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 천국의 가장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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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천국의 가장자리

0 개 2,009 KoreaTimes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혹은 살고 싶은 나라는? 이런 질문에 뉴질랜드는 단연 수위를 차지한다. 나도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는 문구에 마음이 혹했었다. '남태평양'이라는 영화 장면이 내 삶의 현장이 된다고 생각해보라. 꿈인지 생시인지 허벅지를 꼬집어야 할 만큼 황홀했다. 아담과 이브가 살던 에덴 동산이 바로 뉴질랜드였다. 손을 뻗으면 나무에서 무공해 과일을 딸 수 있고, 아침에 깨어나면 찰리 채플린 영화처럼 창가에서 젖소가 기다린다. 나는 젖소의 손가락처럼 긴 젖에 컵을 대고 우유를 받아 마신다. 더구나 나는 오클랜드에 도착해서 Mt. Eden이라는 동네에 수년 간 살았다, 이브처럼. 내가 위험한 몽상가였나? 천국의 꿈은 조금씩 조금씩 금이 가고 일 년도 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세상에 떠도는, 뉴질랜드는 천국이라는 풍문은 여전하다. 푸른 초원과 양떼들, 에메랄드빛 바다와 요트, 사람만한 스내퍼를 안고 순박하게 웃고 있는 낚시꾼, 수백 불에 불과한 회원권에 부킹 걱정 없는 골프장 등. 그중 가장 어필되는 대목은 '100% Pure Newzealand'다. 뉴질랜드는 빗물을 그대로 받아 마셔도 되고, 과일 야채도 농약 걱정없다고 광고하지 않는가. 뉴질랜드 원료임을 강조한 분유는 타제품에 비해 고가임에도 잘 팔린다.

  은퇴자들을 겨냥한 기사에서는 '나이 든 사람들이 지내기에 딱 좋다'며 사시사철 좋은 기후에 골프 등산 낚시 등 레저의 천국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보장 제도가 잘 되어 있어 병원도 모두 무료이고, 약값도 거저이다시피 저렴하다고.

  인간 세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여행자였을 때는 천국인데, 영주권자가 되고 나면 지옥이라는 농담을 어떻게 설명할까. 비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치는 습한 기후는? 어린애가 어른이 되도록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의료 현실은? 아시아는 일본만 있는 줄 아는 무지 몽매한 사회 분위기는? 고약한 시어머니처럼 온갖 눈치를 주는 사회보장제도는? 집집마다 한 번 털리는 것은 당연지사고 두서너 번도 털릴 정도로 활개치는 좀도둑과 무기력한 경찰, 불안한 치안은? 뉴질랜드 초원에도 제초제가 뿌려진다는 사실은? 천국에도 눈물이 있고 그늘도 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아시안은 거의 천국의 가장자리에 머문다는 것이다.

  10월 초 국민당은 영국과 유럽에 맞춰져 있는 포커스를 아시아로 돌린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TV와 신문에서 한국 사람들이 여름을 나는 동안 개고기 몇 톤을 먹었다는 일만 연중 행사로 심층보도 할 일이 아니다. 우선, 뉴질랜드와 아시아의 지리적 환경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다. 다음, 그들의 문화와 역사, 경제력, 세계적 위상, 발전의 원동력 등을 연구해야 한다. 아시아를 주류로 끌어들인다면 뉴질랜드는 세계사에서 결코 도태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파트너를 아시아로 바꿔 치기 하려는 정책이 이 사회에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갈지 회의스럽다.

  2년 전 쯤, 어느 대학에서 실험을 했었다. 똑 같은 조건의 이력서를 각 회사에 보냈는데, 영어식 이름이 아닌 것은 채택되지 않았다. 이민 1세대들은 골낚골낚하면서 늙어 간다고 치자. 이민 2세들이 비주류로 산다는 건 생각할수록 불행한 일이다.

  폭풍우가 몰아친 다음날, 공원의 나무가 뿌리 채 뽑혀 있는 것을 보았다. 아름드리 나무가 곧은 기운으로 뿌리를 뻗어 가던 제 땅과 함께 벌러덩 뒤집혀 밑둥을 내놓고 있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공원 가장자리는 긴 도랑이 있었다. 그 도랑가에 뿌리를 내린 나무 두어 그루가 그 모양새였다. 공원 복판, 너른 풀밭에 뿌리 내리고 있는 나무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워서 넓고 깊은 아량과 포용력을 뽐내며 행복에 겨워 있다. 주류 사회로 편입되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내 친구 집에는 사람 키만한 멕시칸 선인장이 있다. 늠름한 그 모습을 좋아라 했더니 친구가 새끼 하나를 떼어줬다. 나는 그 작은 녀석을 화분에 심고 요모조모 살펴보았다. 삼각뿔 모양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뾰족하다. 가시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세 면이 만나는 가장자리(edge)에 날카롭게 바늘처럼 뻗어 있다. 가장자리는 오금이 덜덜 떨리고 오줌을 지릴 정도로 불안하다. 자신을 방어하고 얕잡아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가시를 세우고 긴장해야 한다. 그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질척거리고 바람 부는 지옥 같은 가장자리에서 천국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아들이 어려서 즐겨 보았던 '곰돌이 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 친구해요.” “작은 것도 소중해요.”

  푸가 만화라서 우습다면 달라이 라마는 어떤가.

  “삶의 목적은 행복하기 위한 것, 행복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한다”

  한인 사회의 질투, 욕심, 거드름, 불신, 편가르기, 남의 밥그릇 뺏기 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주류로의 편입은 요원하다. 가족처럼 감싼다면, 3만 명이나 되는 사랑의 힘으로 당장 주류 사회의 주인이 될 수 있다.

  edge가 eden으로 들어가는 길임은 단어의 모양에서도 확신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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