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餘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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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餘白)

1 2,704 NZ코리아포스트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배낭에 넣었습니다. 혹시 필요할 지 몰라 하얀 종이 한 장도 챙겨 넣었습니다. 배낭을 매고 길을 떠났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 이르렀습니다. 배낭에서 하얀 종이를 꺼내어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얀 종이에 아름다운 경치를 빼곡히 담았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하얀 종이를 배낭에 곱게 접어 넣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얼마를 가다가 먼저보다 더 아름다운 곳에 다다랐습니다. 다시 배낭을 열고 먼저 번에 아름다운 경치를 그렸던 것 말고 다른 하얀 종이가 있나 찾아봅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종이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먼저의 하얀 종이 뒷면에 두 번째 그림을 그리는데 이번에는 종이를 반으로 접어 반만 그렸습니다. 다시 길을 떠납니다. 참 이상합니다. 먼저 보았던 것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습니다. 배낭에서 다시 하얀 종이를 꺼내어 남은 반을 다시 반으로 나누어 세 번째 경치를 담았습니다. 혹시 더 좋은 경치가 있으면 그리려고 반의 반을 남겨놓았습니다. 이상한 일도 다 있습니다.

다시 길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까지 본 세 번의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난 것입니다. 반의 반이 남은 곳에다 네 번째 풍경을 담았습니다.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꽤 오랫동안 걸었는데도 네 번째 본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곳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아름다운 곳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계속해서 길을 걷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네 군데씩이나 찾아 그렸네’ 흐뭇해 하며 콧노래를 부르며 걸었습니다. 구름 따라 바람 따라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계속 걸어갑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할 때쯤 길이 딱 끊어진 곳에 다다랐습니다. 낭떠러지 끝에 서서 바라봅니다. 수 천길 낭떠러지 저 건너편에 도저히 이 세상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전설로만 전해지던 선경(仙境)이 저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보고 있는 이 풍경에 비하면 앞서 본 네 군데 풍경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보고 말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라 혹시나 그림그릴 종이가 있을까 싶어 배낭을 열고 이 구석 저 구석 샅샅이 찾아봅니다. 그러나 종이라고는 네 군데 풍경으로 가득 채워진 종이 말고는 없습니다.

한 장밖에 없는 종이가 이미 그림으로 가득 차있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그리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습니다.

태어나 살면서 온갖 것을 마음에 담아놓았습니다. 부모형제, 친구 - 인연들도 담아놓고 살던 집, 고향산천, 여행했던 곳 - 온갖 장소도 담아놓고 과거지사(過去之事), 장래계획(將來計劃) - 세상사(世上事)도 담아놓고 보석, 고급 옷 - 가지고 싶은 것도 담아놓고 학문, 신앙도 담아놓았습니다.

욕심부리고 집착하는 마음도 담아놓고 사랑도 미움도 기쁨도 슬픔도 열등감도 우월감도, 시기 질투하는 마음과 시비 분별하는 마음도 희망과 실망도 담아놓았습니다. 온갖 마음들로 가득 차있어 복(福)이 들어갈래야 들어갈 여백(餘白)이 없습니다. 온통 복스럽지 못한 것들로 가득 차있어 복스럽지 못한 삶 삽니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쌔엠
가방 안에 온갖 좋은 것 들로만 꽉 찻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여백 만한  공간도 사실 없지만 ..ㅎ

북한 사람들

댓글 0 | 조회 2,712 | 2010.10.13
바깥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되어 살아온 북한 사람들은 헐벗고 굶주리면서도 지상낙원에 살고 있다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라디오 주파수와 TV채널이 내부 소식만 들… 더보기

두 물방울 이야기

댓글 0 | 조회 2,752 | 2010.09.29
수많은 빗방울이 모여서 작은 도랑을 이루고 점점 큰물이 되어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흐르다가 바다에 이릅니다. 두 개의 물방울이 다른 물방울들과 함께 바다에서… 더보기

창조질서의 파괴

댓글 0 | 조회 3,076 | 2010.09.15
이 세상은 조화자체이다. 만물만상이 창조된 것은 조화의 조건에 의해 창조되었다. 무한한 우주에 있는 수많은 별 중에 지구라는 별에는 물과 공기가 있고 이웃한 태양… 더보기

현재 여백(餘白)

댓글 1 | 조회 2,705 | 2010.08.25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배낭에 넣었습니다. 혹시 필요할 지 몰라 하얀 종이 한 장도 챙겨 넣었습니다. 배낭을 매고 길을 떠났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경치가 아름다운 … 더보기

보고만 있겠는가

댓글 0 | 조회 2,781 | 2010.08.11
낭떠러지 건너편 절벽 위에 예쁜 꽃이 피어있는데 젖먹이 아기가 꽃을 꺾으려고 꽃만 바라보고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그대로 두면 아기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게 뻔… 더보기

물웅덩이(Ⅲ)

