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ty Line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Safety Line

1 3,314 코리아포스트
오클랜드 공항에서 짐을 찾기 위해 luggage claim area에 서 있을 때였다. 반입 금지 품목이나 마약 등을 탐지하도록 훈련 시킨 비글 종 개가 나타났다. 그 개는 한 남자의 배낭 주위를 맴돌다가 그 앞에 얌전히 앉아 버렸다. 검색 요원은 남자의 배낭을 열었다. 혐의 있는 물건은 발견되지 않았다.남자는 '얼마 전 이 백에 과일을 담은 적이 있었다'고 말했고, 검색 요원은 '협조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떠났다.

입국시마다 개가 나타나서 냄새를 맡고 다닌다. 지은 죄가 없는데도 분위기가 사뭇 공포스럽다. 내 가방에 뭐가 있더라? 만약 그 개가 내 가방 앞에 와 앉으면? 지금까지 담아 왔던 것들 중에 금지 품목이 있었고 개는 그 냄새를 찾아낼지도---. 어쩜 누군가가 마약을 내 소지품에 숨겨서 밀반입을 시도했고 나는 체포될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 동안 머리 속에서 별별 드라마가 다 엮어진다.

몇 년 전 친정 어머니가 오클랜드 공항에 입국하시다가 파김치와 오이 소박이를 압수 당하고 벌금도 200불 내셨다. 일흔이 넘은 노인네는 하얗게 질려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김치라고 설명했는데, 오이나 파가 너무 '후레시'하다고 그랬단다. 겉절이, 생김치, 익은김치, 묵은김치, 김치 찌개 등 김치도 나이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나?

게다가, 당뇨가 있으신 어머니는 비상식으로 계란을 몇 개 삶아 핸드백에 넣으셨는데, 기내에서 먹고 남은 계란이 두 개 정도 발견되었다. Oh, My God! 계란은 테러리스트의 폭탄에 버금가는 것이 아니던가. 어머니는 중범죄자가 되었다.

"내 물건들을 쫙 펼쳐 놓고 비디오로 촬영을 하고 난리도 아니었어. 네가 파 김치 좋아해서 몇 시간이나 다듬어서 만들었는데---아까운 건 둘째치고 내가 무슨 큰 죄를 졌길래 그렇게 죄인 취급이냐? 폭폭 삶은 계란에 무슨 균이 있다고---아유 내가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어머니는 몸서리를 쳤다. 어머니의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했다. 나는 잊어버리시라고 말했다.

이제는 연로하셔서 어머니가 오클랜드로 오는 대신 내가 가끔 한국으로 나가는데, 돌아올 때마다 어머니는 내 짐가방을 보면서 걱정하신다.

“옷 안쪽으로 쑥 집어 넣어라.”

“어차피 엑스 레이로 다 찍혀 나오는 데 뭐. 김이랑 멸치는 괜찮아.”

오클랜드 입국시, 식품이 있다고 신고 했다면 세 단계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먼저 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남자와 만난다.

무슨 식품이 있니? /씨위드---/미역?/맞아!김이랑/ 다른 것은?/엔초비/멸치?/맞아!/솔티드---/젓갈?

나는 영어로 검역남은 한국말로 대답한다. 첫 관문을 지나 두 번째로 가면 가방을 다 열어서 수술용 장갑을 낀 이들이 이잡 듯 헤집는다. 이건 뭐니, 저건 뭐니 질문하고 대답하다가 마침내 모과차를 보고 뭐냐고 묻는다(어느 해 나는 기관지가 안 좋아져서 모과를 설탕에 재어온 적이 있었다).

“차 만들어 먹는 거다.”

“무슨 과일이니?”

“모과라고---뉴질랜드에는 없는 거다.”

“이거 차 아니고 피클이다.”

끓는 물에 넣어서 이래저래 해서 먹는 차 종류라고 해도 ‘피클’이라고 우기다가 과일이 너무 신선하다며 압수했다.

두 번째 관문을 끝내면 내 짐은 바닥까지 까발려져서 미친년 보따리처럼 난감해진다. 서울에서 동생이 차곡차곡 규모있게 꾸려 준 짐들은 풀어 헤쳤다가 다시 급하게 추려 넣으니 원래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공간은 모자라다. 난감하다. 검역 요원은 가방 위에 물건을 대강 올리라고 하고 거미줄로 방귀 엮듯 테이프로 얼기설기 엮는다.

세 번째 관문은 두 번째 관문을 거친 가방을 X-ray 존으로 통과 시키는 거다. 통과 하고 나온 가방을 또 궁금해 한다. 당신들 직원이 다 본 것들이라고 해도 미심쩍어 한다.

