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나라로 간 스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별나라로 간 스님

2 3,005 NZ코리아포스트
법정 스님이 입적하고 난 후 두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죽게 되면 말없이 죽을 것이지 무슨 구구한 이유가 따를 것인가"로 시작되는 한 통의 메일은 스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들이었습니다.

"죽음이 언제 어디서 나를 부를지라도 네 하고 선뜻 털고 일어날 준비만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나의 유서는 남기는 글이기보다 지금 살고 있는 생의 백서(白書)가 되어야 한다. 내게 무덤이라도 있게 된다면 그 차가운 빗돌 대신 어느 여름날 좋아하게 된 양귀비나 모란을 심어 달라고 하겠지만 무덤도 없을 테니 그런 수고는 끼치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 통은 80년대, 독재 정권의 서슬이 시퍼런 시기에 스님의 책을 처음 접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선배의 글이었습니다.

"가시고 보니 어디 나 뿐인가. 어리석은 중생은 이제야 깨닫고 심히 부끄러워 하고 있네. 종교를 떠나, 그 분의 맑고 청아한 마음이 담긴 글은 우리 모두의 심신을 닦아 주는, 깊은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 그리고 그 물소리였네."

선배는 물질의 영달을 버리고, 환경과 살아 있는 생명을 아끼시며 진정한 자유인으로 사셨던 스님을 닮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다비식 날, 법정 스님은 붉은 가사 한 장 달랑 덮고 참나무 위에 누웠습니다. 유언대로 영결식도 없고 관도 없었지요. 아무리 유언이라지만 저렇게 보내 드려도 되는가, 마음이 편칠 않았지요. 장작에 불이 지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지켜 보았습니다.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요? 나는 '착하게 살아야지' 참회했지요.

모순과 갈등, 증오와 살육이 판치는 세상에서 그래도 아침마다 해가 떠오르는 것은 인간의 선의지가 있어서라고 합니다. 스님은 그래서 참회를 합니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엿치기를 하면서 엿을 빼돌린 일입니다. 엿 장사가 팔도 하나 없고 말도 못하는 불구였던지라 스님의 자책감은 뼛속 깊이 맺혀 있다가 마지막 길까지 따라옵니다.

책꽂이에 법정 스님 책 세 권이 꽂혀 있네요. '버리고 떠나기, 텅빈 충만, 산에는 꽃피네' 입니다. 92년 4월 서울 법련사 법회를 마치자마자 스님은 화전민이 살았던 오두막으로 갑니다.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망각한 채 전통과 타성에 젖어 지극히 관념적이고 형식적이며 맹목적인 수도생활에 선뜻 용해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전기도 전화도 없는 태고적 그 곳에서 스님은 '버리고 떠나기'를 썼습니다.

‘---시냇물 소리와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어둠이 내리자 영롱한 별들이 쏟아질 듯 빛을 발했고 소쩍새와 머슴새가 번갈아 가면서 밤새 울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될 때, 할 수 있다면 이런 오두막에서 이다음 생으로 옮아가고 싶다. 사람이 많이 꼬이는 절간에서는 마음놓고 눈을 감을 수도 없다. 죽은 후의 치다꺼리는 또 얼마나 번거롭고 폐스러운가. 나는 이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두메산골의 오두막에서, 이 다음 생에는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앞뒤가 훤칠하게 트인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자 원을 세웠다.’

스님은 부엌 벽에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라고 낙서를 해 놓았습니다. '복잡한 것을 다 소화하고 난 다음의 어떤 궁극적인 경지', 그림으로 치면 수묵화의 경지라고 했습니다.그 먹은 한 가지 빛이 아니라 모든 빛이 다 갖춰져 있는 침묵의 세계, 텅 빈 충만의 경지를 말씀하십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며,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하다는 것을 깨달으라는 것이지요.

이 세상은 사바세계라고 하는데, 사바는 산스크리트어로 '참는'이라지요. 참을 수 없이 힘든 일이 생길 때 스님의 글을 읽곤 했지요. 서울 친정에도 '무소유' 등 스님의 책이 있을 텐데, 두고 온 책들이 자식처럼 그립곤 합니다.

20대 중반 스님이 출가할 때 가장 끊기 어려웠던 별리의 아픔도 애지중지하던 책들이었다고 합니다. 스님은 자신의 책읽기와 글쓰기를 못마땅해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괴테는 그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텔레스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

하지만 우리는 스님의 글이 죽어 있는 회색이 아님을 압니다. 우리의 삶이 욕되고 천박하지 않고, 맑고 향기롭고 행복으로 충만해지고, 삼라만상과 잘 지내도록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쉽게 설파한 내용이지요.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활자들입니다.

스님! 육신을 훨훨 벗어 던지고 어린왕자가 사는 별나라 같은 곳으로 가고 싶다고 하셨지요. 하루에도 여러 번 의자를 돌려 앉아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말입니다. 혹, 어느 별로 가셨을까요? 번잡한 것 싫어하시는 거 알지만 우리도 곧 가겠지요.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님
오늘만큼이라도 법정스님처럼 살고싶습니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쌔엠
사람은 존경할만한 그 무었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리 고귀한 삶도 뒤적이면 정말 아무것도 없걸랑요..

만약 사람에게서 배울려면 동물의 왕국을 보면 더 배울게

많아요..

순 제 생각..ㅎㅎ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816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86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490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492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593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19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87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220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27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9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53 | 2024.04.23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33 | 2024.04.23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109 | 2024.04.23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99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74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83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45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33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206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6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71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42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34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14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91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