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5 7,940 NZ코리아포스트
사랑은, 결혼은 뭐하러 하나? 뉴질랜드, 한국 불문하고 집집마다 절벽 위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늙어가는 아들 딸들이 있다. 그네들은 사랑과 결혼이 두렵다고 한다. 힘들어 보여서 지레 피하고 싶다고도 한다. 아들 둘, 딸 하나가 서른 초중후반에 걸쳐 있는 선배는 화병이 다 생겼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한국의 노교수가 어느날 자신의 사랑론을 피력했다. 사랑에 빠지다, 영어로도 falling in love, 제 정신 가졌다면 어떻게 ‘빠지냐’는 것. 물귀신에 발목을 잡혀 늪에 끌려 들어가 듯이 어떤 음험한 기운에 정신을 잃고 holic되는 상황은 결코 정상이 아니라고.

반면, 일본에서는 미혼으로 늙어가는 이들을 ‘싸움에 진 개’라고 표현한다. 세상과의 싸움, 사랑과의 싸움에서 졌다는 것일까, 패배자처럼 처절하고 청승맞아 보인다는 것일까? 그들을 둘러싼 아우라가 황금 가루가 아니라 잿빛이라는 것일까.

나의 '사랑론’은 생물학과 관련이 깊다. 혹여,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이들이 사랑에 빠진 이들과 달라보인다면 그 이유는 '줄기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해서일 것이다. 60조가 넘는 우리 몸의 세포는 줄기 세포로부터 분화된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어떤 감정이나 느낌, 감수성, 사고, 판단, 이해 등의 모(母)세포는 분열되고 분화되고 자라고 죽고 다시 태어난다. 이때 필요한 정신의 자양분은‘사랑’이다.

생각해보면, 알 속에 갇혀 있다가 세상에 나온 병아리처럼 미성숙, 미분화 감정 상태가 몇 단계 쑥 커져버린 것은 사랑이 지나간 후였다. 사랑이 이루어졌거나 이별로 끝났거나, 달콤했거나 씁쓸했거나 하는 사실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랑, 미움, 배신, 화해, 용서, 기대, 실망, 그리움, 반가움, 흥분, 진정, 좌절, 저릿함, 환희, 안타까움, 갈망, 질투, 한숨 등이 원자폭탄처럼 증폭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 사랑이 아니라면 인간이 무슨 일로 이 많은 감정의 줄기세포를 분화시킬 수 있을까. 과거에 좋은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랫말이 궁금해서 번역본을 찾아보곤 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일이 부질 없음을 깨달았다.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 즐기는 노래며 시, 소설, 영화, 드라마의 90% 이상은 사랑과 관련된 일이다. 사랑은 창조적 작업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사랑으로부터 분화된 감정선상에서 이해하면 그리스, 라틴 노래도 OK!

기쁜 우리 젊은 날엔 느닷없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사랑에 빠졌다. 내가 아는 언니는 최루탄 포화 속에서 사랑을 만났다. 생면부지의 남자가 혼자 걷고 있던 언니에게 다정하게 팔짱을 끼었다. 그 남자는 운동권 학생이었는데, 경찰에 쫓기고 있었던 것. 데이트하는 척 광화문과 시청을 걷는 것으로 인연의 실타래가 엮어져서 뜨겁게 타올랐지만, 이별했다. 그 언니는 손가락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싶어 했고, 그 남자는 재야 노동 운동을 했으므로.

내 친구는 남친이 데모하다가 잡혀서 강제 징집 당한 뒤, 정신이 이상해졌다. 친구는 정신과 약을 먹고 시도 때도 없이 졸고 깨어나면 횡설수설 하면서 대학 생활을 보냈다.

격랑의 세월, ‘모래시계’에 필적한만한, 50부작 미니시리즈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우리들 사랑 얘기여서 다시 떠올려보니 참 지난하고 혼을 뒤흔드는 저릿함이 있다. 하지만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이었음을 우리는 안다. 하여, 위대한 노(老)작가나 걸출한 노배우에게 앞으로의 희망 작품을 물으면 십중 팔구는 가슴 절절한 사랑 얘기, 멜로 연기라고 말한다. 오죽 사랑이 좋으면 정호승 시인은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시를 썼을까.

휴일에는 혼자 찜질방에 가는 K, 결혼한 동생 애들 재롱 보면서 행복해 하는 Y, 컴퓨터를 애인처럼 껴안고 사는 P야, 사랑을 꼭 만들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젊었을 때는 사랑으로 살고, 늙어서는 추억을 곱씹으며 산다고 한다. 되새김질한 사랑이 없다면 아흔까지 무슨 낙으로 살까. 잠도 없어진다는 노년의 베갯머리에 옛 사랑의 환영이 떠돌아다니면서 황금 가루를 뿌려준다면 우리의 노년은 얼마나 찬란할까.

나는 문득 '인생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같았다는 말을 남기고 선종한 테레사 수녀의 말을 떠올리곤 한다. 인생은 매일매일 그저그렇고, 낯설고 퀴퀴하고 구질구질하고 좀벌레처럼 음험한 사건의 연속이지 않는가. 그럼에도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 고마웠던 것은 함께 나눈 ‘사랑의 시간’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 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허수경의 시 ---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왕비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라고 했던 작가도 있었지요.

그럼 이글은 허수경의 글을 그대로 옮긴것인지요

맨 밑줄에서 횃갈립니다.

누구 글이든 좋은 글입니당.ㅠㅠ
김영나
아니요.  '그때 나는 묻는다'부터 허수경 시입니다.

제 칼럼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함께 음미해보려구요.

죄송해요 . 차별화되게 고치겠습니다.
Enigma
독 신자 님들 의 심정:-

인생은 고해 의 바다 와  같아서 함께 살아도 고통도  항상  동반 되고 한국에는 매일 381 명이

이혼 한다.  부담도 주지 말고 받지도 말고 좀 자유스럽게 살다가 인생을 마감 하자.

결국 흙으로 돌아 간다.  그들은 사랑  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이해 할줄 안다.

태러사 수녀님의 거룩 한 사랑  정신은 천지를 강타하고 있다.
에브리데이
얼마전 양규준선생님 전시회 갔다가 방명록 보니 "김영나"님 이름이 있더군요....얼마나 신기하던지....ㅎㅎㅎ....어쩔때는 싱글이 그립더라도 울 애기와 마눌님을 생각하면 결혼이란게 할만한거 같아요...특히, 뉴질랜드는 가족밖에 서로 챙겨줄 사람이 없단 느낌이 더 들어서요....노처녀 노총각 문제...한국은 흔한 일이죠...다행히 저는 제때 잘 간거 같아요...
김영나
앗! 우리 스쳐지나갔군요. 에브리데이님!

그날 비바람은 불고 마음이 스산했는데 --- 양규준 선생의 좋은 그림 감상하면서 와인 한 잔 마시니 좋더군요. 언제 또 어디선가 뵈어요.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07 | 1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1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74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6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35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3 | 2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2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8 | 2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9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9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5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9 | 3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3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3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3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31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9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6 | 8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1,004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7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2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9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82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3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