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 고양이가 남긴 것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374] 고양이가 남긴 것

0 개 2,959 KoreaTimes
  '다롱이'가 사라졌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고양이는 싫어하고, 개를 좋아한다. 교민들의 성향도 비슷하다. 유독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개를 더 선호한다.

  키위들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선호도가 반반쯤은 되는 것 같다. 기르기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개를 더 좋아하면서도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개는 우선 울타리를 쳐야 하고, 시티 카운슬에 등록을 해야 하고, 집에 홀로 두거나, 이웃집에 방해가 되어서도 안 되고, 외출 시킬 때는 꼭 목줄을 매 주어야 하는 등 지켜야 할 조건도 많다.

  또한 건강관리에도 신경 써야 하고 구입비부터 등록비, 개 밥, 개 집, 목걸이 등 경비도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사람이나, 이웃집 동물을 해치면 반드시 주인이 대신 책임을 져야 하고 재판을 받아 벌금을 물기도 한다. 가끔씩 커다란 개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와 어린애나 부녀자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 주인은 피해자에게 사과함이 마땅하고 피해자가 신고하면 벌금을 물리거나 피해가 심할 때는 사살까지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개는 주인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대신 부담도 많이 주기 때문에 기르기가 결코 쉽지는 않다. 어쨌든 펜스 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아직도 개를 못 구하고 매일 'Trade me'를 들락거리며 '허스키, 비숑, 말티즈' 등 예쁜 강아지들을 찜 해 놓는 게 고작이다.

  개에 비해 고양이는 비교적 기르기가 쉽다. 교육시키지 않아도 밖에 안 보이는 곳에 배변을 하고 개러지에서 기르더라도 일정한 곳에 화장실을 만들어 주면 꼭 그 곳에서만 실례를 하고 나름대로 흔적을 덮어 버린다. 그리고 주인이 밖에 나가거나 외출에서 돌아 와도 참견하거나 따라 나가려 하거나 반가워 하는 기색도 별로 없기 때문에 외출 시에 부담이 없는 대신 때로는 괘씸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대신 배가 고프거나 주인한테 잘 보이고 싶을 경우 머리통을 주인 다리에 들이 밀거나 비벼 대기도 하고 심지어는 발라당 뒤집어 온갖 소위 '고양이 짓'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신이 나거나 활력이 한참 넘칠 때는 끊임없이 새나 다람쥐 등을 잡아 와서는 자랑하거나 혼이 빠져 죽을 때까지 가지고 놀기도 한다. 지난 해 우연히 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구해 왔다. 개를 구하면 '아롱이'라 부르기로 하고 고양이에게는 우선 '다롱이'라 이름 지었다. 개와 고양이를 함께 기르면 '아롱 다롱' 앞뜰과 뒷동산이 생기 있어 지리라 기대하면서-

  그런데 얼핏 조용하고 활동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던 다롱이가 집안 뜰을 온통 헤집고 다녔고 한 1년쯤 기르면서 몇 가지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우선 항상 주인 뒤를 쫄쫄 따라 다니거나 주인이 일하는 5m 반경 이내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다 "'다롱'아 그만 가자!" 하면 영낙 없이 앞장서거나 뒤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산책하기 위해 휘파람을 세 번만 불면 99% 언젠가 어디선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롱이가 내게 도움을 준 것은 다른 데 있었다. 달동네에 살면서 부터 이웃 사람들 외에는 특별히 약속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키위 방문객은 거의 없다. 거기다가 밖에 나가서도 현지인들과 어울릴 기회가 드물다 보니 그나마 초라한 영어가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이따금씩 다롱이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는데 몇 달 지나니 간단한 말- '가자, 이리 와, 밥 먹어, 들어 와' 등은 쉽게 알아 듣는 것이었다. 표정과 제스쳐를 보고 눈치로 때려 잡는 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후로는 제법 길게 얘기하게 되었고 아무리 엉터리 영어를 구사해도 사람처럼 진력 내지 않고 말 없이 들어 주는 것이었다. 발음 나쁘다고 시비 거는 일도 결코 없었다.

  그런 다롱이가 어느 날 밤,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집 근처를 샅샅이 뒤지면서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그런데 다롱이가 사라지면서 몇 가지를 남겨 두고 갔다.

