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 Pumpkin Time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60] Pumpkin Time

1 1,952 KoreaTimes
  내집 게라지에는 가을에 사놓은 호박이 여러 덩이 있다. 생쥐 일가족은 호박을 갉작갉작 파먹으면서 행복하게 지낸다. 집 주변에서는 고양이들이 짝을 찾느라 앙칼진 소리를 내지른다. 호박으로 마차를, 생쥐는 말을, 고양이는 시종을 만들어 왕자님의 무도회에나 가 볼까, 신데렐라처럼. 그러나 왕자님과 첫눈에 반해 격정적인 사랑이 불타오르는 그런 애욕의 무도회장에서 12시를 알리는 시계의 종소리를 어떻게 듣는단 말인지. 눈멀고 귀 멀고 입도 뻥끗 못하고 황홀지경에 빠져 있을 텐데---. 망신 당할 일은 애초에 접자. 나는 그저 호박으로 맛있는 죽을 만들고, 쥐가 다니는 길목에 끈끈이를 놓고, 고양이가 발정이 나더라도 조용한 밤을 보내기를 바랄 뿐!

  한국을 방문했던 K씨가 두 달만에 돌아왔다. 고춧가루와 쥐포 등을 챙겨서 내게 온 그녀는 눈가에 헤실 거리는 웃음이 번져 있었다. 피부는 뽀얗게 피었고 머리도 최신 유행 스타일로 염색과 파마를 했다. 무엇보다, 시시때때로 눈물을 비쳐가며 우울해 하던 그녀가 생기발랄 해져 온 것이 다행이었다.  ‘심신이 더없는 위안으로 평온해졌구나. 그 상태 그대로 유지하면 참 좋겠다.’

  하지만 밤 12시가 되면 마차가 다시 호박으로 바뀌고 냉혹한 현실이 눈 앞에 기다리는 신데렐라의 Pumpkin Time처럼 황홀한 시간은 언제나 짧게 끝난다. 꿀맛 같은 고국에서의 시간과 그 행복했던 여운은 2개월을 채 넘기지 못했다. 다시 못된 계모처럼 심술 맞고 냉혹한 이방인의 시간들이 K씨 앞에 펼쳐지므로, 그녀의 표정은 다시 어둡고 초조해졌다.

  인생을 단지 이분법으로 나눈다면 '살아지는 시간'과 '살아 내야 하는 시간' 이리라. 신데렐라가 왕자님과 황홀하게 춤을 추던 시간은 너무 행복하고 꿈결같아서 '살아지는 시간' 이었다. 계모에게 학대받고 노동착취를 당하던 시간들은 어쩔 수 없이 '살아 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내 경험으로 보면, 인생은 '살아지는 시간'보다 '살아 내야 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 아니, 아무리 희극이라도 배꼽 잡고 웃는 장면은 몇 번 되지 않는 것처럼 죽도록 행복한 시간을 잠깐, 몇 차례 되지 않는다. 어쩜, 인생이 5막 8장쯤 되는 희극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배꼽 잡고 웃는다는 것은 넌센스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정확히 270일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나면 인큐베이터 속에 들어가 시간에 맞춰 세상에 다시 나와야 한다. 그리고 옹알이를 할 때 뭐라고 옹알거려야 하고 첫돌쯤이면 엄마에게서 아빠에게로 두어 걸음쯤은 떼어 줘야 한다. 그리고 평생이라는 시간을 적절히 나누어 그때그때 해주어야 하는 일을 해주며 살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시간 앞에 무례함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삶의 주 재료로 생각하고 그토록 떠받들고 살던 시간은 얼마나 냉정하고 텅 빈 것인지---. 나와 살을 부비며 살았던 과거는 낯선 듯 멈춰 서서, 개 닭 보듯이 나를 바라본다. 너무 행복했던 시간 마저 내 시간이 아니었던 듯 생소하기만 하다. 지금 이 순간, 나를 통과하는 시간은 화살처럼 나를 무시하며 지나가고 미래는 머뭇거리며 내게 다가오길 망설이고 있다. 그렇게, 주워 담으려 해도 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스르륵 빠져나가는 모래 같은 시간들---, 그래서 성현들은 헛되고 헛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비가 흩날리는 토요일 오후, 중국 친구 Wong이 좋은 바닷가가 있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바다는 비슷한 듯 하지만 저마다 느낌이 다르다. 긴 모래 사장과 쪽빛 물, 물새들, 나무로 만든 긴 다리가 있는 바다는 살풀이 춤을 추는 여인처럼 조용조용 한(恨)을 풀어내고 평정해진 듯한 분위기였다. 나는 벅차 올랐다. 차 오름을 진정시키기 위해 조개 껍질이 파도에 밀려 나란히 늘어선 모래밭을 꼭꼭 누르며 걸었다.

