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울고 지내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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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울고 지내고저

1 2,900 코리아타임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밤에 나는 깨닫는다. 나는 참 바보구나, 그리고 참 나쁜 사람이구나!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많은 사람들 가슴에 대못질을 하면서 살고 있다.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뉴질랜드로 떠나오기 전날, 기운없고 많이 아파 보이는 엄마는 목걸이 하나를 내밀었다.

“14K인지 18K인지 모르겠는데---, 가운데 알은 3부짜리다. 근데 네 운동화를 못 사서 어떡하니? 운동 열심히 해야 하는데--- .”

내가 앓았던 병마에서 해방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며 운동화를 사러 가자고 내 손을 잡아 끄셨던 엄마는 마땅한 것이 없어 그냥 돌아온 것을 못 내 안타까워 하셨다.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일흔 중반의 엄마는 건강이 안 좋으셔서 나를 보는 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듯 했다. 엄마는 눈물을 훔치면서 주섬주섬 핸드백을 뒤지더니 만원짜리 한 뭉텅이를 또 내게 쥐어 주셨다. 한 푼, 두 푼 모은 쌈지돈임에 틀림없다. 됐다고 안받으려는 내게 필요한 것 사라며 떠 안기는 엄마.

한국에 다녀온지도 달포 가까이 되었지만, 나는 한 밤중에 베갯잇을 적시다가 그 눅눅함이 참을 수 없어 수건을 베개 위에 얹고 자는 일이 많아졌다. 억지로 잠을 청하면서 목에 매달린 목걸이를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수 십년만에 마련한 목걸이일텐데---. 나는 엄마 목걸이 하나 해준 적이 없는데---.

오늘 낮에도 너무 더워서 설핏 졸다가 꿈에 엄마를 보았다. 붉은 쇠고기를 칼로 쓱쓱 썰고 계셔서 무슨 꿈인가 전화를 했다. 내가 떠난 후 몸이 많이 안 좋아지시면서 식사를 제대로 하시지 못한다고 했다. 당장 달려가서 죽이라도 끓여 드려야 할 텐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이국만리에서!

늙은 부모님과 살고 있는 막내 동생은 나와 아들이 떠나오자 그 허전함에 전화통을 붙들고 울먹였다. 동생은 내 얼굴에 맛사지도 해주고 곱게 화장도 해주었다. 머리를 감으면 드라이로 말리고 셋팅을 말아 세련된 헤어스타일도 만들어 주었다.

막내는 방송이며 인터넷 등에서 수집한 별미집을 데리고 다니면서 맛난 것을 너무 많이 사 주어서 나와 아들은 자연히 몸무게가 늘어 버렸다.

“배불러!”

내가 숟가락을 놓으면 막내는
“뉴질랜드 가면 못 먹으니까 많이 먹어 둬!”

그러면서 자꾸 권했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게장과 매실 장아찌, 더덕과 바닷말 무침을 떨어뜨리지 않고 식탁에 올렸다. 엄마는 내 옆에서 게를 뜯어 주면서 “먹을만 하니? 잘 곰삭았니?” 물으시고 나는 게장 몇 조각으로 밥 한 그릇을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그네들의 사랑으로 버무려진 음식들이 어찌 맛이 없겠는가!

구정날은 내 생일 파티를 함께 했다. 대보름 전날이 생일이지만, 뉴질랜드로 돌아가면 누가 케익이나 하나 사주겠냐며 엄마는 아예 생일상을 마련하셨다. 막내가 케익을 사오고 세째는 홍삼엑기스를 내게 선물했다. 오빠 올케 동생들 조카들이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렀고 나는 촛불을 끄면서 눈물이 그렁해졌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향과 가족과 작별하고 타향에서 처절하게 가슴 아파하는 나는 그저 허깨비이고 바보다. 손톱 만큼의 내 실체가 있다거나 자아가 있다면 나는 단명할 것이다. 온 몸의 뼈마디가 욱신욱신 쑤시고 심장이 벌렁벌렁거린다. 내버리고 온 사랑과 그리움들이 내 육신에 사무쳐서이다.

하루에도 몇 번, ‘가고파’라는 가곡이 머릿 속에 맴돈다.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 같이 살고 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울고 지내고저 그날 밤 그 눈물 없던 때로 돌아갈까 돌아가 >

색동옷을 입고 덩실덩실 춤추던 진정으로 행복한 순간들, 나를 위해 울어주고 웃어주는 이들과 한데 얼려 기뻐하던 나날들은 희미하게 바래가고 있다. 언제나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시절로.

짧은 시간 한국에 있는 동안에도 가족과 함께 있지 않고 혼자 제 멋에 겨워 지리산을 한달 가까이 방랑하다가 돌아오고 언제 오냐고 묻는 엄마에게

“서울 가면 골치 아파서---뭐 특별한 일도 없잖아?” 이렇게 말했다.

맏딸인 나와 함께 있는 공간의 공기만으로도 행복하실지 모를 일이었는데, 나는 참회한다. 왜 이런 일들의 의미가 한참 후에야 깨달아질까. 다음에 가면 꼭 부모님 곁에서 맛난 것도 만들어 드리면서 지내야지, 결심하지만 또 마찬가지로 바보짓을 하다 돌아올 것임을 안다.

이승에서 부모 자식으로 인연이 되어 맺어진 그 사랑스럽고 가여운 사람들을 살아 생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하나, 둘 ---세 번째 손가락에서 나는 망설이면서 울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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쌔엠
소월님의 글귀에 이런말 있습니다.

정히 그러시다면 옛날에 잊었노라는..

가족은 엣적 가죽 같기도 합니다.

그 질긴 연으로 말하자면..

어찌 하남요.. 영나님.

그냥 웃지요 라는 맺음말속에서

행복해 지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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