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 나는 바다로 갔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47] 나는 바다로 갔다

1 2,127 KoreaTimes
낯선 풍경들이다. 비릿한 내음도, 짭쪼름한 바람도 풍겨 오질 않는다. 파라솔을 펴 놓고 멍게나 해삼, 소라 등을 파는 아주머니도 없다.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말이냐’ 부숴져 내리는 방파제의 파도- 그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없다. 고단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고깃배도 없다. 바닷물에 몸을 빠뜨리고 첨벙대는 유희도, 깔깔거리는 웃음도 없이 고요하다. 사람들을 달뜨게 만드는 작열하는 태양은 어디 갔는가?  태양 조차도 서늘하다.

그 바다는 그냥 텅 비어 있었다.
처음엔 어디쯤에 바다가 숨어 있는지 짐작할 수도 없었다. 첩첩산중을 돌고 돌았다. 산길은 온통 흙먼지 투성이어서 창문을 꼭꼭 닫고 누런 흙먼지를 차꼬리에 매달고 산길을 내달렸다.

바다는 산 아래 숨어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데 왜 그리 꼭꼭 숨어 있는지---.
무덤덤한 바다, 멀뚱한 바다, 바보 천치같은 바다!
그런데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 있으면 그 바다가 떠오른다.

◆ 물길

그 길은 용암이 만든 산과 바다가 만든 모래 산을 양 옆으로 끼고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과 바다에서 마중 나온 물이 들락달락하면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길이다. 바다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물길을 맨발로 찰방찰방 걷는다. 발목을 감싸고 도는 물들이 반갑다고 속살거린다. 송아지만한 개들도 겅중겅중 반갑게 바다로 달려나가는 길이다. 모래 산에는 풀꽃들이 노랗게 꽃을 피우며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그 많은 옥토를 놔두고 모래 속에 뿌리를 내리다니---, 팔자가 드센 녀석들이다.

‘하지만 난 해풍 없인 못 산다우.’

어느덧 나도 풀꽃처럼 바다 바람에 몸을 맡긴다. 손에 들고 있는 샌들과 등에 멘 배낭이 전 재산인 방랑자처럼.

◆ 백사장

먼저 간 이의 큰 발자국 속에 내 발자국을 담아 본다. 조약돌을 모아놓은 것같은 개 발자국도 쫓아 가 본다. 사람과 개 발자국이 엉킨 곳에서 잠시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새로운 내 발자국을 찍는다.

어디선가 둥둥둥 북소리가 울린다. 적요한 바닷가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는 혼을 부르는 소리다. 경건하고 슬프기도 하다. 산중턱에 걸터앉아 바다를 향해 북을 쳐 대는 사람---, 꿈결인지 생시인지 볼을 꼬집어 본다.

◆ 갯바위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처럼 생긴 할아버지가 낚시를 하고 있다.

“많이 잡으셨어요?”

흰 수염 속에 파묻힌 불그레한 얼굴이 퉁명스럽게 날 바라본다. 난 뻘줌해진다. 조용히 한쪽 구석에 가서 낚싯대를 드리운다. 입질이 오는 것 같다. 낚싯대를 채 올린다. 영리한 녀석이 미끼만 따먹고 도망갔다. 갈매기들은 내 주변을 맴돌며 미끼를 훔쳐먹고 더 달라고 끼룩댄다. 바람은 불고 낚시는 헛물을 켜고---. 그 때 노인이 학꽁치 세 마리와 카와이이 한 마리를 들고 왔다. 요모조모 낚시하는 법도 가르쳐 준다. 내가 사과 하나를 내밀었다. 그는 또 퉁명스럽게 거절한다.

해가 기울자 노인은 갯바위를 떠났다. 빨간 배낭을 등에 메고. 나는 갯바위에서 꼼짝 않고 그를 바라본다. 둥둥둥 북소리에 맞춰 그가 춤이라도 추듯 움찔움찔 멀어져 간다. 그가 산너머 집으로 가기 위해 산 초입에 올라섰다. 그는 뒤돌아 갯바위를 본다. 나는 일어서서 두 팔을 허공에 마구마구 휘저으며 큰 원을 그린다. 한참 보다가 그가 다시 사라졌다. 사과만한 빨간 점 하나가 산허리를 돌고 돌아 나타났다 멀어져 갔다. 나는 빨간 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도 깜박이지 않고 바라본다. 어느 순간 빨간 점이 한참 멈춰져 있는 듯 했다. 내 눈에서는 시린 눈물이 흐른다.