  모래밭에 글씨가 써 있었다! <I love granfa><I love nana(할머니)><I love mom> 글자는 크고 작은 하트 집 속에 갇혀 있었다. 물새들은 하트 둘레에 가는 발자국을 어지럽게 찍었다. 불꽃놀이 같았다. 소롯소롯 모래가 쌓이면서 만들어 낸 사랑의 축제 판이었다. ‘아빠를 사랑한다는 글씨는?’ 모래밭 끝까지 걸으며 찾았다. 파도가 휩쓸고 간 것일까? 아빠는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싱글맘의 아이인가? 나는 갔던 길을 되돌아오며 못내 섭섭했다. 내가 왜 남의 사랑에 아쉬워하는가? 사랑의 부재는 내 일이 아니더라도 안타깝다. 추운 바닷 바람을 맞으면서도 내 마음이 사뭇 설레고 훈훈해졌던 이유는? 바로 ‘사랑의 존재’ 때문이었다. '사랑'은 제 아무리 고통스럽고 불행한  Pumpkin Time도 행복한 시간으로 변화시키는 묘약이다!!! 내가 왜 그 날 비바람을 무릅쓰고 바다에 가야 했는지---, 시간은 그렇게 내 손을 잡아 끌어 바다로 데려간 것이다. 사랑, 사랑하라고.
쌔엠
재밋게 읽었습니다.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794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273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절에나는 4월에서야 겨울 내복을 벗었다입은 내복이 덥다고 느껴질 때교회친구 여자아이들은흰 카라에 학교 뱃지 빛나는목련처럼 예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411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는 전격적인 발표를 통하여 워크비자와 관련된 이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주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제게 연락을 준 분들도…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465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좋은 지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행동하는 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렇게 몸을…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577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평소에는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겸해서 느직히 아점을 먹는다. 그런데 꾸역꾸역 밥을 먹으려니 고역이었다. 빈 속으로 나갈수 없…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00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바탕으로 맹목적이고 성적지향적인 공부가 우리 학생들에게 장기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이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간략하…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183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영미 씨에게 춘천 청평사는 첫사랑 같은 절이다.서울에서 엄마이자 아내, 직장여성으로바쁘게 살아가는 영미 씨는스무 살, 성년이 …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196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가족과 재결합 또는 새로운 곳에서 새출발을 꿈꾸신다면 알맞은 비자를 신청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할수 있도록 미리 …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19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리커넥트에서 “Care to Self-care?” 정신건강 프로젝트를 Henderson High school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27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겠지만한 번에 다 붉을 수도 없겠지.피고 지는 것이 어느 날 문득득음의 경지에 이른물방울 속의 먼지처럼보이다가도 안 보이지.한… 더보기

동종업계 이직제한

댓글 0 | 조회 1,134 | 2024.04.23
고용재판의 절대 다수는 피고용인이 고용주를 고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고용주가 피고용인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종업계의 이직을 제한하는 동종업계 이… 더보기

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연관성

댓글 0 | 조회 230 | 2024.04.23
장내 미생물이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는 모든 미생물계를 말한다. 장내 미생물들은 박테리아류, 곰팡이류, 바이러스류 및 기타 단세포 기생 미생물들을 지칭한다. 그러… 더보기

단전관리 하는 법

댓글 0 | 조회 106 | 2024.04.23
호흡을 하면서 늘 단전관리를 해 주세요. 단전관리를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명상을 오래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 더보기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댓글 0 | 조회 496 | 2024.04.20
팻 분(Pat Boone)의 감미로운 노래 ‘April Love(4월의 사랑)’를 듣고 싶은 4월(April)이 찾아왔다. 1957년 미국 폭스(Fox)사 영화 …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71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댓글 0 | 조회 372 | 2024.04.10
공부를 하라고 해서 공부만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듣고 … 더보기

그 곳에 있었다 - 부처님도, 우리 마음도

댓글 0 | 조회 143 | 2024.04.10
경주 남산 용장골 ~ 연화대좌 순례용장골에서 설잠 스님(매월당 김시습)용장골 골 깊으니 茸長山洞窈오는 사람 볼 수 없네 不見有人來가는 비에 신우대는 여기저기 피어… 더보기

비자 심사 지연엔 다 이유가 있었네

댓글 0 | 조회 1,622 | 2024.04.10
본국 외의 그 어느 국가를 방문하더라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Visa(또는 국가에 따라 Permit)입니다. 영구한 거주를 가능하게 해 주는 영주권도 비자이… 더보기

이번달 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댓글 0 | 조회 1,192 | 2024.04.10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전문 플러머 회사로서, 물 문제와 관련하여 고객님들로부터 다양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예외… 더보기

시인

댓글 0 | 조회 171 | 2024.04.10
시인 :파블로 네루다전에 나는 고통스러운 사랑에 붙잡혀인생을 살았고, 어린 잎 모양의 석영 조각을소중히 보살폈으며눈을 삶에 고정시켰다.너그러움을 사러 나갔고, 탐… 더보기

축기의 비결

댓글 0 | 조회 165 | 2024.04.10
* 제가 단전호흡을 할 때, 계속 비운다고 생각하면 편안한데요. 단전에 축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답답해지거든요. 더 안 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렇게 했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31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에 마주했을 때

댓글 0 | 조회 426 | 2024.04.09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예기치 않게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을 현장에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우… 더보기

현대인의 심리 불안, 대추차가 좋아요

댓글 0 | 조회 210 | 2024.04.09
최근 한방의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부각되면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상대적… 더보기

장내 미생물총과 유전

댓글 0 | 조회 188 | 2024.04.09
장내 미생물, 사람의 체내 세포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들, 사람의 유전자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제2의 뇌라 불리우는 곳에 사는 제2의 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