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나라로 간 스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별나라로 간 스님

2 3,003 NZ코리아포스트
법정 스님이 입적하고 난 후 두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죽게 되면 말없이 죽을 것이지 무슨 구구한 이유가 따를 것인가"로 시작되는 한 통의 메일은 스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들이었습니다.

"죽음이 언제 어디서 나를 부를지라도 네 하고 선뜻 털고 일어날 준비만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나의 유서는 남기는 글이기보다 지금 살고 있는 생의 백서(白書)가 되어야 한다. 내게 무덤이라도 있게 된다면 그 차가운 빗돌 대신 어느 여름날 좋아하게 된 양귀비나 모란을 심어 달라고 하겠지만 무덤도 없을 테니 그런 수고는 끼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 통은 80년대, 독재 정권의 서슬이 시퍼런 시기에 스님의 책을 처음 접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선배의 글이었습니다.

"가시고 보니 어디 나 뿐인가. 어리석은 중생은 이제야 깨닫고 심히 부끄러워 하고 있네. 종교를 떠나, 그 분의 맑고 청아한 마음이 담긴 글은 우리 모두의 심신을 닦아 주는, 깊은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 그리고 그 물소리였네."

선배는 물질의 영달을 버리고, 환경과 살아 있는 생명을 아끼시며 진정한 자유인으로 사셨던 스님을 닮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다비식 날, 법정 스님은 붉은 가사 한 장 달랑 덮고 참나무 위에 누웠습니다. 유언대로 영결식도 없고 관도 없었지요. 아무리 유언이라지만 저렇게 보내 드려도 되는가, 마음이 편칠 않았지요. 장작에 불이 지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지켜 보았습니다.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요? 나는 '착하게 살아야지' 참회했지요.

모순과 갈등, 증오와 살육이 판치는 세상에서 그래도 아침마다 해가 떠오르는 것은 인간의 선의지가 있어서라고 합니다. 스님은 그래서 참회를 합니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엿치기를 하면서 엿을 빼돌린 일입니다. 엿 장사가 팔도 하나 없고 말도 못하는 불구였던지라 스님의 자책감은 뼛속 깊이 맺혀 있다가 마지막 길까지 따라옵니다.

책꽂이에 법정 스님 책 세 권이 꽂혀 있네요. '버리고 떠나기, 텅빈 충만, 산에는 꽃피네' 입니다. 92년 4월 서울 법련사 법회를 마치자마자 스님은 화전민이 살았던 오두막으로 갑니다.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망각한 채 전통과 타성에 젖어 지극히 관념적이고 형식적이며 맹목적인 수도생활에 선뜻 용해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전기도 전화도 없는 태고적 그 곳에서 스님은 '버리고 떠나기'를 썼습니다.

‘---시냇물 소리와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어둠이 내리자 영롱한 별들이 쏟아질 듯 빛을 발했고 소쩍새와 머슴새가 번갈아 가면서 밤새 울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될 때, 할 수 있다면 이런 오두막에서 이다음 생으로 옮아가고 싶다. 사람이 많이 꼬이는 절간에서는 마음놓고 눈을 감을 수도 없다. 죽은 후의 치다꺼리는 또 얼마나 번거롭고 폐스러운가. 나는 이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두메산골의 오두막에서, 이 다음 생에는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앞뒤가 훤칠하게 트인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자 원을 세웠다.’

스님은 부엌 벽에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라고 낙서를 해 놓았습니다. '복잡한 것을 다 소화하고 난 다음의 어떤 궁극적인 경지', 그림으로 치면 수묵화의 경지라고 했습니다.그 먹은 한 가지 빛이 아니라 모든 빛이 다 갖춰져 있는 침묵의 세계, 텅 빈 충만의 경지를 말씀하십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며,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하다는 것을 깨달으라는 것이지요.

이 세상은 사바세계라고 하는데, 사바는 산스크리트어로 '참는'이라지요. 참을 수 없이 힘든 일이 생길 때 스님의 글을 읽곤 했지요. 서울 친정에도 '무소유' 등 스님의 책이 있을 텐데, 두고 온 책들이 자식처럼 그립곤 합니다.

