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울고 지내고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울고 지내고저

1 2,559 코리아타임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밤에 나는 깨닫는다. 나는 참 바보구나, 그리고 참 나쁜 사람이구나!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많은 사람들 가슴에 대못질을 하면서 살고 있다.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뉴질랜드로 떠나오기 전날, 기운없고 많이 아파 보이는 엄마는 목걸이 하나를 내밀었다.

“14K인지 18K인지 모르겠는데---, 가운데 알은 3부짜리다. 근데 네 운동화를 못 사서 어떡하니? 운동 열심히 해야 하는데--- .”

내가 앓았던 병마에서 해방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며 운동화를 사러 가자고 내 손을 잡아 끄셨던 엄마는 마땅한 것이 없어 그냥 돌아온 것을 못 내 안타까워 하셨다.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일흔 중반의 엄마는 건강이 안 좋으셔서 나를 보는 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듯 했다. 엄마는 눈물을 훔치면서 주섬주섬 핸드백을 뒤지더니 만원짜리 한 뭉텅이를 또 내게 쥐어 주셨다. 한 푼, 두 푼 모은 쌈지돈임에 틀림없다. 됐다고 안받으려는 내게 필요한 것 사라며 떠 안기는 엄마.

한국에 다녀온지도 달포 가까이 되었지만, 나는 한 밤중에 베갯잇을 적시다가 그 눅눅함이 참을 수 없어 수건을 베개 위에 얹고 자는 일이 많아졌다. 억지로 잠을 청하면서 목에 매달린 목걸이를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수 십년만에 마련한 목걸이일텐데---. 나는 엄마 목걸이 하나 해준 적이 없는데---.

오늘 낮에도 너무 더워서 설핏 졸다가 꿈에 엄마를 보았다. 붉은 쇠고기를 칼로 쓱쓱 썰고 계셔서 무슨 꿈인가 전화를 했다. 내가 떠난 후 몸이 많이 안 좋아지시면서 식사를 제대로 하시지 못한다고 했다. 당장 달려가서 죽이라도 끓여 드려야 할 텐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이국만리에서!

늙은 부모님과 살고 있는 막내 동생은 나와 아들이 떠나오자 그 허전함에 전화통을 붙들고 울먹였다. 동생은 내 얼굴에 맛사지도 해주고 곱게 화장도 해주었다. 머리를 감으면 드라이로 말리고 셋팅을 말아 세련된 헤어스타일도 만들어 주었다.

막내는 방송이며 인터넷 등에서 수집한 별미집을 데리고 다니면서 맛난 것을 너무 많이 사 주어서 나와 아들은 자연히 몸무게가 늘어 버렸다.

“배불러!”

내가 숟가락을 놓으면 막내는
“뉴질랜드 가면 못 먹으니까 많이 먹어 둬!”

그러면서 자꾸 권했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게장과 매실 장아찌, 더덕과 바닷말 무침을 떨어뜨리지 않고 식탁에 올렸다. 엄마는 내 옆에서 게를 뜯어 주면서 “먹을만 하니? 잘 곰삭았니?” 물으시고 나는 게장 몇 조각으로 밥 한 그릇을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그네들의 사랑으로 버무려진 음식들이 어찌 맛이 없겠는가!

구정날은 내 생일 파티를 함께 했다. 대보름 전날이 생일이지만, 뉴질랜드로 돌아가면 누가 케익이나 하나 사주겠냐며 엄마는 아예 생일상을 마련하셨다. 막내가 케익을 사오고 세째는 홍삼엑기스를 내게 선물했다. 오빠 올케 동생들 조카들이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렀고 나는 촛불을 끄면서 눈물이 그렁해졌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향과 가족과 작별하고 타향에서 처절하게 가슴 아파하는 나는 그저 허깨비이고 바보다. 손톱 만큼의 내 실체가 있다거나 자아가 있다면 나는 단명할 것이다. 온 몸의 뼈마디가 욱신욱신 쑤시고 심장이 벌렁벌렁거린다. 내버리고 온 사랑과 그리움들이 내 육신에 사무쳐서이다.

하루에도 몇 번, ‘가고파’라는 가곡이 머릿 속에 맴돈다.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 같이 살고 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울고 지내고저 그날 밤 그 눈물 없던 때로 돌아갈까 돌아가 >

색동옷을 입고 덩실덩실 춤추던 진정으로 행복한 순간들, 나를 위해 울어주고 웃어주는 이들과 한데 얼려 기뻐하던 나날들은 희미하게 바래가고 있다. 언제나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시절로.

