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 달(月)에 부치는 노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52] 달(月)에 부치는 노래

1 2,262 KoreaTimes
  바닷가에서 음력 대보름을 맞았다. 3월 첫째 주말 밤이었다. 남편은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고 나는 제일 높은 바위 꼭대기에 앉아 달 구경을 하였다. 휘영청 큰 달이 바다 위에 은빛 주단 한 자 락을 깔았다. 
   
  마침, 달을 보고 내 생일임을 알았다.  기집 애가 정월 댓 바람부터 기어 나와서 팔자가 드세다나 뭐래나, 가벼운 수근 거림을 업보처럼 짊어지고 살았다, 등이 휠 것 같은. 하지만 세상이 나를 환영하지 않아도 나는 세상이 너무 반갑고 그립다. 내 생일상이었던 오곡밥과 보드라운 씨래기 나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달님도 잊지 않고 제일 크고 밝은 모습으로 내 생일을 축하해주는데, 누가 내 팔자를 왈가왈부하는지---.

  남편의 낚시는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줄이 엉켜 끊어지는 바람에 봉을 두 개나 잃어버렸단다. 한치 낚시로 바 꿔볼까 어쩔까 하면서 갯바위를 왔다갔다하는 남편의 그림자가 그저 검은 바위 같다. 나는 오롯이 앉아 달님에게 미소를 보낸다. 왜냐하면 달님은 오래된 나의 친구이기에.

  어느 날 밤, 불을 다 끄고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블라인드 틈새로 빛이 스며 들어왔다. 의아했다. 좁은 틈새로 들어오는 빛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렬해서 나는 빛의 실체를 알기 위해 블라인드를 젖혔다. 하늘에 보름달이 둥실 떠 있었다. 마당은 눈이 온 듯 환하게 달빛이 쌓여 있었다. 내가 이제 서야 비로소 달을 느끼는구나, 왜 그 동안은 몰랐었는지 회한에 차서 가만히 달을 바라보았다.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절로 김소월의 시구가 떠올랐다. 그런데 달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심장이 멈추는 듯 했다. 달 속에서 뭔가가 일렁일렁 움직였다. 배 속에 태아가 움직이는 듯, 혈관 속의 피가 힘차게 돌고 있는 듯 했다. 그 피는 너무 뜨거웠다. 얼음덩이처럼 차가우면서 그 속에 뜨거운 정열을 품고 있는 달, 달, 달. 차가운 정열, 고요한 중압감, 혼돈 속의 질서, 그런 반의적 의미의 조합이 너무 잘 맞아 떨어져 나는 그 날 정신을 놓을 번 했다. 구름도 별도 나도 모두 달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

  보름달 뜨는 밤에 늑대로 변해 달을 향해 울부짖는 나자리노와 술에 취해 뱃놀이를 하면서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이태백처럼. 달 때문에 미칠 수도 죽을 수도 있었다. 나는 간신히 블라인드를 닫았다.

  그 뒤로는 달을 보는 일이 두려웠다. 그런데 블라인드 사이로 달빛이 스미는 밤이면 또 궁금해져서 살짝 틈새로 달을 엿보곤 했다. 하늘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달이 없는 날은 이쪽 창문 저쪽 창문 왔다갔다 하며 달을 찾기도 했다. 먹구름이 잔뜩 낀 밤하늘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소월님 말처럼.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던 달은, 그러나 알고 보면 한 가지 얼굴이 아니었다. 차갑고 따스하고, 정열적이고 냉정하며, 슬프고 기쁘고, 편안하고 예민했다. 수 천 개의 강물에 비치는 달이 모두 다르듯이, 달은 세상의 모든 표정을 닮아 있었다.

  남편은 보름날에는 고기가 안 잡힌다며 내 옆에 바위처럼 앉았다.
“보름 아닌 날도 못 잡았었는데?  킥킥--”
“마오리 달력에 그렇게 되어 있더라니까. 술이나 한 잔 할까?”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권커니 잣커니 술잔을 기우리는데, 달님도 한 잔 하고 싶은지 술잔으로 풍덩 들어왔다. 하늘에 하나, 바다에 하나, 술잔에 하나, 그대 눈에 하나, 달은 뜨고---.
“자기 소망이 뭐야? 보름달 보고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 잖아.”
“글쎄---,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시고, 아들 공부 원하는 대로 잘 되게 해주시고, 일 좀 덜하고 여유를 찾을 수 있게 해주시면 감사하겠는데요, 달님!”
그리고 나는 저 유명한 당나라의 중매쟁이 월하노인처럼 휘영청 달빛 아래서 동생의 혼사가 이루어지도록 기원했다.“월하노인이 달빛 아래서 세상 혼사에 관한 책을 보다가, 남녀를 자루 속 빨간 끈으로 묶어 놓으면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반드시 맺어진다는데, 영은이 좀 어떤 남자랑 빨간 끈으로 꽉 묶어 주면 좋겠다.”
“내 소원은---, 킹피시 잡는 거!”
“뭬야?!”
  멀리 수평선에 불빛들이 조근 조근 별빛처럼 깜박인다. 짙푸른 밤하늘에는 중국사람들이 명절을 새는지 폭죽이 화려한 꽃으로 피어올랐다. 달님은 살짝 바위 옆으로 몸을 피해주었다. 키스 타임을 위해서---.
쌔엠
쌩 비디오 즐감했습니다.

