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 비상 배낭 꾸리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366] 비상 배낭 꾸리기

0 개 2,958 KoreaTimes
  몇달 전, 우체통에서 'Household Emergency Checklist'라는 제목의 종이쪽지를 발견했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상 용품을 준비해 놓으라는 것이었다.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하늘은 푸르고 초목은 우거지고 바다는 잔잔한데---. 방심은 금물! 아름답고 '친절한 금자씨'같은 자연은 그러나 지금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땅 속, 바다 속, 하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결코 간과할 수 없을 만큼 수상하다.

  한국은 봄 가을이 몇날 되지 않는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 봄에는 황사에 시달리고, 여름엔 너무너무 더워 사람들은 지쳐 버린다. 중국은 국토의 4분의 1이 사막화되어가고 있다. 그 사막이 점점 동쪽으로 번지고 있어 대책이 세워지지 않으면 한반도가 모래더미에 파묻힐지도 모른다고.

  뉴질랜드도 이상 기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봄이 되어 꽃들이 피어나던 지난 달 24일, 직경 20mm나 되는 우박이 오클랜드를 비롯 몇 곳에 쏟아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갑자기 돌풍과 비바람이 몰아쳐 내 집은 우지끈우지끈 소리를 낸다. 나는 전기가 나가지 않을까, 지붕이 날아가지 않을까, 홍수가 나지 않을까, 염려 속에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또 9월25일, 북섬의 루아페후 화산이 폭발해 스키장과 등산로가 폐쇄되었다.

  과거에는 전쟁, 내란 등으로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근래에는 자연 재해로 인한 비상사태가 대부분이다.

  지난 8월에는 세계인이 아끼는 문화유산의 보고인 그리스에 산불이 발생, 국토의 절반이 불바다가 되었다. 170곳 이상에서 맹렬히 불길이 번져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작년 6월에도 인도네시아에서 지진이 발생, 이재민이 20만 명이나 되어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사실은 사람보다 먼저 동물들, 식물들이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익사하는 모습을 TV에서 보았다(때문에 북극곰은 개체수가 확 줄어 들었다고 한다). 간신히 팔로 끌어안을 만큼 자그마한 빙하에 몸을 의지하고 망망대해에 떠 있는 북극곰, 마치 튜브를 끌어안고 바다에 내던져진 아이처럼 가여워 보였는데, 그 생명줄인 튜브가 녹았다. 지구온난화로 2050년에는 지구 생물의 20-30%가 멸종한다고.

  뉴질랜드에서 전쟁이 벌어질 일은 희박하다고 생각되지만, 화산 지역이고 섬 나라이기 때문에 지진과 이상 기후 측면에서는 안심할 수 없다. 결국 나는 비상 배낭을 꾸리긴 꾸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몇 달 째 생각만 하고 있다. 나의 고민은 비상시 달랑 들고나갈 자그마한 가방에 무엇을 집어 넣느냐는 것이다. 나라마다, 또는 어떤 성질의 비상 사태인가에 따라 챙겨야 할 물건이 다르다. 한국의 '국가 비상 기획 위원회'---식량과 취사도구, 침구 및 의류, 라디오, 소독약 붕대, 화생방전에 대비해서 방독면 수건 마스크 비닐옷 해독제 등. 뉴욕시 재난 관리국---방수 용기에 담은 중요서류 사본, 자동차 열쇠 및 집 열쇠, 각종 카드, 생수와 잘 부패되지 않는 식품, 손전등과 라디오 핸드폰 배터리, 구급상자, 신발과 비옷, 가족과 어떻게 연락하고 만날 것인가에 대한 정보,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육아용품, 노인 장애우 가족의 특별용품 등. 호주는 지난 9월 APEC(아태경제 협력체)을 앞두고 기상이변 대비 Let's Get Ready Sydney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우선 비상시 안전 지구로 대피하고 중요한 품목은 평상시 '비상서랍'에 넣어 둘 것을 당부했다. 손전등, 전화카드, 라디오, 해열진통제, 응급용품, 화장지, 개인연락망, 소액 현금 등. 고양이는 면으로 된 베개 커버에 넣어 갈 수 있다고 자상하게 안내하고 있다.

  남편에게 비상시 챙겨 가고 싶은 물건을 물었다. "술!" 얼마 전 막내 영은이가 서울에서 사 온 비싼 양주를 어찌 버리고 가겠냐는 것이다.

  아들에게 물었다. "노트북!" 19인치 화면에 끝내 주는 성능, 현장음처럼 생생한 오디오까지 갖춘 그놈을 어찌 버리고 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맞는 얘기였다. 나는 화장품과 글 쓸 모티브를 메모해 놓은 노트, 따뜻한 담요를 가져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추위를 유난히 타는 내가 옥돌매트나 온돌 판넬을 못 가지고 가는 것이 못 내 아쉬웠다. 내가 아는 언니는 신발과 액세서리를, 또 다른 지인은 아끼는 옷을 챙겨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저런 것들을 다 챙긴다고 생각하니 그게 무슨 비상 배낭인가, 이삿짐을 싸고 있는 거 아닌가! 남편은 또 생각 난 듯이 말했다. "라면, 휴대용 가스렌지, 김치---, 참, 라면 끓일 물도 있어야지." 앓느니 죽지, 비상용품 챙기는 거야, 소풍 가는 거야?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내 집안을 휘 둘러보니 뭐 이리 살림살이가 많은지---그것들에 나는 매일매일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 그 질긴 욕망을 가위로 싹둑 잘라내지 않는 한, 비상 배낭은 꾸릴 수 없을 듯 했다. 나는 비상 '배낭 꾸리기'라는 명제를 '비상 배낭 덜어 내기'로 바꾸었다.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그 버린 것에 미련조차 깨끗이 사라지는 날, 그 때 나는 한결 홀가분해지고 기쁜 마음으로 비상 배낭을 꾸리리라.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178 | 13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3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0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9 | 10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0 | 10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39 | 10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0 | 10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4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3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68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2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7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26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8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4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6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3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5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9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