  첫째는 노래 가사 처럼 '있을 때 잘 해' 줄 걸 하는 아쉬움이 인다. 가끔씩 미워하기도 하고 고양이에게 개의 역할 까지도 기대했던 것은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존재도 때로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롱이가 사라지자 갑자기 새들이 집 주위를 활개치고 토마토를 쪼아 먹거나 심지어는 개러지나 거실까지도 날아드는 가 하면 옆집, 뒷집 고양이까지 우리 집 뜰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하루 종일 소리 없이 주위를 맴돌던 못 생기고 쪼끄만 고양이 한 마리가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동물에게도 '어떤 보상을 바라지 않고 아가페적인 사랑을 줄 때만이 언젠가 보람을 안겨 준다'는 사실이다.

  다롱이가 남긴 것들은 어쩌면 인간관계에서도 적용 될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381] 행복한 남쪽나라

댓글 0 | 조회 3,926 | 2008.05.27
우리는 그렇게 '행복한 삶'을 꿈꾸며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왔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모든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제대로 된 잡(job)을 못 구해서… 더보기

[380] 지혜만이 살길이다

댓글 0 | 조회 2,866 | 2008.05.13
한국은 AI 확산과 광우병 논란으로 전국이 뒤숭숭하다. 페스트 이후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 되는, 가장 심각한 3대 재앙으로 에이즈와 AI(조류인플루엔자) 그리고 … 더보기

[379] 꿀비가 내렸어요

댓글 0 | 조회 3,463 | 2008.04.22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고 있다. 단비라 칭하기엔 뭔가 2% 부족한 것 같아 아예 꿀비라 부르고 싶다. 그렇게나 목 마르게 기다리던 비인데, 몇 일을 계속해서… 더보기

[378] 쟌다르크의 후예와 007 할아버지

댓글 0 | 조회 3,724 | 2008.04.08
'문화의 차이' - 외국에 나와 사는 사람들에게 정말 무시할 수 없는 명제이다.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말은 희랍어 '민중'(Demos)과 '권력'(… 더보기

[377] 터널 속으로

댓글 0 | 조회 3,603 | 2008.03.26
이젠 자전거 타고 다녀야 할 판이다. 14년 전 막 이민 왔을 때 자동차 연습을 위해 한 밤중에 '퀸 스트리트'에 나가곤 했었다. 모든 것이 생소한 데다, '라운… 더보기

[376] 상대적 불행

댓글 0 | 조회 3,836 | 2008.03.11
고속도로에서 심한 정체 속에 차가 기어 가고 있을 때 옆 차선보다 조금 빨리 빠지는 선에 있으면 왜 그렇게 행복한지. 그래 봐야 1-2분 차이일 텐데도 옆 차 보… 더보기

[375] 선택(選擇)

댓글 0 | 조회 2,989 | 2008.02.26
하나님은 인간에게 선택권 즉 ‘자유의지(自由意志)’를 주셨다. 지금 세상은 온통 선택의 갈림길이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놓고 흑인 출신의 ‘버락 오바마’와 영부… 더보기

현재 [374] 고양이가 남긴 것

댓글 0 | 조회 2,960 | 2008.02.12
'다롱이'가 사라졌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고양이는 싫어하고, 개를 좋아한다. 교민들의 성향도 비슷하다. 유독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개를 더 선… 더보기

[373] 승리(勝利)의 길

댓글 0 | 조회 3,522 | 2008.01.30
인생에는 영원한 승자(勝者)도 패자(敗者)도 없다. 승리의 화신(化身)이었던 '카이자르'는 한 순간의 방심으로 인생의 막을 내렸다. 한편 조선 제22대 임금 이산… 더보기

[372] 산뜻한 출발

댓글 0 | 조회 3,330 | 2008.01.15
1월을 뜻하는 'January'는 'Janus' (야누스)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Janus'(영어식 발음:제이너스)는 두 얼굴을 가진, 문… 더보기

[371] 초록마을에서 희망을 본다

댓글 0 | 조회 3,706 | 2007.12.20
희망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곳에서 찾는 소박한 소망일 뿐이다. 지난 11월 9일 아침 TV3에서는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Rachaelray'라… 더보기

