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감옥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보이지 않는 감옥

3 2,808 NZ코리아포스트
호주 시드니의 ‘경제평화 연구소 (IEP)’는 지난 8일 ‘2010 세계 평화 지수(GPI)’를 발표했다. 전쟁이나 사회 정치적 갈등, 테러 위험, 폭력 범죄 등의 항목이 고려된 평화 지수다. 149개국 중 1위는 뉴질랜드다. 일정 부분 수긍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아시안들의 평화 지수는 어떤가? 아무리 너그럽게 인정해주려 해도 1위는 어불성설이다.

얼마 전 오클랜드 경찰 거프릿 아로라는 ‘아시안들이 도둑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아시안이라는 티를 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국기, 자동차 번호판에서 티 내지 말고 주택 보안과 비즈니스 보안 시설도 강화하라고 말했다. 아마 머리도 모두 노랗게 물들이고 얼굴도 모두 ‘Face Off’ 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는가, 마이클 잭슨처럼.

아시안이 범죄의 타깃이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인가? 2008년 오클랜드에서 2주 사이에 세 명의 아시안이 희생됐고, 나는 그 당시 ‘제로 톨레랑스’라는 컬럼을 썼었다. 1만여 명이 아시안에 대한 범죄 규탄 시위를 했고, 피터로우라는 아시안은 AAG(Asian Anti - Crime Group)라는 자경단은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오죽했으면!

내가 아는 지인 중에 도둑, 강도, 차량 절도 파손, 핸드백 날치기 등을 안 당해본 이를 찾기 힘들다. S는 세 번 도둑 맞고 아파트로 갔는데, 그 아파트에도 두 번 도둑이 들었다. 남편의 사촌 동생은 시내에서 카페를 했었다.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 주고 카페에서 일하고 돌아와보니 집이 쑥대밭이 됐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담아온 아이들 영상 기록을 잃어버린 것을 참 속상해 했다. 그리고 호주로 떠났다.

수년 전 나는 어떤 이에게 차를 구입했는데, 한국으로 돌아간 유학생 맘이 맡겨 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녀가 세간살이도 정리 못하고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간 이유는 도둑을 당하고 무섭고 겁이 나서였다고 한다. ‘차 열쇠 내놔!’라고 지인의 문 앞에서 당당하게 호령했다는 놈씨도 있다. 전설의 고향의 ‘내 다리 내놔!’ 보다 더 공포스럽다. 주먹을 수건으로 둘둘 말고 모텔 유리창을 퍽 쳐서 유럽에서 온 손님 짐을 몽땅 가져간 예도 있다.

생계형 도둑이라고 가엾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담대하고 뻔뻔하고 거리낌없고 인정사정 없는 행동들이다.

순발력 또한 금메달감이다. O씨 댁 얘기도 참 기가 막히다. 손님이 왔다가 가는 길에 온 식구가 현관 앞에 나와 배웅을 했다. 5분 정도나 됐을까. 그 사이에 안방 화장실 문으로 들어와서 이것저것 훔쳐갔다. 언젠가 TV에서 전직 도둑이 나와 시범을 보이는데 10분만에 온 집안이 다 털렸다.

리쿼샵을 하는 지인은 강도를 당한 뒤, 한국에서 가스총과 삼단봉 등을 구입해 왔다. 그는 일단 손님이 들어오면 신발부터 본다. 슬리퍼를 신은 손님은 안심이다. 운동화에 후드티가 들어오면 바싹 긴장한다.

한국 DAUM의 한 카페에는 이런 질문이 올라와 있다.

“뉴질랜드 정말 도둑놈 소굴인가요?”

“18년 동안 뉴질랜드에 살면서 집안에 도둑 든 일이 2번, 가게에 2번, 강도 1번, 차량 도난 1번입니다.”

참고로 그 카페는 지난 해 우수 카페로 뽑힌 바 있다.

열 사람이 한 도둑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존키 총리 집은 보안이 허술해서 도둑을 맞았나? 리쿼 샵의 쇠 철문을 차로 들이 박고, 알람도 겁을 안내고,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일 다보고 도망가는 데 보안이 무슨 대순가.

아시안이 범죄의 타깃이 되어 왔고, 되고 있으며, 될 터인데 뉴질랜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 그저 조심하라면 그것으로 한 국가의 책무가 끝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경찰의 책임을 모두 개인의 몫, 아시안에게로 돌리는 것은 아닌가? 아시안이 조심하지 않아서 범죄의 타깃이 된다는 논리는 어처구니가 없다.