20대 중반 스님이 출가할 때 가장 끊기 어려웠던 별리의 아픔도 애지중지하던 책들이었다고 합니다. 스님은 자신의 책읽기와 글쓰기를 못마땅해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괴테는 그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텔레스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

하지만 우리는 스님의 글이 죽어 있는 회색이 아님을 압니다. 우리의 삶이 욕되고 천박하지 않고, 맑고 향기롭고 행복으로 충만해지고, 삼라만상과 잘 지내도록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쉽게 설파한 내용이지요.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활자들입니다.

스님! 육신을 훨훨 벗어 던지고 어린왕자가 사는 별나라 같은 곳으로 가고 싶다고 하셨지요. 하루에도 여러 번 의자를 돌려 앉아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말입니다. 혹, 어느 별로 가셨을까요? 번잡한 것 싫어하시는 거 알지만 우리도 곧 가겠지요.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님
오늘만큼이라도 법정스님처럼 살고싶습니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쌔엠
사람은 존경할만한 그 무었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리 고귀한 삶도 뒤적이면 정말 아무것도 없걸랑요..

만약 사람에게서 배울려면 동물의 왕국을 보면 더 배울게

많아요..

순 제 생각..ㅎㅎ

보물섬을 지켜라

댓글 4 | 조회 2,581 | 2011.10.11
마오리 조상 Kupe가 발견한 보물섬에서 마오리들이 수수천년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1642년 네덜란드의 아벨 타즈만은, 자기가 차린 밥상이라며 숟가락을… 더보기

낯설지 않네, 대롱대롱 매달린 돌멩이

댓글 4 | 조회 2,605 | 2011.09.28
뉴질랜드 최초의 수도였던 Russel의 원래 이름은 ‘korora reka’. 마오리어로 korora는 펭귄, reka는 맛있다,라는 뜻. 마오리 늙은 족장은 앓… 더보기

누가 더 똑똑할까?

댓글 5 | 조회 2,344 | 2011.09.13
내 친구 농장에는 염소가 두 마리 있다. 수놈은 염식이, 암놈은 염순이다. “염식아, 염순아아---!”여기저기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들판. 퍼져나가는 친… 더보기

농자 천하지대본야 (農者 天下之大本也)

댓글 2 | 조회 3,887 | 2011.08.23
토마토 농사를 짓는 지인이 요즘 ‘미치겠다고’한다. 토마토 값이 십 수년 만에 최고로 뛰어서 도매값이 1Kg당 8불이 넘는다고. 조랑조랑 매달려 빨갛게 익어가는 … 더보기

여우난골에서 온 편지

댓글 9 | 조회 2,916 | 2011.08.16
옛날 옛적에, 여우가 캥캥 울어대는 골짜기(여우난골)에 사람들(여우난골 族)이 모여 살았습니다. <얼굴에 별자국(곰보)이 솜솜났지만 재주가 좋아 하루에 베 … 더보기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

댓글 30 | 조회 6,103 | 2010.09.28
나의 꿈을 얘기하겠습니다. 침대 칸이 있는 대륙 횡단 열차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몇 날 며칠, 기차는 벌판을 달리고 풍경은 끝없이 물러나고 시작되고… 더보기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댓글 5 | 조회 7,591 | 2010.09.20
사랑은, 결혼은 뭐하러 하나? 뉴질랜드, 한국 불문하고 집집마다 절벽 위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늙어가는 아들 딸들이 있다. 그네들은 사랑과 결혼이 두렵다고 한다. … 더보기

회전 목마를 떠나지 않고 있는 노인들?

댓글 2 | 조회 4,131 | 2010.08.24
오클랜드의 지인이 내게 하소연했다. 그녀와 나는 1남 3녀 중 장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다르다면 그녀의 1남은 동생이고 나의 1남은 오빠다. 그런데 얘기를 듣다… 더보기

옛날 남자 친구

댓글 2 | 조회 3,963 | 2010.08.10
나의 20대는 박스 안에 갇혀 있었다. 짐 정리를 하다가 나는 곰팡내 나는 눅눅한 박스 안에 들어 있던 나를 끄집어냈다. 뭐라고 되지도 않는 말들을 씨부려 놓은 … 더보기

Ebony & Ivory 그리고 Yellow

댓글 1 | 조회 3,184 | 2010.07.27
공원을 반 바퀴쯤 돌아설 무렵, 가시처럼 눈을 찌르던 햇살이 짱짱함을 잃고 서쪽 하늘에는 석양이 드리워졌다. 매일 찾아오는 시간이지만, 브라운 색 필터로 한 번 … 더보기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선물

댓글 2 | 조회 3,048 | 2010.07.13
우연히 들른 것인지 영역을 넓히려 온 것인지, 어느날 고양이가 우리 집에 왔다. 진한 갈색의 야성적인 무늬가 매력적인 ‘삵’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첨 보는 녀석이… 더보기

보이지 않는 감옥

댓글 3 | 조회 2,816 | 2010.06.22
호주 시드니의 ‘경제평화 연구소 (IEP)’는 지난 8일 ‘2010 세계 평화 지수(GPI)’를 발표했다. 전쟁이나 사회 정치적 갈등, 테러 위험, 폭력 범죄 등… 더보기

누드 쇼라도 할까요?

