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Ⅱ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345]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Ⅱ

1 2,423 KoreaTimes
내 나이 네 살 때였어. 할머니가 머리카락을 잘라서 파셨어. 아마 검은 머리가 값이 더 나갔었나봐. 비녀 속에 숨어 있는 검은 머리를 찾아내서 무쇠 가위로 싹둑 잘랐어. 나하고 등잔불은 가물가물 졸고 있었지. 그래서 꿈인지 생신지 분간이 잘 안됐어. 장날,머리카락 사는 할아버지 저울에 할머니의 검은 머리가 얹어졌지. 다만 얼마의 돈을 받아 쥔 할머니는 잰 걸음으로 옷파는 노점으로 갔어. 내게 노란색 나일론 스웨터를 사입히시고 아무말 없이 바라보기만 하셨지.(눈물을 꾹꾹 찍어내는) 남은 돈으로 동동 구르모도 사주셨어. 손등에 바르고 막 문지르면 닭똥 냄새가 나는--- (피시식 웃는)

어머님은 구르모 만들어 파셨어. 형이랑 나랑 학사금 못내서 집에 쫓겨왔지. 아버님은 일본으로 유학 가셨고---

어머,불쌍해라.

좋았어.공부 안하고 노니까.

철딱서니하군---.

어머니가 내 손을 잡아끌고 저수지로 갔어. 공부 안할 거면 같이 빠져 죽자고.

세상에,그 어린 애한테---.

이 좋은 세상 왜 죽자고 하나 그렇게 생각했지.
그때 벌써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걸 알았다고? 후후후---꼬마 철학자셨군.
선생님은 날 참 예뻐했어. 000선생님이셨는데(어머!놀라운 기억력), 학예회 때 여왕벌도 시켜주셨어.
남자가? 자기 여왕벌 분장했을 때 넘 귀여웠겠다.
(남편은 000선생님의 손길이 머리라도 쓰다듬는 듯 잠시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아는 선배는 벌 때문에 결혼했어.(뭔 말인가 나를 보는)
연애도 못하고 오로지 공부만 하는 선배였어. 근데 어느날 연구원 중 한 여자가  벌에 쏘여 실신한 거야. 의협심 강한 선배가 그 여자를 업어서 병원에 데려다 주었지. 그리고 두 사람이 찌리릿 감전이 되어서 속도위반을 했어. 우리 과에서 대단한 사건이었어. 아기 돌날 옷 한벌 사들고 갔는데, 행복해 보이더라고.

식탁에 앉으면 우리는 행복했다. 밥이거나 빵이거나 아무거나 좋았다. 때론 차를 마시기도 하고,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며 아주 오랜 시간 추억의 오솔길을 걷는다. 내가 좋아하는 BROTHERS FOUR의 음악이 흐르고 창가에는 바이올렛이 보라색 분홍색 꽃을 피우는 봄날, 우리는 낯선 과거 속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헤집고 다닌다. 흥부 볼의 밥풀떼기처럼 연체료가 구질구질 붙은 공과금 고지서, 개업식 초대장, 아이의 학교에서 온 도네이션 편지, 세무신고 자료 등이 우수수 쌓여 있는 식탁에서 그게 가능한 일이기나 한 것일까? 번잡하고 지루하고 하잘 것 없는 나날들은 일단 묻어두기로 하자.

대학 때 친했던 친구 ***집이 가평이었거든. 북한강에서 물고기 잡아서 매운탕 끓여먹고, 기타치고 노래부르고, 여학생 꼬셔오는 사람은 공짜 술 먹기 내기도 했지.
청춘 남녀들이 모여서 놀고 또 놀았지 밤이 새도록---.
정말 그때는 놀아도 놀아도 안지쳤었는데---.

강변 버드나무에 매어있던 그네, 놀다 지치면 한가롭게 그네를 타기도 했었다. 산은 푸르렀고 강물은 은빛 물고기처럼 반짝반짝 뒤척였다. 노를 저으며 물살을 가르며 노래를 부르던 남자. 나는 갑자기 긴장되고 설레고 어지럼증이 난다. 나는 간신히 말한다.
나는 노를 잘 젓는 남자가 좋아.

눈부시게 푸르른 날들, 철쭉처럼 붉은 슬픔의 시간들, 박하향처럼 싱그럽던 그 때 그리고 마이신처럼 쓰디 쓴 고통의 기다 긴 터널--- 우리는 끄집어내었다가 다시 묻어버리고 기억했다가 잊어버린다. 어린 시절 손톱을 깎아서 땅에 묻어두면 진주가 된다는 사촌 오빠의 말을 믿고 4남매는 손톱을 정성스레 땅에 묻었었다.

곱게곱게 묻어두었다가 끄집어내면 붉은 슬픔은 하얀 비둘기가 되어 날아가기도 하고, 쓰디 쓴 고통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기도 한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4남매는 묻어두었던 손톱을 파보았다. 검은 흙 뿐이었다. 그런데 진주가 될 거라고 믿었던 시간들이 너무너무 좋았다. 그래서 자꾸자꾸 묻는 거지.
쌔엠
광산촌에는 수정이 많다.

지천에 깔린게 수정이다.

탄이 천년되면 수정이 된다고

어른들이 그랬다.

땅에 묻어줘야 다시 살아나서

커진다고 했다.

동생들이랑 꽃밭에 아무도 모르게

묻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아무도 모른다.

다시 묻어버린 수정들은 절대로

안 들킨다는걸 어른이 되서야 알았다.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507 | 1일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37 | 1일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75 | 1일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96 | 1일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118 | 1일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636 | 1일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403 | 2일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53 | 2일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8 | 2일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90 | 3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59 | 3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55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9 | 3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33 | 3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5 | 3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12 | 3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31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809 | 6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76 | 8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1,005 | 2026.03.16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39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6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19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82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53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