본말(本末)이 바뀌었다. 정부과 경찰이 단호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언론에서는 아시안을 얕잡아보는 풍토를 개선시키는 것이 먼저다. 신고해도 나와보지도 않고 잡지도 못하니 범죄자들은 더욱 대범해지고 활개를 치고 아시안들을 만만히 보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뉴질랜드의 아시안은 10%정도이지만 2021년에는 15%로 증가한다고 한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뉴질랜드의 수십 만 아시안이 자신의 주위에 보이지 않는 철창을 두르고 Self Service로 범죄를 관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한인회를 비롯, 아시아 각 단체들은 함께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아시안들은 약하고 영어도 못하고 어리숙하면서 현금이나 귀중품은 많아서 최고의 목표물이라는 인식을 타개하는 노력 또한 절실하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브리데이
도둑놈 하나 못 잡는 뉴질랜드가 어쩔땐 참 후진국이란 생각이 드네요........

자기가 알아서 방어를 준비하고 보안을 해야 한다는......인종차별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느정도 존재하다는 점도 문제구.......

그래도 친절한 사람들은 너무 친절해서 좋을 때도 있구여.......

희비가 공존하는 뉴질랜드의 삶입니다.

다음에는 밝은 소재로 부탁드릴께요..........ㅎㅎㅎ...........
김영나
그렇죠?  '뉴질랜드에서 행복찾기' 김영나가 행복을 잘 찾아내지 못한답니다. 행복 찾기가 참 어려워서 역설적으로 '행복찾기'아니 '행복 찾아 헤매기'라고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메인 칼럼이다보니 수필식으로 쓰기도 그렇고 해서요, 비판적인 시각을 가하다보니 저도 별로 행복하지가 않네요.요즘 고민이랍니다.좋은 의견 좀 주세요.
yooye841
그러게요. 초기보다 요즘 좀 더 어두운 소재가 많이 소개되었네요. 아무래도 시사성이 강한 내용을 담으시니 사회를 보는 시각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요즘처럼 경제가 안좋을 때는 아무래도 일부러 밝은 소재가 좀더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예를들어 교민자녀들의 우수성이라든지, 신변잡기에 따른 에피소드 또는 한인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분들에 대한 소개의 글들도 괜찮지않을까요? 에고 주문이 많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보물섬을 지켜라

댓글 4 | 조회 2,571 | 2011.10.11
마오리 조상 Kupe가 발견한 보물섬에서 마오리들이 수수천년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1642년 네덜란드의 아벨 타즈만은, 자기가 차린 밥상이라며 숟가락을… 더보기

낯설지 않네, 대롱대롱 매달린 돌멩이

댓글 4 | 조회 2,600 | 2011.09.28
뉴질랜드 최초의 수도였던 Russel의 원래 이름은 ‘korora reka’. 마오리어로 korora는 펭귄, reka는 맛있다,라는 뜻. 마오리 늙은 족장은 앓… 더보기

누가 더 똑똑할까?

댓글 5 | 조회 2,335 | 2011.09.13
내 친구 농장에는 염소가 두 마리 있다. 수놈은 염식이, 암놈은 염순이다. “염식아, 염순아아---!”여기저기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들판. 퍼져나가는 친… 더보기

농자 천하지대본야 (農者 天下之大本也)

댓글 2 | 조회 3,879 | 2011.08.23
토마토 농사를 짓는 지인이 요즘 ‘미치겠다고’한다. 토마토 값이 십 수년 만에 최고로 뛰어서 도매값이 1Kg당 8불이 넘는다고. 조랑조랑 매달려 빨갛게 익어가는 … 더보기

여우난골에서 온 편지

댓글 9 | 조회 2,909 | 2011.08.16
옛날 옛적에, 여우가 캥캥 울어대는 골짜기(여우난골)에 사람들(여우난골 族)이 모여 살았습니다. <얼굴에 별자국(곰보)이 솜솜났지만 재주가 좋아 하루에 베 … 더보기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

댓글 30 | 조회 6,097 | 2010.09.28
나의 꿈을 얘기하겠습니다. 침대 칸이 있는 대륙 횡단 열차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몇 날 며칠, 기차는 벌판을 달리고 풍경은 끝없이 물러나고 시작되고… 더보기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댓글 5 | 조회 7,585 | 2010.09.20
사랑은, 결혼은 뭐하러 하나? 뉴질랜드, 한국 불문하고 집집마다 절벽 위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늙어가는 아들 딸들이 있다. 그네들은 사랑과 결혼이 두렵다고 한다. … 더보기

회전 목마를 떠나지 않고 있는 노인들?

