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죽을 놈의 낭만!? - 2. 소라, 동백, 고구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얼어죽을 놈의 낭만!? - 2. 소라, 동백, 고구마

0 개 3,755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가스 히터가 피식피식 푸헬헬 소리를 내다가 꺼져 버렸다. 하필 억수로 비가 쏟아지고 기온이 뚝 떨어진 겨울밤이었다.가난한 잡가(작가 아님)는 손, 발, 코가 시려웠다. 잡가는 비발디의 음악을 틀어 놓고 목에 가시 걸린 갈매기처럼 꺽꺽 울어 댔다. 추우면 왜 섭섭할까. 학생 때, 고단하게 집으로 돌아갔을 때, 연탄불이 꺼져 내 방이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한없이 울었다. 세상이 내게 36.5도를 유지할 만큼의 온기도 관심도 보태주지 않는구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이왕 눈물을 본 김에 할머니의 죽음, 박제가 되어버린 사랑, 두고 온 강아지를 생각하며 카타르시스를 즐길 무렵, 남편이 포부도 당당하게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놀라거나 좋아하거나, 내 반응을 더 크게 느끼고 싶을 때 남편은 말이 없어진다. 남편은 판토마임 마술사처럼 상자를 열었다. 환한 빛이 쏟아지자 에어리언 같은 놈이 고개를 쑥 빼고 더듬이를 세우고 기웃기웃, 당혹해 했다. 눈도 없는데 막 움직였다. 정말 SF 영화의 소품, 아니면 마술쇼였다.

“어머머머머, 맙소사! 너 어떻게 여기 온 거니?”

킹왕짱 소라, 남편은 와인과 소라의 궁합을 기대하며 흥분했고, 나는 내 귀를 덮고도 남을 너그러움에 달떴다. 쪽빛 바닷물이 뚝뚝 뜯기는 소라를 들어 올리는 순간, 껍질의 작은 숨구멍마다 싱싱한 생명이 피어올랐다. 깨달음은 찰나에 오는 것일까. 마술처럼, 모든 절망적이고 쓸쓸하고 메말랐던 풍경들이 파릇한 물이 올랐다. 어쩜 요런 모양일까? 온 몸을 나선형으로 말아 올리다가 풍덩 빠져도 될 만큼 큰 확이 되어 너울너울, 주름치마처럼 열려 있는 소라. 소라의 나선에는 조화와 미적 감각의 최고 정수인 1:1.618의 황금비율이 숨어 있다. 소라여, 아름다운 소라여!

소라와 사랑에 빠져서 소라 귀와 내 귀는 뽀뽀한다. 솨아아 솨아아---수십 번, 수백 번 귀에 대보아도 소라는 어김없이 속삭인다. 세상, 많은 소리 중에서 소라는 자신의 소리를 찾아 공명하고 있는 중이라고. 아하, 부처님 헤어스타일(?)을 일컫는 말이 나발(螺髮), 소라 모양이다. 사부대중과 항상 공명하기 위해서 소라를 머리 위에? 내 멋대로 해석해 놓고 감탄한다. 부처님의 도량으로 이해해 주시길---.

소라여, 어떡하면 잘 공명할 수 있지? 세상과 당신과 나는.

"비바람이 사납고 바다가 검게 용트림 하던 날, 고양이가 내게 왔어. 생선 훔치는 일, 생선 통조림이 역겨워졌다고. 펄떡이는 생선을 잡고 싶다고, 거미줄로 그물을 만들어서--- ."

그만! 명치 끝이 꽉 막히고 목이 메었다. 내겐 용기가 필요해!

20080827125255_3401.jpg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이라고 시인은 표현했던가. 서러움이 크고 깊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를 시간도 없이 후둑후둑, 미련마저 털어 내고 쉽게 떨어지는 꽃. 동백은 겨우 내내 빗 속에서 피고 지고, 피고 졌다. 하필, 차가 들고 나는 길 위의 주검,꽃들은 짓이겨져 진흙탕으로 변해갔다. 지는 모습마저 아름다워야 하거늘---. 나는 동백가지 몇 개를 잘라 유리 화병에 꽂았다. 가지를 충분히 물에 담가주면서, 혹 꽃이 필려나---, 미안하지만 피어 줬으면 좋겠다고, 너의 꿈과 낭만이 만개한 뒤엔 깨끗이 처치해 주겠노라고, 아름다움만 오래오래 기억하겠노라고 주문처럼 되뇌었다.

동백이 피었다! 가지가 잘렸다고 살짝 삐쳐서 새초롬하게 꽃잎을 벌렸다. 잡다한 세파와 비바람에 시달리지 않고 번뇌를 털어 낸 동백은 얼마나 자유롭고 홀가분한 모습인지. 빽빽한 노란 술과 꽃가루는 꿈처럼, 햇살처럼 포근하다.

20080827125353_7280.jpg


고구마나 구워 먹어 볼까? 고구마가 다 그 모양이 그 모양인데 어라, 사람처럼 생긴 놈이 있다. 정수리에는 상모 돌리는 아이처럼 긴 끈이 한 가닥 늘어져 있다. 어찌하다가 흙 속에서 이런 모양으로 태어났을까. 혹시 이 고구마는 나를 보고 싶어하던 그 누가 아닐까? 우울하고 쓸쓸할 때 상모를 돌리면서 나를 즐겁게 해주려고 내게 온 건 아닐까? 그리운 사람들, 그리운 사람들과 나누었던 매혹적인 시간들. 오래도록 고구마를 보면서 나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쯤에서 나는 솔직히 고백한다. 사실 소라, 동백, 고구마는 아무 관련이 없다. 당혹스러웠다면 미안하다. 정말 잡스러운 년이라고 욕해도 좋다. 나는 세상의 바다를 향해 작살을 던졌다. 낭만을 사냥했다. 서투른 솜씨로 잡아 올린 것이 소라, 동백, 고구마였다. 어느 날인가는 돌멩이, 우산, 시계가 낚길 수도 있다. 물론 그것들은 피차간에 모르는 사이다. 손길 한 번 스친 적 없다. 낚시꾼의 작살에 우럭, 스내퍼, 존도리가 아무 관계없이 줄줄이 꿰어져 있는 것처럼.

혹여, 잘 낚았노라고 격려하는 이가 있다면 용기를 내어 대답하리라. 낭만 사냥 미끼는 애정이 담뿍 담긴 눈길, 코가 시큰한 연민, 세상과 공명하는 가슴 뿐이라고. 정말이지 다른 건 없다.

ⓒ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http://www.koreatimes.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744 | 8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50 | 8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284 | 8일전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430 | 8일전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542 | 8일전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373 | 8일전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72 | 8일전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62 | 9일전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09 | 9일전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2 | 9일전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18 | 9일전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23 | 9일전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97 | 9일전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92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70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61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40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08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78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1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62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21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21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08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5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