눈을 감고 바보 같은 바다를 떠올린다. 욕망과 불안, 어리석음, 삶에 대한 불순한 터럭들을 모두  털어 내는 곳, 내 삶을 계산하지 않는 곳, 그래서 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곳, 내 자신을 잊어버리는 곳---.

‘나는 바다로 가야지, 외로운 바다와 하늘로---.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은 키 큰 배 한 척과 그것을 인도할 별 하나--- ’

새해에 나는 바다로 간다.
쌔엠
바다하면 왜 미역생각이 날까요?

울엄마 고향 울릉도와 도동항의

선장 외할배가 그리워설까요?

뉴질랜드에서 낚시질 하기땜입니다.

잡으라는 고기는 못잡고

맨날을 멱거지는걸

업으로 가난하기땜에요..

길 위에서 만나다

댓글 0 | 조회 2,306 | 2008.12.10
잘 살고 있어? 헤어진 옛 애인이 전화를 걸어와 괜스레 안부를 물으면 여자는 '그저 그래' 라고 대답하는 샹송이 있다. 슬픔이 촉촉히 베어 있는 음성으로 노래와 … 더보기

[349] 향기(香氣)를 찾아서 - 기억(Ⅱ)

댓글 1 | 조회 2,306 | 2007.01.30
"내가 수면제를 먹고, 땅 속에 들어가 누우면 그 위에 흙을 덮어 주시겠소?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란)의 ‘체리 향기'(1997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는… 더보기

[341] 거기에, 김치는 없었네

댓글 1 | 조회 2,268 | 2006.09.25
미국 월간잡지 ‘헬스(health)’에서는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김치를 꼽았다. 김치는 스페인의 올리브유,인도의 렌틸(콩의 일종),그리스의 요거트, 일본… 더보기

[352] 달(月)에 부치는 노래

댓글 1 | 조회 2,262 | 2007.03.12
바닷가에서 음력 대보름을 맞았다. 3월 첫째 주말 밤이었다. 남편은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고 나는 제일 높은 바위 꼭대기에 앉아 달 구경을 하였다. 휘영청 큰 달이… 더보기

진정한 리더

댓글 1 | 조회 2,256 | 2009.07.29
2002년 독일 월드컵 때 대한민국은 4강에 진출했었다. 오클랜드의 내 친구들은 한 집에 모두 모였다. 감동의 순간을 동시대인으로서 함께 공유하면서 벅찬 감정의 … 더보기

[383]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Ⅳ)

댓글 1 | 조회 2,249 | 2008.06.23
2년 전, 오클랜드 사이먼 스트리트의 한 건물에 큰 입간판이 걸렸다. 벌거벗은 여자가 무릎과 팔을 이용 네 다리로 서 있고 유방에는 유착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여… 더보기

[356] 뜨겁게 포옹하라!

댓글 1 | 조회 2,237 | 2007.05.08
뉴질랜드에서 나의 행복은 두 단어로 시작되었다. "Hello!”혹은 “Hi!” 을씨년스러운 겨울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식빵을 사기 위해 총총 걸어가고 있을 때,… 더보기

화살보다는 손수건을---

댓글 5 | 조회 2,229 | 2012.07.11
모름지기 좋은 정치란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모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노자(老子)가 요(堯) 임금의 ‘무위(無爲)의 다스림&… 더보기

[353] 낭만벼룩

댓글 1 | 조회 2,229 | 2007.03.27
스무살 때, 나는 영문학도를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그가 첫 대면한 자리에서 불쑥 때밀이(일명 이태리)타올을 내밀었다. “영국 시인 존던의 시 중에 ‘벼룩’이라는… 더보기

[350] 내 친구들은 어디에?

댓글 1 | 조회 2,227 | 2007.02.13
바지를 걷어올리고 강물을 따라 걸어간 적이 있다. 강 바닥의 까칠한 모래가발바닥을 할퀴고,모난 돌은 송곳처럼 뒤꿈치를 쪼아댔다. 가끔은 깨진 유리 조각이 피부를 … 더보기

눈물 많은 남자

댓글 4 | 조회 2,219 | 2012.07.24
동시대에, 지구에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이가 있다. 2년 전 퇴임한 브라질의 전 대통령‘룰라 다 실바’다. 그는 너무 … 더보기

[385] 제로 톨레랑스(Zero Tolerance) - Ⅱ

댓글 0 | 조회 2,209 | 2008.07.22
어떤 여자가 먹을 것을 훔치다가 걸렸다. 경찰이 여자 차의 트렁크를 열었다. 바나나, 빵, 야채 등이 박스 가득 담겨 있었다. 돈으로 따지면 3, 40불어치나 될… 더보기