[370] 그린 크리스마스(Green Christmas)

댓글 0 | 조회 3,270 | 2007.12.11
이민 와서 제일 속상한 것 중의 하나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커녕 한 여름에 맞는 크리스마스는 이질감을 더해 주거나… 더보기

[369] 그림이 좋아야 한다

댓글 0 | 조회 3,139 | 2007.11.27
멋진 광경이나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면 흔히 "그림이 좋다"고들 말한다. <주한미국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몇 차례 초대 받아 간 적이 있었다. 한 번… 더보기

[368] 바람난 물개들

댓글 0 | 조회 3,771 | 2007.11.12
바람난 물개들은 수영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 사람들은 어디서나 모임을 잘 만든다. 출신지나 출신학교에 따라, 동호인끼리 등. 나 역시 여러 모임에 속해 있었고 특… 더보기

[367] 왜 우리는 튀어야만 하는가

댓글 0 | 조회 3,260 | 2007.10.24
튀기 위해 뛰는 사람들-이는 여지 없이 한국인들이다. 지난 주 교민지들은 '노스쇼어타임즈 여론광장'에 한국인에 대한 온갖 비하성 발언이 계속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보기

[366] 아버지와 만년필

댓글 0 | 조회 3,572 | 2007.10.09
'있을 때 잘 해'라는 드라마도 나오고 노래도 나왔다. 미국계 회사원인 큰 애는 여유가 있는데 E회사에 다니는 둘째는 "싫컷 잠 좀 자 봤으면-"이 소원일 정도란… 더보기

[365] 민중의 지팡이

댓글 0 | 조회 3,212 | 2007.09.25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 노릇을 못하면 '민중의 곰팡이'가 되기 쉽다. <다운타운의 '웨스트필드 쇼핑센터'에는 공식 출입문이 여섯개 있다. 그중 서쪽으로 나… 더보기

[364] 병천순대

댓글 0 | 조회 3,719 | 2007.09.11
WHO(세계보건기구)가 2007년 5월 18일 발표한 '세계보건통계 2007'에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5세(남75세, 여82세)로 나타나 세계 194개국 가… 더보기

[363] 여자와 뉴질랜드

댓글 0 | 조회 3,715 | 2007.08.27
여자는 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답다. 누군가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설파했다. 또 누군가는 말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은 개구리 뛰는 방향과 여자의 마… 더보기

[362] 아픔은 슬픔을 낳고

댓글 0 | 조회 3,413 | 2007.08.14
- 큐미오의 미스터리 - 이민와서 제일 만나지 말아야 할 상대는 질병이다. <작년 3월 어깨와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큐미오의 F라는 중국인이 침을 잘 놓… 더보기

[361] 현지화는 괴로워

댓글 0 | 조회 3,097 | 2007.07.24
모두들 현지화를 부르짖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1620년 영국과 네덜란드를 떠난 102 명의 Puritan(청교도)들은 Mayflower호를 타고 66일간의 긴… 더보기

[360] 적성(適性)과 적응(適應) 그리고 조화(調和)

댓글 0 | 조회 2,870 | 2007.07.09
IQ가 사람마다 다르듯 적성(適性:Aptitude)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렇게 사뭇 다른 사람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사회를 만든다. 나는 살아 오면서 비교적 재… 더보기

[359] 조용한 아침의 나라

댓글 0 | 조회 3,082 | 2007.06.25
학창 시절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요,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다"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 보면 예의지국은 모르겠으나 조용한 나라는 결코 아니었던 것 같다.… 더보기

[358] 돈이 많다고 다 부자는 아니다

댓글 0 | 조회 2,972 | 2007.06.12
돈이 너무 없어도 불쌍하지만, 돈이 있는데도 쓸 줄 모르는 사람 또한 불쌍하다. < 20대 초반에 논산에서 단 돈 5천원으로 상경한 P라는 친구가 있었다. … 더보기

[357] 정(情)과 의리(義理)

댓글 0 | 조회 3,216 | 2007.05.23
한국인의 특장점은 '정(情)과 의리(義理)' 였다. 현지화에 방해 되고 알량한 영어나마 퇴보할까봐 한국 TV를 전혀 보지 않았었는데 최근에는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 더보기