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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1만여일, 살아갈 2만여일

1 3,536 NZ코리아포스트
세계 지도 속 한국은 풍만한 가슴에 붙어 있는 젖꼭지만하다. 그나마 온전하면 다행인데 반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손바닥만한 땅을 난 잘 알지 못한다. 몇 년 전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었다. 영화의 배경은 청송의 ‘주산지’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대로 작품인 곳, 아스라히 영혼이 풀려 물가 버드나무와 휘감기는 곳, 세상을 잊는 곳, 나를 찾을 수 있는 곳---왜 가보지 못했을까?

일본이 야금야금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불안하고 애닯은 섬 독도도 실물을 본 적이 없다. 독도는 서기 512년 (신라 지증왕 13년) 울릉도와 독도로 이루어진 우산국이 신라에 병합될 때부터 한국의 영토였다. 독도가 단지 돌덩이인가? 어업권이나 독도 아래 묻혀진 엄청난 자원도 소중하지만, 국토의 막내 독도를 잃는 것은 정신대 할머니들이 유린 당한 것처럼 정신과 자존심을 잃는 것이다. 독도가 무엇이던가? 우리 선조들이 목숨처럼 지켜 온 산천이다.

순천만의 ‘한을 품은 듯한 여인처럼 지독한 안개의 늪(김승옥의 '무진기행')’에도 빠져 보지 못했다.‘자정 넘으면 낯설움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면서 싸륵싸륵 눈이 쌓이는 시골역의 난롯가에서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한줌의 톱밥을,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는(곽재구의 '사평역에서'), 시골역도 그냥 지나쳐갔다.

금강산이나 백두산, 아버지 고향인 두만강변은 말해 무엇하랴.

조국에 대한 낯선 기분은 유쾌하지 않다. 자기를 낳아 준 엄마인데 서먹서먹한 기분이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1만여일도 더 살았다. 그때 왜 나는 어질고도 애닯고 아름다운 조국의 산하에 내 발자국을 남기고 볼을 부비고 뜨거운 가슴으로 품지 못했을까, 실없이 살았음을 탄식한다.
 
그런데 엊그제, 나의 자책감을 상쇄시켜줄 반가운 이들을 뉴질랜드에서 만났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발도장을 찍고 온 두 청년이었다. YGK(Young of Great Korea) 단원인 박운종(뉴질랜드 프로젝트 디렉터)과 박정주(뉴질랜드 프로젝트 저널리스트)다. YGK는 단장 한대승씨가 ‘청년이 바로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5년 창단한 비영리단체다.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의 시대에 공동체 의식과 조국애를 함양해서 사회 각 분야의 리더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부터 <청년의 한걸음이 대한민국의 도약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뉴질랜드, 중국, 룩셈부르크, 두바이 등에 YGK 단원이 파견되어 민간 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박운종씨는 젊은이들이 한 번쯤 꼭 해 봐야 할 일로 ‘YGK 국토대장정’을 꼽았다.

<살아온 10000여일에 비해 턱없이 초라한 시간, 살아갈 20000여일 동안 영원히 간직될 시간, 거짓없는 나를 만나는 시간>이 바로 땅의 속살을 밟는 '국토대장정'이라는 것.

국토대장정은 남북 통일을 기원하는 고성 출발 루트를 비롯 동해, 포항, 울산, 부산, 진해, 여수, 고흥, 해남 등 일반 루트 10개와 독도, 제주도에서 출발하는 특별 루트 2개로 진행된다. 일반루트는 24박25일, 특별 루트는 4일 먼저 출발, 28박 29일 동안 걷고 또 걷게 된다. 마지막 날, 임진각 평화누리 광장(아, 나는 여기도 가본 적이 없다)에 집결해서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조국의 통일을 염원한다.

국토대장정 프로젝트는 준비 기간만 7개월이 걸린다. 의료, 통역, 물류 등 2백여명의 분야별 스텝이 지자체, 보건소, 소방서 등 1200여 군데에 공문을 띄우는 일부터 시작한다. 비용 충당을 위해 만든 자체 브랜드 ‘Triple Win’에서 캠핑 장비를 판매하는 것도 대원들의 몫. 철저한 준비로 지금까지 ‘YGK 국토대장정’은 평판이 좋다. 참여를 원하면 www.ygk.kr에서 지원서를 다운 받을 수 있다.

“대장정 중에 농촌 봉사 활동을 합니다. 요즘 농촌에는 동남아에서 이주 해 오신 분들이 많은데요, 소외되기 쉬운 그분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열정이 담긴 청년 박운종씨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은근 부러워진다. ‘70,80 국토 대장정’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꼭 해보고 싶다고 말하고 우리는 웃었다.

YGK는 지난 4월 한인의 날 행사 때 국토 대장정 사진 50여점을 전시, 많은 호응을 받았다. 5월에는 AUCKLAND, AUT, MASSY 3개 대학의 두루제에도 참가할 계획.

“문화 행사와 스포츠 등 공통 관심사를 통해 공감대를 이끌어 낼 계획입니다. 뉴질랜드 현지인들과 트레킹도 함께 하고, 6.25 참전 용사들과도 만나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한국의 비극을 느끼면서 통일의 당위성을 함께 외치는 거지요.”

섬은 많지만 독도에 가면 지켜야겠다는 절실함으로 가슴이 뜨거워진다는 박정주씨.

땅에도 피가 흐르고 맥박이 뛴다. 젊은이들의 국토대장정은 피가 돌지 않아 파리한 국토의 방방곡곡에 핏줄을 놓아 땅이 살아 퍼드득 용솟음치는 그런 것이 아닐까.

나는 가끔 고구려 시대의 지도를 들여다본다. 이스트가 잘 활성화되어 제대로 부풀어 오른 빵처럼 소담스런 영토다. 간도와 그 위쪽의 만주, 동쪽의 연해주, 서해안 옆까지 치렁치렁 흘러내린 국경선을 보면 가슴이 아리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2만여일, 그 이상의 나날들을 세계 도처에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기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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