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 거기에, 김치는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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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341] 거기에, 김치는 없었네

1 2,269 KoreaTimes
미국 월간잡지 ‘헬스(health)’에서는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김치를 꼽았다. 김치는 스페인의 올리브유,인도의 렌틸(콩의 일종),그리스의 요거트, 일본의 콩제품 등과 나란히 어깨를 겨뤘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김치에 대적할만한 음식은 없는 듯 싶다.

우선 김치는 계절과 지역,재료,그 집안의 내력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봄동,열무,부추,가지,깍두기,우엉,갓,총각무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행여 단백질이 부족할세라 젓갈로 간을 하고 북어 굴 새우 문어 오징어,심지어 쇠고기까지 넣어 발효시키는 센스도 돋보인다. 게다가 김치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동서양을 넘나든다. 찌개,볶음밥은 기본이고 피자 스파게티,말린 김치를 이용한 김치 케잌까지 등장했다. 최근에 누에의 실크아미노산을 첨가한 김치도 개발되었다고 하니,김치의 변신은 이제 짐작조차 못할 듯 하다.

팔방미인,약방의 감초처럼 우리네 먹거리에 없어서는 안될 김치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건강식이다. 발효시 만들어 내는 유산균과 생리 활성 물질들은 항바이러스 ,면역강화, 비만 예방에  항암작용까지 한다. 사스(sars)나 조류독감 등이 한국을 피해 가는 이유도 김치 때문이라며 세계적으로 김치먹기 열풍이 불지 않았던가. 단지 바이러스를 방어하기 위해 김치를 먹는 그네들에 비한다면, 우리네는 김치의 종주국 국민답게 김치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한 두개쯤은 간직하고 있다.

4, 5세때로 기억된다. 밥도 잘 먹지 않고 병약했던 나는 외할머니의 사랑으로 그나마 목숨을 부지헸었다. 할머니는 내가 밥숟가락을 뜨면 엄지손가락만한 파김치의 머리부분만 입으로 똑 잘라 따뜻한 밥 위에 냉큼 올려주시곤 했다. 겨우 대여섯 숟가락 먹고 배가 불러 헐떡이는 나를 안쓰러워 하시며 파김치 머리를 자꾸 잘라 상 한쪽에 놓으시던 할머니. 어느날은 하루종일 두부를 쑤어 최초의 두부 모를 떼내는 순간 나를 툇마루에 앉히고 파김치에 둘둘 감은 두부를 먹이셨다. 나는 아직도 파김치를 좋아하고 파김치를 먹을 때마다 할머니 생각이 난다. 하늘나라에서도 내가 잘 먹는지 노심초사하며 바라보고 계실 할머니---.

김치말이밥은 또 어떤가. 함경도가 고향이신 아버지는 해장음식으로 김치말이밥을 주문하시곤 했다. 김장독에서 막 꺼낸 배추김치를 송송 썰어 김치 국물에 넣고 깨소금 참기름 설탕으로 맛을 내어 밥을 말아먹는 것. 아버지는 김치말이밥의 국물을 훌훌 들이키면서 살짝 눈물 지으시곤 했다. 갈 수 없는 고향과 만날 수 없는 가족들을 그리워하시며---.

어쩌다가 한국에 다녀올 일이 생기면 나의 귀환 가방은 온통 김치로 가득찬다. 충청도 외숙모가 싸주신 고들빼기, 후배의 강화 순무김치, 시누이의 여수 돌산 갓김치, 친정 어머니의 더덕김치까지. 나는 냉장고에 그것들을 차곡차곡 챙겨넣고 마음 든든하게 몇 달을 지낸다. 식사 때마다 아껴서 조금씩 먹으면서 나는 외숙모와 어머니와 동생들과 후배와 함께 식사하는 기분을 느끼며 외로움을 털어내곤 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기생충알 사건이 터졌다. 김치는 하루 아침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음식”으로 곤두박질쳤다. 미국 뉴질랜드 등에서는 인증받지 않은 개인의 김치는 반입불가다. 바야흐로 한국, 일본, 중국의 김치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은 어리버리 한방 맞고 들어간 양상이다.중국은 고대사 왜곡을 통해 야금야금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김치 연구에도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선 위생, 후 비용을 내세우며 첨단 장비를 동원 엄청 김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위대한 문화 유산은 항상 노리는 자가 많다. 일례로 유명한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은 주요 조각상이 모두 뜯겨서 영국 대영박물관에 멀쩡히(?) 전시되어 있다. 엘진이라는 작위명을 가진 영국인의 소행이다. 문화적 약탈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로 엘지니즘(Elginism)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은 볼썽사납게 기둥만 덩그마니 남게 되었다. 빼앗긴 유물에 대한 반환 요구가 꼬리를 물고 있지만 시원하게 돌려주었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하물며 무형의 음식 문화는 도둑질한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니---.

나는 틈나는 대로 아들에게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친다. 앉아서 밥상 받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얼마나 맛도 좋은지.여름날,야채가 풍성해지면 각종 김치 만들기도 전수할 것이다. 김치의 종주국임에 자부심을 느끼며, 이민 2세들도 ‘김치의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우려야 할 때이다.

내 사랑 김치,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 밥상에서 점차 사라질 것이므로.

쌔엠
타우랑가에서는 김치가 금치입니다.

아내가 있을땐 중국 배추라도 담궈 먹었는데..

요즘 아이디어를 낸게 총각김치입니다.

아이들이 거들떠 안보는 덕에 일주일은

편안합니다.

기무치는 김치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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