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 언니가 오셨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275] 언니가 오셨네

0 개 2,751 코리아타임즈
요즈음 제법 살맛이 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언니가 오셨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지붕 밑에서 철없을 때 같이 살아 본 이후 서로가 출가해서 각자의 인생을 살았다. 거의 반세기만에 오붓하게 한 이불 속에서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자매의 정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늙어 갈수록 어머니의 모습을 드러내는 언니가 어쩌면 어머니 같기도 해서 이 세상에 안 계신 어머니의 함께하는 기분도 들고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살림 같지도 않은 엉터리 살림을 하다가 제법 아낙네다운 모습으로 주방을 서성이는 것도 즐겁고 그와 함께 음식다운 끼니를 맞이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아기처럼 내 뒤를 쫓아다니며 그러나 말썽을 부리는게 아니고 무슨 일이든 알아서 척척 뒷바라질 해 주시지 않는가. 지나간 긴 세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으니 그 동안 살아온 자잘한 이야기며 아이들 키워 시집 장가 보내고 살아간 이야기, “잘 다녀 와서 다시 만나요” 여기 떠나올 때 송별회를 해주시며 건강하게 보내 주시던 형부가 갑자기 병이 나서 돌아 가셨던 때의 안타까운 속사정 등, 할 이야기가 태산같다. 잉꼬처럼 다정하게 부부 정을 이어오던 분이 용케 잘도 견디어 내는 언니가 대견하기만 하다. 아내 사랑을 남유달리도 하시더니 어떻게 혼자 남겨 두고 눈 감으셨는지 그 길은 아무도 어쩔 수 없는 길이 잖은가. 일흔일곱의 노구임에도 백수를 사시려는 어머니 앞에서의 불효를 하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살아 보려는 의지와 싸우다가 지셨다는 가슴 무거운 이야기를 들으며 이 세상 떠날 때 순서 지키는 일도 그리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칠 년전이다, 두 분을 모시고 남섬여행을 갔을 때다 “마운트 쿡”에서 헬리콥터를 타자고 했더니 그 비싼 것 타고 신선이라도 되느냐며 사양을 하시더니 언니의 권유로 비행기에 올랐다. 빙하의 계곡을 누비다가 하얀 눈을 덮은 산 정상에 올랐을 때  아이처럼 좋아하며 사진 찍어 달라고 보채시던 형부의 모습이 눈앞에서 어른 거린다. 어찌 언니를 이 먼 길에 혼자 오도록 할 수가 있을까. 형부답지 않다고 살아 계신 분처럼 혼자 씁쓸해하는 내 마음을 언니는 모르시겠지.

  특별하게 남편 사랑은 무한히 받았지만 언니는 층층시하에 어려운 시집살이를 했다. 할머님이 구십넷인가에 돌아가셨는데 시어머님이 계셔도 남자처럼 바깥일만 좋아하시던 분이어서 할머님 모시는 일도 손주 며느리인 언니의 몫이었다. 조용하신 성품의 시아버님 떠나 보내고 시어머님이 구십일곱까지 장수하시어 언니는 칠십 넘어까지 시집살이를 해야만 했다. 오남매 잘 키워 시집 장가 다 보내 손주가 주렁주렁해도 어른 대우를 못 받고 며느리 자리 지키느라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다, 어디 그 뿐인가. 아이를 둘이나 낳은 신식 며느리는 맞벌이 하느라 아이들과 살림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나 몰라다. 이제 시어머님 저 세상 보내 드리고 칠십 넘어 시집살이에서 해방은 되었으나 몸도 지나치게 썼으니 고장이 안 날리없다. 다리가 아파 많이 고생하셨다. 그리고 이제서야 긴 휴가를 맡아 여기까지 오셨다. 목에 건 효부상 금목거리가 자랑스러워도 내 피붙이가 몸이 안 좋으니 그게 무슨 소용이람, 그러나 나는 자랑스럽다. 언니는 천생 여자로서 여자다운 삶을  모범으로 이룬 성공한 인생이다.

