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348]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Ⅰ)

1 2,666 KoreaTimes
향기는 언제나 내 주변에 가득하다. 바람 따라 허공의 이곳 저곳을 떠돌기도 하고 가라앉아 있기도 하다가 소용돌이 치다가 내 코 속으로 기어드는 것이다. 우연히, 그러나 필연적으로. 그리고 다시 빠져 나간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그 향기들을 거의 모두 기억해낸다. 심지어 그리워하기까지 한다.

고양이에게 썩은 생선은 향기일까, 냄새일까?
향기와 냄새는 백지 한 장 차이로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을 넘나들면서 코 속을 들락달락거린다.
내 아기의 ‘응가'는 나에게는 향기였다. 아기가 다 컸다고 나를 소외시킬 때 건강하고 예쁜 ‘응가'에서 피어오르던 향기가 떠오른다. 젖 냄새를 풀풀 피우던 품 안에 자식이 그리울 때, 응가 향기는 ‘미련없이 떠나보내라, 집착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홀연히 사라진다.

할머니의 늙은 비늘 사이에서 나던 곰팡내---나에게 퍼주어도 퍼 주어도 남아 있는 애정의 찌꺼기다. 사람은 왜 누군가가 사랑을 퍼부으면 버거워서, 귀찮아서 건성건성 받는 것일까? 사랑이 떠나가고 애정결핍에 심신이 망가지고 나서야 옛사랑의 향기를 떠올린다. 사랑은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받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곰팡내는 말한다.

게으름을 피우며 늦잠을 자다가 쌀이 익어가는 향기에 눈을 뜨던 아침날. 엄마가 밥솥을 확 열어 젖힐 때 한꺼번에 몰려나오던 푸근하고 순진한 향기들---. 세상 좀 아는 나이가 됐다고 교만한 마음이 싹틀 때, 칠순 중반이 넘은 엄마의 밥을 아직도 얻어먹고 싶은 철없는 딸에 불과하다고, 엄마의 밥 향기는 타이른다.

첫 사랑의 향기도 잊을 수 없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는 “내 인생을 지탱해 준 것은 여인의 향기”였다고 말한다. 그는 장님이 되어 자살 여행을 떠나서도 아름다운 여인과 ‘탱고’스텝을 멋드러지게 밟는다. 1993년 알파치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여인의 향기를 만끽하는 ‘탱고 신'은 숨을 멈출 만큼 아름답고 또 절박하다. 떨떠름하고 수줍고, 답답하고 멍청했던 첫사랑은---, 그러나 세상과 나와 만나게 해준 눈물나도록 그리운 잠깐 스쳐 지나간 향기(scent)다.

시인 월트 휘트만은 ‘만물에는 향기가 없는 것이 없다’라고 읊조렸다. 사실 나는 입덧이 심해서 중환자처럼 누워서 사경을 헤맬 때 그 말이 가슴에 절절히 와 닿았다.
숟가락에서는 어찌 쇠 냄새가 역하게 나는지 밥술을 들 수 없었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도 비릿했다. 식구들이 뭐라고 입을 벌려 말하면 그 침 냄새 때문에 울컥 토악질을 하고 눈물을 흘렸었다. 냉장고 문을 여닫을 때 나는 냄새 그리고 김치 냄새도 견딜 수 없었다. 아마 아기를 낳아 키우려면 세상의 온갖 냄새도 견뎌내야 할 힘이 있어야 한다고 미리 시험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 지독한 냄새들은 향기로 변해갔고 나는 여전히 세상의 아름다운 향기에 취해산다.

이웃집 도로시 할머니가 나뭇잎을 태울 때, 구수하고 너그러운 향기가 우리 집으로 가득 넘어왔다. 낙엽은 어떻게 제 몸을 사르면서 더러운 냄새를 피우지 않을까, 감동스러우면서 달콤하게 한 잠 푹 자고 싶었다.

잔디를 막 깎고 났을 때 날풀 향기가 너무 좋아 이리저리 잔디밭을 거닌다. 사뭇 반항적일 수도 있는 푸릇한 향기는 늘어졌던 심신을 바짝 긴장시킨다. 몇 날 밤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는 풀먹인 이불 호청의 향기, 담백하고 바삭하게 구운 과자를 덮고 자는 듯 맛있는 잠을 자던 시간들---.

여름 밤, 할머니 다리를 베고 맷방석에 누워 하늘의 별을 보고 있을 때, 옆에서 무연(無然)히 타고 있던 모깃불.

기차를 타고 낯선 항구 도시에 도착해서 역 앞 광장에 나섰을 때, 그 비릿하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은 나를 잠깐 아찔하게 만들었다. 바닷가에서 먹던 향긋한 멍게, 쪽쪽 빨아먹던 게 찌개의 달큰한 추억, 고단한 산행 중에 몇 잎 떼어 씹었던 솔잎, 원초적 본능을 건드리는 비릿한 음모가 서려 있는 듯한 비 냄새, 강아지와 함께 뛰던 눈 오던 날의 향기---어떻게 이 모든 것들이 그 복잡한 기억의 회로 속에서 끄집어내어지는지 놀라울 뿐이다.

이 곳은 내가 태어난 나라보다 향기도 냄새도 덜하다. 그러나 향기의 존재는 곧 어떤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부지런히 향기를 찾아 움직여야 한다. 정원의 라벤더나 로즈마리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히스테리를 가라앉힐 수도 있다. 그마저 없다면 스스로 사랑의 페로몬이라도 만들어 사랑에 빠져 볼 일이다.
쌔엠
싯구에 종종 등장하는 풀내음은 뉴질랜드 삶의 현장에선

구역질 같은 냄새가 있어요. 특별히 모윙하시는 분들은

싯말에 감기시지들 않갰어요??

낙엽도 예외가 아닙니다.

천평 남짓한 마당을 종일 쓸다보면 욕이 절로 나오거든요.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177 | 13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3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0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9 | 10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0 | 10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39 | 10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0 | 10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4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3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68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2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7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8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4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6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3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5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9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