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1)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344]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1)

1 2,399 KoreaTimes
“그게 어디 있더라?”

남편이 마치 현 진건의 ‘빈처’처럼 중얼거린다. 나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져 온다. 또 시작되었구나.

“분명히 여기 둔 것 같은데---.”

남편은 벌써 두 시간째 서류더미를 뒤지고 있다.

“혹시,당신이 가지고 있는 거 아냐?”
“아니!”
나는 확신에 찬 어조로 짧게 끊어 대답한다.그 일에 휘말리고싶지 않아서.

“그때 당신이 IRD에 내야 한다고 가져간 것 같은데---.”

“식탁 위에 놔뒀는데 자기가 챙긴다고 들고 갔잖아.”
남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항변한다.

“난 그 서류 본 적도 없어요,정말로!”

결단코 결백을 주장하는 남편의 얼굴은 정말이지 결백하다 못해 아기처럼 해맑다. 형사처럼 예리한 눈빛으로 추궁해보지만 단 1%의 심증도 느낄 수 없다. 천사 같은 얼굴이다.그때쯤이면 나는 내 자신을 의심한다.

‘혹시 내가 어디에다 두고 까맣게 잊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 부부는 서로의 기억력을 못미더워할 뿐 아니라,스스로의 머릿속을 더욱 신뢰하지 못한다.나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해묵은 서류철이며 책꽂이 등을 뒤진다. 그러나 오리무중이다.

‘아,정말 답답하다.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어디 간 거야?’

“난 정말 본 적도 없다니까. 당신이 우체통에서 꺼내서 어디다 둔 거 같은데---.”
남편은 또 궁시렁거린다.

“없으면 할 수 없지 뭐.”

포기하려는 순간 남편이 손에 그 서류를 들고 멋적게 웃고 있다. 계란 한판을 길가에 폭삭 엎어 몽땅 깨뜨렸을 때도 남편은 함박 웃음을 웃었다. 가게 앞 길을 노랗게 물들인 계란과 남편의 웃는 얼굴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 감정 정리를 해야 할 지 몰라 당황스러웠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그가 아무리 웃음 제스처를 들고 나와도 내 성질이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를 째려보는 나!

숀팬과 수잔 서랜든 주연의 Dead Man Walking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죽는 순간까지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형수와 그의 결백을 믿으며 백방으로 그의 사형을 막아보려던 여자. 그러나 남자는 죽기 직전 자기가 살인을 했노라고 고백한다. 결국 그는 독극물이 주입되는 사형 방법으로 죽게 된다. 자신의 결백을, 자신의 억울함을 온몸으로 호소하던 남자가 손바닥 뒤집듯이 자신의 죄를 시인한다. 뒤통수를 너무 세게 맞고 나면 처음엔 어이가 없다가 시간이 흐르면 우울해진다. 너무 어리석었던 자신을 자책하면서. 그 영화의 수잔 서랜든처럼 나는 한 줄기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두려웠다. 우리의 해프닝이 단순한 건망증 차원을 넘어 기억상실증, 인지능력 상실까지 가는 것은 아닌지. 금방 신으려고 손에 들고 다니던 양말이나 손가락에 끼우고 돌리던 차 열쇠가 갑자기 사라지는 요술 같은 일은 수시로 일어난다. 콩나물을 샀는데, 요리하려고 보니 숙주나물이다. 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카드를 열심히 챙겨 넣는다. ‘카드는 중요한 것이다. ’주문을 외우 듯 지갑에 넣고 확인하고 또 하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쫓아온다. 내가 방금 산 물건을 들고 서 있는 종업원. 으휴휴---.

핸드폰의 행방도 자주 묘연해진다. 우리는 핸드폰을 찾아 하루동안의 궤적을 온통 다시 밟는 경우도 있다. 중국집, 친구집, 식품점 ---. 결국 핸드폰은 친구집 소파 밑에서 발견되었다.

각종 카드며 운전 면허증 등이 든 지갑을 잃어버려 서쪽 멀리 골프장까지 찾아 헤맸는데 집에 돌아와보니 책상 위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그럴 때 남편은 웃고 나는 열 손가락을 머리카락 속에 쑤셔넣고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린다.

우리 가족이 한 번 외출하려면 차의 시동을 걸고서도 족히 2,30분은 대기 상태다.

남편이 지도책을 가지러, 나는 휴지를 몇장 챙기러 들어갔다 온다. 아이는 뭐 카메라며 과자를 챙기러 들락거리고---. 드디어 출발하려는 순간, 잠깐! 보온병 물통 안가져왔네, 샌들을 안챙겼네, 난리법석을 떨다가 결국 어렵게 어렵게 출발한다. 길 떠나고 30분 후--- “아참! 라면 끓일 냄비를 안가져왔네”

그런 우리가 가끔은 특별해진다.
  
쌔엠
잊어버리는 능력은 사람에게만 있데요.ㅎ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177 | 13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3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0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9 | 10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0 | 10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39 | 10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0 | 10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4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3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68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2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7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26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8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4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6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3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5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9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