댓글 2 | 조회 4,120 | 2010.08.24
오클랜드의 지인이 내게 하소연했다. 그녀와 나는 1남 3녀 중 장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르다면 그녀의 1남은 동생이고 나의 1남은 오빠다. 그런데 얘기를 듣다… 더보기

옛날 남자 친구

댓글 2 | 조회 3,956 | 2010.08.10
나의 20대는 박스 안에 갇혀 있었다. 짐 정리를 하다가 나는 곰팡내 나는 눅눅한 박스 안에 들어 있던 나를 끄집어냈다. 뭐라고 되지도 않는 말들을 씨부려 놓은 … 더보기

Ebony & Ivory 그리고 Yellow

댓글 1 | 조회 3,177 | 2010.07.27
공원을 반 바퀴쯤 돌아설 무렵, 가시처럼 눈을 찌르던 햇살이 짱짱함을 잃고 서쪽 하늘에는 석양이 드리워졌다. 매일 찾아오는 시간이지만, 브라운 색 필터로 한 번 … 더보기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선물

댓글 2 | 조회 3,040 | 2010.07.13
우연히 들른 것인지 영역을 넓히려 온 것인지, 어느날 고양이가 우리 집에 왔다. 진한 갈색의 야성적인 무늬가 매력적인 ‘삵’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첨 보는 녀석이… 더보기

현재 보이지 않는 감옥

댓글 3 | 조회 2,809 | 2010.06.22
호주 시드니의 ‘경제평화 연구소 (IEP)’는 지난 8일 ‘2010 세계 평화 지수(GPI)’를 발표했다. 전쟁이나 사회 정치적 갈등, 테러 위험, 폭력 범죄 등… 더보기

누드 쇼라도 할까요?

댓글 3 | 조회 3,960 | 2010.06.09
미국발 서브 프라임 사건에 이어 유럽발 금융 위기로 지구촌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5월 6일,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실업률은… 더보기

세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댓글 1 | 조회 3,694 | 2010.05.25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식장은 포도 농원이었다. 오클랜드 남쪽으로 두 시간쯤 달려간 뒤 구불구불 구절양장(九折羊腸)같은 산 길을 20분도 넘게 또 갔다. 이런 곳에… 더보기

살아온 1만여일, 살아갈 2만여일

댓글 1 | 조회 3,535 | 2010.05.11
세계 지도 속 한국은 풍만한 가슴에 붙어 있는 젖꼭지만하다. 그나마 온전하면 다행인데 반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손바닥만한 땅을 난 잘 알지 못한다. 몇 년 전… 더보기

어디로 가나?

댓글 5 | 조회 7,999 | 2010.04.28
조그만 음식점을 운영하던 K씨가 오클랜드를 떠났다. 비싼 가게세를 내면서도 근근이 버텨오던 음식점은 지난 해부터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해 최근에는 거의 개점 휴업 … 더보기

재외 국민 보호법이 시급하다

댓글 2 | 조회 6,282 | 2010.04.13
대한민국 정부가 재외 동포들에게 참정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뉴질랜드 한인 언론 매체들은 벌써부터, 투표 방법에 대한 안내문을 게재하고 있다. 1천만에 육박하는 전… 더보기

별나라로 간 스님

댓글 2 | 조회 2,996 | 2010.03.23
법정 스님이 입적하고 난 후 두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죽게 되면 말없이 죽을 것이지 무슨 구구한 이유가 따를 것인가"로 시작되는 한 통의 메일은 스님이 마… 더보기

혹등 고래의 세레나데

댓글 2 | 조회 3,963 | 2010.03.10
<유튜브 동영상 'Migaloo the White Whale Speaks' 2010년 3월 2일 캡쳐 화면> 합리적이고 친절하며, 결점 없는 이미지로 … 더보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

댓글 1 | 조회 3,044 | 2010.02.23
인품 좋고 점잖은 신사의 나라 영국이 과거 아프리카 등 식민지에서 자행했던 일들은 악마의 짓이었다. '지킬 박사'가 약을 먹고 '하이드'로 변해 온갖 추악한 일을… 더보기

Safety Line

댓글 1 | 조회 3,313 | 2010.02.09
오클랜드 공항에서 짐을 찾기 위해 luggage claim area에 서 있을 때였다. 반입 금지 품목이나 마약 등을 탐지하도록 훈련 시킨 비글 종 개가 나타났다… 더보기

아이티여, 줄을 서라!

댓글 1 | 조회 3,598 | 2010.01.26
앞으로 2년 후, 지구가 멸망한단다. 과학자들은 고대 마야 문명 때부터의 예언이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가 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 땅이 쩌-어억 갈라지고 그 구덩… 더보기

Blue Ocean에 뛰어들어라

댓글 1 | 조회 3,583 | 2010.01.12
오클랜드 시내, 골목 모퉁이에 호떡 집이 있다. 그 집에 가면 항상 줄을 서서 호떡이 노릇하게 익어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호떡 집에 불났다’라는 표현이 딱 실감… 더보기

무지개 나라

댓글 1 | 조회 2,751 | 2009.12.22
2010년 월드컵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개최된다. 뉴질랜드는 11월 14일, 바레인과의 예선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하면서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 더보기

화양연화 (花樣年華)

댓글 3 | 조회 3,315 | 2009.12.08
나는 내 목적지가 어딘지 모른다. 나는 무시로 떠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수년 전부터 더욱 심해졌다. 세상의 부대낌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이 견디기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