짧은 시간 한국에 있는 동안에도 가족과 함께 있지 않고 혼자 제 멋에 겨워 지리산을 한달 가까이 방랑하다가 돌아오고 언제 오냐고 묻는 엄마에게

“서울 가면 골치 아파서---뭐 특별한 일도 없잖아?” 이렇게 말했다.

맏딸인 나와 함께 있는 공간의 공기만으로도 행복하실지 모를 일이었는데, 나는 참회한다. 왜 이런 일들의 의미가 한참 후에야 깨달아질까. 다음에 가면 꼭 부모님 곁에서 맛난 것도 만들어 드리면서 지내야지, 결심하지만 또 마찬가지로 바보짓을 하다 돌아올 것임을 안다.

이승에서 부모 자식으로 인연이 되어 맺어진 그 사랑스럽고 가여운 사람들을 살아 생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하나, 둘 ---세 번째 손가락에서 나는 망설이면서 울컥한다.

ⓒ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http://www.koreatimes.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쌔엠
소월님의 글귀에 이런말 있습니다.

정히 그러시다면 옛날에 잊었노라는..

가족은 엣적 가죽 같기도 합니다.

그 질긴 연으로 말하자면..

어찌 하남요.. 영나님.

그냥 웃지요 라는 맺음말속에서

행복해 지시길 바래요..

보이지 않는 감옥

댓글 3 | 조회 2,816 | 2010.06.22
호주 시드니의 ‘경제평화 연구소 (IEP)’는 지난 8일 ‘2010 세계 평화 지수(GPI)’를 발표했다. 전쟁이나 사회 정치적 갈등, 테러 위험, 폭력 범죄 등… 더보기

그 여자의 식탁

댓글 2 | 조회 2,814 | 2008.11.11
여행의 백미는 그 지역의 별미 음식을 맛보는 것이 아닐까? 나는 여행의 추억이 혀에 남아 있다가 주체할 수 없는 감흥으로 가끔 되살아 난다. 북경 천안문 광장 앞… 더보기

[378] 타마릴로가 익는 계절

댓글 0 | 조회 2,788 | 2008.08.13
수년 전 집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팔고 다닐 때였다. Open home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어느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당 한쪽에 붉은 열매를 조랑조랑 매달고 있… 더보기

무지개 나라

댓글 1 | 조회 2,759 | 2009.12.22
2010년 월드컵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개최된다. 뉴질랜드는 11월 14일, 바레인과의 예선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하면서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 더보기

살얼음판 위의 여자들

댓글 3 | 조회 2,739 | 2012.03.27
인간의 삶과 기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일까? 빙하가 녹아내리고 북극곰들은 익사하고, 우리네 삶도 살얼음판을 걷는 듯 아슬아슬하다. 얼… 더보기

도대체 누가?

댓글 0 | 조회 2,731 | 2009.03.24
그리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여자 한 번 만나지 못하고 외롭게 지내던 중, 대리석으로 자신의 여인을 조각한다. 그는 그 조각상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 더보기

희망의 이유

댓글 0 | 조회 2,717 | 2008.10.30
침팬지의 어머니라 불리는 제인 구달(Jane Goodall)박사가 지난 18일 웰링턴 동물원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이에 앞서 17일, TV3의 앵커맨 Campbe… 더보기

블라인드 코너(Blind Corner)

댓글 0 | 조회 2,702 | 2009.06.09
우리는 아름다운 이 세상에 소풍을 나온 것일까? 일찍이 천상병 시인은 그의 시 '귀천(歸天)'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하늘로)가서, 참으로 아름… 더보기

3무(無)의 나라

댓글 2 | 조회 2,700 | 2009.08.25
어느 날 거실에 걸려 있는 동그란 벽 시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초침이 정확히 60번 움직이면 분침이 어김없이 1분을 가 줄까? 사실이었다. 그런데 초침은 약간… 더보기

소통해야 성공한다

댓글 2 | 조회 2,698 | 2011.11.09
10월 21일 발표된 ‘세계은행(IBRD)기업 환경 평가’에서 뉴질랜드가 3위(183개국 중)를 차지했다. 창업 소요기간, 인허가 관련 행정… 더보기

끽다거 그리고 점다래

댓글 0 | 조회 2,688 | 2009.01.13
내가 지리산 자락 화개(花開)에 머무른 것은 잘한 일이었다. 화개 버스 정류소에 가면 구례, 하동, 부산, 남해, 서울 가는 버스들이 시간 맞춰 들어온다. 나는 … 더보기

