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 작은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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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364] 작은 연못

0 개 2,015 KoreaTimes
  '깊은 산 오솔길 옆'으로 시작되는 양희은의 '작은 연못'. 이 노래처럼 슬프고 절망적인 가사를 나는 알지 못한다. 운동권에서 많이 불렀지만 작사,작곡가인 김민기는 사회성을 띤 노래가 아니라고 말한다. 어찌보면 서정적이다. 살이 썩고 물도 썩어 생명이 고갈되는 상황을 어찌 그리 시침 뚝 떼고 탱탱볼 같은 멜로디에 담았는지.양희은은 한술 더 떠 가을하늘처럼 청아한 목소리로 불렀다. 그래서 더 아프다.

  신기하게도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떤 노래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 때가 있다. 떨쳐 내려 해도 무의식으로부터 플레이 되어 내 의식을 온통 사로잡는 노래.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 너무 예쁜 붕어 두 마리.숲, 솔바람, 연못, 지느러미를 살랑이며 헤엄치는 붕어. 청명한 여름날, 싸우다가 붕어 한 마리가 죽는다. 그놈 살이 썩어 들어가 연못의 물도 썩는다. 연못은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된다. 자책감에 가슴이 저릿하다. 붕어는 바로 내가 상처 낸 당신이고, 당신이 상처 낸 나다.

  뉴질랜드 교민은 3만여 명 남짓이다. 작은 연못에 불과하다. 누가 오염물질이라도 떨구면 삽시간에 호흡곤란에 시달리게 된다. 이민 문호가 커튼 콜처럼 잠깐 열렸다 닫히면 부영양화 현상이 생겨 오염물질이 더욱 많아지게 된다. 물을 잔뜩 흐려놓고 나 몰라라 하는 사람, 야반도주하는 사람들도 수시로 출몰한다. 자식을 키우고 생활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에겐 정말 치명적이다.

  어느 사회의 가치 평가는 투명도와 비례한다. 이민자들이 사는 물은 더욱 깨끗해야 한다. 다른 소수 민족들은 어떤 여과장치를 마련해 놓았을까?

  <유대인---랍비>오클랜드 갑부인 유대인 J는 청소를 맡긴 K에게 몇 달째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K는 법에 호소하고, 신문사에 알리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J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랍비'에게 얘기해 보라고 했다. K는 '랍비'를 찾아가 그 동안의 사정을 얘기했다. 랍비의 호령은 약효가 정말 빨랐다. 6개월 밀린 임금을 며칠만에 받을 수 있었다. 법과 언론 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랍비'라니.

  랍비는 유대인에게 스승이며 재판관, 어버이,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다. 유대인이 2천년 동안의 유랑생활을 버틴 것도 '랍비'와 그들이 만들어 낸 지혜의 처세술 탈무드 덕택이다. 문제를 빠르고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원로가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중국--- 체면과 관계를 중시하며 의리를 지키는 민족성>동업 형식으로 사업을 해도 절대 배신하거나 뒤통수치지 않는다. WIN- WIN 전략으로 주요 상권을 휘어잡고 있다. 뉴마켓 요지의 건물이 중국인 몇 명의 합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부러워하던 교민 L. L은 동업자의 배신으로 사업이 죽도 밥도 안되게 되어 집을 내놓은 상태였다. 미국, 캐나다 등 이민 사회도 마찬가지다. 동업을 한다는 것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한인 이민 사회는 언제나 구멍가게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일본---합리적, 이성적이며 준법 정신과 시민 의식이 높다>일단 파벌 싸움이 없다. 소신이 분명하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고 있어, 뉴질랜드 키위들이 가장 좋아하는, 존경해마지 않는(?) 아시안이다.

  중국인 다음으로 이민자가 많은 인도인은 처세술이 뛰어나고 부지런하다.

  물론 나는 지금 다른 나라들의 장점만을, 우리의 단점만을 부각시켜 얘기하고 있다.그들의 장점을 배우자는 바람으로. 뉴질랜드 교민 사회는 점점 '작은 연못' 꼴이 되어가고 있다. 더러운 물에는 또 다른 더러운 물이 흘러 들어온다. 누군가가 쓰레기를 버리고 독극물을 흘려 보내도 할 말이 없다. 원래 그랬으니까.

  미국 한인 이민 사회는 2년 전쯤 원로회를 조직했다. 크고 작은 이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결집하자는 것이다. 베트남은 교민수가 5만이 넘는데, 호치민 원로회에서 교통정리를 잘 하고 있다고. 서로에게 우호적이며 협조적이어서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인 교민 사회로 꼽히고 있다.

  뉴질랜드 한인 교민 사회의 정신적 지주는 없다. 긍정적이며 합리적인 선에서 정당하게 비판하고 수용하고 고쳐 나가면서 발전하는 일들이 요원하다. 사분오열 싸우고 헐뜯는다.그 꼴이 보기 싫어 잠수 타고 있는 냉소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티끌 같은 명예욕, 사리사욕 때문에 우리 2세들의 삶의 터전이 오염되고 있다. 자성(自省)해야 한다. 정화작업이 안된다면, 더 늦기 전에 원로회를 만들어야 한다. 원로들은 이민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지혜를 더해주어야 한다.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나 가치도 이민 사회에 접종해주어야 한다. 때로는 따끔한 회초리도 들어야 한다.

  유토피아는 없다. 유토피아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유토피일 뿐! 나는 오늘도 안도하고, 분노한다. 작은 연못이 낙원이 될지 썩어 들어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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