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도 아니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별 일도 아니네

1 2,977 코리아포스트
부부는 전생에 원수였다고 한다. 살다보면 상대방의 터럭 하나, 뒤통수, 그림자 조차 보기 싫을 만큼 오만 정(情)이 다 떨어질 때도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속담은 심각한 내상(內傷)을 간과한 말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치유되지 않는 상처가 결혼 생활의 훈장처럼 가슴에 선명하지 않은가?

어처구니 없는 사실은 선혈이 낭자한 부부싸움이라 해도 시작은 사소하다는 것이다. 심하게 얽혀서 도저히 실마리를 찾아낼 수 없는 실타래도 처음엔 한 두 가닥의 사소한 꼬임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누가 모르랴.그럼에도 멈추지 못하고---, 엉클어뜨린다.

마이클 더글라스(올리버)와 캐서린 터너(바바라)가 부부로 등장했던 영화 '장미의 전쟁'에서도 시작은 아주 사소해 보였다. 중요한 계약서로 파리를 때려 잡는 남편의 행동에 뚜껑이 열린 아내가 선전포고를 했다. 첫 눈에 반해 열렬히 사랑하고 결혼한 올리버와 바바라. 변호사로 승승장구하는 올리버는 아이 낳고 집안에서 군내 피우며 살고 있던 바바라의 욕구와 소외감을 이해하지 못했다. 바바라와 올리버의 싸움은 자존심 대결로 치닫고, 집안은 전쟁터가 되고, 부부는 광기 어린 싸움 끝에 죽음에 이른다.

은희경의 소설에 이런 말이 나온다. 당사자들에게는 심각한 비극적 상황이 제 3자의 눈에는 희극으로 비친다고. 비극과 희극은 동전의 앞 뒷면 같고 백지 한 장 차이도 나지 않는 것, 혹은 보는 관점에 따라 비극적 상황이 희극적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들의 심각하지만 유치하고 소모적인 싸움에 어이가 없기도 하고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가령 남편 올리버가 오븐을 열고 아내가 만들어 놓은 요리에 오줌을 싼다거나, 서로의 차를 부수어 버린다거나---. 집이 저택이라서 두 사람의 전쟁터는 넓고 요새도 많아 싸움은 점입가경, 미친 상황으로 치닫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은 도망가고 쫓기다가 높은 천정의 샹들리에에 매달리게 되고, 대롱대롱 위험하게 흔들리면서도 두 사람은 증오의 시선으로 상대를 물어뜯는다. 결국 화려한 샹들리에는 증오의 치열함을 견디지 못하고 끊어져 박살이 나고, 두 사람은 대리석 바닥에 떨어져 죽어간다. 나는 그 때 위안을 받았다. 적어도 내 집에서 저런식으로 죽어갈 일은 없겠구나. 샹들리에와 높은 천정과 대리석이 없는 오두막집이므로.

그들의 전쟁과 죽음은 너무 심각해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지만, 관객들은 올리버와 바바라의 대리전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심지어 그렇게 한 번 막장까지 가보는 부부싸움을 희망하는 은밀한 희망이 싹트기도 했다. 그것이 감독의 의도였으리라. 분명 사랑이 식고, 가정이 파탄 나고 죽어간다는 줄거리는 비극이다. 그러나 뜨거운 사랑의 피가 식으면 자멸해야 한다는 명제를 의무적으로 실천하는 그 '어리석음'은 희극이다. 비극의 바닥은 결국 희극이라는 감독의 숨겨진 의도는 은희경의 말과도 통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경계가 묘연한 희비극은 우리 인생의 도처에 깔려 있다. 가령 여자 A가 평생 쓰지 않던 모자를 뒤집어 쓰고 왔길래 의아해 했더니,그녀는 가발, 안경 등 소품을 보여 주었다. 남편에게 젊고 연약한 애인이 생겼는데, 그 뒤를 밟기 위한 변장용이라고 했다. 어때, 못 알아 보겠지. 울화통이 터지자 열기를 뽑느라고 여자 A는 모자를 벗었다가 다시 푹 눌러 썼다.나는 푸훗 웃음이 터졌다.

- 별 일도 아니네. 그러다 돌아오겠지 뭐. 안 돌아오면 말구.-

여자 B는 밤 늦게 들어와서 라면을 끓여 달라는 남편의 요청에 살짝 짜증이 났다.

"잠자리에서 나와 손 적시고, 김치 썰랴 파 다듬으랴--- 냉장고 열었다 닫았다--- 밤에 그 번잡을 떨어야 하냐구!"

그래 맘 넓은 내가 참자. 양파, 버섯, 계란도 넣고 정성껏 끓였는데, 남편이 슬그머니 주방으로 오더니 라면 봉지를 보더란 것이다. "이거---, 유효기간 지났잖아!"

여자 B, 싱크대에 라면을 확 쏟아 부어 버리고

"당신 혼자 120세까지 살아---!!!" 절규하고 버선발로 집을 나왔단다. 나는 또 피식 웃음이 나왔다.

- 별 일도 아니네 -

사방 십 리나 되는 바위에 40년 마다 선녀가 내려와 날개 옷으로 바위를 스치고, 그런 식으로 바위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1겁(刧)이고, 그런 세월을 억번이나 기다려 만난 인연이 부부의 연이다. 가정이 평안해도 타향살이에서 오는 외로움과 소슬함이 시시때때로 몰려오는데, 가정마저 쪽박처럼 깨진다면---. 원수에게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것 같지만,인연의 끈이 떨어지고 나면 억겁의 세월을 다시 떠돌아야 될 것임을, 인간의 섭리로는 도저히 이해 못할 인연의 고리를 그저 믿는 수 밖에.

내가 요즘 즐겨 던지는 화두는 '별 일도 아니네'다. '별 일도 아니네' 중얼거리면 너그러워지고 모난 부분이 동글게 다듬어지는 느낌이다.

설령 원수 같은 마누라 서방님이라고 해도 자존심, 고집, 시시비비 모두 내던지고 투항해야만 뉴질랜드에서는 행복해 질 수 있다. 오월동주(吳越同舟)의 묘책을 떠올리며, 비상시 적군과 아군이 피아(彼我)를 따지지 않고 하나가 되어 난국을 헤쳐 나가는 것처럼.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쌔엠
부부는 "사랑"입니다.

증거는 "자식"입니다.

동물의 왕국을 한번만

보시면 쉽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07 | 1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1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74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6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35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3 | 2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2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8 | 2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89 | 2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9 | 2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5 | 2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9 | 3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3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3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3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31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9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6 | 8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1,004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7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2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9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82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3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