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幸 프로젝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女幸 프로젝트

0 개 2,586 코리아타임스
 세상 참 많이 좋아졌구나! 한국에 와 있는 두어 달 동안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편리함, 섬세한, 친절함이 사회 구석구석에 튼실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가장 편리했던 점은 교통 카드 하나만으로 전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고 환승시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는 것.매번 토큰과 차표를 사야 했던 번거로움이 사라진 것은 서민들의 고단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 준 대표적 사례다. 더욱 감동스러운 점은 대부분의 전철과 지하철에 장애자용 리프트나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 어느 역사 지하 통로에는 이런 문구도 적혀 있다.

<사랑하는 아기를 많이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우리역에 수유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 문구를 보는 순간 나는 아기가 있다면 수유실에 들어가서 젖을 물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민을 위한 열린 쉼터를 마련해 무료로 의료, 법률, 세무, 혼인 상담을 해주는 역도 있었다.그곳에 와서 서민들의 답답함을 해결해 주는 변호사, 의사, 세무사들은 얼마나 존경스러운가!

2호선 지하철 역에는 자살과 사고 방지를 위해 철로와 승객 사이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다. 삶에 지친 누군가가 지하철 승강장에 죽을 결심을 하고 내려왔을 때 그의 앞을 가로막는 스크린 도어 때문에 잠시 당황한다. 삶에 지친 이는 스크린 도어에 씌여 있는 시를 읽는다. 거기엔 허영자 시인의 '조국'이 씌여 있었다.

-- 먼 나라에 와서 부르는 그대 이름, 아! 내 조국. 그 음성은 낮으나 잡티없이 맑고 그 음성을 짧으나 꽃불처럼 뜨겁고 --

삶에 지친 이는 자신을 말려 주는 스크린 도어의 친절함에 살아야겠다는 용기를 얻는다. 스크린 도어를 역마다, 그 긴 선로에 설치하는 일이 간단한 일이 아닐 터인데, 그런 노고가 수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나는 무한 감동을 느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환기 시설이 개선된 지하철은 쾌적했다. 그리고 너무 빨라서 멀리 사는 지인들을 만나러 갈 때도 부담없이 지하철을 이용했다. 어떤 차량은 좌석이 온돌처럼 따끈해서 내 집 안방처럼 편안히 졸기도 했다. 이쯤되면 나는 서울 와서 호강하는 오클랜드 촌년이 확실하다.

황송한 일은 또 있다. 서울시에서는 '여성이 행복한 서울 만들기(Women friendly city project)' 일명 '여행(女幸) 프로젝트'를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웹 사이트는 물론 TV와 신문 등에서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데 헤드 라인이 조금은 과장된 영화 예고편 같다.

'세상의 모든 여자가 부러워할 프로젝트가 서울에서 시작된다'

'여행 프로젝트'는 일 있는 서울, 넉넉한 서울, 돌보는 서울, 안전한 서울, 편리한 서울 등을 내세우고 있다.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과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은 과거에도 있어 왔지만 이번 '여행 프로젝트'는 좀더 섬세하다. 시행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눈 감아주기로 하자. 유교적, 남성 우월주의 사상이 지배하던 대한민국에서 언제 여성이 이렇듯 자상한 배려를 받아 봤던가. 밤 늦은 귀가시 여성을 위한 콜택시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가 달려와 준단다. 하이 힐이 빠질 우려가 있는 보도 블럭은 모두 교체 대상이다. 뉴타운도 여성 친화적(?)으로 건설된다고. 공공 장소에 갔을 때 여자 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선 줄도 이제 사라질 듯하다. 공공 시설의 여성 화장실 변기수 확충도 '여행 프로젝트' 중 하나다. 1월 말에는 여성의 시각과 경험을 효과적으로 반영해 추진 중인 사업을 뽑고 '여행 프로젝트'의 체감지수를 높여 일상적 삶 속에서 여성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나의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는 조금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정책은 여성의 표심을 잡기 위한 꼼수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여성들은 이제 꼼수에 놀아날 만큼 멍청하지 않다. 이솝 우화의 까마귀와 여우 얘기는 이렇게 각색되어야 한다.