우리 마누란 뭐하는겨 전화 한통 없이?

그러나 이해 합니다.

나보다 바쁘신 분이라.ㅎ

[349]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Ⅱ)

댓글 1 | 조회 2,307 | 2007.01.30
"내가 수면제를 먹고, 땅 속에 들어가 누우면 그 위에 흙을 덮어 주시겠소?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란)의 ‘체리 향기'(1997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는… 더보기

[375] 성형 부작용

댓글 0 | 조회 2,306 | 2008.02.26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된 P씨, 그녀는 얼굴에 팩이라도 붙인 듯 웅얼웅얼거린다. "일주일 됐어, 수술한지." "아이고, 조막만한 얼굴에 칼 댈 때가 어딨다고?" … 더보기

[341] 거기에, 김치는 없었네

댓글 1 | 조회 2,270 | 2006.09.25
미국 월간잡지 ‘헬스(health)’에서는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김치를 꼽았다. 김치는 스페인의 올리브유,인도의 렌틸(콩의 일종),그리스의 요거트, 일본… 더보기

현재 [352] 달(月)에 부치는 노래

댓글 1 | 조회 2,263 | 2007.03.12
바닷가에서 음력 대보름을 맞았다. 3월 첫째 주말 밤이었다. 남편은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고 나는 제일 높은 바위 꼭대기에 앉아 달 구경을 하였다. 휘영청 큰 달이… 더보기

진정한 리더

댓글 1 | 조회 2,257 | 2009.07.29
2002년 독일 월드컵 때 대한민국은 4강에 진출했었다. 오클랜드의 내 친구들은 한 집에 모두 모였다. 감동의 순간을 동시대인으로서 함께 공유하면서 벅찬 감정의 … 더보기

[383]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Ⅳ)

댓글 1 | 조회 2,249 | 2008.06.23
2년 전, 오클랜드 사이먼 스트리트의 한 건물에 큰 입간판이 걸렸다. 벌거벗은 여자가 무릎과 팔을 이용 네 다리로 서 있고 유방에는 유착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여… 더보기

[356] 뜨겁게 포옹하라!

댓글 1 | 조회 2,237 | 2007.05.08
뉴질랜드에서 나의 행복은 두 단어로 시작되었다. "Hello!”혹은 “Hi!” 을씨년스러운 겨울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식빵을 사기 위해 총총 걸어가고 있을 때,… 더보기

화살보다는 손수건을---

댓글 5 | 조회 2,230 | 2012.07.11
모름지기 좋은 정치란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모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노자(老子)가 요(堯) 임금의 ‘무위(無爲)의 다스림&… 더보기

[350] 내 친구들은 어디에?

댓글 1 | 조회 2,230 | 2007.02.13
바지를 걷어올리고 강물을 따라 걸어간 적이 있다. 강 바닥의 까칠한 모래가발바닥을 할퀴고,모난 돌은 송곳처럼 뒤꿈치를 쪼아댔다. 가끔은 깨진 유리 조각이 피부를 … 더보기

[353] 낭만벼룩

댓글 1 | 조회 2,229 | 2007.03.27
스무살 때, 나는 영문학도를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그가 첫 대면한 자리에서 불쑥 때밀이(일명 이태리)타올을 내밀었다. “영국 시인 존던의 시 중에 ‘벼룩’이라는… 더보기

눈물 많은 남자

댓글 4 | 조회 2,219 | 2012.07.24
동시대에, 지구에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이가 있다. 2년 전 퇴임한 브라질의 전 대통령‘룰라 다 실바’다. 그는 너무 … 더보기

