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 내 친구들은 어디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350] 내 친구들은 어디에?

1 2,530 KoreaTimes
바지를 걷어올리고 강물을 따라 걸어간 적이 있다. 강 바닥의 까칠한 모래가  발바닥을 할퀴고,모난 돌은 송곳처럼 뒤꿈치를 쪼아댔다. 가끔은 깨진 유리 조각이 피부를 찢어 피를 흘리기도 했다. 안전해보였던 징검다리에 깡충 내딛는 순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미끈거리는 이끼가 살짝쿵 숨어있을 줄이야---.

그렇지만 물줄기를 따라 걷는 일은 즐겁고 흥분되는 일이다. 발바닥에 만질만질한 기분 좋은 감촉이 느껴져 주워올리면 보석처럼 예쁜 돌들이 물을 가득 머금은 채로 나를 반겼다. 친구들은 세월의 강 속에서 건져올린 보석들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J. 우리는 허리에 벨트를 매는 하얀 교복을 입었었다. 그녀는 똥배를 없애기 위해 매일 설사약을 먹었다. 있는대로 졸라매어 개미허리처럼 보이려고 무지무지 애쓰던 그녀. 나는 그녀의 벨트 졸라매는 일을 돕는 동시에 그녀가 좋아하던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도 밤늦도록 함께 썼다. “---잠시만 나의 어린 왕자가 되어 주세요.

어쩌구저쩌구 되지도 않는 유치한 시를 적어 선생님께 보내곤 했는데, 중요한 것은 더러는 답장도 왔다는 것이다! 데모하다가 쫓기던 대학생이 갑자기 팔짱을 끼며 데이트하는 척 해달라고 해서 엉겁결에 연애를 시작한 S. 수 년간 알뜰살뜰하게 사귀었는데,결국 남자가 구속되고 어쩌고 하는 바람에 헤어지게 되었다. 그녀는 얼마 전 위암 수술을 했다. 내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 남편도 애들도 다 팽개치고 뉴질랜드에 오겠다고오겠다고 해서 간신히 말렸다.

대학에 갓 입학해서 처음으로 디스코텍에 갈 때, 정말 팔 다리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 걱정이 태산같았다. 그때 여학생 화장실에서 가장 기본적인 스텝을 가르쳐주었던 친구 P. 나와 H는 유연한 그녀의 어깨와 허리 놀림에 감탄하며 보건체조 수준의 춤을 화장실에서 열심히 연습했었다. 정작 디스코텍에서 “고팅”을 했던 남학생들은 블루스 타임 때 더욱 열심이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여학생의 손을 잡고 벌벌 떨면서 서툰 스텝을 밟던 남학생들, 지금은 대머리에 배나온 아저씨들이겠지. H는 그때 만난 영문학도와 결혼하여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다.

첫 사랑이 입대할 때 함께 기차역에 갔던 M. 그러나 그는 없었다. 그는 다른 곳에서 떠났다. 나는 바람부는 기차역에 주저 앉아 울었다. 바나나,찹쌀떡,초콜릿 등이 담긴 봉지를 들고 내 옆에 가만히 서 있어 주었던 M.

성깃한 눈발이 흩날리던 북한산. K와 나는 바위에 등을 기대고 앉아 꼬냑 한 잔을 마시고 차가운 귤을 까먹었다. 희끗희끗한 눈, 잿빛 하늘, 검은 산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져 있던 겨울날. 그럼 우린 여자 신선? 그녀와는 만리장성에 퍼질러 앉아 만리장성 일주를 계획하기도 했었다. 총길이 나누기 하루 분량으로 따지니까 4,50일쯤 걸렸던가.

2, 30대에 만났던 그녀들은 아직도 꽃다운 나이로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다. 그녀들과 나눴던 비밀스런 사랑얘기, 한숨 섞인 배신, 환희에 찬 해후, 어리석은 실수, 치욕적인 가족사들도 바로 엊그제 벌어진 일들처럼 생생하다. 그네들 일이 곧 내게 일어난 일이었으며, 내게 일어난 일들이 곧 그네들의 일이었기에.

그 당시 우리들은 왜 내숭이 없었을까? 어쩜 그렇게 적나라하게, 버선목 뒤집 듯 속들을 내보였을까? 그러고도 왜 창피하지 않고 개운했을까?

이민자로 사는 일은, 한 마리 외로운 낙타가 별 하나 없는 사막을 걸어가는 느낌처럼 막막할 때가 많다. 슬픔과 기쁨을 함께 등에 지고 갈 친구를 만드는 일이 왜 이리 어려운지. 그나마 가끔 만나 차를 마시며 얘기 꽃을 피우던 지인들은 하나, 둘 사라져버렸다. 어떤 이는 도둑맞은 충격으로 한국으로 돌아갔고, 누구는 맛있는 음식이 없다고 미국으로 가버렸다.

마음이 싱숭생숭한 날,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 국제전화카드를 구세주처럼 손에 부여잡고 전화통에 매달릴 수밖에---.  그러나 한국의 그녀들은 집에 없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짝퉁 핸드백을 사러 이태원에 간 M, 경기도 일대 유력지 땅을 돌아다니며 발품 파는 K, 찜질방에서 몸을 굽고 있는 P, 부부 동반 모임에 간 H---. 반갑게 연결된 L은 ‘별일 없지?’ 한 마디 후 아이 픽업 갔다. 밤 11시, 돌아오는 아이 마중가는 게 아니라  학원을 보내러 가는 거라니---.
쯧쯧,고달픈 그녀들.

기쁜 우리 젊은 날, 그 시절 그 친구들은 다 어디 갔는지
쌔엠
김영나님께 하나 츄천..

타우랑가에 둘도없는 여자 친구 한명이 있는데

그 친구 요새 사는 재미는 초등학교 친구들과

동문 싸이트에서 히히덕입니다.

참고로, 이 친구는 하도 애로와

자기가 그 사이트를 직접 맹글었다는데

쏙일걸 쏙여야지..ㅎ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178 | 13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3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0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9 | 10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0 | 10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39 | 10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0 | 10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4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3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68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2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7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26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8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4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6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3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5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9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