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 성형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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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 성형 부작용

0 개 2,305 KoreaTimes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된 P씨, 그녀는 얼굴에 팩이라도 붙인 듯 웅얼웅얼거린다.
  "일주일 됐어, 수술한지."
  "아이고, 조막만한 얼굴에 칼 댈 때가 어딨다고?"
  "쌍꺼풀 다시 하고, 볼살 치켜 올리고 패인 곳 채워 넣고---."
  수술 시간만 장장 다섯 시간,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반 죽음이었겠다. 무섭다. P씨의 남편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냐"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지만 내심 '수박'을 기대하는 말투다.

  M씨의 딸도 미국 유학 중 성형수술부터 했다. 방학 때  한국에 돌아와 맞선을 보기 위해서. 그녀는 Face Off 영화처럼 바뀌었고, 할머니는 끝내 손녀딸을 못 알아봤다.

  성형왕국 대한민국. 나이, 직업, 성별 불문, 죽음 불사-성형열풍에 푹 빠져 있다. 쌍꺼풀과 코를 높이는 수술은 고전. 쭉쭉빵빵 S라인 몸매에 V라인, M라인 등 첩보 영화 암호문자 같은 것들이 사람 몸에 모두 모여 있어야 섹시하단다. 내 20대 시절에는 '섹시'는 천박함과 일맥상통했고, 거의 사용하지도 않는 단어였다. 언제부터 '섹시'가 최고의 미덕이 되었나?

  눈의 앞과 뒤를 트는 일명 '고양이 눈' 만들기는, 영어 발음 좋게 한다고 혀 밑을 자르는 일 만큼 오싹하다. 살짝 올라간 눈 꼬리에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음영을 넣어 주면 고양이처럼 깜찍하고 매혹적이 된단다. 왜 사람이 고양이를 닮으려는 것일까?

  섹시한 카리스마, 도회적이고 세련된, 도도한 자신감과 도발적이고 신비로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모 영화의 대사로 장안에 유행했던 '나 E대 나온 여자야' 에서처럼 지적이고, 세련된 유머 감각이 추가되어야 한다. 얼굴에는 수시로 보톡스를 맞아 팽팽함을 유지한다. 아,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겠다!

  성형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삶을 보다 진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동기부여 차원의 성형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본질을 잃고 겉 모양에만 '올인'하는, 성형광풍의 한국은 위태로워 보일 뿐이다.

  뉴질랜드의 3선 총리 헬렌 클락은 9년째 한결 같다. 시골 할머니가 바가지를 씌워 놓고 무쇠가위로 썩뚝썩뚝 잘라낸 것 같은 모양의 헤어스타일에, 언뜻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정도로 모양을 내지 않는다. 웃을 때 드러나는 이는 듬성듬성 벌어져 있다. 그래도 국민들은 그녀를 존경한다. '100% Pure NZ'를 지키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남의 전쟁에 섣불리 끼어 들지 않지만 난민들을 돕는 일엔 주저하지 않고, 자국에 이익이 되는 정책은 뚝심있게 밀어붙인다.

  헬렌 클락 뿐 아니라, 전단지의 모델들, 유명 인사들, 우리 모두가 수년 째 한결같다. 아니 세월이 흘러갔으므로 흔적이 더해지고 있다. 피부는 칙칙해지고 주름이 많아지고 눈꺼풀도 내려앉았다. 참으로 친숙하고 자연스럽다.

  웬지 한국 정치는 natural하지 않고 plastic 하다. 진실보다는 덮고 감추기가 판을 치고, 국민과 국익보다는 개인과 특정 집단의 이익, 전시정책에 급급하다.

  한때 세계 4위의 경제 부국이었던 남미의 아르헨티나가 후진국으로 추락한 이유 중 하나가 생색내기 정책 때문이었다. 대통령 후안 페론은 밤무대 댄서 출신의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의 미모를 앞세워, 1970년 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populism) 정책을 펼쳤다. 에바 페론은 나라의 얼굴인 퍼스트레이디는 화려하고 세련되야 한다며 자신을 치장하는 일에 부지런을 떨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마의 가로 주름을 펴고, 쌍꺼풀 수술을 했다. 영부인도 같은 의사에게 했는지 모양이 똑같았다. 정치인에게 정치 아닌 성형이 이슈가 된 참 드문 일이었다.

  숭례문이 눈을 뻔히 뜬 채로 바라보는 국민들 앞에서 다섯 시간 불탔다. 국민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책임소재가 어디 있는지 왈가왈부하고, 범인이 곧 잡히고, 문화재청장이 사직했다. 숭례문 복원도가 등장했고, 아름드리 소나무를 어디서 구할 것인지 고민하는 듯 하다가, 화재 현장에 가림막을 쳤다. 왜 가림막을 치느냐고 시민들은 항의했고, 불탄 기와를 팔아 먹었다는 소리가 들리고 범인은 억울한 심정을 기자들 앞에서 토로했다. 불과 3, 4일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원인과 결과가 없다. 기승전결이 한꺼번에 섞여 돌아가거나 앞 뒤가 바뀌어서 돌아가기도 한다. 컬트무비를 보는 듯 하다. 본질은 없어지거나 오도되고 껍데기만 남아서 우왕좌왕하다가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싹 사라져 버린다. 인기하락 요인은 빨리 지워 버리는 게 상책인가.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생색내기에 급급한 전시 정책,인기를 목적으로 급조한 정책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친절하게도 헬리콥터를 타고 상공에서 남대문을 보여 주는 뉴스를 보는데, 온데 간데 없고 검은 구멍만 남은 마이클 잭슨 코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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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거기에, 김치는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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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달(月)에 부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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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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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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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뜨겁게 포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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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조회 2,229 | 201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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