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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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348]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Ⅰ)

1 2,351 KoreaTimes
향기는 언제나 내 주변에 가득하다. 바람 따라 허공의 이곳 저곳을 떠돌기도 하고 가라앉아 있기도 하다가 소용돌이 치다가 내 코 속으로 기어드는 것이다. 우연히, 그러나 필연적으로. 그리고 다시 빠져 나간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그 향기들을 거의 모두 기억해낸다. 심지어 그리워하기까지 한다.

고양이에게 썩은 생선은 향기일까, 냄새일까?
향기와 냄새는 백지 한 장 차이로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을 넘나들면서 코 속을 들락달락거린다.
내 아기의 ‘응가'는 나에게는 향기였다. 아기가 다 컸다고 나를 소외시킬 때 건강하고 예쁜 ‘응가'에서 피어오르던 향기가 떠오른다. 젖 냄새를 풀풀 피우던 품 안에 자식이 그리울 때, 응가 향기는 ‘미련없이 떠나보내라, 집착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홀연히 사라진다.

할머니의 늙은 비늘 사이에서 나던 곰팡내---나에게 퍼주어도 퍼 주어도 남아 있는 애정의 찌꺼기다. 사람은 왜 누군가가 사랑을 퍼부으면 버거워서, 귀찮아서 건성건성 받는 것일까? 사랑이 떠나가고 애정결핍에 심신이 망가지고 나서야 옛사랑의 향기를 떠올린다. 사랑은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받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곰팡내는 말한다.

게으름을 피우며 늦잠을 자다가 쌀이 익어가는 향기에 눈을 뜨던 아침날. 엄마가 밥솥을 확 열어 젖힐 때 한꺼번에 몰려나오던 푸근하고 순진한 향기들---. 세상 좀 아는 나이가 됐다고 교만한 마음이 싹틀 때, 칠순 중반이 넘은 엄마의 밥을 아직도 얻어먹고 싶은 철없는 딸에 불과하다고, 엄마의 밥 향기는 타이른다.

첫 사랑의 향기도 잊을 수 없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는 “내 인생을 지탱해 준 것은 여인의 향기”였다고 말한다. 그는 장님이 되어 자살 여행을 떠나서도 아름다운 여인과 ‘탱고’스텝을 멋드러지게 밟는다. 1993년 알파치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여인의 향기를 만끽하는 ‘탱고 신'은 숨을 멈출 만큼 아름답고 또 절박하다. 떨떠름하고 수줍고, 답답하고 멍청했던 첫사랑은---, 그러나 세상과 나와 만나게 해준 눈물나도록 그리운 잠깐 스쳐 지나간 향기(scent)다.

시인 월트 휘트만은 ‘만물에는 향기가 없는 것이 없다’라고 읊조렸다. 사실 나는 입덧이 심해서 중환자처럼 누워서 사경을 헤맬 때 그 말이 가슴에 절절히 와 닿았다.
숟가락에서는 어찌 쇠 냄새가 역하게 나는지 밥술을 들 수 없었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도 비릿했다. 식구들이 뭐라고 입을 벌려 말하면 그 침 냄새 때문에 울컥 토악질을 하고 눈물을 흘렸었다. 냉장고 문을 여닫을 때 나는 냄새 그리고 김치 냄새도 견딜 수 없었다. 아마 아기를 낳아 키우려면 세상의 온갖 냄새도 견뎌내야 할 힘이 있어야 한다고 미리 시험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 지독한 냄새들은 향기로 변해갔고 나는 여전히 세상의 아름다운 향기에 취해산다.

이웃집 도로시 할머니가 나뭇잎을 태울 때, 구수하고 너그러운 향기가 우리 집으로 가득 넘어왔다. 낙엽은 어떻게 제 몸을 사르면서 더러운 냄새를 피우지 않을까, 감동스러우면서 달콤하게 한 잠 푹 자고 싶었다.

잔디를 막 깎고 났을 때 날풀 향기가 너무 좋아 이리저리 잔디밭을 거닌다. 사뭇 반항적일 수도 있는 푸릇한 향기는 늘어졌던 심신을 바짝 긴장시킨다. 몇 날 밤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는 풀먹인 이불 호청의 향기, 담백하고 바삭하게 구운 과자를 덮고 자는 듯 맛있는 잠을 자던 시간들---.

여름 밤, 할머니 다리를 베고 맷방석에 누워 하늘의 별을 보고 있을 때, 옆에서 무연(無然)히 타고 있던 모깃불.

기차를 타고 낯선 항구 도시에 도착해서 역 앞 광장에 나섰을 때, 그 비릿하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은 나를 잠깐 아찔하게 만들었다. 바닷가에서 먹던 향긋한 멍게, 쪽쪽 빨아먹던 게 찌개의 달큰한 추억, 고단한 산행 중에 몇 잎 떼어 씹었던 솔잎, 원초적 본능을 건드리는 비릿한 음모가 서려 있는 듯한 비 냄새, 강아지와 함께 뛰던 눈 오던 날의 향기---어떻게 이 모든 것들이 그 복잡한 기억의 회로 속에서 끄집어내어지는지 놀라울 뿐이다.

이 곳은 내가 태어난 나라보다 향기도 냄새도 덜하다. 그러나 향기의 존재는 곧 어떤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부지런히 향기를 찾아 움직여야 한다. 정원의 라벤더나 로즈마리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히스테리를 가라앉힐 수도 있다. 그마저 없다면 스스로 사랑의 페로몬이라도 만들어 사랑에 빠져 볼 일이다.
쌔엠
싯구에 종종 등장하는 풀내음은 뉴질랜드 삶의 현장에선

구역질 같은 냄새가 있어요. 특별히 모윙하시는 분들은

싯말에 감기시지들 않갰어요??

낙엽도 예외가 아닙니다.

천평 남짓한 마당을 종일 쓸다보면 욕이 절로 나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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