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에 선 자랑스런 한국인(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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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국제 무대에 선 자랑스런 한국인(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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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활 방식이 장기적으로 볼 때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나의 삶의 틀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다. 혼자가 아닌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으로.

일과 후에 동료들과 같이 어울리고 주말에 같이 여가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사람들과의 교제 속에서 삶의 활력소를 되찾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인가보다. 나는 유엔이라는 낯선 곳에서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내 나름대로의 생존 방법들을 터득해가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그리고 나 자신과 싸워야 하는 처절한 싸움 속에서.

약 600명 정도의 인터내셔널 직원들은 미국, 영국, 호주,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 등지의 세계 각국에서 다 모였지만 이 중에서 필리핀 출신 직원들의 숫자가 제일 많다. 그래서 필리핀 마피아라고까지 불리어 진다.

이들은 국민성이 매우 낙천적이고 사교적이어서 파티를 굉장히 좋아하고 일과후의 모든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 중 '이멜다' 라는 여자는 유엔 대사의 개인 비서로서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하여 호감을 가지고 있고 가끔씩은 지나가는 길에 사무실에 들러 안부를 묻기도 하는 친구이다. 나를 가끔 그들의 모임에 초대하기도 하는 마음씨 고운 누나 같은 아줌마이다. 때로는 야채에 닭고기와 당면을 넣어서 끓이는 요리 '쇼탕혼'을 직접 만들어서 식사에 초대하기도 하는데 맛이 좋아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필리핀 요리가 되었다.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지 매번 얻어 먹을 수는 없지. 어느 날 이멜다의 생일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

여느 때처럼 와인을 한 병 들고 갈까 하다가 오늘 같이 특별한 날에는 내가 무엇인가 보여 줘야 할 것 같았다. 이 곳에서는 집에서 파티를 할 경우 각자 자신이 있는 음식을 한가지씩 직접 만들어 파티에 가져 온다. 혼자서 음식을 만들어 먹다 보니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몇 개월만 지나면 나름대로 일류 요리사가 되는 것 같다. 한 번 먹어 본 음식을 따라 해보고 자꾸 만들다 보니 어느덧 음식 만드는 일이 나의 취미가 되었다.

"좋아, 오늘은 특별히 스시를 한 번 만들어 볼까?"

네이버 검색 창에 '스시'를 치자 스시에 대한 재료, 만드는 방법 등 모든 정보가 나타났다.

정말로 살기 좋은 세상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인터넷 검색으로 요리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 . 다행히 조그만 밥통과 김은 한국에서 올 때 준비해 왔고 아보카도, 오이 및 피망은 재래 시장에서 구할 수 있고, 스시 위에 뿌려질 연분홍색 날치알은 유엔 피엑스(PX)에서 구할 수 있으니, 재료 준비 완료!

인터넷에서 가르쳐 준 방법대로 스시를 만들어 보았지만 김밥을 싸본 경험이 없어서 인지 2/3는 망가지고 겨우 한 접시가 간신히 준비되었다. 그러나 내가 만든 스시는 그 날의 히트 음식이 되었다.

내가 보기에는 형편 없어 보였지만 이멜다와 그녀의 친구들은 그 모양이 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깝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때부터 나는 모든 파티에 초대받게 되었고 나의 스시는 파티에서 인기 만점의 베스트 아이템이 되었다.

나의 필리핀 친구들은 내가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방법을 가르쳐 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탈리안 동성연애자(게이)의 프로포즈

"헤이,동 ! How are you doing?"

'동'은 시에라레온에서 불려지는 나의 이름이다.

지도 만드는 부서를 책임지다 보니 때로는 '맵 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저쪽에서 아주 애교 섞이고 간질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면서 다가오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아무리 보아도 참 잘생겼는데 이탈리안 출신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인 죠지 클루니처럼 생겼다.“도오옹 ~, 너를 만나서 너무 좋아. 오늘 너의 티셔츠 칼라 너무 멋있다.”목소리는 마치 연인에게 속삭이는 것처럼 매우 부드럽다.

이 친구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내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때부터 매우 친절하게 대해준 절친한 친구들 중에 한 명이다. 가끔 그의 집에 초대되어 와인도 함께 마시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같이 저녁 식사도 하고 휴일이면 모두 어울려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10시경,

다음날 아침 미션의 각 부서장들에게 지리정보시스템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려서 나가 보니 이탈리안 친구였다.

며칠째 보지 못해서 궁금해서 왔다는 것이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친한 친구인 만큼 그를 잠시 조그만 거실로 들어오게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 오늘까지 끝내야 한다고 눈치를 줬건만 도무지 자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심지어 슬라이드 내용까지 자기에게 보여 달라는 것이다. 연습 삼아서 슬라이드를 한 장 한 장 설명해 주었더니 너무 멋있다고 법석을 떠는데 칭찬은 그만 두고 제발 빨리 가 주었으면 좋겠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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