[385] 제로 톨레랑스(Zero Tolerance) - Ⅱ

댓글 0 | 조회 2,212 | 2008.07.22
어떤 여자가 먹을 것을 훔치다가 걸렸다. 경찰이 여자 차의 트렁크를 열었다. 바나나, 빵, 야채 등이 박스 가득 담겨 있었다. 돈으로 따지면 3, 40불어치나 될… 더보기

[371] 우연(偶然)의 선물

댓글 0 | 조회 2,205 | 2007.12.20
12월이 되면 나는 두렵습니다. 엊그제 1월이 시작됐는데 벌써 12월이라니---. 나는 어린 시절 심부름을 가다가 돈을 잃어버려 망연자실 할 때처럼 당황스럽습니다… 더보기

[355] 해는 지고,해는 뜨고

댓글 1 | 조회 2,196 | 2007.04.24
〈DIASPORA를 위하여〉 가끔은 우리가 땅 위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 위를 떠돌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서 빨리 오라고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급히 서… 더보기

[354] 나무 감옥에 갇히다

댓글 1 | 조회 2,185 | 2007.04.11
내가 사는 동네는 사람보다 나무가 더 많다. 아름들이 나무들이 동네 입구부터 즐비하고,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나무들이 문패처럼 세워져 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 더보기

[372] 꽃들에게 물어 봐

댓글 0 | 조회 2,154 | 2008.01.15
요즘 나는 어쩔 줄 모르겠다. 사방에서 나를 향해 프로포즈를 하는 바람에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는 말이다. 내 집 정원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고흐의 팔레트'다. … 더보기

[347] 나는 바다로 갔다

댓글 1 | 조회 2,130 | 2006.12.22
낯선 풍경들이다. 비릿한 내음도, 짭쪼름한 바람도 풍겨 오질 않는다. 파라솔을 펴 놓고 멍게나 해삼, 소라 등을 파는 아주머니도 없다.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 더보기

[380]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Ⅰ)

댓글 1 | 조회 2,110 | 2008.05.13
내 아들의 유아 시절, 입이 짧아 2Kg 정도 체중 미달이었다. 나는 아들과 무던히도 머리싸움을 했다. 사과, 귤 주스를 만들어 우유병에 넣고 빨게 하다가 슬쩍 … 더보기

[357] 모든 이별의 법칙

댓글 1 | 조회 2,102 | 2007.05.23
Y가 그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은 7년 전이었다. 녀석을 처음 봤을 때 Y는 마음이 여간 설레지 않았다. 순백의 윤기 자르르 흐르는 피부하며 아담한 몸집이 너무 맘… 더보기

[344]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1)

댓글 1 | 조회 2,072 | 2006.11.13
“그게 어디 있더라?” 남편이 마치 현 진건의 ‘빈처’처럼 중얼거린다. 나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져 온다. 또 시작되었구나. “분명히 여기 둔 것 같은데---.”… 더보기

[362] 강 건너 백만장자

댓글 1 | 조회 2,070 | 2007.08.14
한국에서 부동산으로 재벌이 된 사람의 경험담 중에 '청개구리 전략'이 있다. 정책과 반대로 하니까 어느덧 부호의 길에 올랐다는 것이다. '엇박자 노래가 더 흥겹다… 더보기

[370] 영혼의 지팡이(Ⅱ)-Secret Sunshine을 보다

댓글 0 | 조회 2,066 | 2007.12.11
며칠 전 도마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베었다. 나는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둘둘 감았다. 다정한 이들은 내 손가락을 보고 틀림없이 위로의 말을 건넨다. “어머! 다치셨… 더보기

[345]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Ⅱ

댓글 1 | 조회 2,050 | 2006.11.27
내 나이 네 살 때였어. 할머니가 머리카락을 잘라서 파셨어. 아마 검은 머리가 값이 더 나갔었나봐. 비녀 속에 숨어 있는 검은 머리를 찾아내서 무쇠 가위로 싹둑 … 더보기

[365] 봄날은 간다

댓글 1 | 조회 2,024 | 2007.09.25
욕심이 과하셨어요. 봄이 온다고 뭔들 달라지나요? 왜 설레이죠? 풍선처럼 빵빵하게 차 오르는 가슴에서 바람일랑 모두 빼내세요. 당신의 심장을 쭈그려 트리세요. 봄… 더보기

[361] Art Of Korea를 꿈꾸며

댓글 1 | 조회 2,020 | 2007.07.23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삼성이 지난 3일 아오테아 컨벤션 센터에서 쇼케이스 행사를 가졌다. 이 날 슬로건은 장인(匠人) 정신을 강조한 'Art of Sam Sung…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