  남편에 대한 남으랄데 없는  추억을 가슴에 묻고 시어른들을 지극 정성으로 모셨던 보람된 삶을 살아왔기에 오남매 자식들 모두가 또한 어머니를 끔직한 사랑으로 받들지 않는가, 지난주 언니의 생일을 이 곳에서 맞았다. 아침부터 차례로 전화를 해 와서 온 종일 국제전화 받느라 바빴다. 몸은 비록 고달프고 힘들었어도 보람있은 인생을 사신 언니가 부럽다.

  요즈음 나를 따라 아침마다 십리 정도를 거뜬히 걸어내신다 보폭도 처음보다 좋고 몸놀림이 가볍고 유연하다. 퉁퉁 부어오른 무릎에서 물을 말리느라 병력이 만만치 않은 다리다. 여기 오실 때까지 객지에 나가 고생할까봐  많이 망서렸다는데 이게 웬일인가. 약을 한 봇따리 지어 들고 오셨는데 한 번도 안 드셨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그 동안 너무 힘들고 지쳤던게 틀림없다. 이번 휴가가 그렇게 멋지고 가볍게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어서어서 이 심술궂은 날씨가 개이고 화창해서 언니의 마음도 활짝 더 밝았으면 좋으련만…, 뉴질랜드의 온갖 꽃들아 한껏 피어나서 뽑내다오 그리고 새들아 목청껏 아름다운 노래로 내 언니를 더욱 기쁘게 해 주렴, 이 동생이 바치는 선물이 그 뿐이지만 욕심없는 언니가 바라는 것도 더 이상은 없겠기에 이 작은 소망을 빈다.  

[319] 서른여섯의 눈동자

댓글 0 | 조회 2,635 | 2005.10.25
혼자 사는게 심심하지 않느냐고 간혹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아마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 말이리라. 곁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울 수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전자 매… 더보기

[317] 솔잎 향기 그윽한 추석을 맞다

댓글 0 | 조회 2,527 | 2005.09.28
바람 몹씨 사납던 지난 주말, 추석을 이틀 앞둔 날이다. 그 바람 속에서 악전고투로 공을 날려야만 하는 막힌 데 없는 골프장.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럭… 더보기

[316] 목련이 피었네, 뚝뚝 떨어지네

댓글 0 | 조회 2,822 | 2005.09.28
자두빛 물먹은 목련이 피었네, 분홍색 화사한 벗꽃도 피었네. 소리없이 살금살금 봄이 찾아온 모양인가. 우리는 아직도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데…. 볕발 좋으면 까짓… 더보기

[315] 골프장에서

댓글 0 | 조회 2,585 | 2005.09.28
참 변덕 많은 날씨가 뉴질랜드 날씨다. 나도 여기 살면서 날씨 닮아 그리 변덕스러워지면 어쩌나 슬며시 걱정도 된다. 파아란 하늘을 보며 기분좋게 달려가는 길인데 … 더보기

[314] 새 우 깡

댓글 0 | 조회 2,931 | 2005.09.28
새우 먹겠다고 바쁘게 달려온 세시간여의 여행, 그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서울에서 모처럼 여행온 딸애를 위한 관광코스 중에 하나였기에 안내를 맡은 큰사위가 점심때를 … 더보기

[313] 바람이 흘리고 간 티끌이겠지…

댓글 0 | 조회 2,482 | 2005.09.28
친정 어머니가 아마 지금의 내 나이때쯤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날인가, 우리집엘 오셨는데 핸드백 안에서 불쑥 사진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네셨다. 모서리가 닳고 색도… 더보기

[312] 민들레 김치

댓글 0 | 조회 2,804 | 2005.09.28
비가 자주 내리더니 말라 붙었던 잔디가 기승을 부리듯 살아나고 온갖 잡초들이 서로 다투어 키자랑을 하듯 쑥쑥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 빠질세라 민들레도 한 몫끼어 … 더보기

[311] 엄마 마음=딸의 마음

댓글 0 | 조회 2,790 | 2005.09.28
한국에서 딸을 보러 오셨다는 내 또래의 어머니와 그의 딸이 함께 그룹이 되어 골프를 치던 날이다. 마흔을 한참이나 지난 중년의 딸이 대학 다 닐 때에 같이 배웠다… 더보기