<나무 위에 큰 고깃 덩어리를 물고 앉아 있는 까마귀를 보자 여우는 꾀를 내었지요. "까마귀님, 까마귀님 당신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려주세요." 까마귀는 여우의 계략을 눈치챘지요. 까마귀는 고기를 맛있게 다 먹고 나서야 노래를 불렀어요.>

1월 29일 '여행 프로젝트 경진대회'가 개최되고, 2010년까지는 여성들의 불편, 불안 요소를 없애고 여성 친화적 도시 환경을 구축한다고 한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도시가 탄생되기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여성이 살기 좋은 사회는 곧 남성, 유아, 노약자 등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는 서울 여성만 행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 단체에 예산을 지원해서 지방 여성들의 복리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강조하지만, '여행 프로젝트'는 지방 여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뉴질랜드에도 '여행 프로젝트'가 상륙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특히 아시안 여성이 목표가 되는 범죄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한인회를 비롯 교민 단체는 '안전한 뉴질랜드'를 만들기 위해 정부에 압력 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 각 아시아 단체와 공조해서 아시아 여성이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지난 해 11월, 우리는 한국계 국회의원 멜리사 리의 당선을 기뻐했다. 그 다음 우리는 그녀와 무엇을 어떻게 정책에 반영하도록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그러나 구르지 않고 이끼가 잔뜩 끼어 있고, 그래서 부영양화 현상 등으로 물이 섞어 들어간다면, 누군가 나서서 돌을 밀어 굴려야 한다. 부지런하고 영리한 한국인이 좀 더 뭉쳐서 그 일을 해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여자가 부러워 할 프로젝트를 오클랜드에서도 시작해보면 어떨까? 유토피아를 향해 돌을 굴리는 일은 설사 100%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그 과정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아서이다.



보이지 않는 감옥

댓글 3 | 조회 2,816 | 2010.06.22
호주 시드니의 ‘경제평화 연구소 (IEP)’는 지난 8일 ‘2010 세계 평화 지수(GPI)’를 발표했다. 전쟁이나 사회 정치적 갈등, 테러 위험, 폭력 범죄 등… 더보기

그 여자의 식탁

댓글 2 | 조회 2,813 | 2008.11.11
여행의 백미는 그 지역의 별미 음식을 맛보는 것이 아닐까? 나는 여행의 추억이 혀에 남아 있다가 주체할 수 없는 감흥으로 가끔 되살아 난다. 북경 천안문 광장 앞… 더보기

[378] 타마릴로가 익는 계절

댓글 0 | 조회 2,787 | 2008.08.13
수년 전 집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팔고 다닐 때였다. Open home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어느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당 한쪽에 붉은 열매를 조랑조랑 매달고 있… 더보기

무지개 나라

댓글 1 | 조회 2,759 | 2009.12.22
2010년 월드컵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개최된다. 뉴질랜드는 11월 14일, 바레인과의 예선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하면서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 더보기

살얼음판 위의 여자들

댓글 3 | 조회 2,738 | 2012.03.27
인간의 삶과 기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일까? 빙하가 녹아내리고 북극곰들은 익사하고, 우리네 삶도 살얼음판을 걷는 듯 아슬아슬하다. 얼… 더보기

도대체 누가?

댓글 0 | 조회 2,731 | 2009.03.24
그리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여자 한 번 만나지 못하고 외롭게 지내던 중, 대리석으로 자신의 여인을 조각한다. 그는 그 조각상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 더보기

희망의 이유

댓글 0 | 조회 2,717 | 2008.10.30
침팬지의 어머니라 불리는 제인 구달(Jane Goodall)박사가 지난 18일 웰링턴 동물원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이에 앞서 17일, TV3의 앵커맨 Campbe… 더보기

블라인드 코너(Blind Corner)

댓글 0 | 조회 2,702 | 2009.06.09
우리는 아름다운 이 세상에 소풍을 나온 것일까? 일찍이 천상병 시인은 그의 시 '귀천(歸天)'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하늘로)가서, 참으로 아름… 더보기

3무(無)의 나라

댓글 2 | 조회 2,699 | 2009.08.25
어느 날 거실에 걸려 있는 동그란 벽 시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초침이 정확히 60번 움직이면 분침이 어김없이 1분을 가 줄까? 사실이었다. 그런데 초침은 약간… 더보기

소통해야 성공한다

댓글 2 | 조회 2,697 | 2011.11.09
10월 21일 발표된 ‘세계은행(IBRD)기업 환경 평가’에서 뉴질랜드가 3위(183개국 중)를 차지했다. 창업 소요기간, 인허가 관련 행정… 더보기

끽다거 그리고 점다래

댓글 0 | 조회 2,687 | 2009.01.13
내가 지리산 자락 화개(花開)에 머무른 것은 잘한 일이었다. 화개 버스 정류소에 가면 구례, 하동, 부산, 남해, 서울 가는 버스들이 시간 맞춰 들어온다. 나는 … 더보기