[371] 우연(偶然)의 선물

댓글 0 | 조회 2,205 | 2007.12.20
12월이 되면 나는 두렵습니다. 엊그제 1월이 시작됐는데 벌써 12월이라니---. 나는 어린 시절 심부름을 가다가 돈을 잃어버려 망연자실 할 때처럼 당황스럽습니다… 더보기

[355] 해는 지고,해는 뜨고

댓글 1 | 조회 2,196 | 2007.04.24
〈DIASPORA를 위하여〉 가끔은 우리가 땅 위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 위를 떠돌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서 빨리 오라고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급히 서… 더보기

[354] 나무 감옥에 갇히다

댓글 1 | 조회 2,185 | 2007.04.11
내가 사는 동네는 사람보다 나무가 더 많다. 아름들이 나무들이 동네 입구부터 즐비하고,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나무들이 문패처럼 세워져 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 더보기

[372] 꽃들에게 물어 봐

댓글 0 | 조회 2,154 | 2008.01.15
요즘 나는 어쩔 줄 모르겠다. 사방에서 나를 향해 프로포즈를 하는 바람에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는 말이다. 내 집 정원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고흐의 팔레트'다. … 더보기

현재 [347] 나는 바다로 갔다

댓글 1 | 조회 2,128 | 2006.12.22
낯선 풍경들이다. 비릿한 내음도, 짭쪼름한 바람도 풍겨 오질 않는다. 파라솔을 펴 놓고 멍게나 해삼, 소라 등을 파는 아주머니도 없다.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 더보기

[380] 행복한 밥상을 위한 투쟁 (Ⅰ)

댓글 1 | 조회 2,109 | 2008.05.13
내 아들의 유아 시절, 입이 짧아 2Kg 정도 체중 미달이었다. 나는 아들과 무던히도 머리싸움을 했다. 사과, 귤 주스를 만들어 우유병에 넣고 빨게 하다가 슬쩍 … 더보기

[357] 모든 이별의 법칙

댓글 1 | 조회 2,102 | 2007.05.23
Y가 그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은 7년 전이었다. 녀석을 처음 봤을 때 Y는 마음이 여간 설레지 않았다. 순백의 윤기 자르르 흐르는 피부하며 아담한 몸집이 너무 맘… 더보기

[344]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1)

댓글 1 | 조회 2,071 | 2006.11.13
“그게 어디 있더라?” 남편이 마치 현 진건의 ‘빈처’처럼 중얼거린다. 나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져 온다. 또 시작되었구나. “분명히 여기 둔 것 같은데---.”… 더보기

[362] 강 건너 백만장자

댓글 1 | 조회 2,070 | 2007.08.14
한국에서 부동산으로 재벌이 된 사람의 경험담 중에 '청개구리 전략'이 있다. 정책과 반대로 하니까 어느덧 부호의 길에 올랐다는 것이다. '엇박자 노래가 더 흥겹다… 더보기

[370] 영혼의 지팡이(Ⅱ)-Secret Sunshine을 보다

댓글 0 | 조회 2,065 | 2007.12.11
며칠 전 도마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베었다. 나는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둘둘 감았다. 다정한 이들은 내 손가락을 보고 틀림없이 위로의 말을 건넨다. “어머! 다치셨… 더보기

[345]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Ⅱ

댓글 1 | 조회 2,049 | 2006.11.27
내 나이 네 살 때였어. 할머니가 머리카락을 잘라서 파셨어. 아마 검은 머리가 값이 더 나갔었나봐. 비녀 속에 숨어 있는 검은 머리를 찾아내서 무쇠 가위로 싹둑 … 더보기

[365] 봄날은 간다

댓글 1 | 조회 2,024 | 2007.09.25
욕심이 과하셨어요. 봄이 온다고 뭔들 달라지나요? 왜 설레이죠? 풍선처럼 빵빵하게 차 오르는 가슴에서 바람일랑 모두 빼내세요. 당신의 심장을 쭈그려 트리세요. 봄… 더보기

[361] Art Of Korea를 꿈꾸며

댓글 1 | 조회 2,020 | 2007.07.23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삼성이 지난 3일 아오테아 컨벤션 센터에서 쇼케이스 행사를 가졌다. 이 날 슬로건은 장인(匠人) 정신을 강조한 'Art of Sam Sung…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