테이프들이 돌팔이 의사의 드레싱처럼 흉하고 불안하게 발라진, 응급처치 당한 처절한 여행 가방을 트로일러에 싣고 나는 재빨리 Bio Security 존을 빠져 나온다. 승무원이었던 여동생과 세계 각국을 여행하셨던 어머니의 얘기로도 그렇고 내 경험상, 어느 공항에서도 그런 일을 당한 적은 없다.

오랜 비행은 힘들지만, 즐거웠는데 짐 검사 때문에 넋 다운을 당한다. 상처 투성이의 패잔병 모습으로 공항을 나선다. 좋지 않은 기억이다. 꽃다발을 들고, 나를 환영하기 위해 서 있는 가족과 그 꼴로 재회하다니---.

Safety Line이 강박관념으로 변한다면 결벽증에 가깝다. 생태계 스스로의 자정 능력과 방어 체계, 적응력을 얕잡아 보는 무지한 처사이기도 하다. 무균 상태를 고집한다면, 어쩜 외부 세계에 대한 면역성이 지나치게 떨어져서 Safety Line 안에서 점점 도태될지도 모른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쌔엠
부끄럽지만 씀니다.

첫 출장을 일본에 갔다 왔습니다.

신주쿠에 그리 좋은것들이 있는걸 모르는 아내는

나 몰래 콘돔을 여행가방 한 구석에 넣어놨나봅니다.

검색대를 통과할때 일본 여경의 야릇한 미소가

내내 맘에 걸렸지만 그땐 몰랐습니다.

그져 한국남들에 대한 일본 여성의 그런거려니 했습니다.

바쁜 출장길이라 그냥 돌아왔습니다.

아내가 짐을 조사하더군요.

전 죽을뻔 했습니다.

숫자를 세는 마누라옆에서..

자기가 싸준 그걸 세어 보고는 금방 해해거렸습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전 이글을 못썼을겁니다.

40분을 그걸 구하러 아끼아바라까지 갔었거들랑요.

ㅎㅎ

나의 지음(知音)은 어디에?

댓글 2 | 조회 2,907 | 2012.10.24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은 가만히 있어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재주들이 있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표정만 봐도 이심전심이 가능하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 더보기

침묵의 봄

댓글 0 | 조회 1,898 | 2012.10.09
봄날 밤, 벚꽃놀이를 했었다. 동행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눈웃음치며 내게 왈칵 달려들던 정숙한 듯 요부 같던 벚꽃의 뜨거운 기운은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바람이라도… 더보기

좋은 일, 나쁜 일, 이상한 일

댓글 0 | 조회 2,316 | 2012.09.25
수십 년 영화를 만들었고, 거장이라 불렸지만 영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김기덕 감독도 ‘아리랑’에서 &lsq… 더보기

강북스타일

댓글 3 | 조회 3,134 | 2012.09.11
이민 생활의 방향, 성패는 뉴질랜드에 도착해 누구를 만났는지, 최초 며칠에 따라 결정된다는 속설이 있다. 제법 신빙성이 크다. 내가 하버브리지 남쪽에서 13년째 … 더보기

죽기(훨씬) 전에 꼭 해야 할 일

댓글 2 | 조회 3,950 | 2012.08.29
옛날에는 사형수가 교수형을 당할 때 물통, 그러니까 bucket 위에 올라서면 목에 오랏줄을 걸었다고 합니다. 물통을 발로 차기만 하면 사형이 집행되는 것이지요.… 더보기

세상은 넓고 음식은 많다

댓글 5 | 조회 4,657 | 2012.08.14
지난 일요일, 3백여 개의 식탁이 차려진 곳에 초대받았습니다. 오클랜드 Food Show가 열리는 Greenlane ASB Showgrounds였지요. Food … 더보기

눈물 많은 남자

댓글 4 | 조회 2,219 | 2012.07.24
동시대에, 지구에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이가 있다. 2년 전 퇴임한 브라질의 전 대통령‘룰라 다 실바’다. 그는 너무 … 더보기

화살보다는 손수건을---

댓글 5 | 조회 2,229 | 2012.07.11
모름지기 좋은 정치란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모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노자(老子)가 요(堯) 임금의 ‘무위(無爲)의 다스림&… 더보기

그 저녁이 참 그리웠다

댓글 5 | 조회 3,709 | 2012.06.26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요즘, 뒤통수부터 등 허리까지 으스스하다. 이런 날은 순두부나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 먹는 게 최곤데---. 만약 신김치가 있다면 기름을… 더보기

당신을 희망의 메신저로 임명합니다

댓글 3 | 조회 2,371 | 2012.06.12
---- 코리아 포스트 창간 20주년에 부쳐 지구 밖 6천Km 상공에서 찍은 우주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구는 진애(塵埃)에 불과했지요. 마치 햇살 좋은 날… 더보기

항아리 속 女子

댓글 4 | 조회 3,019 | 2012.05.22
#1. 한국의 전통 장(醬)들은 오래 묵으면 약이 된다. 위장병엔 묵은 간장이, 외상이나 화상에는 된장이, 감기나 어혈 푸는 데는 고추장이 특효라고 한다. 어느 … 더보기

지지고 볶고 끓여주세요!