[384] 제로 톨레랑스(Zero Tolerance) - Ⅰ

댓글 0 | 조회 2,686 | 2008.07.08
범죄란 '사회의 질병'이다. 질병은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병이 발생했다면 주저없이 완치시키고, 아예 질병이 얼씬 못하도록 체질과 환경을 … 더보기

Spring In The Box

댓글 1 | 조회 2,658 | 2009.11.24
내가 이사 간다고 하자 친구 S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치커리는 어떡하구---.” 그녀가 어디선가 얻어다가 내 집에 심어 주었던 치커리는 흔히 구할 수 있는 종… 더보기

어깨 힘 좀 빼시죠 ? - 베이징 올림픽 유감

댓글 0 | 조회 2,655 | 2008.09.10
베이징 올림픽 기간 내내 행복하셨는지? 자유, 평등, 선의의 경쟁이 만들어 내는 명승부와 진기록, 숨겨진 이야기들에 박수 치며 감동하고 눈물 흘렸는지? 나는 불편… 더보기

The Gold Rush

댓글 1 | 조회 2,626 | 2009.08.11
입안에서 딱딱하고 까슬까슬한 것이 씹혔다. 꺼내보니 금붙이였다. 이게 어디서 나왔지? 나는 입을 벌리고 거울을 보았다. 금으로 때웠던 어금니가 뻥 뚫려 있었다.7… 더보기

별 일도 아니네

댓글 1 | 조회 2,622 | 2009.05.26
부부는 전생에 원수였다고 한다. 살다보면 상대방의 터럭 하나, 뒤통수, 그림자 조차 보기 싫을 만큼 오만 정(情)이 다 떨어질 때도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 더보기

낯설지 않네, 대롱대롱 매달린 돌멩이

댓글 4 | 조회 2,605 | 2011.09.28
뉴질랜드 최초의 수도였던 Russel의 원래 이름은 ‘korora reka’. 마오리어로 korora는 펭귄, reka는 맛있다,라는 뜻. 마오리 늙은 족장은 앓… 더보기

[366] 비상 배낭 꾸리기

댓글 0 | 조회 2,603 | 2007.10.09
몇달 전, 우체통에서 'Household Emergency Checklist'라는 제목의 종이쪽지를 발견했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상 용품을 준비해 놓으라는 것이… 더보기

[381]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Ⅱ)

댓글 0 | 조회 2,601 | 2008.05.27
미식 축구 선수였던O.J.Simson은 94년, 전처와 그녀의 동거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지문, 혈흔, DNA, 발자국, 모발 등 CSI 수사의 모… 더보기

지지고 볶고 끓여주세요!

댓글 1 | 조회 2,595 | 2012.05.09
그보다 더 시끄러울 수는 없었다. 한국에 머무는 두어 달 동안 나는 왁자지껄한 소음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졌다. 3월, 핵안보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몇날 … 더보기

존 키의 선물

댓글 1 | 조회 2,593 | 2012.04.11
거대한 버섯 모양의 구름을 형성하며 폭발하는 핵폭탄의 위용은 실로 상상을 넘어선다. 사방 수십 킬로 면적이 수십 년에서 수만 년 죽음의 땅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 더보기
Now

현재 女幸 프로젝트

댓글 0 | 조회 2,587 | 2009.01.28
세상 참 많이 좋아졌구나! 한국에 와 있는 두어 달 동안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편리함, 섬세한, 친절함이 사회 구석구석에 튼실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었… 더보기

보물섬을 지켜라

댓글 4 | 조회 2,581 | 2011.10.11
마오리 조상 Kupe가 발견한 보물섬에서 마오리들이 수수천년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1642년 네덜란드의 아벨 타즈만은, 자기가 차린 밥상이라며 숟가락을… 더보기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울고 지내고저

댓글 1 | 조회 2,559 | 2009.02.25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밤에 나는 깨닫는다. 나는 참 바보구나, 그리고 참 나쁜 사람이구나!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많은 사람들 가슴에 … 더보기

[351] 너나 잡수세요!

댓글 1 | 조회 2,554 | 2007.02.26
돼지 리오와 소 무피우스가 주연으로 나오는 만화 영화를 보았다. 영화 매트릭스(MATRIX)를 패러디한 미트릭스(MEATRIX)가 바로 그것. 무피우스는 리오에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