[384] 제로 톨레랑스(Zero Tolerance) - Ⅰ

댓글 0 | 조회 2,686 | 2008.07.08
범죄란 '사회의 질병'이다. 질병은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병이 발생했다면 주저없이 완치시키고, 아예 질병이 얼씬 못하도록 체질과 환경을 … 더보기

Spring In The Box

댓글 1 | 조회 2,658 | 2009.11.24
내가 이사 간다고 하자 친구 S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치커리는 어떡하구---.” 그녀가 어디선가 얻어다가 내 집에 심어 주었던 치커리는 흔히 구할 수 있는 종… 더보기

어깨 힘 좀 빼시죠 ? - 베이징 올림픽 유감

댓글 0 | 조회 2,655 | 2008.09.10
베이징 올림픽 기간 내내 행복하셨는지? 자유, 평등, 선의의 경쟁이 만들어 내는 명승부와 진기록, 숨겨진 이야기들에 박수 치며 감동하고 눈물 흘렸는지? 나는 불편… 더보기

The Gold Rush

댓글 1 | 조회 2,626 | 2009.08.11
입안에서 딱딱하고 까슬까슬한 것이 씹혔다. 꺼내보니 금붙이였다. 이게 어디서 나왔지? 나는 입을 벌리고 거울을 보았다. 금으로 때웠던 어금니가 뻥 뚫려 있었다.7… 더보기

별 일도 아니네

댓글 1 | 조회 2,622 | 2009.05.26
부부는 전생에 원수였다고 한다. 살다보면 상대방의 터럭 하나, 뒤통수, 그림자 조차 보기 싫을 만큼 오만 정(情)이 다 떨어질 때도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 더보기

낯설지 않네, 대롱대롱 매달린 돌멩이

댓글 4 | 조회 2,605 | 2011.09.28
뉴질랜드 최초의 수도였던 Russel의 원래 이름은 ‘korora reka’. 마오리어로 korora는 펭귄, reka는 맛있다,라는 뜻. 마오리 늙은 족장은 앓… 더보기

[366] 비상 배낭 꾸리기

댓글 0 | 조회 2,603 | 2007.10.09
몇달 전, 우체통에서 'Household Emergency Checklist'라는 제목의 종이쪽지를 발견했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상 용품을 준비해 놓으라는 것이… 더보기

[381]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Ⅱ)

댓글 0 | 조회 2,602 | 2008.05.27
미식 축구 선수였던O.J.Simson은 94년, 전처와 그녀의 동거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지문, 혈흔, DNA, 발자국, 모발 등 CSI 수사의 모… 더보기

지지고 볶고 끓여주세요!

댓글 1 | 조회 2,595 | 2012.05.09
그보다 더 시끄러울 수는 없었다. 한국에 머무는 두어 달 동안 나는 왁자지껄한 소음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졌다. 3월, 핵안보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몇날 … 더보기

존 키의 선물

댓글 1 | 조회 2,593 | 2012.04.11
거대한 버섯 모양의 구름을 형성하며 폭발하는 핵폭탄의 위용은 실로 상상을 넘어선다. 사방 수십 킬로 면적이 수십 년에서 수만 년 죽음의 땅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 더보기

女幸 프로젝트

댓글 0 | 조회 2,588 | 2009.01.28
세상 참 많이 좋아졌구나! 한국에 와 있는 두어 달 동안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편리함, 섬세한, 친절함이 사회 구석구석에 튼실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었… 더보기

보물섬을 지켜라

댓글 4 | 조회 2,581 | 2011.10.11
마오리 조상 Kupe가 발견한 보물섬에서 마오리들이 수수천년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1642년 네덜란드의 아벨 타즈만은, 자기가 차린 밥상이라며 숟가락을… 더보기

현재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울고 지내고저

댓글 1 | 조회 2,560 | 2009.02.25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밤에 나는 깨닫는다. 나는 참 바보구나, 그리고 참 나쁜 사람이구나!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많은 사람들 가슴에 … 더보기

[351] 너나 잡수세요!

댓글 1 | 조회 2,554 | 2007.02.26
돼지 리오와 소 무피우스가 주연으로 나오는 만화 영화를 보았다. 영화 매트릭스(MATRIX)를 패러디한 미트릭스(MEATRIX)가 바로 그것. 무피우스는 리오에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