댓글 1 | 조회 2,586 | 2012.05.09
그보다 더 시끄러울 수는 없었다. 한국에 머무는 두어 달 동안 나는 왁자지껄한 소음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졌다. 3월, 핵안보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몇날 … 더보기

Angry Birds

댓글 4 | 조회 2,512 | 2012.04.24
시인 타고르는 한국을 ‘동방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칭송하였다. 한국이 정적으로 묘사돼 못마땅해 하는 이도 있지만, 떠오르는 해처럼 동방… 더보기

존 키의 선물

댓글 1 | 조회 2,585 | 2012.04.11
거대한 버섯 모양의 구름을 형성하며 폭발하는 핵폭탄의 위용은 실로 상상을 넘어선다. 사방 수십 킬로 면적이 수십 년에서 수만 년 죽음의 땅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 더보기

살얼음판 위의 여자들

댓글 3 | 조회 2,728 | 2012.03.27
인간의 삶과 기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일까? 빙하가 녹아내리고 북극곰들은 익사하고, 우리네 삶도 살얼음판을 걷는 듯 아슬아슬하다. 얼… 더보기

세종대왕과 사무라이

댓글 3 | 조회 4,654 | 2012.03.13
2년 전쯤 한국에 갔을 때, 가수 ‘비’ 주연의 ‘닌자 어쌔신’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닌자는 원래 암살이나 독살을 담당… 더보기

아파트

댓글 5 | 조회 2,898 | 2012.02.29
뉴질랜드는 서민들을 위한 주택이 부족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렌트비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집… 더보기

채식주의자는 행복해!

댓글 3 | 조회 2,843 | 2012.02.15
내 아들이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5년 전 일이다. 완전 채식은 아니고 치즈와 달걀은 섭취하는 Lacto-ovo-vegetarian인데 그나마 치즈와 달걀도 줄여가… 더보기

Summer time

댓글 4 | 조회 3,132 | 2012.01.31
엊그제, 안개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 공원에서 누가 부르는 듯 했다. 손을 허공에 내밀어보았다. 내리는 둥 마는 둥 간질간질하다. 나는 목에 스카프를 둘렀다.… 더보기

댁의 마음은 어디 계십니까?

댓글 2 | 조회 2,869 | 2012.01.17
내 영역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정되어 있어요. 동네 슈퍼마켓에서 먹거리를 사고, 집 앞 공원을 산책하고, 가끔 산을 찾고, 한글을 가르치러 이웃 동네로 넘어… 더보기

화다닥씨의 편지-맛있게 잡수세요!

댓글 6 | 조회 3,695 | 2011.12.23
세월이여, 나는 당신을 ‘화다닥 씨’라고 부르겠어요. 화다닥화다닥 뛰어다니면서 홍안에는 구불구불한 고랑을, 칠흑 같은 머리에는 하얀 서리를,… 더보기

12월엔 퀸 스트리트에 가야 한다

댓글 5 | 조회 5,573 | 2011.12.13
산타와의 슬픈 추억 한 토막을 얘기하겠다. 해마다 12월이면 퀸 스트리트 W 건물 벽에 산타가 나타났다. 산타는 윙크도 하고 손가락도 까딱거리면서, 오가는 사람들… 더보기

개와 늑대의 시간

댓글 4 | 조회 3,237 | 2011.11.22
하루에 두 번, 하늘에는 더블 캐스팅 된 배우처럼 해와 달이 떠오른다. 달이 퇴장하는 새벽과 해가 퇴장하는 일몰의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위험하고 불길하다. 어슴푸… 더보기

소통해야 성공한다

댓글 2 | 조회 2,686 | 2011.11.09
10월 21일 발표된 ‘세계은행(IBRD)기업 환경 평가’에서 뉴질랜드가 3위(183개국 중)를 차지했다. 창업 소요기간, 인허가 관련 행정… 더보기

내 친구 Kitty와 Cyril

댓글 4 | 조회 3,205 | 2011.10.26
나는 가끔, 120살쯤 되는 Kitty와 Cyril을 만나러 간다. 티티랑기를 거쳐 후이아로 15분 정도 달리면 Karamatura Valley가 나온다. 그 곳…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