[310] 어떤 스케치

댓글 0 | 조회 2,682 | 2005.09.28
여기 문화에 익숙해질만큼은 살았는데 아직도 수영복 차림으로 남자들 앞에 다가서기가 민망스럽다. 평일의 오전에는 특히 호젓해서 남자들 세상 같아 더욱 어설프다. 쭈… 더보기

[309] 낙엽따라 떠난 갈색의 낭만

댓글 0 | 조회 2,695 | 2005.09.28
죽이 잘 맞는 자매님 내외와 흣날리는 낙엽따라 가을 여행을 떠난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 쓸쓸한 계절에 갑자기 들뜬 낭만으로 가슴이 설레인다. 계획없이 이루어… 더보기

[307] 진이의 유학일기

댓글 0 | 조회 2,840 | 2005.09.28
아주 가끔씩 나는 진이와 현이 남매가 생각난다. 그들은 지금 한국에서 어찌 지내고 있을까? 학교는 제대로 다니고 있는지, 아니면 돈 번다고 정말로 우유배달을 하고… 더보기

[306] 다알리아 아줌마

댓글 0 | 조회 2,847 | 2005.09.28
소담스럽게 핀 다알리아꽃이 방긋방긋 웃으며 휀스넘어로 윙크를 보내오는 그 집. 유난스럽게 키가 크고 잘 생긴 갖가지 색깔의 꽃들을 보며 길을 지날 때마다 그 집 … 더보기

[305] 추억의 손수건

댓글 0 | 조회 2,717 | 2005.09.28
"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꼭 건강하셔야 해요.” 보통 때와 다르게 은근하고 진지한 목소리가 갈증나게 내 귀를 간지럽힌다. “지금 어디시여?” 늘상 알면서도 … 더보기

[304] City의 밤 풍경

댓글 0 | 조회 2,630 | 2005.09.28
참 오래간만에 City에 나와 밤 거리를 걸어본다. 기승을 부리던 낮 더위가 먼 나라 이야기인양 살갗에 닿는 바람이 마냥 시원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민다. 낮의… 더보기

[303] 아름다운 세상

댓글 0 | 조회 2,584 | 2005.09.28
며칠 전 내 편지함에 낯선 편지 한 통이 꽂혀 있었다. 복조리가 사진으로 찍혀 있는 근하신년 대한민국 우체국 카드였으니 분명 한국에서 보내 온 내 것이 틀림없었다… 더보기

[301] 쨈돌이 파이팅!

댓글 0 | 조회 2,783 | 2005.09.28
“주님 오늘도 그 아이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시어 어렵지 않은 하루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요즈음 내 기도는 그렇게 시작되고 끝이 난다. 일곱살… 더보기

[299] 사랑하는 나의 진정한 친구 K에게

댓글 0 | 조회 2,982 | 2005.09.28
해도 마지막 저무는 달이 다가왔군요. 달랑 한장 남은 카레다 앞에서 선뜻 그 마지막 한 장을넘기기가 아쉬워 마냥 그대로 두어 보지만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아무 의… 더보기

[294] 베티의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2,463 | 2005.09.28
무슨 꽃일까? 부스럼 앓는 나무처럼 꺼칠한 고목나무에서 바람결에 떨어져 내린 손톱같이 가느다란 꽃잎이 온통 바닥에 하얗다. 소복하게 차를 뒤덮은 어느날 아침 긴 … 더보기

[288] 영정 사진을 찍으며

댓글 0 | 조회 2,891 | 2005.09.28
아직은 아니에요. 10년쯤 후에나 찍으세요” 누군가가 던진 달콤한 위로의 말에 귀에 솔깃했던 순간을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어본다. 어느 포토 샵에서 영정 사진을 찍… 더보기

현재 [275] 언니가 오셨네

댓글 0 | 조회 2,752 | 2005.09.28
요즈음 제법 살맛이 난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언니가 오셨다.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한지붕 밑에서 철없을 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