댓글 3 | 조회 3,968 | 2010.06.09
미국발 서브 프라임 사건에 이어 유럽발 금융 위기로 지구촌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5월 6일,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실업률은… 더보기

세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댓글 1 | 조회 3,704 | 2010.05.25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식장은 포도 농원이었다. 오클랜드 남쪽으로 두 시간쯤 달려간 뒤 구불구불 구절양장(九折羊腸)같은 산 길을 20분도 넘게 또 갔다. 이런 곳에… 더보기

살아온 1만여일, 살아갈 2만여일

댓글 1 | 조회 3,540 | 2010.05.11
세계 지도 속 한국은 풍만한 가슴에 붙어 있는 젖꼭지만하다. 그나마 온전하면 다행인데 반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손바닥만한 땅을 난 잘 알지 못한다. 몇 년 전… 더보기

어디로 가나?

댓글 5 | 조회 8,005 | 2010.04.28
조그만 음식점을 운영하던 K씨가 오클랜드를 떠났다. 비싼 가게세를 내면서도 근근이 버텨오던 음식점은 지난 해부터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해 최근에는 거의 개점 휴업 … 더보기

재외 국민 보호법이 시급하다

댓글 2 | 조회 6,292 | 2010.04.13
대한민국 정부가 재외 동포들에게 참정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뉴질랜드 한인 언론 매체들은 벌써부터, 투표 방법에 대한 안내문을 게재하고 있다. 1천만에 육박하는 전… 더보기

현재 별나라로 간 스님

댓글 2 | 조회 3,004 | 2010.03.23
법정 스님이 입적하고 난 후 두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죽게 되면 말없이 죽을 것이지 무슨 구구한 이유가 따를 것인가"로 시작되는 한 통의 메일은 스님이 마… 더보기

혹등 고래의 세레나데

댓글 2 | 조회 3,972 | 2010.03.10
<유튜브 동영상 'Migaloo the White Whale Speaks' 2010년 3월 2일 캡쳐 화면> 합리적이고 친절하며, 결점 없는 이미지로 … 더보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

댓글 1 | 조회 3,051 | 2010.02.23
인품 좋고 점잖은 신사의 나라 영국이 과거 아프리카 등 식민지에서 자행했던 일들은 악마의 짓이었다. '지킬 박사'가 약을 먹고 '하이드'로 변해 온갖 추악한 일을… 더보기

Safety Line

댓글 1 | 조회 3,326 | 2010.02.09
오클랜드 공항에서 짐을 찾기 위해 luggage claim area에 서 있을 때였다. 반입 금지 품목이나 마약 등을 탐지하도록 훈련 시킨 비글 종 개가 나타났다… 더보기

아이티여, 줄을 서라!

댓글 1 | 조회 3,604 | 2010.01.26
앞으로 2년 후, 지구가 멸망한단다. 과학자들은 고대 마야 문명 때부터의 예언이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가 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 땅이 쩌-어억 갈라지고 그 구덩… 더보기

Blue Ocean에 뛰어들어라

댓글 1 | 조회 3,590 | 2010.01.12
오클랜드 시내, 골목 모퉁이에 호떡 집이 있다. 그 집에 가면 항상 줄을 서서 호떡이 노릇하게 익어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호떡 집에 불났다’라는 표현이 딱 실감… 더보기

무지개 나라

댓글 1 | 조회 2,759 | 2009.12.22
2010년 월드컵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개최된다. 뉴질랜드는 11월 14일, 바레인과의 예선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하면서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 더보기

화양연화 (花樣年華)

댓글 3 | 조회 3,323 | 2009.12.08
나는 내 목적지가 어딘지 모른다. 나는 무시로 떠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수년 전부터 더욱 심해졌다. 세상의 부대낌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이 견디기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