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도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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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도 아니네

1 2,944 코리아포스트
부부는 전생에 원수였다고 한다. 살다보면 상대방의 터럭 하나, 뒤통수, 그림자 조차 보기 싫을 만큼 오만 정(情)이 다 떨어질 때도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속담은 심각한 내상(內傷)을 간과한 말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치유되지 않는 상처가 결혼 생활의 훈장처럼 가슴에 선명하지 않은가?

어처구니 없는 사실은 선혈이 낭자한 부부싸움이라 해도 시작은 사소하다는 것이다. 심하게 얽혀서 도저히 실마리를 찾아낼 수 없는 실타래도 처음엔 한 두 가닥의 사소한 꼬임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누가 모르랴.그럼에도 멈추지 못하고---, 엉클어뜨린다.

마이클 더글라스(올리버)와 캐서린 터너(바바라)가 부부로 등장했던 영화 '장미의 전쟁'에서도 시작은 아주 사소해 보였다. 중요한 계약서로 파리를 때려 잡는 남편의 행동에 뚜껑이 열린 아내가 선전포고를 했다. 첫 눈에 반해 열렬히 사랑하고 결혼한 올리버와 바바라. 변호사로 승승장구하는 올리버는 아이 낳고 집안에서 군내 피우며 살고 있던 바바라의 욕구와 소외감을 이해하지 못했다. 바바라와 올리버의 싸움은 자존심 대결로 치닫고, 집안은 전쟁터가 되고, 부부는 광기 어린 싸움 끝에 죽음에 이른다.

은희경의 소설에 이런 말이 나온다. 당사자들에게는 심각한 비극적 상황이 제 3자의 눈에는 희극으로 비친다고. 비극과 희극은 동전의 앞 뒷면 같고 백지 한 장 차이도 나지 않는 것, 혹은 보는 관점에 따라 비극적 상황이 희극적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들의 심각하지만 유치하고 소모적인 싸움에 어이가 없기도 하고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가령 남편 올리버가 오븐을 열고 아내가 만들어 놓은 요리에 오줌을 싼다거나, 서로의 차를 부수어 버린다거나---. 집이 저택이라서 두 사람의 전쟁터는 넓고 요새도 많아 싸움은 점입가경, 미친 상황으로 치닫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은 도망가고 쫓기다가 높은 천정의 샹들리에에 매달리게 되고, 대롱대롱 위험하게 흔들리면서도 두 사람은 증오의 시선으로 상대를 물어뜯는다. 결국 화려한 샹들리에는 증오의 치열함을 견디지 못하고 끊어져 박살이 나고, 두 사람은 대리석 바닥에 떨어져 죽어간다. 나는 그 때 위안을 받았다. 적어도 내 집에서 저런식으로 죽어갈 일은 없겠구나. 샹들리에와 높은 천정과 대리석이 없는 오두막집이므로.

그들의 전쟁과 죽음은 너무 심각해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지만, 관객들은 올리버와 바바라의 대리전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심지어 그렇게 한 번 막장까지 가보는 부부싸움을 희망하는 은밀한 희망이 싹트기도 했다. 그것이 감독의 의도였으리라. 분명 사랑이 식고, 가정이 파탄 나고 죽어간다는 줄거리는 비극이다. 그러나 뜨거운 사랑의 피가 식으면 자멸해야 한다는 명제를 의무적으로 실천하는 그 '어리석음'은 희극이다. 비극의 바닥은 결국 희극이라는 감독의 숨겨진 의도는 은희경의 말과도 통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경계가 묘연한 희비극은 우리 인생의 도처에 깔려 있다. 가령 여자 A가 평생 쓰지 않던 모자를 뒤집어 쓰고 왔길래 의아해 했더니,그녀는 가발, 안경 등 소품을 보여 주었다. 남편에게 젊고 연약한 애인이 생겼는데, 그 뒤를 밟기 위한 변장용이라고 했다. 어때, 못 알아 보겠지. 울화통이 터지자 열기를 뽑느라고 여자 A는 모자를 벗었다가 다시 푹 눌러 썼다.나는 푸훗 웃음이 터졌다.

- 별 일도 아니네. 그러다 돌아오겠지 뭐. 안 돌아오면 말구.-

여자 B는 밤 늦게 들어와서 라면을 끓여 달라는 남편의 요청에 살짝 짜증이 났다.

"잠자리에서 나와 손 적시고, 김치 썰랴 파 다듬으랴--- 냉장고 열었다 닫았다--- 밤에 그 번잡을 떨어야 하냐구!"

그래 맘 넓은 내가 참자. 양파, 버섯, 계란도 넣고 정성껏 끓였는데, 남편이 슬그머니 주방으로 오더니 라면 봉지를 보더란 것이다. "이거---, 유효기간 지났잖아!"

여자 B, 싱크대에 라면을 확 쏟아 부어 버리고

"당신 혼자 120세까지 살아---!!!" 절규하고 버선발로 집을 나왔단다. 나는 또 피식 웃음이 나왔다.

- 별 일도 아니네 -

사방 십 리나 되는 바위에 40년 마다 선녀가 내려와 날개 옷으로 바위를 스치고, 그런 식으로 바위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1겁(刧)이고, 그런 세월을 억번이나 기다려 만난 인연이 부부의 연이다. 가정이 평안해도 타향살이에서 오는 외로움과 소슬함이 시시때때로 몰려오는데, 가정마저 쪽박처럼 깨진다면---. 원수에게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것 같지만,인연의 끈이 떨어지고 나면 억겁의 세월을 다시 떠돌아야 될 것임을, 인간의 섭리로는 도저히 이해 못할 인연의 고리를 그저 믿는 수 밖에.

내가 요즘 즐겨 던지는 화두는 '별 일도 아니네'다. '별 일도 아니네' 중얼거리면 너그러워지고 모난 부분이 동글게 다듬어지는 느낌이다.

설령 원수 같은 마누라 서방님이라고 해도 자존심, 고집, 시시비비 모두 내던지고 투항해야만 뉴질랜드에서는 행복해 질 수 있다. 오월동주(吳越同舟)의 묘책을 떠올리며, 비상시 적군과 아군이 피아(彼我)를 따지지 않고 하나가 되어 난국을 헤쳐 나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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쌔엠
부부는 "사랑"입니다.

증거는 "자식"입니다.

동물의 왕국을 한번만

보시면 쉽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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