 오리들의 정부(情婦) 주택이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암수 오리들이 깃털 끄덩이를 뽑는 치정 싸움을 하며 새끼를 친다. 애증의 푸닥거리 끝에 태어난 아기들이지만, 어미 오리의 육아만큼은 맹자 엄마, 심봉사도 울고갈 판이다.

며칠 전엔 우리 집에, 속도위반한 어미 오리가 새끼 여섯 마리를 몰고 쳐들어왔다. 꽃샘 추위가 가시기도 전에 새끼를 까서 먹을 것이 없는지, 콩알 같은 눈을 부라리며 각설이 타령을 했다. 얼씨구씨구 꽥 절씨구씨구 꽥 들어간다 꽥꽥! 나는 각설이 오리들의 닦달에 허겁지겁 식빵을 상납했다. 식빵 한 조각이 떨어질 때마다 일곱 개의 오리 주둥이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 와중에 엄마 부리 옆에 삐져나온 식빵 조각을 냉큼 떼어먹는 눈치 빠른 녀석이 있었다. 와우! 고놈 참 약았네.

각설이 짓으로 새끼들의 배를 불린 어미 오리는 도랑에서 수영 강습을 한다. 이 순간 각설이 타령을 하던 어미 오리의 부리는 따끔한 매질의 도구, 교편이 된다.

“꽤애엑- 꿱 꿱-- (엄마는 네가 박태환이나 펠프스처럼 되는 게 꿈이다. 너 뭐가 될라고 그래! 수영 하라니까, 왜 잔디밭으로 기어올라가!)”

어미 오리가 아기 오리들과 전쟁을 하면서 도랑물을 쭉 끌며 헤엄쳐가도록 아빠 오리는 아무런 참견도 하지 않는다. 고개를 쭉 빼고 보초만 서는 권위 있는 아빠다. 지아비, 지어미 역할이 이상적인 오리 가족이라고 감탄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모두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멋있고 신기하고 감탄스럽다. 누가 똑똑한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애정 어린 눈길, 배려 깊은 손길로 곁을 내어주면 멘사 회원 저리갈 만큼 똑똑한 녀석들이 왈칵 몰려든다. 그럴 때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한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왕하지
그집 꼬꼬는 참 키특하군요. ㅎㅎ,

우리 집 닭들은 땅을 다 파헤쳐서 홍수나게 생겼어요.

언제 그 집으로 견학을 좀 시켜야 할나나요,

동물들도 사람이 대해주기 나름인 것 같아요.

나는 두들겨 패기만 하니...
김 영나
하지님도 참---

할머님이랑 하지님, 가족들 모두 꼬꼬들 너무 사랑하잖아요.

아기 키울 때 엄마들이  하루에도 열 두번 거짓말 한다잖아요. Lonesome J 씨도 그런 거 아닐까요?

남들에게는 믿기지 않고 거짓말처럼 느끼는 일들이 사랑하는 사람 눈에는 보이는 거죠.
쌔엠
속도위반에 대한 애들의 저항 인가요?

한 놈 빼곤 모두 지 엄말 쳐다도 않보네요.ㅎㅠ

그래서 일단은 자식을 많이 나아야 하네요.

하나라도 건질라면..^^
왕하지
김선생님, 오리사진이 너무 예쁩니다.

형체가 뚜렸하고 깃털모양이 선명하고,

날개 속털도 보이고 그림 한번 그려야 되겠군요. ㅎㅎ
김영나
쌔엠님 말씀이 맞아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겠지만---, 바람 부는 게 곧 재미고 행복이죠 뭐.

그중에 잘 되는 자식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건강하고 본인이 행복한 일 하면서 지내는 게 최고죠 뭐.



하지님 그림 모델이 된다니 오리들이 영광스럽게 생각하겠네요.

자연스럽게 찍고 싶었는데, 오리들이 카메라를 보자 벽쪽으로 도망가서 저리 얼음 땡 자세로---

정말 부자연스러운 건 보기 싫어요. 전 저 사진 별로예요.

오리들 뒤뚱거리면서도 정말 빨라요. 아기 오리들은 굴러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좋은 사진 찍기 힘들었어요.  지(죄) 송---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177 | 13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3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0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9 | 10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0 | 10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39 | 10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0 | 10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4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3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68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2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7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8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4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6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3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5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9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