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 해는 지고,해는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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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 해는 지고,해는 뜨고

1 2,530 KoreaTimes
                                       〈DIASPORA를 위하여〉

  가끔은 우리가 땅 위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 위를 떠돌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서 빨리 오라고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급히 서둘러 뉴질랜드로 왔고, 가라고 등 떠밀지는 않았지만 다시 제3의 나라로 흘러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뉴질랜드로,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미국으로, 제3의 나라로, 아님 다시 원점으로.

  부초(浮草)처럼 떠도는 사이 아이들은 훌쩍 커버렸고, 우리는 중늙은이가 되었다. 고국을 떠나올 때는 파부침선(破釜沈船)의 심정이었다. 행여 고국 쪽으로 고개를 돌릴 일이 생길까봐 미련이 남을 일들은 애초에 싹을 도려내었다. 재산도 정리하고 아끼던 책들도 다 없애버리고, 강아지도 낯선 집에 떨궈버렸다. 공항에서는 눈물이 떨어질까봐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입은 앙다 물었다. 애 끓는 울음을 삼키시면서 손을 부여잡는 부모님을 매몰차게 외면하고 구렁이처럼 스르륵 출국장을 빠져나갔다. '왜 진작 떠나지 못했었던가' 망설였던 날들이 사무쳤다.

  '떠남' 은 '개운함' 이었다. 골치덩어리 애인을 떨궈낸 것처럼.

  그로부터 수년 후, 고국을 방문했을 때 나는 뜻밖의 경험을 했다.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뉴질랜드에 대한 이민, 유학 상담을 하려 들었다. 그들은 너무 간절했다. ‘한 달에 학비와 생활비가 000정도 드는 거 맞느냐’부터 시작하여 뉴질랜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또 했다.
  “---그래도 내가 태어난 조국이 좋은 거 같아요.”
  “배 부른 소리 말아욧!”
  ‘너는 떠났으면서 왜 나는 이곳에 그냥 눌러 앉으라는 거냐.’
  뭐 그런 눈빛으로 화를 내며 나를 째려보았다. 내 입에서 나온 말도, 상대방의 반응도 생뚱맞기는 마찬가지여서 나는 놀랐다.

  뉴질랜드는 지상의 낙원이 아니다. 대다수는 손이 갈퀴가 되도록 밥벌이를 해야 한다. 그 어느 곳 못지 않게 치열한 삶의 터전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든 세찬 비바람 부는 벌판이 아니던가.

  한국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민 박람회는 매년 떠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며, IT강국, 국민 소득 2만 불 시대는 빛 좋은 개살구인가. 희망이 없고 불안한 사람들은 떠나도록 무언의 강요를 받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탈북자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남아 일대를 떠돌며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지난 4년 간 이라크인의 8퍼센트인 2백만 명이 이라크를 떠났다. 그밖에 환경 변화 (해수면 상승, 사막화 등)로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도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지구촌은 디아스포라(DIASPORA; 원래 유태인의 이산 상황을 뜻하는 용어. 현재는 전쟁, 환경, 정치적 이유 등으로 난민, 이민,유랑자가 된 상황이나 사람을 일컫는다)의 쓰나미로 곳곳이 침몰되고 있다. 문제는 디아스포라들이 많아질수록 지구촌 정세는 불안해지고 초록별 지구는 황폐해져 간다는 사실이다.

  뉴질랜드의 지인들도 하나 둘 보따리를 싸고 있다. 하필이면 물 속에 잠긴 듯 습하고 칙칙한 계절에 이별을 통보하다니. P씨는 장기사업비자로 이곳에서 건축일을 해왔다.그런데 영어 점수 때문에 번번히 영주권을 거절 당했다. 환자를 가족처럼 성심 성의껏 진료해주던 의사분도 병원 문을 닫는다. 유니텍에서 자동차 정비를 공부한 지인의 아들도 한국으로 돌아가 입대를 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하고 있다. 이곳 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던 간호사도 호주로 갔다.  

  이들은 수 년간 불철주야 일했다. 떠나는 이들이 뉴질랜드에 필요하지 않은 인물들인가? 자국의 이익을 위한 국가 정책에 토를 달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런데 이 나라에 꼭 필요한 인재 들을 붙들어놓지 못하고 내치는 정책, 사회 환경은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한다.

  역사는 돌고 돈다. 디아스포라의 대명사였던 유태인들은 이제 팔레스타인들을 디아스포라로 내몰아치고 있다.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서 어제의 유랑자들이 오늘은 주인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주인이 내일은 유랑자로 내쫓길 수가 있다.

  정치가 감동적인 유일한 때는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을 내몰지 않고 보듬어 가며, 소외 시키지 않는 것이다. 어미 닭이 가장 따듯하고 보드라운 날개 깃에 병아리들을 품 듯이. 뉴질랜드 정부는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한다. 좋은 일에도 때가 있는 법이다.  

  인디언은 4월(月)을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이라고 불렀다. 친구야, 이왕 가려거든 눈이 녹길 기다리지 말고 당당하게 눈을 헤치면서 가길 바라오. 내 등불 하나 밝혀 주리라. 제발 등떠밀려 가진 말고 당당하고 기쁘게 떠나시오.  

  오늘도 해는 지고, 또 내일도 해는 떠오를 테니까----.
  안녕, 친구여!
쌔엠
김영나님의 컬럼 제목처럼

우리는 행복을 찾아 부표처럼 떠돌아 다니는건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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