댓글 0 | 조회 2,572 | 2010.07.28
하늘을 떠돌던 구름이 빗방울 되어 땅에 떨어져서 물길을 만들며 흐르다 움푹 패인 곳이 있으면 웅덩이가 생깁니다. 웅덩이가 다 찰 때까지 물은 흐름을 멈추고 웅덩이… 더보기

물웅덩이 (Ⅱ)

댓글 0 | 조회 2,953 | 2010.07.14
물이 흐르다가 움푹 패인 곳이 있으면 흐름을 멈추고 그곳에 고여 물웅덩이가 생깁니다. 웅덩이에 물이 고이면 작은 웅덩이 세계가 생깁니다. 웅덩이 세계에는 가족들이… 더보기

솔직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2,699 | 2010.06.22
꽤 오래 전 어느 스님이 돌아가시면서 “일생 동안 선남선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에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는 말을 남기셨습니다. 그 분은 근년에 드물게 … 더보기

시련과 축복

댓글 0 | 조회 2,554 | 2010.06.10
러시아의 문호 푸시긴은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슬퍼하지 않으리’ 하고 노래하였다. 세상이 나를 속이는 것일까? 사람은 세상을 살면서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오감… 더보기

시련과 축복

댓글 0 | 조회 2,645 | 2010.05.26
세상을 살다 보면 하는 일이 순조롭게 잘 이루어질 때도 있고 일이 꼬이면서 뜻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일이 뜻대로 잘 풀리면 복 받았다 하고 행복해 … 더보기

늑대소년 이야기

댓글 0 | 조회 4,062 | 2010.05.12
인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이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태어나자마자 밀림에 버려져 늑대 젖을 먹고 자라서 늑대와 함께 살다가 11년 만에 구조된 소년이 있었다. 말… 더보기

금강산에 가봐야 금강산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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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름이와 공 모름이는 친구 사이인데 한 아름이는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해서 다방면에 걸쳐 아는 것이 많았으나 공 모름이는 놀기를 좋아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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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5,000 | 2010.03.23
"세상에는 낮 밖에 없어.”하고 하루살이가 말하자 나무 위에서 노래하고 있던 매미가 말했다. “아니야, 세상에는 일곱 낮과 일곱 밤이 있어. 그리고 무더운 여름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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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사자는 햇볕 속에서 맑은 물 마시고 맑은 공기 숨쉬며 산다.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쉰다.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 산다. 자연의 섭리대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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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은 머물지 않는다. 흐르는 물은 시작도 끝도 생각하지 않는다. 흐르는 물은 빗방울 하나로 시작되었음 생각하지 않는다. 흐르는 물은 작은 도랑물이었음 생각… 더보기

모두 다 잘 사는데

댓글 0 | 조회 2,380 | 2009.12.09
자갈밭에 떨어진 씨앗은 그 곳이 메마르고 척박하여 줄기가 가늘고 잎도 작고 비틀어져 있으나 기름진 옥토에 떨어진 씨앗은 수분과 영양분이 풍부하여 줄기가 굵고 잎도… 더보기

닐 암스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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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달에 인간의 발자국을 남긴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은 회고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우주 공간에서 보니 지구는 푸른 색을 띤 아름다운 별이었… 더보기

장님 코끼리 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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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들이 제각기 코끼리 몸의 한 부분만을 만져 보고는 자기가 만진 부분이 코끼리라고 우기는 이야기가 있다. 꼬리를 만져 본 장님은 코끼리가 '밧줄과 같다'고 하고… 더보기

하늘 뜻, 제 뜻

댓글 0 | 조회 2,664 | 2009.10.27
하늘이 만물만상을 내었다(창조하였다). 만상만물은 하늘 뜻(섭리, 순리)으로 나고 하늘 뜻으로 존재하고 하늘 뜻으로 소멸한다. 일체가 하늘의 뜻이다. 우주에 무수… 더보기

성현들이 출현한 우주의 한 때

댓글 0 | 조회 2,141 | 2009.10.13
우주에는 때가 있다. 물질이 창조된 때가 있었고, 인간이 출현하여 미신과 신화를 만들어 신을 받들던 때가 있었고, 성현이 출현하여 세상과 인간이 완성되는 때를 예… 더보기

성현(聖賢)들이 보여 준 삶

댓글 0 | 조회 2,030 | 2009.09.23
예수님은 가족들이 있는 안락한 집을 떠나 황량하고 메마르며 찌는 듯이 무더운 사막에서 굶주림과 목마름을 견디며 49일간 단식 기도를 하였다. 석가모니도 온갖 부귀… 더보기

사람이 무지(無知)하고 무지(無智)한 이유

댓글 0 | 조회 1,946 | 2009.09.09
사람은 태어나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 밖에 모른다. 자기가 해외 여행하여 가본 미국은 알지만 가보지 못한 아프리카 우간다는 모른다. 영어는 학교에서 배워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